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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위의 포뇨> 일본 포스터



* 2008년 12월 28일 19시 35분
* 메가박스 영통
(★★★)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벼랑 위의 포뇨>입니다.
  이전부터 무한 신뢰를 보냈던 감독이었기에, 이번에도 많은 기대를 했었고, 언제나 그렇듯, 전설과 신화와 동화가 어우러진 그리고 현대 사회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수작 애니메이션을 한 편 보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벼랑 위의 포뇨>는 기대에 많이 못미치는 평작 수준 정도의 영화였습니다.

  몇 년 전부터,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가 나오기만 하면, '그의 마지막 영화'라는 타이틀이 붙었었습니다. 기억이 잘 안나기는 하지만, 아마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정도 였던 것 같은데요.
  그런 뉴스기사들이 우리나라에서만 그런 것인지, 혹은 기자들이 만들어낸 것인지는 몰라도, 처음 그런 소식들을 접했을 때에는 '거장의 마지막 모습을 함께해야지..'라는 생각이 더 컸었던 것 같은데, 그 뒤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도 나오고, 그의 아들이 감독했다는 <게드전기>도 나오고, 이상한 형태로 계속 이어지더니 이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벼랑 위의 포뇨>까지 보게 되니, 좀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그래도,
  중학교 때, 그의 애니 <이웃집 토토로>를 '백판'비디오(불법으로 공테이프에 복사한 것)로 보고 전율했던 기억, 어렵사리 구한 CD로 <천공의 성 라퓨타><원령공주:모노노케 히메>를 몇 번씩이나 돌려보며 '애니메이션도 이렇게 감동을 줄 수 있구나...' 느꼈던 기억들 때문에 그에 대한 신뢰가 아직 없어지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벼랑 위의 포뇨>는 많이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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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케'가 살고 있는 바닷가 벼랑 위의 그림같은 집 <벼랑 위의 포뇨> 스틸 컷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 <벼랑 위의 포뇨>는 인간세상에 염증을 느끼고 바다 속으로 들어간 '후지모토''바다의 여신'과 함께 탄생시킨 '포뇨'라는 인어(?)가 인간세상을 동경하여 '후지모토'를 속이고 세상으로 나왔다가, 벼랑 위에 살고 있는 순수한 소년 '소스케'를 만나게 되고, '소스케'는 '포뇨'를 보호해주기로 약속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포뇨'가 인간이 되기까지의 우여곡절을 이야기하고 있는 큰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소스케'는 아직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순수한 꼬마아이이고 '리사'라는 이름의 엄마와 둘이 살아가지요. 아버지는 원양어선의 선장쯤 되는 사람입니다. 바다에 위치한 도시이다 보니까, 바다와 관련된 여러가지 일들이 있는 것이지요. 엄마인 '리사'는 '소스케'가 다니는 유치원 옆 양로원에서 할머니들을 돌보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당찬 여성입니다. 바다에 나가서 몇 달씩 돌아다니는 남편을 이해하며 혼자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요. 그런 집에 '포뇨'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처음 발견된 '포뇨'는 물론 '물고기'의 모습이었지요. 양로원의 한 할머니는 '포뇨'를 보고선 '인면어'라고 말하면서 빨리 바다로 돌려보내지 않으면 바다가 노해서 해일이 밀려 올 것이라는 전설을 들려주시요.
  그 할머니의 말처럼 '포뇨'의 아버지인 '후지모토'는 바닷물을 마음대로 조정하여 '포뇨'를 데려오는데 성공합니다. 도무지 바다를 사랑할 줄 모르는 인간들이 싫어서 바다로 들어온 '후지모토'에겐 인간들은 위험하기만 한 존재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상처난 '소스케'의 손에 흐르는 피를 통해 인간의 피를 먹게된 '포뇨'를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포뇨'는 '소스케'를 좋아하고 있었으니까요.
  이제 '포뇨'는 인간이 되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후지모토'가 걸어 놓은 결계를 풀고 '소스케'에게 달려가게 되지요. 결국, 이야기는 두 아이 '소스케'와 '포뇨' 두 아이의 꾸밈없고 순수한 사랑.. 정도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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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어울리지 않게 '햄'을 무지 좋아하는 육식성의 소녀 '포뇨' <벼랑 위의 포뇨> 스틸 컷


  두 아이의 순수한 사랑을 방해하는 인물이 바로 '후지모토'이고 그가 그토록 인간세상을 혐오하는 이유가 바다를 더럽히고선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인간들때문이기에, 그리고 '후지모토'가 하는 일이 다시 바다를 원시시대의 바다처럼 깨끗한 바다로 되돌리는 일이라고 나오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압축해보면 <벼랑 위의 포뇨>는 인어공주 모티브 + 일본 민간 전설 + 환경오염 정도의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요..
그런데 제가 느끼기엔 그 어느 것도 확실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좀더 부연하자면,
  '포뇨'가 처음에 왜 인간세상으로 나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무하고 '소스케'를 만난 후부터 갑작스레 인간이 되고 싶어한다는 것은 왠지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야기가 된 것 같아 안타깝고, '포뇨'를 극구말리던 아빠 '후지모토'가 '바다의 여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갑자기 마음을 돌리게 되는 것도 엉성하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될 듯한, 바다오염, 환경오염의 이야기는 '후지모토'가 바닷가 가까이 오기만 하면 꿍시렁대며 불평을 하는 말들 이외에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뭐, 감독의 의도가 처음부터 꼬마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과 같은 애니를 만들고자 했다면 할말은 없습니다만, 이제까지, 단순한 동화 같으면서도 밑바탕에 깊은 휴머니즘을 깔아서 은연중에 그것을 느끼게 해주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빛난 솜씨가 빛이 바랜 듯하여 굉장히 많이 아쉬웠습니다.

  오죽했으면, 저는 애니의 오프닝에서 나오던 일러스트 풍의 애니메이션(구불구불한 파도 위를 배들이 마구 지나가던)이 제일 좋았던 장면으로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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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케'를 만나러 달려가는 인간으로 변한 모습의 '포뇨' <벼랑 위의 포뇨> 스틸 컷

  해서, 아쉽지만,
  꾸밈없고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말하자면 <이웃집 토토로>에 훨씬 못미치고,
  전설과 민담의 현대적 변용이라고 한다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못미치는
  어찌할 수 없이 안타까운 영화로 기억될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분명 '미야자키 하야오'은 천재임에 분명하고, 또 좋은 애니를 많이 만들어주셨던 '거장'임에 틀림없으니까요..
  자꾸 은퇴한다고 말씀하지 마시고 (아니면 그런 엉터리 기사는 좀 작성하지 말아주시고, 기자분들)
  좀더 힘을 내셔서, 계속 좋은 영화들을 많이 만들어주시길 바랍니다..

  '햐아오 사마!' 간바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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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09/01/05 14:2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차이와결여 2009/01/05 16:26  address  modify / delete

      와~ 벌써..
      나는 전혀 모르는 곳에서 세월은 빨리도 흐르고 있었던 거구나. ^^

      ㅋㅋ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바래~~

      댓글, 항상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