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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스캔들> 공식포스터



* 2008년 12월 26일 19시 20분
* 메가박스 (영통)
(★★★★)


  뒤늦게 <과속스캔들>을 보고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좀 우울한 일이 있어서, 그냥 집에 들어가서 이불 덮고 쉴까 하다가, 그냥 들어가면 너무 까라질듯 하여 분위기 전환 삼아 보게 되었죠.

  뭐, 원래 볼려고 했던 영화였습니다. '박보영'을 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주위에서 보고 온 사람들이 생각보다 별로 라고 재미 없다고 해서 '그런건가' 했었습니다.

  그런데 왠걸요.
  우리 나라 영화 답지 않게 무거운 주제를 살짝살짝 가볍게 처리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해놓았더군요.
  사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누가 그렇게 정의한 것인지 몰라도, '한' 어쩌구 하면서 슬픈 것을 너무 좋아 합니다. 슬프고, 눈물이 조금 나오는 편을 좀더 쉽게 '감동적'이라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만 해도, 창창한 20살 시절에는 그냥 밝고, 활기차고, 시끌벅쩍한 분위기기 좋았고, 그런 영화들이 좋았지만, 이제는 왠지 약간은 진중한 것들이 좋고, 슬픈 것을 보면 눈물이 나오곤 하니까요.. 뭐 어느 정도는 '한'이라는게 우리의 정서가 맞긴 맞나 봅니다.

  그런데, 또 한 편으로는 우리 나라 미학 중에, '해학'이라는 것이 있거든요.
  이게 좀 특이한 것이, 서양의 희극은 '광대'들이 등장하여서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는 주로 슬랩스틱 코미디에 가까운 그런 희극이라면요. 우리 나라의 희극은, 상황은 슬픈데 그 슬픔을 과장하고 희화화하여 어이없게 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그런 웃음이라 이겁니다.

  뭐, 되지도 않는 이런 '웃음의 미학'을 구구절절히 늘어놓는 이유는,
  <과속스캔들>을 보고나오면서 '참 깔끔하게 마무리가 된 오락영화구나'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 나라 영화치고는 드물게 억지스럽지 않은 해피엔딩을 이끌어 낸 것도 좋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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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 간 가수 '남현수' 하지만 자신은 인기 있다고 굳게 믿음. <과속스캔들> 스틸 컷


  그 엔딩이라는 것도 그렇습니다.
  <과속스캔들>와 같은 코메디 영화가 다소 무겁다 싶은 이야기라고 해서 중심 이야기를 곁다리만 짚어 가면, 말이 안되는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그럼 관객들은 스토리가 허술하다고 느끼겠지요.
  따라서, 그 무거운 이야기를 어느 정도 베이스에 깔고 이야기를 전개시키되, 관객들이 잊어버릴만 하면 한 번씩 언급해주는 것으로 중심을 잃지 않는, 그런 정도의 이야기 전개,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도 뭔가 무리해서 교훈적인 결론을 낼려고 하지 않는 적당한 무관심(?) 그것이 오락영화에 맞는 것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이 영화 <과속스캔들>은 제가 위에서 후자에 말한 것처럼 요소요소에 코메디를 양념처럼 버무려 놓고, 갈등이 점차 고조되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모든 갈등들이 일정 정도의 화해를 이루는, 코메디 장르에 딱 어울리는 이야기 전개와 결말을 취한 것 같아서 매우 성공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는 것 같은데요.
  줄거리는 너무나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것 같아 굳이 부연하지 않겠습니다.

  '차태현'의 연기는 딱 그 정도의 연기를 보여주어서 더 나을 것도, 더 못할 것도 없는 연기 였는데요. 이번 영화에서는 다른 영화에 비해, 배우들과의 호흡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박보영', '왕석현' 은 말할 것도 없고요. '황우슬혜''성지루'와 같이 있을 때도, 마치 그 곳이 자기의 자리인 것 마냥 잘 어울어졌던 것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더 콕 집어서 이야기하라고 하셔도 더 드릴 말씀이 없어요. 그렇게 느낀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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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런 옷차림이 촌스럽다고 나오는 걸까요. 내 눈에 히피스럽고 좋기만 한데..<과속스캔들> 스틸 컷


 '박보영'의 연기는, <울학교 이티>, <초감각 커플>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약간은 심드렁한, 툴툴대는 꼬마소녀, 하지만 눈이 안보이도록 웃을 땐, 한없이 귀여운...
  영화에서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 듣지 못하고 갔었는데요.
  처음 라디오에 출연해서 부르는 노래는 '최용준'이라는 꽃미남 가수의 <아마도 그건>이라는 노래 이거든요. 그거 제가 중학교 때, 무지하게 좋아했던 노래였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요... 그래서 영화에 대한 호감 지수 급상승 했죠.

  '왕석현'의 귀여움 넘치는 연기는, 하도 많이 듣고 가서인지, 아니면 너무 귀여워서 질투심이 작동을 한 건지, 생각보다 못했는데요. 그래도 발음도 잘 되지않는 말투로 어른 흉내내면서 말할 때에는 앙증맞았습니다.
  아.. 근데, 요녀석이 유치원에서 연주하는 피아노 곡이 또, 제가 좋아라 하는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No5'인 겁니다. 어찌나 좋던지요. 그래서, 이 영화는 무조건 좋아하는 영화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박보영'이 결선에서 부르던 <선물>이라는 곡도 합창단과 함께하는 장면에서 정말 멋지던데요... 그런 소소한 볼재미, 들을 재미가 있는 재밌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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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은 이 컨셉을 유지해야겠지만, 망가질 줄 아는 '박보영'이 좋습니다. <과속스캔들> 스틸 컷


  글을 마무리 하기 전에 사견을 하나 덧붙이자면요..
  영화를 보기 전에, 혼자 밥을 먹으러 가면서 심심할까봐 책을 한 권 샀습니다. '공지영'<즐거운 우리 집>이라는 책을요.
  그 책에서도 이시대의 새로운 가족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과속스캔들>에서도, 굳이 새롭다고까지는 이야기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할아버지가 아닐 나이에 할아버지가 되었고, 또 20살에 미혼모가 등장하고요. 또 '황우슬혜'는 그런 것에는 아랑곳 없이 '남현수(차태현)'와 사귈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겨주고요...
  이런 것으로 봤을 때, 우리 나라의 가족관이나 결혼관도 많이 바뀌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요.
  아마도 이 영화가 그저 그랬다고 하시는 분들은, 중간에 나오는, '박보영'의 첫사랑, 그 인간의 찌질한 모습들, 혹은 납득하기 어려운, 영화의 기본설정들이 불편해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데요...

  왜 자꾸, 저는 그럴 수도 있다고만 생각이 되는지요. ^^
  뭐 어차피 영화는 영화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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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카르페 디엠 2008/12/30 11:2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최용준..'경아'의 박혜성과 함께 최초의 꽃미남 가수였지 싶어요
    보조개가 참 매력적이었죠?

    • 차이와결여 2008/12/30 14:30  address  modify / delete

      아... 오래간만에 듣는 이름이네요. '박혜성' ㅋㅋ

      저는 '도시의 삐에로'를 정말 좋아했는데요..ㅋㅋ

      다들 뭐하고 사시나..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