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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4월입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어라, 벌써 34이네..'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방안에서 뒹굴대다 보니 새학기가 찾아오고, 또 그렇게 아이들과 지지고 볶다 보니 4월하고도 11일이네요.

  아시다시피, 올해는 가르치는 일과 배우는 일을 한꺼번에 하다보니 시간이 두 배로 빨리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안돌아가는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강의를 들으러 가야 하는 날인지라, 좀 전까지 과제에 매달려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오늘 제출은 힘들 것 같아서 내려놓았습니다.
  하지만, 제출기한을 넘기는 건 아니니까, 걱정 없습니다. ㅎㅎ

  4월은 몇 가지 애련(哀戀) 때문에 가슴 한 켠이 아리는 달입니다.
  왜인지, 4월에는 이별이 많았더랬는데요.
  생각해보니, 첫 사랑도 4월에 이별하였고, 바로 전 사랑도 4월에 이별하였군요.
  그것은 다시 말해, 제가 싱글로 생활한 지가 벌써 1년을 훌쩍 넘겨버렸다는 겁니다. 후후...
  제 연애사 중에 이렇게 긴 공백기간은 없었는데 말이죠.
  여튼, 그래서 친한 학교 선생님에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부터 나는 하루하루가 역사야"

  너스레를 떤 것이긴 하지만, 사실 좀 신기하기도 하고, 한 편으론 언제까지 싱글로 지낼 것인가 하는 궁금증도 조금 생기는 그런 마음입니다.
  사실,
  딱 1년이 되는 날은 무슨 기념 파티라도 하려고 몇 주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꼭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그냥 지난 삶을 반추해보는 뭐 그런 시간을 조용히 가지는 ... 뭐 그런거요.. 그런데, 막상 그 날이 되니 아침부터 일이 많아 시간은 너무 빨리 흘러가버리고, 야자까지 해야했던터라 그냥 밍숭맹숭 지나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뭐, 딱히 아쉽진 않습니다만...

  방학 때까지라 생각했던 각종 '소개팅', '맞선' 주선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아주 예상치 못한 곳에서 출몰하는 그 주선들에 혼비백산하여 뒷걸음질로 도망치기에 급급한 저입니다만... 언젠가는 그것도 삶의 일부로 받아 들이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지요. '이제 결혼해야지' 라는 말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 것처럼 말이죠..

  삶의 불만을 꼽아보자면,
  갑자기 타이트해진 일상으로 인해서, 여가 활동을 전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학교 이외의 대인관계가 바닥을 치닫고 있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이것 저것 잘하는 사람들도 많긴 하지만, 저는 무식하게 한 가지밖에 못하는 성격이라, 담임업무에, 국어수업에, 보충수업, 거기에 틈틈히 과제를 하는 정도도 감지덕지 대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영화도 한 편도 보지 못하고, 읽고 싶은 책은 한 권도 읽지 못하고 논문과 참고서적들만 들고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머리 속은 오로지 '논리', '조리', '체계' 들로만 가득 채워져서 메말라 버린 감성에 이런 글조차 쓰기가 버겁더군요..^^
  그간, 블로그에 글을 쓰러 들어왔다가 도저히 글발이 안살아서 나가버린 것이 10번도 넘을 겁니다. ㅎ

  여튼,
  여러분은 어떠실지 모르겠으나,
  저는 가끔 들어와서 방명록에 남겨주시는 글을 읽으면서 가슴 한 켠에 따스함을 담아가고는 합니다. 용기도 얻고 힘도 얻구요.

  왠지, 자기 블로그에 들어와 방명록을 읽고 위안을 얻는다는게 무슨 변태 오타쿠 같은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실버제로'님과 '카르페 디엠' 님께 이 자리를 빌어 특별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
  그 외의 모든 방문자님들도 동등한 크기의 감사를 드립니다. 꼭 댓글이나, 트랙백을 걸어주지 않으셨더라도 몰래와서 보고 가시는 모든 분들 모두 감사요..

  이제 또 슬슬 옷을 챙겨입고, 강의를 들으러 가봐야겠습니다...
  (요새 소논문을 쓰기위해서 한참이나 윤동주를 들여다봐서인지.  '대학 노우트를 끼고 /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하는... 시 구절이 문득 떠오르는 군요!)

  4월입니다.
  제게는 비록 史월 이었고, 事월 이기도 하고, 死월 이었었고, 思월 일테지만,

  여러분들에게는 '사'랑의 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모두모두 건강하시고요.
  다음에 인사드릴때까지.. 평안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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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카르페 디엠 2009/04/12 16:5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왠지 다음엔 더욱 현란해진 결이님의 글을 볼 수 있을거란 예감이 드는데요?
    이리도 치열하게 공부하고 생각하니말이죠^^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많은 공부에 몸 축나지 않게 결이님도 건강 챙기시기 바랍니다
    저는 여기 '물축제'를 맞아 큰 물총을 끼고 물총놀이나 가렵니다

    • 차이와결여 2009/04/12 22:20  address  modify / delete

      뉴스를 보니, 방콕은 반정부시위 때문에 비상사태까지 선포한 상황이라는데.. 그곳은 괜찮으신지요.

      '물축제'를 한다는 것 보니까 별 이상은 없으실 것 같은데.. 그래도 좀 걱정입니다.

