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칠드런> 공식 포스터
* 2008년 12월 19일 20시 30분
* 씨네큐브(광화문)
* 위드블로그 시사회 리뷰 당첨 관람
(★★★★)
'루이말' 감독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씨네큐브'에서 얼마 전 <마음의 속삭임>을 관람하였었는데요. 마침 '위드블로그'에서 <굿바이 칠드런>의 시사 리뷰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하여 신청하였습니다.
저번, <눈먼자들의 도시> 리뷰 캠페인 때에는, 최우수 리뷰로 선정까지 해주셨던 고마운 '위드블로그'에서 이번에도 제게 시사회 관람의 영광을 주셔서 룰루랄라 다녀왔습니다. (아부성 멘트~~)
여튼, 바로 전에 봤던 <마음의 속삭임>도 '루이 말'감독의 자전적 내용이 주를 이룬다고 하였는데, 이 영화 <굿바이 칠드런> 역시 감독의 유년시절에 인상 깊었던 체험을 기본 골격으로 하여 이야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욱이 한 동안 헐리우드에서 작품활동을 해오던 '루이 말'감독이 프랑스로 돌아와 자신의 마음 속에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었던 '1944년 1월'의 기억으로 부터 작품을 구상해내었고, 처음 기획 당시부터 주인공인 '쥴리앙'이 마지막에 하게 되는 대사.
'40여 년이 흘렀지만 난 그 1월의 아침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는 감독이 직접 나레이션으로 이야기할 것으로 결심하였다는데,
소년의 모습에 겹쳐지는 나이 든 감독의 목소리는 묘한 울림과 함께 영화 속의 이야기가 살아나오는 듯 해주어, 아련한 감동을 더 깊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엄마 곁에 있으면 안돼요?' 아직은 어린 아이 '쥴리앙' <굿바이 칠드런> 스틸 컷
때는 1944년 2차 대전이 막바지에 치달아 갈 무렵, 프랑스도 역시 독일의 지배하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일제시대처럼 민족의 혼을 말살시키기 위해서 옴짝달싹 할 수 없게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신 '유태인'이라는 핍박의 대상이 있었던 시기였죠. 식당은 물론이고, 공중 목욕탕과 같은 곳곳마다 '유태인 출입금지'라는 푯말이 붙어 있고, 독일군들이 버젓이 프랑스 시내를 누비는 암울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파리 근교에 있는 수도원학교를 다니고 있던 '쥴리앙(가스파르 마네스)'은 일 때문에 바쁜 아버지, 수다스럽지만 순진하기만한 어머니, 장난꾸러기인 형과 함께 살아가는 '부르주아지' 가정의 12살 소년이었습니다. 방학이 끝나고 새학기가 시작되어 다시 기숙사로 들어가야 하는 '쥴리앙'은 어머니와 헤어지기 싫어하는 어린 아이이기도 하고, 가끔은 침대에 지도를 그리기도 하는 미성숙한 아이였지만, 다른 아이들보다 감수성도 뛰어나고, 공부도 잘하여 나름 학교에서는 신부님들과 아이들에게 신망을 받고 있는 소년이었죠.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아이들과 함께 기숙사로 돌아온 '쥴리앙'에게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한 학기가 시작되고 있었는데, 원장신부님이 새로운 학생을 한 명 데리고 옵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장 보네(라파엘 페이토)'. 무언가 비밀스러운 그 아이의 모습에 자꾸만 신경쓰이는 '쥴리앙'. 그런데 새로운 입학생 '장 보네'는 '슈베르트'를 멋지게 연주하기도 하고, '작문'시간에 칭찬을 받는 등, 이제까지 경쟁자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쥴리앙'에게 새로운 적수로 인식되기 시작합니다.
