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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 - 앞 표지



* 나의 아름다운 정원
* 심윤경, 한겨레출판


  많은 분들이 추천한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또다른 분들은 추천할 정도의 소설은 아니라는 반응을 보여서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독서를 하였습니다.
  (이로서 제 귀가 상당히 얇다는 것이 탄로나게 되었군요.)

  소설은 2~30대의 여성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자신 안에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정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일거라는 처음에 제 예상과는 달리 꼬마 소년이 주인공이었습니다.

  헌데,
  이 소년의 생각이 여느 어른 못지 않게 깊습니다.
  사실 저는 아이들을 그다지 살가워하는 편도 아니지만,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터라, 어른 같은 아이들은 더욱 싫어합니다.
  하지만, 어리숙한 시선을 가지고 주변세상을 바라보는 아이가 화자가 되는 소설들은 독자들는 이미 알고 있지만 정작 이야기의 주인공은 알지못하는 엉뚱한 상황들로 인해 흐뭇한 재미를 주는 것이 당연하므로, 대개 어린아이가 나오는 소설들은 재미있게 읽었던 경험들이 있었습니다.
  '김원일'<마당 깊은 집>을 참 재밌게 읽었고, '은희경'<새의 선물>에 나오는 주인공을 좋아했습니다. '박완서'<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 나오는 주인공도 어린 아이였지요.

  여튼,
  주인공을 알고나니, 한 소년이 주변 세상과 부딪혀가며 아프게 성장해가는 성장소설이겠구나 짐작을 하고 책을 읽어 나갔습니다.


  주인공 '동구'는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8살 소년입니다.
  겉으로 볼 때엔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이는 가족이지만, 할머니와 어머니가 벌이는 신경전은 어린 '동구'가 보기에도 해결방법이 없을 만큼 심각합니다.
  그러나, 4대독자였던 '동구'의 동생 '영주'가 태어나면서부터 집 안에는 조금씩 활기를 띄게 되는데요.
  맘씨 좋은 착한 아이인 '동구'는 '영주'가 태어나기 전부터 동생을 끔찍히도 아꼈고, 동생을 위해서라면 누명을 쓰고 엄마에게 볼기짝을 맞을 만큼 '영주'를 사랑합니다.
  그렇게 10살이 되어서도 글을 잘 읽지 못하는 '동구'에 비해 3살이 되었을 무렵부터 혼자서 글을 깨우친 영특하기만한 동생 '영주'는 가족 모두의 사랑을 받으며 커가게 되고, 운명이라고 밖에 말할수 없는 천사 '박영은'선생님을 담임선생님으로 맞이하게 된 '동구'도 선생님의 사랑으로 조금씩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어갑니다.
  하지만, '동구'네의 큰 걱정거리인 할머니와 어머니 사이의 갈등은 그칠 줄을 모르고 계속 되는데,  그 쯤, '동구'가 살고 있는 인왕산 아랫자락 경복궁 근처에 살고 계신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경복궁 앞을 탱크가 지키게 되면서 부터 선생님을 비롯한 어른들이 무언가 알지 못할 고민들로 인해 자꾸만 얼굴들이 어두워져가게 됩니다.


  뭐 이 정도의 이야기입니다.
  다 이야기를 해버리면, 읽을 재미가 없어져버릴 것이므로 여기까지로 그치겠습니다.
  물론, 아주 간략한 줄거리라 책을 읽으시면 제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 생략하고 큰 줄거리들만 잡아 냈는지 알게 될겁니다. 당연히 중반부 이후의 내용들은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성장소설이란 것은 그렇습니다.
  어느 덧, 작가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의 내용들을 회상하면서 써내려가는 시대적 배경이 얼추 제가 살았던 때와 겹쳐지는 경우가 많아서 놀라는 경우가 많은데, 뭣보다 그 이야기들 속에는 분명히 나와 일치하는 생각들, 다시말해 어린 시절의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받아들였던 이야기들이 마치 토씨 하나 덜지않고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펼쳐지거나,
  혹은, 정말 그런 일들이 그때 일어났나 싶을 정도로,
  심심하고 무료하게만 느껴지는 내 유년시절의 역사적 사건들이 생동감있게 펼쳐져서, 마치 내가 역사의 격랑 속에 비틀거리면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굉장히 의미있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성장소설은 그런 역할을 해주는 것이겠지요.
  시대를 돌아보고, 역사를 돌아보고, 사건들 돌아보고, 그 안에 있던 많은 사람들, 그리고 내모습을 돌아봐주게 한다는 것에 성장소설이 가지는 의미가 있지 않은가 합니다.

  아무튼,
  이 소설의 배경도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까지,
  그간, 의식적으로 다루기 꺼려졌거나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혹은 아픔이,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는 이유로 많이 다루어지지 않았던, 박정희 대통령의 저격 때부터 전두환이 정권을 잡기까지의 이야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깔고,
  세상의 모든 변화들을 느낄수도 없고 잘알지도 못하는 어린 주인공을 통해 가볍게 스쳐가듯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심이 되는 내용은 12 · 12와 5 · 18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동구'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상처와 극복, 성숙의 과정을 다루고 있으므로 심각한마음으로 접근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이 책은 비교적 쉽게 읽혔는데요,
  끊임없이 긴장감을 갖게 만드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신경전, '영주'의 귀엽고 앙증맞은 이야기들, '동구'와 '박영은'선생님과의 관계, 그 높은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나와서 고시 준비 중인 동네 '주리삼촌'과의 에피소드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듯 끝없이 이어져나가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작가 '심윤경'의 문체가 매우 매끄럽기도 하고 섬세하기도 하여서, 근래에 보기드문 아름다운 문체 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문체가 어떤 때에는 과도하기도 하여서 눈에 걸리는 부분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굳이 지적하자면, 사투리의 어색함이나, 상황에 맞지 않는 대화와 같은 것들도 더러 있기는 하였으나, '심윤경'의 처녀작임을 생각해볼 때, 크게 모자랄 정도는 아니었다는 생각입니다.

  제목에 나오는 '아름다운 정원'은 주인공 '동구'가 좋아하는 3층집 안의 '능소화'와 '곤줄박이'를 만날 수 있는 작은 정원인데요.
  어렸을 때, 한번 쯤은 자신만의 아지트, 자신만의 비밀의 장소를 만들어 놓고 그 곳에서 하늘을 바라본 적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듯 합니다.

  도시생활에 익숙해져버린 요즘 사람들에겐 더이상 찾을 수 없는 기억 속의 장소일 뿐이지만,
  사실,
  성인이 된 우리들은 바삐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도피처, 자신만의 휴식처를 자신의 가슴 속에 넣어두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런지요.

  저 또한,
  마음이 혼란스러워질 때마다, '내 마음의 고요'라는 말을 나직히 읊조리면서 실바람이 부는 호숫가의 풍경을 떠올리곤 하는데요.

  이번 주말에는 이 책과 함께 유년시절의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자신만이 알고 있던 '아름다운 정원'에 다녀오심이 어떠할까 합니다.

  깊어가는 가을...
  독서...
  좋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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