      부디 즐겁게 축제 즐기시고, 안녕하시길 ^^

      덧붙임:
      요샌 이곳도 여름 처럼 더워졌어요.. 벚꽃과 목련은 만발한데, 날씨는 초여름이랍니다.. 봄이 없어졌어요 >.<

  2. 실버제로 2009/04/13 07:2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다르게 살아보는것이 사람을 더 넓혀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한국에 있을때는 정말 친구가 많은 스타일이었는데, 지금은 그렇게까지 많은 친구가 있진 않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친했던 사람들은 여전히 친하지만,
    공간과 시간의 차이가 존재하니까요.
    이렇게 살다보니... 참 외롭고 힘들때도 있지만...
    지금은 이런 시간을 보내야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공부도, 연애도... 물 흘러가듯이 하세요.^^

    그리고 전부터 궁금했던건데 카르페 디엠 님도 혹시 블로그 있으세요? 전부터 가보고싶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 차이와결여 2009/04/13 09:47  address  modify / delete

      좋은 말씀 고마워요.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어찌 생각해보면, 철이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여전히 '왜 그래야만 하는가?', '남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건 우습지 않은가?' 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요.

      '실버제로'님 처럼 주체적으로 '다르게 살아보겠다.'는 용기있는 생각은 못하지만, 아무생각도 없이 그냥 한다는 건 내삶의 주인공이 나라는 사실을 포기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

      저에게도 지금의 시간이 이렇게 보내야만 하는 시간이겠지요.

      '카르페 디엠'님도 블로그가 있을까요??

    • 카르페 디엠 2009/04/13 20:20  address  modify / delete

      블로그가 있긴 하지만 개인 일기장 같은 수준이라
      창피해서 공개못한답니다ㅋ
      대부분의 글이 비공개이기도 하구요^^
      여기서 찍은 사진이라도 좀 올려볼까 했는데,
      사진 3장 올리는데 40분 걸릴정도로 여기 인터넷 환경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요즘은 셔터문 닫은 블로그 취급하고 있지요
      그러니 제 블로그를 보실 일은 없으실거예요
      오히려, 아름답다는 독일 풍광을 올린 실버제로님의 블로그를 기대하겠습니다~
      푸켓 사람들 대부분이 관광업에 직,간접으로 엮여진 터라 방콕처럼 시위하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다들 물 뿌리며 노느라 정신 없어요
      같은 시간을 살지만 이렇듯 선택하는 삶의 방식은 다릅니다. 그건 태국인이라고 예외일 순 없지요
      우리 또한 각자 보내고 있는 시간에 후회없도록 해요^^

    • 차이와결여 2009/04/13 21:08  address  modify / delete

      아.. 아쉬운데요. '카르페 디엠'님...

      그리고 다행입니다. 별일 없으셔셔요. ^^ 좀 전엔 70명의 사상자가 났다고 해서 정말 걱정했어요 ^^

    • 실버제로 2009/04/14 06:49  address  modify / delete

      저는 싸이를 위주로 하는데...^^;;;
      블로그가 있기는 한데.
      뭐 특별한건 없거든요. 사진 찍는것에, 찍히는것에 아주 관심이 없거든요.

      혹시라도 뭐 시간되시면 놀러오세요.
      www.cyworld.com/treesnow
      blog.naver.com/snowtree2020
      둘다 이름이 골드바흐 따라잡기 에요.^^

      일촌이나 맺어볼까요?ㅋㅋ

    • 차이와결여 2009/04/14 16:01  address  modify / delete

      ㅋㅋㅋ

      저는 싸이는 애들만 왔다갔다 하는 곳인데,

      아.. 그곳에는 제 치부들이 무진장 드러나 있어서 심히 망설여집니다.. ㅎㅎㅎㅎ

      아.. 어찌까..ㅎㅎㅋㅋㅋㅋ

  3. 괜찮아 2009/04/16 11:0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한동안 소식이 없어서 궁금했었는데, 새 소식 올라오니 반가워요. :)
    3월은 참 더디게도 제자리 뛰는 기분이었는데, 4월 되니 시간이 흐르는 게 약간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블로그 이사할 엄두까지는 못 내고 있습니다. 초대장 받은 게 약간 민망해지는걸요.

    정말 기온 이상인건지... 모든 꽃들이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뜨려버려서 여기저기 백화만발입니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꽃잎들이 흩날리는 것이 참 아름다우면서도 이렇게 또 봄이 가는구나 싶어 아쉽기도 하고~
    예전엔 어르신들이 꽃놀이, 단풍놀이 가는 게 유난 떠는 것처럼 여겨졌는데 나이들수록 그게 아니다 싶어요.
    아무리 바쁘다해도 계절 기분만큼은 내시길 바랍니다. ㅎㅎㅎ

    • 차이와결여 2009/04/16 13:28  address  modify / delete

      아! 저두 정말 반가워요 '괜찮아'님. ^^

      블로그가서 아이들 소풍 사진 잘 보고 왔습니다. 아이들이 정말 예쁘네요. ^^

      블로그 이사는 하셨나하고 저도 간간히 확인은 해봤습니다만, 이사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죠..

      잘 지내고 계시지요?
      얼마 전까지 날이 차더니, 금방 또 더워져서 꽃마저 피지 않았다면 봄이 있었나 싶더라구요.

      학교 뒷산을 보니, 어느새 여린 잎새들이 푸르게 돋아 나고 있던데, 이러다 금방 반팔입고 땀을 흘리지 않을
      까 싶네요. ^^

      '괜찮아'님두 바쁘실텐데, 바쁜 와중에도 여유로운 생활 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