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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저분한 차이와결여의 책상 모습...(왜 올렸다니..)


   물론 저에게 국한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저는 학교 안에서 교사일 뿐이지, 학교를 나와서는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유인 즉슨, 제가 본래 '교사'라는 이름에 걸맞는 생각이나, 행동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도 아니거니와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이제껏 서른 다섯 해를 살아오면서 남들보다 바르게 살아야 한다거나,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된야한다거나 하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고, 아마 그렇게 살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냥 아주 소박하게 최대한 인간답게 살고,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살면서 작은 능력이나마 세상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에 감사하다고 생각했지요. 커다란 욕심도 없고 욕망도 없는 이기적인 인간일 뿐입니다. 주변보다는 내 한 몸 건사하기에 급급한 사람이고 그것 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허둥지둥 대는 아주 평범한 사람 일뿐이죠..(평범한 것이 아니라 멍청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튼, 어찌어찌 하다보니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사범대학을 나와 교사를 하게되었고, 대학교에서 배운대로 교사가 된 이상 최소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생님이 되었으면 좋다고 생각하고 있고, 교사라는 이름을 달고 있을 때 만큼은 그 이름에 걸맞는 행동과 생각을 하려고 노력은 합니다.(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을 교사로 두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어쩜 불쌍한지도...)

  하지만, 학교를 벗어난 이상 최대한 학교 이야기나 교사로서의 마인드 같은 것은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인데, 요즘 들어 부쩍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부득이 오늘은 재미없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는 지금도 그렇지만, 지극히 현실지향적인 인간이어서 그때 그때 만족하고 살아가자는 주의인데 문득 5년 전, 그러니까 막 서른이 접어들 무렵 그 전까지는 해보지 않은 10년 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로는 그 전까지 마치 계획한대로 이루어지는 것 같았던 제 인생이 실은 내 뜻대로 된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라는 걸 어렴풋하게 깨닫게 되었고, 앞으로도 그렇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감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직장을 가지고, 차를 뽑고, 가정을 이루고 하면서 나름 원했던 것을 하나 둘씩 이루어가며 만족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과연 내가 이루어 놓은 것은 무엇이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주변의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성취감을 이루면서 만족해하는데, 저는 제가 가진 것들에 대해 그다지 만족할 수 없었고, 아직도 많이 미숙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이루고 싶은 것, 혹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죠.
  하지만 저에게 주어져있는 환경(아니면 내가 스스로 원해서 들어간 환경)은 그렇게 선택의 여지가 많은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저는 '결혼'에 대한 생각이 간절하지 않았고, 때문에 결혼을 인생의 목표로 잡을 순 없었습니다.
  저는 원래 소설가와 같은 창조적인 직업(제가 창조적 능력이 있는 줄은 모르겠습니다만)을 원했었습니다. 지금은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는 해도 그런 생각때문인지 흔히 말하는 '승진'과 같은 개념에는 도통 흥미가 없습니다. 그냥 평교사로 만족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원하는 것 평교사로서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진정한 교육자가 되는 길일텐데, 사립고등학교라는 상황, 입시교육이라는 상황에서는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것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그렇다고 무기력하게 자신을 소비하면서 또는 아이들과 대학 입시라는 것에 매달리면서 하루하루 살아 갈 수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언가 나를 위한 일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몇 해를 이것 저것 해메다가 생각한 것이 '대학원 진학'이었습니다.
  그간 혼자서 이것 저것 공부하다가 한계에 부딪힌 것도 있었고, 또 워낙에 학부 때 공부를 안했던 터라 공부에 한 번 매달려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그렇게 해보고 공부하는 것에 뜻이 생기면 박사도 하고 교수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뜻하는 곳에 길이 있다고 아무리 어려운 길이라고 해도 제가 원한다면 안되는 일이 어디 있겠어요. 그렇게 공부를 시작했지만, 물론 만만하지는 않았습니다. 솔직히 올해 만약 졸업을 하게 된다면, 그다음 박사를 하게 될지, 다른 무엇에 관심을 갖게 될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제 능력의 한계가 거기까지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본래 이것 저것을 멀티로 하지 못하는 인간인데, 공부를 하다 보니, 공부 때문에 못하는 것이 너무 많더라구요. 저는 세속적인 인간이거든요...그렇다고 공부는 또 얼마나 했겠습니까..

