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 영문판 표지
*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정영목 역, 해냄
1998년도 95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주제 사라마구(Jose Saramago)'의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었습니다. 서점을 지나다니면서 하얀색의 깨끗한 표지가 맘에 들긴했지만, 옆을 보니 비슷한 제목의 또다른 그의 작품 <눈뜬 자들의 도시>,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 등등의 책들이 보여
'이건 뭐 히트작 하나로 울궈먹게다는 건가?' 하는 아니꼬운 생각에 쉽게 손이 가지는 않던 소설이었습니다. 또한 주변 분들의 평도 그냥 평이한 편이어서 더더욱 그렇기도 했지요.
또, 개인적으로 '노벨문학상'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측면도 있습니다.
'노벨상' 선정과정에는 문학적 업적은 물론 그 여타의 다른 부분들이 많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노벨상' 수상작가로 선정되면 우후죽순격으로 쏟아져 나오는 책들을 통해 작가의 다른 부분은 그다지 알지도 못한 채, 더군다나 다른 언어로 쓰여진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하면서 작가의 세계관이나 대외활동, 문학 외적인 가치관까지 평가하면서 소설의 작품성을 논의하기엔 제 역량으론 역부족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여튼, 그래서 안 읽고 있었는데, 요번에 생일 선물로 받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도 한참 다른 책들 때문에 한쪽 구석에 놓여져있었는데, 얼마 전에 <눈먼 자들의 도시>가 영화로 개봉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영화관에서 예고편을 자꾸 보다보니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어, '그렇다면 책을 먼저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끝에 읽게 되었습니다.
너무 많이 알려져있고, 많은 분들이 읽으신 듯 하지만 간략하게 줄거리를 간추리면,
어느 날, 한 도시의 교차로에서 정차해있던 차의 한 남자가 눈이 멀게 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겉으로 봤을 땐, 눈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고, 또 앞이 어두워지는 일반적인 실명과는 달리 앞이 하얗게 보이는 '실명'이었지요. 그렇게 혼란에 빠진 그 사람을 부축하여 집에 데려다 주고, 차를 훔쳐간 사람 역시 눈이 멀게 되고, 차츰 도시 전체가 실명의 혼란에 빠져갑니다. 그 도시의 한 병원의 안과의사도 역시 눈이 멀게 되는데, 오직 의사의 아내만이 눈이 멀지 않은 채로 남편을 따라 도시 한 편에 마련된 수용소에 강제 수용당하게 됩니다.
처음 그들을 수용할 당시에 정부는 그들에게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를 약속하지만, 그런 약속이 지켜질리는 만무했고, 점차 눈먼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모두 비이성적인 상태로 빠져들게 되는데, 그들 사이에서 그나마 최소한 인간이기를 포기할 수 없는 눈이 멀지 않은 의사 아내와 그 주변 몇 명의 이야기가 책의 주요 내용입니다.
이 정도로만 줄거리를 말해드려도, 대부분 두 부류로 나뉘실 것 같습니다. '또 세기말적 혼란의 상황이야.. 지겨워..' 또는 '오..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펼쳐질 것 같은데?' 둘 중 하나이겠죠.
저도 책을 읽기 전에는 절대적으로 첫부류에 속하는 사람이었습니다만,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이 소설이야 말로 영화화하기에 아주 적합한 흥미진진한 소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지금은 곧 보게 될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가 매우 기다려집니다. 영화관에 갈 때마다 예고편을 봤는데, 예고편에 나오는 많은 대사들이 소설의 번역 그대로를 옮겨온 것 같더군요. 물론, 영화와 소설은 다르고 소설의 내용이 영화에 온전히 표현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함을 알지만, 그래도 기대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이러다가 분명 실망할텐데요...
포르투갈의 작가 '주제 사라마구'는 책 날개에 보니 젊은 시절의 오랫동안을 공산당활동에 투신했던 것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육신의 기운이 이제 좀 사그라 드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을 만큼 늦은 나이에 소설을 발표하고 이내 최고의 작가로 떠오르게 되는데, 그의 소설이 포르투칼의 역사적 담론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도 이러한 작가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작가는 분명히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그런 그의 시각이 어떠한 방법으로든 소설에 반영되어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작가는 그런 시각으로 발견해내거나 깨달은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은 평범한 일상에서는 쉽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것이므로, 우리가 가진(그게 이성이었든, 문명이었든) 어두움의 단면들을 끄집어내기 위해 '눈'을 멀게도 하고, 뜨게도 하고, 때로는 대륙에서 포루투칼이라는 땅덩어리를 떼어내기도 하고(<돌뗏목>), 자신의 다른 모습을 인정하기도 하는(<도플갱어>) 것이 아닐까합니다.
