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How proust can change your life)
* 알랭 드 보통, 지주형 역, 생각의 나무
처음 '알랭 드 보통'을 알게 된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를 통해서 였습니다. 그이의 섬세한 감정의 글쓰기와 사유들이 나의 그것과 너무나 일치 하는 것을 발견하게되고, 그때 내가 고민하고 있던 많은 문제들이 나만의 괴로움이 아닌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겪은 고민들임을 깨닫게 되면서 위안을 받았었지요.
덕분에 '알랭 드 보통'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게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그의 책은 여러번 곱씹어서 읽어야 하기때문에(제가 이해력이 딸리는 건지도..) 선뜻 손에 쥐어지질 않았고, 또 여러 방면을 통해 알아본 결과 그가 소설만을 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소설에서 받았던 감동을 자칫 잃어버리게 될까 망설였습니다.
그러다가 '알라딘'에서 반액 세일을 하는 바람에 덜컥 두 권을 구입하게 되었고, 그 중에 한 권이 바로 이 책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입니다.
아시겠지만, 이 책은 소설이 아닙니다.
넓은 범주에서는 '에세이'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 '프루스트'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을 통하여 그의 삶에서 우리가 배워야할 가치들을 끄집어내고 있으므로 '프루스트 평전'이기도 합니다. 또 삶의 지침들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자기계발서' 이기도 하구요.
아무튼, 요새 한창 유행하고 있는 무규칙적 글쓰기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만, 일단 저는 '철학 에세이'라고 여기고 싶습니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고 하는 명작을 저술한 프랑스 작가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작품은 여러모로 유명한데 한 가지 사물을 묘사하는데 몇 페이지가 넘는 다거나, 한 문장이 한 페이지를 넘어가는 등 섬세하고 자세한 묘사와 만연체 문장 그리고 탁월한 심리묘사로 인해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되는 소설입니다. 또한, 주인공이 '마들렌'을 한 조각 먹으면서 그 냄새을 통해 되살아나는 기억으로 진행되는 기억 속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흔히 우리가 어떤 냄새에 의해 잃어버렸던 기억을 찾아내게 되는 현상을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 런데, 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작품이 무려 15년 동안 쓰여진 7부에 이르는 11권의 소설이기 때문에, 쉽게 읽히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저역시, 학교 도서관에 꽃혀있는 것을 보고 도전하려고 뽑았다가 몇 페이지 못 읽고 반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언젠간 다시 도전해야겠지만요... 아무튼....
아무튼,
'알랭 드 보통'은 '프루스트'의 <일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나오는 많은 인물들과 그 인물들의 사고를 분석하고, 거기에 '프루스트'가 남긴 서간문, 그의 일화들을 하나씩 끌어들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필요한 9가지의 지침들을 제시해나가는데, 이것이 또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삶의 지혜들입니다.
각 장의 제목은 이렇습니다.
'하나, 현재의 삶을 사랑하는 법',
'둘, 자신을 위한 독서법',
'셋, 여유 있게 사는 법',
'넷, 훌륭하게 고통을 견디는 법',
'다섯, 감정을 표현하는 법',
'여섯, 좋은 친구가 되는 법',
'일곱, 일상에 눈을 뜨는 법',
'여덟, 행복한 사랑을 하는 법',
'아홉, 책을 치워버리는 법'
이 이야기들을 통해서 '알랭 드 보통'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의 핵심은
우리가 살면서 겪게 되는 많은 문제들은 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나 판단들을 통해서 대상에 대한 그릇된 판단을 내리게 되므로써 야기되는 것들이므로 우리는 어떤 것이라도 맹목적으로 판단하거나 재단해서는 안되며, 자신의 삶을 사랑하기 위해서 남들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러한 문제들을 타인의 조언이나 책들을 읽으면서 위안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런 것들 역시 위안이 되어줄 뿐, 그 안에 삶의 해답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결국에는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이 스스로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책의 구성을 유심히 살펴볼 때,
'알랭 드 보통'은 앞에서 그가 제시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역설적으로 부정하면서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깨달음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저역시 책을 읽는 동안 '역시 알랭 드 보통이야~' 하면서 감탄을 하고 읽다가 그의 말에 많은 것들을 끼워맞추게 되었다가 마지막을 읽고서는 많은 것들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서요. 아래와 같은 구절들을 만나면서 위로를 많이 받기 때문에 아직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것 처럼 '책을 치워버릴'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Q:평균적인 인간이라면 얼마나 오랫동안 이해할 거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
A: 완전히 이해한다고? 대개는 15분 정도밖에 기대할 수 없다. 소년 시절, 프루스트의 화자는 샹젤리제에서 놀고 있을 때 만났던 아름답고 활발한 질베르트와 친구가 되길 간절히 바랐다. 그의 소망은 결국 실현되어 질베르트는 그의 친구가 되고, 그를 자신의 집에 정기적으로 초청해 차를 함께 마신다. 거기서 그녀는 그에게 케이크를 잘라 주고, 그가 원하는 것을 주며, 큰 애정을 가지고 그를 대접한다.