  여튼, 얼마 전부터 이러저런 생각을 해왔는데, 오늘은 또 문득 제가 교사로서도 그다지 좋은 교사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언젠가 제가 수업하는 것을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볼 기회가 있었는데, 제가 봐도 참으로 졸리는 수업을 하고 있고, 설명도 그렇게 참신하지도 또 귀에 쏙 들어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떨 땐, 스스로도 잘알지 못하는 개념을 설명하느라 진땀빼기도 하고, 발음이 부정확한데다가, 말을 더듬기도 하더군요.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게다가 우리 교육의 특성상 "교과서"라는 좁은 틀 안에서 허우적대야 하는 것도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국어는 문법을 제외하고는 (어떤 경우에는 문법마저) 다양한 상황 속에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데, 주어진 답에 끼워 맞춰야하고 또 그것을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주입해야 한다는 것이 부조리하게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생각한대로 가르치면 아이들이 더욱 혼란스러워하기도 했구요. 아마도 좀더 나은 방법을 찾지 못한 저의 잘못이기도 하겠습니다만, 여튼 '국어교사'로서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보니, 이젠 다시 잘 가르치는 교사가 되어야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학교에 친한 샘과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알려줄 수 있을까 수시로 고민하고는 합니다.
  '교과서를 해체해볼까'. '특강식 수업을 열어볼까'. '대안학교 식 수업을 해볼까'. '동아리활동이 기반이 된 수행활동을 해볼까'. '논술반을 운영해볼까' 생각은 많은데 어느 것이 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마침 내년부터 새로운 교과서로 수업을 해야하는 고로 교과서 선정부터 잘하고 그 교과서에 대한 수행평가 중심의 수업 방법을 연구해보자는 데까지는 이야기가 진척되었는데, 사실 이 부분은 학교와도 이야기가 되어야 하는 부분이어서 어떤식으로 진행될지, 과연 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많은 복잡한 생각들이 머리 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요즘의 '차이와 결여'입니다.
  아직 아무것도 이루어 놓은 것이 없는데, 최소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무언가는 해야하는데 말이죠.
  나이는 먹어갑니다.
  이제 또 이렇게 몇 번을 살고 나면 4자로 시작하는 나이가 될 것이고, 그땐 가정도 가지게 되겠죠. 자식도 하나 둘 있을 겁니다. 그런 나이가 되었을 때, 그땐 이미 인생의 경력으로서도, 교사의 경력으로서도 10년 이상의 나름 베테랑이라고 볼 수 있는 나이일텐데, 무엇하나 떳떳하게 말할 것 없는 사람이 되긴 싫은데 말이죠.

  나를 위한 삶도 제대로 살지 못하고, 그렇다고 '교사'로서도 제대로 살지 못하는.... 정말 실패한 삶.
  5년 뒤에 저는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요.
  저는 제 '삶의 방향'을 어디로 잡아야 하는 걸까요..

  생각이 깊어가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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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lovis 2010/07/28 01:2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잠이 오지 않는 여름밤입니다... 내일 또 일찍 나가야하는데... 휴..

