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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는 고양이다> - 공식포스터




When : 2008년 10월 17일 20시 40분
Where : CGV(오리)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메종 드 히미코>'이누도 잇신' 감독의 <구구는 고양이다> 입니다.
  '이누도 잇신'의 영화는 그 밖에도 <황색눈물>, <금발의 초원>도 봤는데요. 점수를 매긴다면 그리 박하지 않을 정도이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 같은 대박 영화도 만들어 주고 있기 때문에, 이름을 기억하는 몇 안되는 일본 감독이긴 합니다.
  거기에 '우에노 쥬리'도 나오고요.(그니까 당연히 봐야하는 거고요..ㅋㅋ)
  어디서 본 것 같은 배우라는 생각은 들었습니다만, 정확히 알 수 없었던 배우 '코이즈미 쿄코' 영화를 보다가 보니, 얼마 전에 봤던 <텐텐>에 청부업자 '후쿠하라(미우라 토모카즈)'의 가짜 아내 역으로 인상깊게 나왔던 배우였습니다.
  상당히 연기를 잘하는 배우더군요. 예쁘기까지 하구요, 연기 호흡에 장,단이 확실하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출연했다는 '봉준호'감독의 프로젝트 영화 <도쿄>가 기다려집니다.
  사실,
  <구구는 고양이다>에 출연하는 대부분의 배우들이 연기를 꽤 잘해서, 일본 영화 특유의 상큼, 발랄함이 잘 묻어난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여튼, <구구는 고양이다>의 줄거리는,
  천재 만화가 였던, '아사코(코이즈미 쿄코)'에게는 15년이나 함께 지낸 '사바'라는 암코양이가 있습니다. 단편집을 마무리 하느라 어시스턴드들과 함께 몇 날을 밤을 세우던 중, '사바'는 수명을 다하고 말죠. 사실 집고양이가 15년을 살았으면 나름 장수했다고 할 수 있었지만, '아사코'에게는 '사바'의 죽음이 슬럼프를 가져올 만큼 커다란 의미로 다가오게 됩니다.
  방황하는 '아사코'의 모습을 '나오미(우에노 쥬리)'를 비롯한 어시스턴드 들도 안타깝게 바라보는데, 드디어 '아사코'가 고양이 한 마리를 분양받아오게 됩니다. '구구'라는 이름의 숫코양이. 말썽꾸러기 숫코양이 '구구'덕분에 사소한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아사코'는 '세이지(가세 료)'라는 정체불명의 연하남을 만나게 되는데요. 그에 대한 눈빛이 뭔가 심상찮음을 간파한 '나오미'는 '아사코'와 '세이지'를 연결해주려는 프로젝트에 들어가게 됩니다...


  뭐 이정도까지입니다.

  사실,
  제목에 '세 여인의 삶의 의미 찾기'라고 붙여 놓고 줄거리를 이정도로 마무리해버리면 말이 안되지 않느냐는 항의가 있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이 영화의 주인공은 3명이고, 이야기는 두 가지가 중첩되면서 진행됩니다.
  한 명은 주인공이기도 한 '아사코.
  열 권이 넘는 전집을 간행할 만큼 30년 동안 만화만 보고 달려왔던 그녀에게는 만화가 전부이자 끝이어서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해본 적이 없을 정도 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사바'가 죽게되고, 바로 옆에서 '사바'가 죽어가는 것 조차 알지못하고 살았던 자신에 대한 생각과, '사바'에 대한 미안함, 죄책감 등이 범벅이 되어
과연 무엇때문에 이렇게 열심히 살아왔는가? 하는 의문의 답을 찾아가는 것이 하나이고,

  역시, 어린 시절 '아사코'의 만화를 읽고 감동받아 그의 조수가 되어서 만화가를 지망하긴 했었지만,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나오미'의 이야기가 또 하나의 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둘의 차이점은 한 명은 젊고, 또 한 명은 중년이라는 차이가 있는데요. 똑같은 '삶의 의미'라는 문제에 대해 접근해가는 방식의 차이를 비교하시면서 본다면 좀더 영화가 재미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 그리고 마지막 한 여인은
  바로 암코양이 '사바'입니다.
  '사바'는 '아사코'의 분신이자 또다른 자아의 모습, 혹은 위로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요. 처음과 끝에 조금씩 등장하지만, 영화의 결말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바'가 '아사코'의 또다른 자아라는 것은, '사바'에게 했던 불임시술과, '아사코'가 겪게되는 시련을 비교해보시면 또 어렵잖게 짐작이 가능하실 것입니다.

  또하나 이 영화의 핵심포인트는,
  '키치쵸지'라는 공간입니다.
  제게는 <상실의 시대>에서 자주 등장하여서 낯익은 장소이긴 하지만,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드리자면,
우리 나라의 종로, 정도의 거리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가보지 않아서 정확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주택가 가까운 곳에,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원도 있고, 낡은 건물들의 먹자골목도 있고, 한 편으로는 화려한 유흥가도 있는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
  신쥬쿠나, 하라쥬쿠가 우리나라의 강남이나 압구정이라면 '키치쵸지'는 강북, 종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혹, 잘 아시는 분이 있으시면 답글로 알려주세요.)