그는 행복했지만, 곧 그다지 행복하지 않게 된다. 매우 오랫동안, 질베르트의 집에서 차를 마신다는 생각은 모호하고도 비현실적인 꿈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응접실에서 15분을 보낸 후에 모호하고도 비현실적이 되기 시작한 것은 그가 그녀를 알기 전의 기억, 그녀가 그에게 케이크를 잘라주고, 애정으로 대하기 전의 기억이었다.
그 결과 그는 자신이 받고 있는 호의의 소중함을 알지 못할 수밖에 없다. 그는 무엇을 감사해야 하는지 곧 잊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질베르트가 없었던 때의 삶의 기억은 사라질 것이고 그에 따라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표도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p221. 여덟, 행복한 사랑을 하는 법)
이 책은 아쉽게도, 번역이 잘된 책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분히 철학적이고, 분석적인 글이어서 그런 것 같기는 하지만, 여러가지 꼭 있어야 할 문장성분들이 생략되어 있어서 주어와 서술어가 잘 호응되지 않아서 매우 집중해서 읽어야했습니다.
뭐 덕분에 몇 번씩 생각하면서 한 문장을 읽게 되어 깊이가 생겼던 것도 같지만, 독자로써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알랭 드 보통'의 책이기에 그냥 넘어가 주는 거죠.
책의 내용은 참 참신하고 괜찮았던 것 같은데, (장정도 예쁘고) 번역이 반은 깎아먹는 책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도, 뭔가 삶의 고통과 고민들에 대해서 원론적인 이해를 하고 싶다면 공들여 읽어 볼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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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 알랭 드 보통
Tracked from Fly, Hendrix, Fly 2009/01/06 12:28 delete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 알랭 드 보통 지음, 지주형 옮김/생각의나무 알랭 드 보통, 프루스트, 그리고 나 알랭 드 보통의 책들을 연초부터 계속 읽고 있다. <<우리는 사랑일까?>>를 제일 처음 읽고, 그 다음으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잡고 읽었는데. 연애의 디테일들에 대한 묘사, 그리고 그 상황에서 왜 우리가 상처받거나 상처를 주는 지에 대한 보통의 이야기는 지금 나에게 '치유'로 다가왔다. 생각해 보니, 2007년 알랭 드 보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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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알라딘 반액세일 덕에 큰맘먹고 구입한 책이예요 ^_^
여러번 곱씹어야 하는 걸 대충 읽어 넘기는 바람에 머릿속이 더 복잡해져버렸습니다.
다시한번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 ㅎㅎ
드 보통의 소설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소설도 그렇게 쉽진 않은 모양이네요T_T
방문을 감사드려요. '나로'님 ^^
아뇨 아뇨,
저는 소설부터 읽었는데, 소설은 완전 재밌었습니다.
정말이지 '알랭 드 보통'의 사유에 감탄하면서 읽었다죠...
번역도 나름 깔끔하여 여러번 곱씹는 수고를 덜어주기도 하고요..
분명 좋은 느낌 받으실 거라고 생각되요~~
전 번역 별로 문제 없이 읽었는데 ㅎㅎ;; 제대로 내용을 파악 못했을 수도.
일단 지주형씨가 '정치경제학자'니까.. 전공은 아니었죠~
리뷰 잘 읽고 갑니다~
후후후...
아니죠.. 제가 부족했던 것이겠죠... ^^
'핸드릭스'님의 포스트가 훨씬 알차고 재밌군요.
저야 말로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