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취향> 공식포스터
* 2009년 1월 19일 20시 30분
* 아트하우스 모모(이화여대 ECC)
* 위드블로그 시사회 리뷰 당첨 관람
(★★★★☆)
8년만에 재개봉하는 영화 <타인의 취향>의 시사회 리뷰어로 선정되어 '아트하우스 모모'에 오래간만에 다녀왔습니다.
날이 너무 추워서요. 처음으로 차를 끌고 이화여대 정문을 통해 ECC 주차장까지 들어가봤는데요.
후~~ 4시간에 1,500이라는 주변에서는 보기 드문 저렴한 주차료로 감동을 시키더군요. 물론 영화 관람객에 한해서요.. 안 받으면 더 좋겠지만은... 그래도..
처음 '씨네큐브'에서 개봉했던 것이 2001년이었으니까 8년 만에 다시 찾아온 영화이군요.
그땐, 한참 여의도에 있는 모 회사에 취직하여서 일을 배우고 있던 때라, 영화의 개봉 소식은 들었지만, 쉽게 영화를 보러 가지 못했었습니다. 그리고 그땐 사실 다른 곳에 더 많은 관심이 가던 때이기도 했지요.
여튼,
그렇게 관람의 기회를 흘려보내고 몇 년이 흘러서야 영화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제서야 후회가 되더군요. 왜 이 영화를 놓치고 말았을까... 생각해보니 그 땐, 아직 혼자서 영화를 보러 다니지도 못할 때였고, 당시 만나던 여자친구가 별로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아쉬웠지만, 언젠가 다시 극장에서 만날 기회가 있으리라고 참았더니 드디어 이번에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더군다나 시사회라니요.. 너무 감사한 마음이지요..
(줄거리 이 후에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이야기를 나누는 '부르노'와 '프랑크' <타인의 취향> 스틸 컷
그들의 고용인 '카스텔라'는 교양이라고는 좀체로 찾아볼 수 없는, 그저 공장을 경영하는 것에만 몰두하고 살아온 사람입니다. 그에게는 아리따운 아내 '안젤리크'도 있고, 사사건건 회사의 업무를 조언해주는 유능한 비서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삶은 늘어가는 뱃살과 피곤으로 무기력하기만 합니다. 그러던 중, 어린 조카가 단역으로 출연하는 <베레니스>라는 '라신'의 연극을 보러 갑니다. 그 곳에 주연으로 출연한 '클라라(안느 알바로:Anne Alvaro)'에게 첫눈에 반해버리게 됩니다. 그런데, 그녀는 사실 비서가 영어를 가르칠 목적으로 데려왔었으나 맘에 들지않아 좇아냈던 영어선생님이었죠. '카스텔라'는 그날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하게 됩니다.
'부르노'와 '프랑크'는 연극을 보러 들어간 '카스텔라'부부를 기다립니다. 담배가 떨어진 '프랑크'가 '부르노'에게 담배 심부름을 부탁하고 '부르노'는 간단히 식사도 할겸 레스토랑에 들르게 되는데 그 곳에서 10년 전에 하룻밤을 보냈던 '마니(아녜스 자우이:Agnes Jaoui)'를 만나게 됩니다. '부르노'는 기억하지 못했으나 '마니'가 먼저 알아보게 된 것이죠.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하면서 가끔 친구들에게 마리화나를 팔기도 하는 '마니'는 보헤미안과 같이 자유를 사랑합니다. 그래서 사랑이 없어도 잠자리를 같이 하고는 했지요. 그런 '마니'에게 '부르노'는 '프랑크'를 소개시켜주고, '프랑크'와 '마니'는 서로에게 첫 눈에 호감을 갖게 됩니다.
꽃 무늬를 좋아하는 취향의 '안젤리나' 배만 나오는 중년의 아저씨 '카스텔라' <타인의 취향> 스틸 컷
굉장히 복잡한 설정이지요?
예,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얽혀있습니다.
