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푸른숲

<즐거운 나의 집> 앞 표지



* 즐거운 나의 집
* 공지영, 푸른숲

  사실, 이 책은 방학 중 독서 목록에는 없던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러 갔다가 남는 시간에 마땅히 읽을 만한 것이 없어서 서점을 들른 차에 구입을 하게된 소설이었죠.

  얼마 간,
  '공지영'의 책들을 꾸준히 읽어왔던 터라 그다지 부담을 가지지 않고 구입했던 탓인지, 쉽게쉽게 넘어가서 아니, 정확히 말해서 아주 재미있게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먼저 번에도 밝혔듯,
  그의 초기 대표작품들, <더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에서부터, <고등어>까지를 대학교에 다닐 때 읽었었고,  몇 해 전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고난 다음에는 많은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작가였는데,
  <작가의 방>이라는 인터뷰집에서 그녀의 인간적인 솔직함을 발견하고는 그 뒤로 줄기차게 읽어대고 있는 상황이지요.
  물론 근래에 읽었던 그의 책들 중에도 좋은 것도 있었고, 그다지 내키지 않은 것도 있었는데, 이 책만큼은 좋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었다는 것을 순순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단은, 소설의 서술자인 '위녕'의 미성숙하고도, 또한 조숙한 모습에 연민과 애정을 가졌기 때문이고, 딱부러지는 듯 보이지만 한편으론 어설픈 '엄마'의 모습에 인간적인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제가 여자였다면, 엄마와 딸의 관계가 더욱 현실감있게 다가와서 '친구 사이 같기도 하고, 서로가 엄마같기도 한' 둘의 모습에 더욱 애정을 느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 이야기는 분명히 소설임이 분명하지만,
  이야기의 기본 뼈대가 작가 자신의 가족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터라, 읽는 동안 그런 상황들을 쉽게 떨쳐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치, 한 작가의 일기장을 훔쳐보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너무나 이상야릇한 감정을 가지고 소설을 읽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위녕'이 재혼한 아버지와 새엄마와 함께 살다가 다시 자신을 낳아 준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 찾아오면서부터 입니다. 소설 안에서 '위녕'이 다시 엄마에게 온 이유를 강조해서 설명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이유가 다소 엉뚱하게 느껴지질 수도 있지만, 매사가 규칙적이고 계획적인 '아빠'와 다분히 즉흥적이고 감상적인 '엄마' 모두와 함께 살아본 '위녕'은 엄마와의 새로운 삶을 이렇게 규정합니다.

  '엄마와 살고 나서 내가 변한 것은 내자신을 정말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

  그것은 다분히 '아빠'와 함께 살 때에는 자신이 원한만큼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인데, '위녕'이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사람마다 삶의 방식에 차이가 있듯 (아빠가 규칙적이고 틀에 맞는 생활을, 엄마가 좀더 여유롭고 자신에게 충실하는 삶을 살듯) 사랑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결국,소설의 결말 부분에 가서 '위녕'이 어른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그 일. '아빠'를 찾아가서 이야기 하는 일을 통해, 그런 자신의 생각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봐서 결국엔 모두를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여튼,
  '위녕'이 찾아온 엄마는 남들이 보기엔 좀 특별한 사람이었습니다.
  잘나가는 작가이면서, 동시에 이혼을 세 번이나 한 사람, 각기 다른 성을 가진 3명의 아이를 기르는 사람, 작가이면서 자신의 감정 조차도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하고 자주 감상에 빠지는 사람, 때로는 자신이 엄마인지 '위녕'이 엄마인지 헤깔릴 정도로 소녀같은 사람, 하지만 두 동생과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는 그 사람.
  '위녕'의 엄마는 세 명의 아이들을 키워나가면서 끊임없이 실수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실수하는 아이들을 다독여주기도 하는 서툴기만한 엄마였지만, 그런 엄마의 최대의 장점은 솔직하다는 거였습니다.
  그 '솔직'은 자신에게는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솔직한 것이지요.

  말이 쉽지 이 '솔직하다'라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것임은 누구나 다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은 솔직함만으로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복잡하니까요.

  하지만, 엄마는 언제나 공정하려고 노력하고, 자신의 실수는 최대한 빨리 인정하고, 그러면서도 마음에는 따스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위녕'도 때로는 짜증을 내고, 토라지기도 하지만 서서히 더이상 세상에는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한다는 사실을 인정해가게 됩니다.