이 소설의 설정 역시 마찬가지 일텐데요. 처음부터 눈이 먼 사내의 차를 도둑질하게 되는 사람의 모습에서 인간이 선한 마음 이면에 가지고 있는 또다른 모습을 조금 드러내다가 주인공들이 수용소에 들어가면서부터 직접적인 표현으로 보여주는데요.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이 보이는 비이성적이고 동물적인 행동들에 거부감이 들면서도, 당연히 그렇게 되버릴 것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저만의 생각이 아닐 것입니다.
생존을 위해 앞을 바라보지 못하고, 눈을 뜨고도 장님으로 살아가던 평범한 사람들은, 눈이 멀게 되자 더더욱 생존에 집착할 수밖에 없고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흔히 '선의'라고 부르는 것들을 포기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그런 고민들이 오래가지 않는 건 이들이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남들이 나의 마음은 알 수 없는 것이고, 게다가 모습 조차 볼 수 도 없는 상황에서, 자신조차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유혹에 혹하기 쉬운 나약한 존재가 바로 인간이니까요..
여튼, 그 속에서 오로지 눈이 멀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들의 모습을 모두 바라보았기에, 의사의 아내는 절대 그들과 같은 모습이 될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소설은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 듯, 진행을 해나가면서, '결국 주인공들도 무너지고 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야 급하게 결말을 짓게 되는데,
사실, 결말은 제 맘에는 썩 들지 않았습니다.
뭔가 미진한 듯, 할말을 다 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할말은 다했으니, 정리는 알아서 하라는 식이어서요.
하지만,
맨 마지막에, 작가가 의사와, 의사 아내의 대화를 빌려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확실합니다.
"눈을 뜨고도 앞을 보지 못하는 우리들." 이라는 메시지 입니다.
너무 빤하고, 너무 상투적이고, 너무 교과서적인 메시지 전달입니다만, 어쩜,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를 해도, 못 알아 듣는 우리는 어쩜 '눈먼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요...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은, 문장부호들이 의도적으로 빠져있고, 대화장면도 나눠지지 않아서, 주의깊게 읽지 않으면 누가 말하고 있는 건지 놓치게된다는 것인데, 뭐 저는 별로 게의치 않고 그냥 읽었습니다. 굳이 누구의 대사인지 확인할 필요까지는 없는 것 같아서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주인공들이 모여서 생수를 크리스탈 잔에 따라서 나눠먹는 장면인데요.
이 장면은 이미지가 매우 아름답기도 했고,
그 장면에서 '생수'가 가지는 의미를 절실히 알 것도 같아서.
꼭 영화화 되었으면 하는 장면입니다..
20일이 개봉이에요.. 꼭 보러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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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눈먼자들의 도시 감상기
Tracked from 윤기완과 이유석과 김민우의 레벨시팔쩜넷 2008/11/22 03:56 delete눈먼 자들의 도시 Blindness 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출연 줄리안무어 마크러팔로 가엘가르시아베르날 동명의 유명 노벨수상작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대략적인 줄거리는 세상의 모든사람이 눈을 멀게되고 주인공인 줄리안무어 혼자만이 눈이 멀지 않는다. 세상 모든이가 실명함으로써 들어나는 추악하고 본능적인 인간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원작의 잔혹하고 소름돋는 표현들은 영화로 옮겨 오면서 영화만의 시각적인 효과로 충분히 살리고있다. 영화 중간 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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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셨구나..
그럼 혹시 제 블로그에 가입 권유를 보내주신 것도 '아쉬타카'님?
몇 일전에 비밀 댓글로 가입 권유를 받아서 방문했었어요.
블로그 등록도 했구요.
마침 '눈먼 자들의 도시'가 보이길래 리뷰 써보겠다고 신청도 했더랬는데, 신경써주시니까 너무 감사합니다..
오늘 보러 갈건데요.
신경써주신 것 만큼 좋은 포스트가 나오지 않을 까봐 걱정만 한 가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