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야식
어제는 저녁을 좀 부실하게 먹었던 탓인지,
아니면,
금연에 따른 입이 심심한 영향인지,
10시가 넘어서 배가 너무 출출해졌다.

하지만,
이제는 뱃살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나이가 되었으므로,
움직이기도 무지 싫어하는 나로써는,
야식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 당연하여서 무지 고민을 하다가,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 라는 평소의 신념대로 "명인만두"에 들러서 모듬 만두와, 김밥 한 줄과, 오뎅 1인분을 주문했다.

물론,
주문하기 전에,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고, 혹시 드시고 싶으신 것이 있지 않은가 여쭈어보았는데,

나는 이게 "참으로" 좋다.

늦은 퇴근 길에 집으로 전화를 걸어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과 나눠먹을 무언가를 산다는 것.
왠지,
나를 기다려주는 누군가에 대한,
고마움에 대신하는 어떤 것, 혹은
외롭지 않고, 사람 숨소리가 나는 따스한 집을 만들어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
뭐 그런 것 같다.

거기에는 내가 번돈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자긍심도 한 몫하는 것 같고,

"내가 이 정도야.. 이렇게 내가 가족을 생각해.." 정도의 잘난척도 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뭐 여튼,
내가 사온 야식을 바닥에 풀러 놓고 옹기종기 모여 먹으면서,
괜히 타박도 하고, 투정도 하고 하는 그 단란한 시간이 "참으로" 좋고,
내가 사 간 야식을 맛나게 먹어주는 가족이 "참으로" 좋다.

한편으론,
전에는 안하던 이런 행동을 하는 내가 '철이 든 건가' 싶다가도,
'아니야 나이먹어서 그런것 같아' 라는 생각이 들어서 서글퍼지기도 한다는 그런 이야기...


2. 뭐가 이래?

어제의 "나의 희망"에 이어서, 계속 생각을 하는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내가 희망하는 것은,
내가 "온전히 네 삶을 긍정해. 그리고 그렇게 나를 긍정해주는 네가 좋아"라고 생각했지만,
그것 역시
나와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야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결론적으루다가
"상대의 삶을 긍정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할 마음가짐"을 가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쌍둥이와 같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네???

그런거야??
원래 같은 거였어??

뭐가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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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ainforest 2008/10/30 09:3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상대의 삶을 긍정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할 마음가짐"이라..연애하는 모든 이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아닐까요?

    그리고
    누군가를 만나면(그것이 연인이든 아니든간에),
    symbiosis에 의해 사람의 생각이란게 진화하고 발전하는 것인데.. 그것까지 완벽히 일치하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쌍둥이의 경우도 힘들듯 한데요^^ 욕심이 너무 많으신거 아닌가요?

    어제 결여님의 블로그를 읽고, 또 한번 깜짝 놀랬고(정말 같은 시기에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마치 내 일기장을 보는듯한^^), 다시 한번 생각해봤어요.
    결론은..나 자신도 가끔 납득되지 않는 나의 생각과 행동을 타인에게 이해받길 바란다는 건 무리가 아닐까..
    그냥 이런 나를 견뎌줄 수만 있다면,버텨줄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하는게 아닌가 인데요...

    아, 가을이라서 그런가요..벌써 추워졌는데...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Tom waits의 Christmas Card From A Hooker In Minneapolis나 들으면서 방구석에서 울고 있지 않을까해서.... 더 막막한 겨울의 문턱이네요^^

    • 차이와결여 2008/10/30 23:19  address  modify / delete

      와..
      'rainforest'님의 댓글을 읽다 보면,
      저 역시 깜짝깜짝 놀라곤 해요.

      혼자 생각을 하다 보면 자기 생각에 빠지다보니 간과 하기 쉬운 문제들을 콕콕 집어 주시거든요.

      기본적으로는 같은 문제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렇게 해주시니까 정말 '자아의 분신'을 만나는 것처럼 신기합니다. ^^

      그렇네요.
      제 욕심이 너무 큰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침 어제 점심 때, 주위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저에 대한 평가를 들었는데요.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은'사람이라는 평을 들었어요.
      유별난 것도 없지만, 특이한 구석도 있다는 정도였겠지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생각하는 것과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심도 들었고,
      '내 유별남을 인정해주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견뎌주고', '버텨준다'는 생각은 너무 일방적이지 않은가 해요.
      나도 상대방의 무언가를 '견뎌주고', '버텨주고' 할테니까요.
      그리고 분명 '견뎌주고', '버텨주는'것 말고 다른 것이 있을테지요.
      그것만 가지고는 분명 지치고 말테니까.. ^^

      아.. 너무 멀리 간 것 같습니다..ㅎㅎ

      저도.. 슬쩍
      심심할 것만 같은 '크리스마스'가 걱정되는데요.
      그 노래는 너무 가라앉는 노래잖아요.. ^^
      헤어나올 수 없는 감정의 깊이를 어떻게 감당하시려구..ㅎㅎ
      좀 진부하지만 Nat King Cole의 The Christmas Song과 같은 따스한 노래를 들으시면서 흐느적 대며 보내는 건 어떨런지요.
      저는 저 노래 들으면 기분이 좋아져서 눈쌓인 거리를 막 혼자 걸어다니고 싶어집니다..ㅎㅎㅎ

  2. rainforest 2008/11/01 01: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견뎌주고 버텨준다...인내하거나 참아준다라기 보다 tolerance의 개념으로 쓴건데..표현이 너무 과격했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