  이 소설에서 '가족'을 정의하는 단어는 '베이스 캠프'라는 말입니다.
  언제든지 지치면 쉬었다가 다시 새로운 고지를 정복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곳,
  설사 목표를 다 채우지 못했더라도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그 느낌은
  우리가 살면서,
  내가 무슨 일을 하더라도 나를 믿어줄 그 사람이 있다는 것 하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러한 믿음이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커다란 힘이 되어주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지요.

  여튼,
  이 소설은 '위녕'이 처음 엄마를 찾아온 때부터 대학 입시를 치르고 지방에 있는 교대에 합격하여 내려가는 장면까지의 채 2년이 되지 않는 시간 동안의 다사다난한 가족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남자와 여자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결혼이란 것에 대한 이야기, 동물을 키우는 것과 같은 작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 두 동생과 그 아빠들에 관한 이야기, 엄마의 새로운 사랑이야기 등등등 참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위녕'의 시선을 통해 그려지는데, 소설 속의 인물들은 하나 같이 상처받은 사람들이고 그 상처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이어서 (3번의 결혼과 이혼은 좀 예외겠죠..횟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 흔치는 않으니까.) 모든 사람들이 전부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고 말았습니다.

  더군다나, 소설의 배경이 B시로 나오는데, 작가 '공지영'은 제가 직장을 가지고 있는 분당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고 있기에 더욱 더 이야기가 가깝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때문에 이야기에 나오는 사건들이나 배경이 전부 사실로만 느껴졌고, 그런 그들의 삶이 소설에서 처럼 다사다난 하지만 행복하게 결말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둥빈이 녀석이 제일 걱정이 됩니다. 잘 크고 있을런지 원...)
 그리고,
 제가 지금 33명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기에 어느 정도 짐작을 해 볼 수가 있었던 것,
 어느 것이 아이들을 위하는 것인지 매번 흔들릴 수밖에 없는 나약한 '엄마'이지만 결국엔 아이들을 끝까지 믿으면서 지켜본다는 것, 그것은 대단한 용기와 신념이 필요한 일이기에 이야기의 모두가 사실이었으면, 그래서 나도 그렇게 신념을 꺾이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소설의 이야기를 통째로 믿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 였습니다.

  어쨌든 이로해서 흔히 이야기 되는 '공지영'의 위로 3부작은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만 남았는데요.
  이미 인터뷰집 <괜찮다, 다 괜찮다>를 통해 작가와 어느 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읽은 책이라, 이야기 속의 엄마의 당부와 부탁들이 쉽게 이해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에 두 책을 모두 안 읽었다면 <즐거운 나의 집>을 먼저 읽고 <괜찮다, 다 괜찮다>를 읽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네요.

  여튼,
  그가 작가가 됐든, 아니면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었든, 아니면 주변에 누구든지 간에,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비슷한 위로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인 듯 싶습니다.

  오늘 학교에 같이 근무하시는 '오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요새 '공지영'이 자꾸 좋아지는 것 같애."
  그랬더니,

  "나도 기본적으로 '공지영'을 싫어하지는 않아. 그런데 다른 이상한 것은 안썼으면 좋겠다."

  간혹 이렇게 '오샘'은 내가 생각하는 것을 콕 집어서 정리해줍니다.
  맞습니다.
  '공지영'은 자기가 쓰고 싶은 것을 쓸 때, 특히 자신의 이야기를 쓸 때 가장 좋은 작품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뭐 어느 것이 자신의 이야기이고, 어느 것이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겠느냐고 물어보신 다면 딱히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만, 때로는 좀 전형적이다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아무튼,
  지금 "Daum"에 연재하고 있는 소설도 기대가 되고, 다음에 읽을 그의 책,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도 기대가 됩니다.

  아.. 그리고, 소설을 읽고 처음으로 아이들을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도 되었군요.. 흠흠... 하지만 갈길이 너무나 먼 것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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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버제로 2009/01/09 04: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는 공지영씨 소설을 단한권도 읽어보지 않고 그냥 그런 소설가라고 생각했었어요.
    우연히 산문집을 읽었는데 상당히 좋더라고요.

    애를 키운다라.
    어릴때는 아이의 시선으로만 바라봤었는데.
    요즘은 중간쯤인거같아요.
    베이비시터일을 하고있는데 애기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직은 겁나긴 하지만.ㅋㅋ

    • 차이와결여 2009/01/09 12:31  address  modify / delete

      아직까지는 무슨 대가의 반열에 들정도의 업적을 쌓은 작가라고 보기는 어렵겠죠.

      하지만, 시대를 살아가는 의미를 진솔하게 이야기한다는 것만은 인정해줘야 할 듯 해요.

      '베이비시터'일도 하고 계시는 군요.

      애기를 키운 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텐데.. 대단하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