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깡패같은 애인

<내 깡패같은 애인> 메인 포스터



* 2010년 05월 21일 17시 20분
* 프리머스 시네마(오산)
  (★★★☆)

  오래간만에 꿀맛같은 연휴를 맞이하여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뭐라도 봐야하겠기에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아직 <하녀>를 못봤기 때문에 정 볼 영화가 없으면 <하녀>라도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더랬죠. 그런데, 영화관에 가서 보니, <내 깡패같은 애인>이 상영되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기자시사회가 열렸다는 기사를 읽었었는데, 저는 '정유미'를 한동안 눈여겨 보았었으므로 망설여졌습니다. 하지만 왠지 <하녀>는 땡기질 않더라구요. 그래서 표를 예매하고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았습니다.

  이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은 언뜻보기엔 그저그런 내용의 진부한 조폭&로멘스영화라는 느낌을 주는 영화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제목도 무슨 삼류 조폭영화같은 느낌이 들고, 이제는 흥행파워라고 할 수도 없는 '박중훈', 그리고 떠오르는 신예, 그러나 뭔가 기묘한 느낌을 주는 '정유미'가 주연을 하고 있다는 것을 봐도 그렇지요. 개인적으로는 포스터도 정말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예매할 때에는 이런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래 그동안 괜찮다는 영화들만 봐왔으니까. 한 번쯤은 가볍게 머리를 식힐 필요도...'

  그래서, ''정유미'만 이쁘게 나오면 된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영화를 봤지요. 그런데 의외로 소박하게 시작한 영화가 결말까지도 예쁘게 처리되어서 영화를 다 보고 나섰을 때에는 뭔가 뿌듯한, 그리고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어서 매우 기분좋은 영화였습니다.

내 깡패같은 애인

만나자 마자 티격대는 둘의 만남 <내 깡패같은 애인> 스틸 컷



  대강의 스토리는 이러합니다.
  지방에서 대학을 마치고, 대학원도 마친 '한세진(정유미)'은 서울에 직장을 잡게 되었고, 그저 적당한 사람에게 시집을 가서 곁에 머물러주길 바라는 아버지를 뒤로 하고 상경하게 됩니다. 요즘처럼 취직이 어려운 때에 서울에, 그것도 번듯한 직장에 애인까지 생겼던 '세진'은 나름 인생 최고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러나 기쁨도 잠시 회사는 부도가 나고 애인에게도 채여서 달동네로 이사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민망한 마음에 시골의 가족에게는 회사의 부도 사실을 알릴 수 없었고, 여기 저기에 입사원서를 넣으며 다른 직장을 구하기 위해 애를 쓰지만, 일이 뜻대로만 풀리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가뜩이나 우울한 상황에 옆집에 사는 사람까지 신경을 쓰이게 만드는데요. 그가 다름 아닌 삼류 조폭 '동철(박중훈)'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 겉은 무섭게 생겼어도 맘은 착한 것 같아 자꾸만 정이 가게 됩니다.


  영화를 보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이렇게 적으면서 생각해보니, 어디선가 봤던 스토리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박신양', '전도연' 주연의 <약속>과 같은 스토리 혹은 <걸어서 하늘까지> 와 같은 이야기가 그것이 아닐까 하는데, <내 깡패같은 애인>은 그렇게 구구절절한 스토리의 사랑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여주인공이 잘나가는 '의사'도 아니고, 지고지순한 순정을 바치는 인물도 아니거니와 직장을 구하지 못해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백조'이고, 남자 주인공 또한 17대 1로 싸워도 이길 만큼 멋진 조폭도 아니지요. 까닥하다간 동생들에게 '까'일지도 모르는 후줄근한 인물입니다.
내 깡패같은 애인

무슨 깡패가 만날 맞고만 다녀요? <내 깡패같은 애인> 스틸 컷



  그런 두 삶의 공통점이라면 삶이 고단하다는 것이겠지요. 그러다보니 상대방의 고단함까지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는 것이고, 자신의 삶을 보듬는 것처럼 서로의 아픔을 보듬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영화적 설정도 있습니다. '동철'과 같이 착한 깡패는 거의 없다고 봐야겠지요. 하지만 영화이니까 그냥 넘어갈 수 있습니다.

  여튼, 조직으로부터 소모될 대로 소모되어버린 퇴물 '동철'과 아직 자신이 가진 것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학벌주의 앞에 무너져가는 '세진'의 모습은 이기주의와 경쟁주의가 만연한 우리들의 사는 모습 그대로 입니다.

  이렇게 민감하고도 코믹한 설정에 어울리지 않는 시대적 의식을 감독은 적당히 버물여 가면서 영화를 이끌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통속적이게도 절대로 어울릴 수 없는 두 사람의 만남이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되기를 바랐습니다.  언젠가부터 우리 나라 영화나 소설들도 '해피엔딩'을 그리는 것이 어설프지 않고 그럴듯해서 나름 기대를 하게된 것도 있었는데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영화의 결말은 직접 영화관에 가셔서 확인하세요.

