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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온' 대화명이에요.
오늘 아침에 바꿨지요..

오늘 아침 뜬금없이 '김광석'이 생각났답니다.
대학교 때, 이미 그가 세상을 떠난 뒤였지만, 그제서야 열심히 들었던 노래들이죠...

저와 같이 근무하시는 '오샘''김광석'과 무대뒤에서 만나 맞담배를 피웠을 정도로 개인적인 추억이 있는 분이라,
왠만해선 그이의 노래를 듣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이기도하고 그를 무척 좋아하고 그의 노래를 무척이나 아꼈지만,
그이의 노래에 묻어나는 삶의 애수와 그의 진정성과 그의 삶자체에 묻어나는, 뭐라 할 수 없는 그 애잔함에 기분이 한참이나 까라지기때문이라고 이야기하지요.

그런데,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와 동시대의 분들이라면 많은 부분들이 같은 느낌을 가지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저 또한 그이의 노래에 얽힌 추억들이 많거든요.

자고 일어나서 창을 열어보니 소복히 쌓여있는 흰 눈처럼 갑작스러웠던 첫 사랑과의 이별,
그녀와 마지막으로 들었던 노래가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이었어요.
지금도 가끔 노래방에서 부르고는 하는데, 흥겨운 기타반주와 함께 상큼하게 시작하지만 마지막 반전이 죽음인 노래죠.

그녀의 웃는 모습은 활짝 핀 목련꽃같애
그녀만 바라보면 언제나 따뜻한 봄날이었지
그가 처음 울던 날 난 너무 깜짝 놀랐네,
그녀의 고운 얼굴 가득히 눈물로 얼룩이 졌네
아무리 괴로워도 웃던 그녀가 처음으로 눈물 흘리던 날
온 세상 한꺼번에 무너지는 듯 내 가슴 답답했는데,
이젠 더 볼 수가 없네 그녀의 웃는 모습을
그녀가 처음으로 울던 날, 내 곁을 떠나갔다네.
                                                                    - 그녀가 처음 울던 날

후후후, 헤어지고 나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헤어지기 직전까지도 아무렇지않게 밝은 웃음을 지어주던 그녀의 배려가 눈물을 준비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고 씁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한 사람과는 두 곡의 추억이 있는데,
사귄지 얼마 되지 않아 입영영장을 날아왔던 터라,
뭘 해보지도 못한 채, 망연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덧 시간은 다가오고, 입영 전날
그녀를 만나러 갔지만, 끝까지 기다려달라는 말을 할 수는 없었어요.
겨우 한 달 정도밖에 만나지 못했는데, 2년을 기다려달라고 말하기엔 너무도 염치가 없었다는 생각이었거든요.
그녀의 집 앞 놀이터에서 마지막 버스를 기다리며 그네를 타고 있었는데, 아무런 말도 생각나지 않아서 어색해진 분위기가 되어버렸지요.
나름, 정적을 깨트리고자 노래를 흥얼거렸는데 그때 노래가  <그날들>
끊어질듯 토해내는 가사가 가슴에 알알이 맺히는 노래입니다.

그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그대를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
그대의 음성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그날들.
그대는 기억조차 못하겠지만,
이렇듯 소식조차 알 수 없지만,
그대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흐르곤 했었던 그날들.

잊어야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부질없는 아픔과 이별할 수 있도록
잊어야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대를

그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그대를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
그대의 음성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그날들.
그렇듯 사랑했던 것만으로
그렇듯 아파해야했던 것만으로
그 추억 속에서 침묵해야만하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날들.

잊어야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부질없는 아픔과 이별할 수 있도록
잊어야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대를
                                         - 그날들

'잊어야한다면 잊혀지면 좋겠다'는 절절함이 지금 들어도 너무나 좋습니다.
그 상황에서 왜 저 노래가 흥얼거려졌는지 참..

여튼,
그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입대를 했지만, 그녀와 헤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첫 휴가를 나와서 같이 놀러갔던 '월미도' 어느 카페에서 불려지던 노래가 또 <슬픈 노래> 였습니다.
(왠지, '월미도'라고 하니까, 제가 굉장히 연배가 많은 듯한 느낌이 드는 군요.. 쿨럭;)

조금, 뒤죽박죽인 배치입니다만,
군대 갈 때, 친구들과 함께한 마지막 술자리에서 불렀던 <이등병의 편지>도 나름 기억에 남는 군요.
근데 그 노래야 뭐 60만 국군장병의 노래이니까, 넘어가겠습니다.

그 다음,
이상하게도 그 이별이 어떤 이별이든지 간에,
연인과의 이별이든, 친구와의 이별이든, 아님 한 해가 지나가는 요즘이라던가, 지난 시간과의 이별이거나 아무거나
여튼, 이별을 하게 되면 생각나는 노래가 <잊어야한다는 마음으로> 입니다.
사실, 이 노래는 아무 때나 들어도 좋습니다.
'김광석'의 노래 가사의 한 구절 처럼 우리는 날마다 무언가와 이별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마음이 애잔해질 때 들어보면 거의 죽음인 노래죠.
우리들 마음 속에 근원적으로 가지고 있는 비애를 건드리는 노래인 것 같습니다.

잊어야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빈 방문을 닫은 채로,
아직도 남아있는 너의 향기 내 텅빈 방안에 가득한데,
이렇게 홀로 누워 천정을 보니, 눈 앞에 글썽이는 너의 모습
잊으려 돌아 누운 내 눈가엔 말없이 흐르는 이슬방울들
지나간 시간은 추억 속에 묻히면 그만인 것을
나는 왜 이렇게 긴 긴 밤을 또 잊지 못해 세울까.
창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 방안에
하얗게 밝아 오는 유리창에 썼다지운다 널 사랑해.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 저마다 아름답지만
내 맘 속에 빛나는 별 하나, 오직 너만 있을 뿐이야.
창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 방안에
하얗게 밝아 오는 유리창에 썼다지운다 널 사랑해.
                                                                  - 잊어야한다는 마음으로

그러고 보니, 너무나 유명한 <서른 즈음에>도 있군요.
많은 사람들이 다시부르기도 했지만 '김광석'만의 그 울림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좀 어렸을 적부터 빨리 어른이 되고 싶기도 했고, 왠지 서른이라는 나이가 좋아 보여서
스물 아홉에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요, 그렇게 서른도 지나가고 서른 하나가 되어서야 쓸쓸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서른 하나도 '서른 즈음' 이군요.ㅎ)

새벽에 출근하는데 차창으로 빼곡히 잔비가 내리던데,
오늘같이 꼬물거리는 날, 흐린 가을(?)에 편지라도 쓰고 싶은 날,
'김광석'이 생각났다는 것이 우연은 아닌 듯 합니다.

아무튼,
차아아아악 까라앉는게, 나쁘지 않은 기분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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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페퍼민트 2008/11/26 23:1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예전 대학때 어떤 선배가 들려줬던,,,'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음을',,제목이 맞는가,,^^ 어릴땐,,조금도 이해되지 않던 가사들,,,이제 나이가 들고 사랑을 하게 되니 가사 구절구절이 애절하게 가슴에 와 닿네요~

    • 차이와결여 2008/11/26 23:22  address  modify / delete

      와우~ 오래간만에 흔적을 남겨주시네요^^
      감사해요 후후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맞습니다.

      '김광석'노래가 그런게 좀 있죠. 읊조리듯 삶의 비애에 대해서 속삭여주는, 그래서 거부하지 못하고 깊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