'프랑크'와 '브루노'는 '카스텔라'에게 고용되어 있고, '마니'는 '프랑크'와 애인사이이고, '마니'는 '클라라'의 친구이며, '카스텔라'는 '클라라'를 사랑합니다. 그 외 부수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도 역시 방사형의 관계를 이루면서 이 사람 저 사람과 얽히면서 뻗어나가 있지요.
그러나 사람들은 모두들 각자의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그런 삶의 방식은 그 사람들의 '취향'일 뿐 결코 타인의 '취향'을 방해하는 법이 없습니다. 오로지 '사랑'이라는 관계를 갖게 되는 '마니'와 '프랑크', '클라라'와 '카스텔라' 에게만 예외적으로 '취향'의 교집합이 형성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들의 사랑도 완결된 형태는 아니므로 끊임없이 서로의 '취향'을 확인하고 서로의 교집합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영화는 보여줍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주변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게 되지요. 곧 이 영화의 모습은 우리들과 주변 사람들의 모습에 다름 아닙니다.
흔히, 교과서적으로 이야기해서,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신화의 이야기를 끌어와서 원래는 한 몸이었던 남성과 여성이 신의 노여움으로 반으로 나뉜 뒤 끊임없이 서로의 반쪽을 찾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면서 그게, 사랑이 되었든, 아니면 조직이 되었든 사람은 어딘가에 관계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익히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나의 뜻과 똑같은 뜻을 가진 사람, 나의 취향과 똑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백배나 어렵고, 로또 당첨보다도 천배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운명' 또는 '인연'이라는 특별한 말로 표현하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이런 다양한 사람과 사람들, 개체와 개체들 속에서 우리는 어떠한 관계를 맺고, 어떠한 사랑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가는 정말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죽고 사는 문제와 먹고 입는 문제처럼 인간 존재의 근본에 대한 물음이기 때문에 쉽게 답을 찾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이 영화 <타인의 취향> 을 통해 그 답에 대한 힌트를 찾아본다면,
<타인의 취향>은 비록 가장 중심부에 충돌하는 두 커플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랑'이라는 주제를 깔고 있기 하지만, 최종적으로 목적하는 바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법, 다시 말해 '차이를 긍정하고 타인을 인정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마니'의 레스토랑에 모인 '클라라'와 그의 예술가 친구들 <타인의 취향> 스틸 컷
이와 같은 감독의 생각은 처음에는 불만만 가지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두 관계가 극도의 충돌로 불신의 관계에 이르러서야만 자신을 돌아보고 화해하게 되는 모습을 굉장히 간결하게 보여주고 있는 '카스텔라'의 아내 '안젤리카'와 시누이 '베아트리체'의 관계에서도 잘 나타나있고, '카스텔라'와 그의 비서의 관계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결국 그러한 모습은 '카스텔라'와 '클라라'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으로 최종적으로 표현되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요.
반면,
'브루노'는 거의 모노드라마와 같은 모습을 연기하면서 멀리에 있는 여자친구와의 단절된 관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없는 거리라는 것에 기초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만, '프랑크'와 '마니'에게 열정적인 사랑이 존재하지만, 끝까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점에서는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카스텔라'와 '클라라'를 통해서는 차이의 긍정과 타인에 대한 인정을 보여주고, '마니'와 '프랑크'를 통해서는 그 반대의 상황을 보여준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저는 '프랑크'가 '마니'의 집의 초인종을 누르지 않는 장면을 보고 참으로 가슴이 안타까웠는데요. '마니'는 또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이더군요. 그러나, 그것이 '프랑크'를 사랑했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차라리 '이 사람은 아닐거야' 했던 기대에 대한 실망이 더 큰 것 처럼 보였거든요...
'너무 늦은 시간에 친구들이 찾아오는 거 아닐까?' 사랑이란 이름아래 '마니'의 취향을 간섭하는 '프랑크' <타인의 취향> 스틸 컷
영화는 이렇게 시종일관 여러가지 이질적인 '취향'들의 충돌을 통해 긴장감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사실, 영화 속의 이런 긴장감이 팽배한 상황은 현실에서는 굉장히 괴로운 상황입니다.