    제 생각에는, 꼭 실패한 삶은 아니신 것 같아요! 일단, 진짜 실패한 인생이라면,
    이렇게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을테니까요..
    또 그 친한 샘 ( 제 추측에는 '오샘'이 아니실까 합니다만.. ) 과 어떻게하면 아이들에게
    더 잘 가르쳐줄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계시잖아요 ! 그런거 고민 안하시고 자신들 더러운 욕심을 채우는 선생님들도 엄청 많으신데!! 그러니까, 절대 절대 실패한 삶이 아니라는 겁니다..
    '차이와 결여'님의 글을 읽고 있다보면, 정말 멋지게 사시는데 정작 본인은 그걸 모르시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플 때가 있답니다.. '차이와 결여'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제가 얻는 것이 엄청 많거든요. 그래서 비록 짧은 댓글로 나마 힘을 드리고 싶은데...잘 안되네요...

    저는 '차이와 결여'님을 직접 만나뵌적도 없고 (스쳐 지나갔을수는 있겠지만ㅎㅎ) 이렇게 블로그에서 뵙는 게 다지만, 진짜로 멋진 분이시란건 알것 같아요..

    사색에 너무 오래 잠겨 계시지 마세요! 정신건강에 해롭답니다.. 뭐든지 지나치면 안 좋은거에요!!

    • 차이와결여 2010/07/28 14:37  address  modify / delete

      하하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다들 이정도는 살고 계시잖아요.

      제 부족한 넋두리들을 읽으시고 잠시나마 위안을 얻으신다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너무 띄워주진 마세요. 진짜인 줄 알거든요. ^^

      좋은 말씀 감사해요..히히

  2. 실버제로 2010/07/28 07:1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늘 아는 분들과 오랜시간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분은 피아노를 전공하고 있는 동생. 한분은 독문학과 음악학 사이를 전공으로 하고 있는 오빠.
    다른 한분은 위성에서 내려받은 것을 지도로 만드는 작업들을 하는 연구원오빠.
    다른 한분은 생명과학을 전공하고 있는 박사과정 동생이었지요.
    참으로 다양한 분야인데... 서로가 가진 고민이 참 비슷하더군요.
    지금의 세상은 어떠한 틀속에 모든것을 가두려고 하는데 그게 끝으로 향해가고 있고, 그래서 다시 틀에서 나와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차이와결여님이 고민하시는것들...
    충분히 이해하고요. 그 고민들속에서 차이와결여님도, 아이들도 자라지 않을까요?
    아무것도 안하는것보단 고민하고 도전하고 깨지는것이 더 나을거같아요...^^
    새로운 세상에서 잘 살아갈수있는 아이들을 키워주세요!!

    • 차이와결여 2010/07/28 14:37  address  modify / delete

      따스한 말씀 감사합니다..

      아직 저는 무럭무럭 자라나고 싶습니다!!

      어서 쑥쑥 자라서 새나라의 일꾼이 될테야요.. ^^

      고마워요 '실버제로'님~

  3. 카르페디엠 2010/07/28 11:0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다 그러고 삽니다..

    • 차이와결여 2010/07/28 14:39  address  modify / delete

      쏘~~ 쿨~~

      역시 '카르페디엠'님이셔요.

      정신이 '번쩍' 드는데요?

      그런것이겠죠? 겨우 엄살 따위나 피우고 있지는 말아야겠습니다.

      감사해요^^

  4. 클라리사 2010/07/28 18:3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다 그러고 삽니다...2222
    (사십대도,결혼해도, 별 다르지 않음~)

    • 차이와결여 2010/07/29 17:48  address  modify / delete

      쿠후.. 그럼 제가 제대로 살고 있다는 거네요?
      다시 살아갈 힘을 주셔서 감사해요. 열심히 부딪히고 깨지면서 살아가겠습니다..^^

  5. 에코 2010/08/04 10:1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늘 이런생각에 밤에 잠못자고 있다가
    아침에 되면 눈을 못뜹니다 ㅠㅠ

    • 차이와결여 2010/08/04 17:52  address  modify / delete

      힘을내자구요.

      '에코'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고, 저도 그렇구요..

      더 오래 사신 분들도 '다 그러고 사신다'고 하시니까 우리는 정상적인거에요.. ㅋㅋ

      더 열심히 깨지고 부딪히고 하다보면 또 어떻게든 살아지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