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인 건가...
누군가를 가르치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가르친다는 것은 진정한 배움의 길" 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혼자 공부하면서 머릿속으로만 알고 있는 지식들은 그 속에서 죽어있는 지식일 뿐이고 그것이 삶에 우려져나와야만 살아있는 지식일텐데,
많지 않은 지식임에도 관성에 젖어있기 좋아하는 육신은 무언가를 꺼내려하지 않기에,

차선책으로나마 남을 가르치며 조리있게 말하기위해 머릿속에서 생각들을 굴리는 동안 잠시나마 살아있는 지식이 되곤했다.

그래서 나조차 생각치 못했던 비유를 들어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했을 때면 깜짝 놀라곤 하였다.



오늘,
가현이와 민정이를 만나고,
수다를 떨고 그들의 고민에 조언을 해주면서

또 문득, 나자신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

생각해보면,
나에게 사랑은 "그릇"과 같은 것이었다.
사랑을 하게될 때면, 사람들마다 용량의 차이가 있긴하겠지만,
마주하는 사람과 "그릇" 하나를 사이에 놓고 마주 앉아
각자가 들고 있는 수저로 한 번씩 그 안에다 자신의 마음을 채워넣는 과정이라는 생각.
원칙적으로 그 규칙은 자유롭지만
결코 어기지 말아야 할 것은 한 번에 한 명씩만 그 마음을 채운 다는 것.

가장 이상적인 방식은,
똑같은 수저를 가지고 공평하게 한 번씩 마음을 채워넣는 것이겠지만,
때로는 욕심에 그가 안보는 사이 한 번을 더 넣기도 하고,
때로는 두려움에 살짝 빈 수저를 담그기도 하는 것.

나는 때로는 한 번을 더 넣기도 했고, 때로는 여러 번 빈수저를 꽂기도 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의 마음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음에도,
내 마음은 동나버려 비어버릴 때도 있었고,

때로는 그의 수저를 의심하며 빈수저만 꽂다 보니,
가득찬 내마음에, 공허한 그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

나이가 들어가고 경험이 많아질 수록
빈수저를 꽂는 일이 많아졌다. 분명 그랬다.
그러고선 더이상 줄 것 없는 그가 떠났을 때,

"이제는 헤어지고도 아파하지 않는 법을 알게되었다고, 성숙했다고,
 헤어지기 전에 이별하는 법을 배웠다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프지않았던 이유는, 덜어낸 내 마음이 적어서였다.
다시 메워야할 내마음의 빈자리가 적어서였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그에게 미안했다.

가득 '덜어내버린 마음'과 수많았던 '빈수저'의 차이가 너무나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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