'수업시간에 소설 책을 보면 쓰니?' 하지만 부러운 '보네' <굿바이 칠드런> 스틸 컷
영화를 꽤나 자세히 본 편이라 아직까지도 많은 장면들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데요. 너무나 많은 스포일러가 될까봐 더 이상은 말씀드리지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위에 써놓은 줄거리만 보신다면, '두 아이의 우정쌓기' 정도의 성장영화 정도로 치부해버리실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걱정이 됩니다만, 사실, 이 영화에는 그 우정 말고 더 많은 것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배경이 배경이니 만큼, 당시의 프랑스의 사회적 분위기, 독일에 대한 적대적 감정 등등과 함께 쉽게 유추할 수 있으시겠지만, 후반부에 가서야 밝혀지는 '보네'의 정체 등이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이야기의 한 축을 이끌어 가고, 그와 함께 두 소년의 감정이 와서 부딪히고 겹쳐지는 이야기가 상당히 끈끈함을 유지하면서 진행되고 있어서 꽤나 즐겁게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신다면 '장 보네'의 비밀이 스믈스믈 밝혀지면서 이야기가 막바지로 치달아 갈 때쯤에야 겨우 확인하게 되는 두 소년의 진실한 우정과, '쥴리앙'이 당시에 받았던 강렬한 느낌들을 생각해보면 왜 마지막 대사가 큰 울림을 주는지, 왜 그 대사를 감독이 직접 나레이션을 했는지 짐작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굿바이 칠드런>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성장 영화 입니다. 유년기에서 막 벗어나려는 길목에 서있는 한 소년이 외부 상황과 내면적 변화에 의해 조금씩 성숙해가면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영화에는 한 친구와의 우정, 그리고 시대에 의한 상처를 모두 함께 담고 있기 때문에 좀더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리뷰에 쓰진 않았지만 매우 중요한 역할의 절름발이 소년 '조셉' <굿바이 칠드런> 스틸 컷
내용 외적인 부분을 말씀드리자면,
<마음의 속삭임>에서 처럼 <굿바이 칠드런>에서도 구태의연한 장면 없이 매 순간을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로 진행해나가면서, 인공 조명을 거의 쓰지 않는 듯한 사실적인 화면 덕분에 이야기 자체에 진솔함이 묻어난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건 아마도 자신의 '자전적'이야기라는 것도 한 몫을 한 것이겠지만요.
또한,
요새, 아이들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영화를 거듭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요. 이 영화의 두 주인공 '쥴리앙'과 '장 보네'도 굉장히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cineart'홈페이지에서 확인을 해보니, 두 배우 모두 오디션을 통해서 선발되었다고 하던데요. 마치 10년 정도는 연기생활을 한 것처럼 매우 자연스러운 연기, 깊은 눈빛 연기를 보여주어서 놀랐습니다.
또 하나,
엔딩 크래딧을 보다가 깜짝 놀란 건데요. 이 영화가 '이렌느 야곱'의 데뷔작이라는 겁니다. 수도원 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는 교사로 몇 장면 나오는데요. 처음엔 전혀 모르고 봤다가 크래딧에서 확인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영화를 보신 다면 '이렌느 야곱'의 앳된 모습을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재미도 첨부할 수 있겠습니다.
역시 <마음의 속삭임>과 연관지어서 생각해본 건데요. '루이 말' 감독의 아버지는 좀 무뚝뚝하고 엄격한 분이셨고, 어머니는 사랑이 가득한 분이셨던가 봅니다. 형은 완전 장난꾸러기 인 것 같고, '루이 말'은 나름 감수성이 예민한, 일찍이부터 '죽음', '자살' 같은 것을 생각했던, 책을 좋아하던 소년이었나 봅니다.
두 영화에서 나오는 가족이 모습이 거의 흡사하거든요. 그렇게 생각해보면 '그런 소년이 저런 생각을 하다가 지금은 이런 영화를 만들었구나...' 하면서 보는 것도 또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겠네요.
크리스마스 이브에 개봉을 하던데요.
영화에서도 겨울이 배경이기도 하니까요. 즐겁고 축복받은 성탄절은 흔하기만 하니까. 요런 영화 한 편 보시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한 감동과 함께 마주하시는 차분한 크리스마스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굿바이 쥴리앙~' '보네'의 슬픈 눈빛 <굿바이 칠드런>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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