  암튼,
  그 동네에 있는 다양한 먹거리들예쁜 카페들, 그리고 소소한 사람들의 모습이 배경으로 펼쳐지는데요.
  어찌 그리 구석구석 아기자기한지,
  저도 한 번 가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구 어느 모퉁이를 돌면, 친근한 누군가와 만나서 '사케' 한 잔 기울일 수있는 단골집이 있는 그런 정겨운 동네라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일본영화의 강점이자 단점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민족성에 맞게 영화도 굉장히 작고 디테일한 부분에 공을 많이 들인다는 겁니다.
  그게 때로는 장점이 되어서 영화의 멋을 살려주기도 하겠지만, 때로는 늘어지게도 만드는데요.
  이 영화도 원작이 있다보니, 원작을 충실하게 재현하고자 뒷부분으로 갈수록 이야기가 늘어지면서 지루해지는 경향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결말은 다 나와있고, 이야기도 뻔한데,
  그렇다고 감정을 고조시키지도 못하면서 질질 끄는 듯한 내용.

  암튼,
  그렇다고는 해도, 전체적으로 아기자기 예쁜 영화이고,
  '코이즈미 쿄코', '우에노 쥬리', '카세 료'의 연기는 매우 좋아서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
  고양이를 좋아하신다면 '구구'의 귀여움에 깜빡깜빡 넘어가는 장면 몇은 또 준비해 놓은 영화.
  <구구는 고양이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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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는 고양이다> - '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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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구구는 고양이다 _ 고양이의 눈으로 인간의 삶을 보다

    Tracked from the Real Folk Blues 2008/10/19 21:53  delete

    구구는 고양이다 (グ-グ-だって猫である, 2008) 고양이의 눈으로 인간의 삶을 보다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감독인 이누도 잇신과 주연을 맡은 우에노 주리의 GV가 있던 바람에 엄청난 관심을 모으기도 했던 이누도 잇신 감독의 신작 <구구는 고양이다>. 재미있는건 우에노 주리야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스윙걸즈> <무지개 여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통해 이미 너무도 익숙했던 배우였지만, 국내팬들에게 이토록 큰 인기를 끌게 된 것은 드라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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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ainforest 2008/10/19 06:2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어제 '도쿄'를 봤었는데요. 봉준호 감독님의 편에 나왔던 분은 '아오이 유우'라는 배우였던듯 한데..
    검색해보니 코이즈미 쿄코라는 배우는 'Tokyo Sonata'랑 'Tokyo Tower'에 나오셨고, 프로젝트 영화 '토쿄'에는 출연하지 않은듯 한데요..

    어쨌거나,
    미쉘 공드리편은 역시 미쉘 공드리다운 결말이 좋았었고, 봉준호 감독님편도 플롯 자체가 신선했는데,
    레오꺄락스의 에피소드는..이해불가-.-;; 게다가 늦을까봐 지하철역에서부터 모르는 영화관을 찾아 여기저기 뛰어다녀서인지..약간 졸음도 왔었네요^^
    '결여'님의 평 기대해볼께요

    • 차이와결여 2008/10/19 08:43  address  modify / delete

      아.. 그렇네요.
      '봉준호' 감독님 편에 나오는 남자배우 '카가와 테루유키' 와 같이 나오는 사진이 있길래 봤더니 '도쿄 소나타'여서
      '아~ 봉준호 감독편의 제목이 '도쿄 소나타'인가보다.'했던 것 같아요..
      너무 아쉽습니다.

      근데 'rainforest'님은 어디서 보신 거에요.. 정말...
      어디서 보셨건 간에 부럽습니당당당...

  2. taisnlee 2009/01/12 00:1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구구는 고양이다>는 영화의 스토리보다는
    <노다메 칸타빌레>의 히로인 '우에노 쥬리'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이누도 잇신',
    그리고 많은 고양이 애호가들이 골랐을만한 영화였습니다 ㅋ
    (저는 고양이 애호가는 아니고 키워드를 하나 더 추가하자면 '카세 료'군 정도겠네요 ㅋ)

    많은 기대를 안고 본 영화와는 달리 허무함만이 남는 영화였네요 ㅠㅠ
    특히 '구구'의 뜻은....정말...................................

    • 차이와결여 2009/01/12 12:30  address  modify / delete

      소소한 것에 집중하는 일본 영화 특유의 자세에 충실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적당한 스타 시스템을 끼워 넣고, 일본인들이 사랑해마지않는 고양이의 등장까지...

      저도 '우에노쥬리'양을 좋아라 하여 기대를 많이 했었지만, 기대 만큼은 아니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