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잔디

<봉명역 꽃잔디>

 

  3월이 넘어서도 폭설이 내리고, 아침 저녁으론 서늘하다 못해 싸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요즘이지만,

  봄이 오긴 오는 가봅니다.

 

  저는 이번주 월, 화, 수에 걸쳐 수학여행을 다녀왔답니다. (요새는 '테마여행'이라고 하긴 합니다만.)

  교사가 되기 전까지는 수학여행 하면 기억나는 것이 모두 즐거움이었는데, 교사가 되고 난 후부터는 수학여행하면 '고생'이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은 수학여행에 남다른 기대를 가지고 무엇하나라도 즐거운 일들을 만들고자 애를 쓰는 통에, 다음날 '설악산' 등반이 예정되어 있음에도 밤에 잠을 자려하지 않고,

  교사들은 그런 아이들을 달래고 윽박지르면서 재워야 하니까, 더불어 밤을 새우게 되는 것이 고되고,

  밥을 먹지 않으면 빡빡한 일정에 지칠까싶어 어떻게든 식사를 먹이려하지만,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각종 군것질을 한 아이들은 먹기 싫다며, 원래 아침은 먹지 않느다며, 밥 맛이 없다며 먹지 않으려고 기를 씁니다..

  모르겠네요.

  저는 학창시절에 나름 말 잘듣는 범생이였고, 순응적인 학생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기분 좋은 것, 제게 유리한 것만 기억하길 좋아하는 제가 미처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새삼 선생님들께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한 편으론, 제가 학교 다닐 때와는 달리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아이들이 불쌍해 보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여튼,

  담임교사로서, 학년교사로서, 아이들이 최대한 즐거운 분위기에서 수학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때론 소리도 지르고, 때로는 기분도 맞춰주면서 나름 즐거운 수학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수학여행의 클라이막스는 반별 장기자랑 이었는데요.

  우리반 남자 아이들이 걸그룹 "2NE1"<Fire>의 노래에 맞추어 코믹여장 댄스를 한다기에, 그러라고 했더니만, 저에게 "산다라 박"으로 깜짝 등장을 하라고 시키더군요.

  부랴부랴 뮤직비디오를 챙겨보고, 동작을 연습하고 (가기 전날, 혼자 사는데도 누가 볼새라 방문, 창문 닫아 놓고 달밤에 체조를 했다능...)

  대기실에서 예쁘게(?) 화장을 하고 무대에 올랐습니다.

  당연히 레깅스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가슴엔 과도하게 부풀려진 풍선을 넣었지요.

 

  여장은.. 대학교 1학년 때, "미스 국어 선발대회" 때 처음 해보았던 것이니까. 무려 15년 만에 도전한 것이었습니다만, 창피한 것은 재쳐두고 아이들과 동작이 맞지 않을까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나름 무사히 장기자랑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아이들과 무엇을 해냈다는 느낌 때문이었는지, 창피함보다는 기쁜 마음이 더 크더군요.

  그렇게 올해의 수학여행은 별탈없이 잘 마무리가 되었답니다.

 

  수학여행의 두 번째날, 설악산 비룡폭포를 등반하는 코스가 있었는데, 아직 눈이 녹지 않았더군요.

  그래서 매우 위험했었고, 강원도 구석구석을 다니는 동안에도 길가에 핀 꽃 한송이 볼 수 없었기에, 올해 겨울은 왜이리 긴건가, 봄은 언제 오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상하게 학교 선생님들께서 나이를 많이 물어보시네요.

  그리고 만나는 사람이 있냐고도 물어보시고,

  생각있으면 만나보겠냐는, 누구 소개시켜준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네요..

  하나, 둘, ... 도합 네 분께서 그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마침, 날도 땃땃한 것이 놀러나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 하고 있었는데, 어찌들 아시고..ㅎㅎㅎ

 

  어제는, 후배녀석 하나도 봄날을 우울해하는 이야기를 하던데,

  모르긴 몰라도 어느새 우리 곁에 봄날이 성큼 다가와 있는 것 같습니다.

 

  곧, 꽃 피고 새 우는 봄이 찾아오겠죠?

  5월에 석가탄신일과 놀토가 껴있는 황금 연휴가 있던데,

  대학원만 안가게 되면 어디든 놀러가고 싶은데 말이죠..ㅎㅎㅎ

 

  동해를 갈까, 지리산 산수유를 보러갈까, 제주도 올레길을 걸을까, 녹차밭을 갈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차이와 결여'입니다. ^^

 

  덧붙임:

  오늘은 4월 9일.

  어느 덧, 싱글이 된지가 2년을 넘게 되는군요.

  늙은 탓인지,

  2년인지, 3년인지 가물가물 합니다.ㅋㅋ

 

  아.. 아름다운 싱글!

 

 

Trackback Address >> http://cha2.co.kr/trackback/275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clovis 2010/04/09 20:0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하하 ^^
    동영상잘봤습니다 ㅋㅋ
    누가 '차이와결여'님이신지 모르겠네요... 반응으로 보아하니 마지막에 나타나신 분이신것 같긴하네요ㅎㅎㅎ

    지리산 산수유 보러가시는거 추천해드려요!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뭐 다른곳도 아름답겠지만요
    올해만큼 산수유가 반갑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ㅎㅎ

    • 차이와결여 2010/04/09 23:40  address  modify / delete

      재밌으셨죠? ㅎㅎ

      마지막 맞습니다. 다행히 얼굴을 알아볼 순 없어서 그냥 올렸습니다요..ㅋㅋ

      산수유 정말 보고 싶긴 합니다..

      어디를 갈지 고민이 되네요..^^

  2. anne 2010/04/10 09:4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안녕하세요. 차이와 결여님~
    글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동영상도 잘 봤구요.
    전 학교 선생님들을 특별하게 생각하는데 역시 존경스러운 직업입니다.
    아이들과 같이 섞여서 춤추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숩니다.
    언제나 맑은 차이와 결여님이 되시길 바랍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꽃 사진도 참 싱그럽습니다.
    감사합니다.

  3. j 2010/04/10 22:5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래비야.
    아직두 그런 날짜를 챙기고 있으니 아직 멀었어요 ㅋㅋ
    반칙입네다 반칙 ㅋㅋ
    전 뭐 기억도 안납니다.
    집에 요양하러 왔어요.
    담에 말끔하게 만나요 ㅋㅋ
    그나저나 동영상 오나전 웃기요 ㅋㅋ

    • 차이와결여 2010/04/12 09:36  address  modify / delete

      못 잊어서 그러는게 아니잖아~
      이젠 그와는 상관없는 나만의 날짜일 뿐이니까 반칙아니야~

      일자가 너무 그지같아서 까먹을 수가 없어..ㅎㅎㅎ


      나도 주말 동안 감기 때문에 고생 좀 했지..

      말끔해져서 꽃 놀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