내 깡패같은 애인

요샌, 면접 볼 때, 춤도 추나요~~ <내 깡패같은 애인> 스틸 컷



  여튼, 뻔한 짐작이긴 하지만,
  '동철'이 또 한번 조직을 위태롭게 하던 '박반장'을 제거하기 위해 '재영'과 가면서, 뻔히 자신과 같은 길을 걷게될 '재영'을 뿌리치고 혼자 가는 모습과 '세진'이 면접을 보러 간 곳에서 놀림만 받고 돌아서면서 흘리는 눈물 같은 것들은 극적이지만 사실적인 부분을 담고 있어서 가슴에 찡했습니다.

  그래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이면서도 좋은 느낌으로 영화관을 나올 수 있는 영화가 되지 않았나 싶은데요. 여러 사이트 들의 평점도 좋고, 입소문도 타고 있는 것 같더라구요.

  <하녀>, <시>, <하하하>등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영화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가볍게 머리도 식히고 기분전환도 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딱 어울릴만한, 별 4개까지는 아니어도 3개만 주기도 아까운 영화입니다.

내 깡패같은 애인

이 영화의 결말은 해피엔딩일까요 새드 앤딩일까요??? <내 깡패같은 애인>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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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lovis 2010/05/28 19:4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는 개인적으로 해피앤딩이기를 바랍니다... ㅎ

    근데 슬픈 영화는 아닐것 같아요~
    달달한 영화같아요 !
    결말은 ,
    영화관가서 직접 확인해야 하는건가요???

  2. 행인 2010/06/07 19:1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왜 지금까지 취직을 못하셨을까요?

    지금껏 이런걸 물어본 회사가 없었습니다...

    • 차이와결여 2010/06/07 21:25  address  modify / delete

      아. 정말 그 대사는 가슴을 때리는 대사였어요..
      맞네요. 까먹고 있었어요..^^

      방문을 감사드려요. '행인'님..

  3. 정말 2010/06/28 13:3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영화 방금봤는데 아 마지막.. 정말 ㅎㅎ
    정말 외면하기엔 아까운 영화같네요. 돈ㅈㄹ 영화와 드라마에 지친이들에게 추천합니다. ^^

    • 차이와결여 2010/06/28 13:43  address  modify / delete

      방문을 감사드려요. '정말'님 ^^

      어찌된 영문인지 처음 포스팅을 했을 땐, 이 포스트로 방문자가 거의 없었드랬죠.

      근데, 요 며칠 사이 부쩍 방문자가 많아 졌어요.
      그러다보니 'N'포털사이트의 검색 순위에도 올랐나봅니다.
      덕분에 '정말'님의 방문도 받게 되었네요.

      방금 보시고 바로 방문해주셔서 더더욱 영광입니다.
      정말 외면하기엔 아까운 영화죠? 저도 다시 보고 싶어집니다. ^^

  4. 바보네가게 2010/07/11 03:1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갠적으로다.. 4개도 아깝지 않은 것 같다는... ^^ 영화를 그리 많이 봤다고 할 만하지는 않지만.. 열혈남아 이후로 [깡패]를 소재로 한 영화 중에서 참~ 사실적이라는 느낌입니다. 거기에 "취직"이라는 소재로 더욱 현실감을 준 것 같구요.. 헐리우드 진출작 무슨 드래곤 이후로 오랜만에 본 박중훈의 연기는 영화를 보는 사이사이 굳~ 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좋았습니다. 흥행에 그리 참패한 것 같지는 않지만 더 흥행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직도 우리 사회는, 그 구성원들은 환상속에서 꿈을 꾸고 있는 모양입니다...

    • 차이와결여 2010/11/23 20:10  address  modify / delete

      앗.. '바보내가게'님..

      제 블로그가 인기블로그도 아닌데, 답글 다는 걸 잊어버렸네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저도 '열혈남아'를 참 괜찮게 봤는데요. 이 영화도 참 좋은 영화였습니다. 두 배우의 연기도 좋았고, 모나지 않게 연출한 감독의 능력도 좋았다고 느꼈습니다..

      댓글 감사해요~~

  5. 클라리사 2010/11/23 07:0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행기 타면 가볍게 볼 한국영화 고르는데요. 기대 안하고 봤다가(제목 넘 진부~) 울면서 봤어요^^. 정유미라는 배우 몰랐는데,연기 좋다고 느꼈고요. 삶의 은근함,미소,그런 것들이 다가왔어요.

    • 차이와결여 2010/11/23 20:09  address  modify / delete

      맞아요.. 저도 그냥 가볍게 봤었는데, 의외로 수작이었어요.. 그 후로도 꽤 오랫동안 극장에 걸려 있었구요.
      박중훈이 트윗으로 흥행작이었다고 사랑에 감사드린다고 이야기했으니, 흥행도 나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정유미도 연기가 날로 괜찮아지고 있어요.. ㅎㅎ 첨엔 '싸이더스HQ' 소속이라 또 얼굴로 밀고나가는 배우인가.. 했었는데, 필모그래피가 범상치 않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