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금요일이고 내일은 토요일이라 아직 보충수업이 끝난 것도 아닌데,
왠지, 보충수업이 끝나고 설날연휴가 시작된 듯한 기분이 든다.
설.. 이라고 해봐야 어렸을 때만큼 설레고 즐거운 기분이라고는 찾을 수도 없고,
그저 친척 어른들께서 덕담삼아 한 마디씩 건네실
'올해는 좋은 사람 만나서...' 라는 말들에 어떻게 잘 대처할까... 하는 고민만 드는데,
오늘은 문득 라디오에서 국외에 거주하고 있는 동포들과 연결하여 세계의 설날에 대해 이야기를 건네는 것을 듣게 되었다.
그 방송을 들으면서, 설날이 되긴 됐나보다, 한 살을 더 먹긴 먹나부다.. 하면서 듣고 있는데,
중국에 사시는 29세의 여성분이 중국은 워낙에 땅덩어리가 커서 고향까지 다녀오려면 가는데만 30시간동안 기차를 타고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문득, 영화 <첨밀밀>이 떠올랐다.
그래서 집에 돌아오자 마자 <첨밀밀>을 보았다.
영화가 제작된 연도는 1996년이었는데, 나는 언제 처음 보았었는지 기억이 나진 않았다. 아마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바로 본 것은 아니었구, 비디오방에서 봤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군대도 다녀온 1999년 이후 일거라는 가정하에 거의 10년만에 다시 보게 된 것이었다.
영화는 홍콩의 반환이 얼마 안남은 시점, 중국 본토에서 부자가 되기위해 홍콩으로 이주해 온, '여소군(여명)'이 어리숙한 모습으로 기차에서 내리는 장면부터 시작이었다. 사실, 내가 이 영화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던 것은 바로 이 장면이었고, 그 덕분에 오늘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된 것이었지만, 오늘 다시 본 <첨밀밀>은 완전히 새로운, 내 기억에는 거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있던 영화였다.
물론 잊을 수 없었던 몇몇 장면은 있었다.
'이교(장만옥)'이 믿고 의지하던 '표'오빠와 처음 만나는 부분에서 '표'오빠가 등에 '미키마우스'의 문신을 해 온 장면
이루어 질 것 같던 '이교'와 '여소군'의 사랑이 처음에는 홍콩 반환으로 인한 주가 폭락으로, 다음에는 경찰에 쫓기게 되는 '표'오빠 때문에 계속 어긋나기만 하던 장면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더욱 중요한 두 사람의 감정들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덕분에 완전 집중해서 영화를 볼 수 있었는데....
아..<첨밀밀>이 이토록 좋은 영화 였던가....
무엇보다 '장만옥'의 연기는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고, 감독의 연출은 유려했다. 어찌할 수 없는 운명에 휩쓸리는 두 사람의 스토리는 정교했고, 배경에 깔리는 음악들은 그런 스토리라인을 감싸주고 있었다.
정말 최고였다.
바보 같은 '여소군'이 고향에 있는 애인 '소정'에게 줄 팔찌를 고르면서 하나를 더 사서 '이교'에게 건네주는 장면... 가진 것을 모두 잃고 빛더미에 올라 있던 '이교'는 그쯤 '안마사'가 되어서 어렵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며 자신의 이상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그런 자신에게 바보같은 행동을 하는 '여소군'을 도저히 예쁘게 봐줄 수 없었고, 불안한 그녀의 삶에 또하나의 불안을 얹을 수는 없어서 그의 마음을 냉정하게 거절해야 했다.
그런 그녀의 대사,
'여소군 동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네가 아니야, 네가 여기에 온 목적도 내가 아니야.'
애써 흔들리는 자신이 마음을 보여줄 수도 없었기 때문에 울먹이는 목소리로 정신차리자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
그건 어찌할 수 없는, 아프지만 그순간 둘을 위한 최선의 결정이었다.
아..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10년 전 처음 봤을 땐,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장면들이 오늘은 너무나 절절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오늘은 맥주를 한 캔 드시고 주무셔야 겠다는 생각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났더니,
영화에서 뒤늦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던 것처럼, 나도 뒤늦게 이 영화를 참 좋아했던 한 사람이 생각났다.
그나저나, '장만옥' 여사님은 뭘하시나?
여전히 우는 연기는 아름다우실까?
새영화는 안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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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밀밀... 여태까지 총 4번 봤는데 그때마다 나를 울리는 영화지요.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고 물으면, 언제부터인가 항상 '첨밀밀'이라 대답하게 되더라구요.
등려군의 테이프도 사다가 여러번 듣곤 했는데...
그 테이프는 이제 어디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연휴4일째라서 낮밤이 바뀌어버렸습니다. --;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할 생각하니... 눈물이 흑!
아.. 정말 좋죠??
저는 그땐 왜 몰랐을까요..
영화가 오밀조밀 너무좋아요. 더불어 생각도 많이 해주게 하더군요..
어찌 새해 첫 출근은 잘 마치셨는지요.. 그맘 저도 압니다.. 흑...
설날은 잘 보내셨나요??
네~ 우리 큰집은 서울이라 역귀성을 해요. 그래서
세배드리고 할아버님 할머님 산소에 가는 길에나 가야 좀 막혀서 명절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요.
올해는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할아버지 산소엔 가지도 못했어요.^^
차들도 많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올해의 덕담의 대세는 '액땜' 이었답니다..
우리나라 전체가 새해 첫날부터 '액땜'을 했다 치자...라고요..
어찌.. 떡국은 드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