사랑하는 연인, 혹은 부부가 있는데, 한 쪽 사람이 변한 모습을 보이고, 그 사람에게는 이미 마음을 빼앗긴 다른 사람이 있다. 배신을 당했다고 느낀 사람은 여기저기에 가서 조언을 구하지만, 사람마다 헤어지라고도 하고, 용서하라고도 한다. 어찌할 줄을 모르고 고민만하는 날들이 늘어가는데, 애인에게서 결별 통고를 받게 되고, 그 사람을 붙잡아야할지 말아야할지 더 큰 고민을 하게 된다. 붙잡으면 귀찮아 할 것 같고, 자존심도 상하고, 또다시 떠날까 두렵고, 붙잡지 않는다고 해도, 이제 상처를 치유해야 하는 시간이 남아 있는 것이죠. 대충 이런 험난한 상황들을 겪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런 과정을 따라가며 결과를 보여주려고 하기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상황의 '발생원인'에 포커스를 맞추어서 왜 그런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려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많은 관객들이,
'아.. 사람들은 참 다양해.', '다른 사람을 어떻게 이해해야하지.' 와 비슷한 말들을 나누면서 영화관에서 일어섰던 것 같습니다.
공동으로 영화의 각본을 쓰기도 했고, 감독겸 배우로 '마니'역을 멋지게 연기해 준 '아녜스 자우이'는 다시 봐도 참으로 매력적인 연기를 펼쳐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역시 공동 각본이면서 '카스텔라'역을 연기하였으며 '아녜스 자우이'의 영원한 동업자이자 남편인 '장-피에르 바크리' 역시 조금씩 사랑에 눈을 떠가는 어리숙한 사장역을 훌륭하게 소화했다고 생각합니다.
'부르노' 역의 '알랭 샤뱌'는 어디서 많이 봤다 싶었더니, 얼마 전에 봤던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이라는 영화에서 '샬롯 갱스부르'와 함께 출연했었더군요. 머리가 희긋희긋하게 변해있어서 몰라봤습니다.
그 밖에, '클라라'역의 '안느 알바로'나, '프랑크'역의 '제라르 랑방'도 모나지 않은 연기를 해주어서 영화가 시종일관 유쾌하게 흘러갔던 것 같습니다.
2001년 개봉했을 때, '씨네큐브' 단관 개봉으로 90%의 좌석 점유율, 5만명의 관람객 이라는 숫자가 말해주듯이, 10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프랑스식 로맨틱 코미디의 정수, 거기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한 얕지 않은 질문까지 한꺼번에 느끼고 올 수 있는 영화 <타인의 취향>.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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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타인의 취향, 그 사람의 취향을 존중하라 - 8년만의 재개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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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8년 전 개봉했을 때 이런저런 이유로 놓쳤었는데 이렇게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너무 기쁘더라고요. 영화도 참 좋았고 말이죠. 인간 관계의 다양한 모습들이 등장해서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시간 내서 글 쓰고 싶은데 아아, 이놈의 게으름 때문에ㅠㅠ
아.. 시간 내서 꼭 써주세요. 저는 뭣에 쫓기는지 정리도 안된 글을 마구 올려버렸지 뭡니까. 써주시면 놀러갈게요.. ^^
아깝네요..꽤 볼만한 영화인 것 같은데 볼 수가 없으니 쩝
글을 보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사람의 다양함, 차이의 인정..그렇지요
이게 이성으론 공감이 가는데 감성으로는 도저히 안되는 것이 있습니다~ㅋ
특히나 끌리는 이성은 소유하고픈 마음이 생기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것이겠지요?
당분간 결이님의 포스트로 영화 간접관람을 즐겨야겠습니다^^
참! 설날 연휴는 잘 보내셨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신년을 어디서 맞이하고 계시는지요.
요새 본 영화는 많은데, 정리가 잘 안되어서요.. 언제 다 쓸지 모르겠습니다..
방학을 맞이해서 저도 좀 게으름을 타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