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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몽> 공식 포스터





When : 2008년 10월 15일 18시 30분
Where : CGV (오리)
(★★☆)

  '오다기리 죠', '이나영', '김기덕'의 만남.
  오리 CGV 4관에서 봤는데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오리CGV에는 '무비콜라쥬'라는 예술영화 상영관이 있습니다. 9관인데요.
  예상과 달리 4관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근데 화질이 별로 였어요.
  예고편을 볼 때부터 뭔가 좀 이상한 듯 하더니만, 영화가 시작 되니, 이건 80년대 프린트를 보는 듯 했습니다.

  여튼,
  두 명의 좋아하는 배우와 나름 애정을 갖고 있는 감독의 만남,
  더군다나 자극적이고 인간 고통의 말초적부분을 자극하는 영화들을 만들기로 유명한 '김기덕'이어서 자못 기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니아니, 그런 부분들을 기대했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영화가 펼쳐질지 기대했었다는 이야깁니다. ^^;;;;

  주연 배우를 확인하고 이미 보기로 맘을 먹었던 터라, 별다른 정보를 접하진 않았습니다만,
  한 가지 기억남는 것은 '오다기리죠'는 어두운 검은색 계통의 의상을 줄곧입고 나오고, '이나영'은 반대로 '흰색'을 입고 나온다는 것 정도...

  줄거리는 이러합니다.
  '전각(돌에 도장을 새기는 것, 정확한 표현인지는 몰)'전문가인 '진(오다기리 죠)'은 얼마 전 애인과 헤어진 이 후, 너무도 선명한 꿈을 꾸게 되는데, 꿈 속의 장면과 사건들이 너무도 생생하여 하루는 꿈 속에서 사고를 일으켰던 지점에 가보게 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자신이 꿈 속에서 봤던 그 차가 역시 꿈 속에 봤던 그 장소, 그 모습대로 사고가 나 있었지요. 궁금해진 '진'은 경찰의 무전내용을 훔쳐듣고, 범인을 발견했다는 소식에 경찰의 뒤를 쫓아 범인의 집으로 가게 되는데,
  정작 범인으로 잡히게된 여자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 여자 '란(이나영)'에게는 몽유병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란'은 사귀던 남자에게 이별을 선언했지요.
  '진'은 '란'이 벌인 사고를 모두 처리해주고 그녀에게 자신의 꿈과 그녀의 몽유병이 연결 되어 있음을 설득하려 합니다. 하지만, '란'은 믿지 못하죠. 그러다가 서서히 '진'의 말을 믿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둘이 함께 어떤 무당(장미희)의 집을 찾아가게되는데,
  '란'이 몽유병 증상을 보이게 된 시기와, '진'이 선명한 꿈을 꾸게된 시기가 일치하게 되는 것을 발견한 무당은 이렇게 말합니다.
  '둘이 아니라 한 몸이군요.', '검은색과 흰색은 동색(同色)'입니다.
  그 말을 듣고 돌아온 둘은 한 사람이 잠들지 않으면 되겠다는 생각에 서로 노력하기로 하는데, 사람이 잠을 자지 않는 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뭐 대충 이러한 스토리로 전개가 됩니다.
  많은 분들이 보지 않으실 것 같기도 한데, 결국 저러한 노력들이 성공할 수는 없는 거겠지요. 영원히 안 잘 수는 없는 거니까요..

  영화는 중반부 이후까지 '김기덕' 영화 답지 않게 굉장히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 진행됩니다.
  무대가 되는 곳들이 한옥이 즐비한 종로구 가회동, 혹은 파주에 있는 '보광사'라는 절,
  '진'의 직업도 동양적 색채가 물씬 풍기는 '전각'인, '란'의 직업은 '한복디자이너'.
  이런 식이어서 화면도 아름답고 색채감도 화려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설정들은, 이 작품의 분위기와 그렇게 잘 어울린다고 볼 수 없고, 꼭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서, 역시 외국 관객들을 고려한 '동양적 미'를 부각하기 위한 '김기덕'의 계획적 배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사람을 버린 '란'과, 사람에게 버림당한 '진'은
  깨어진 사랑의 양면을 상징한다고 생각하고,
  결국 사랑이 깨어지기까지는 누구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라 두 사람 모두의 책임이고, 헤어지고 난 다음에는 항상 자신에게 유리한 쪽만 기억하기 마련인 사랑에 대해 오만한, 그런 태도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나름의 주제를 뽑아봤습니다.

  중간 부분에, '란'과 '진'의 제 3 자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지난 잘못을 바라보는 듯한, '갈대밭 장면'이 나오는데, 사랑이라는 이름의 집착 속에서 한 사람은 미쳐가고, 다른 한 사람은 지쳐가는 그 과정을 아주 짧은 장면 속에 보여줍니다.
  그 장면에서 결국 헤어지고 마는 한 연인들을 따라가며 바라보다.
  '진'과 '란'이 각각 남자와 여자를 위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벗겨진 신발을 다시 신겨주는 것으로 한 존재를 위로하는 장면에서는 뭔가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영화가 후반부로 진행될 수록 이야기는 앞 뒤가 잘 맞아지지 않고, 이야기를 겉도는 듯하다가 '김기덕' 특유의 피가 난자하고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혐오스런 장면들이 이어지면서 주제가 흐려지는 기분이 들었는데요.
이미 끝나버린 이야기에 뭔가 동양적인 사상을 덧씌워서 어필하고자 하는 무리함이 드러나 보여서 좀 씁쓸했습니다.

  무엇보다 특이했던 것은,
  '진'역할의 '오다기리 죠'는 연기를 하면서 일본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자막이 처리 되어 있는데요' 처음에는 무지 어색했던 그 모습이 시간이 조금 지나고나자 아무렇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서 외려 어설픈 한국어 속에 연기에 집중력을 흩트리느니 앞으로도 외국 배우가 출연할 때엔 그냥 모국어로 자연스럽게 연기 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악어>, <파란대문>, <섬>, <나쁜남자>, <야생동물 보호구역>, <사마리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까지 상당히 많은 수의 '김기덕' 작품을 봤었는데요.
  <비몽>은 그 중에서도 재미없고 별로인 영화 쪽에 포함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그나마 별 두 개라도 매길 수 있었던 것은 '오다기리 죠'의 내면연기가 매우 좋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이나영'이라는 배우를 '김기덕'은 제대로 활용할 줄 몰랐던 것 같아서 연기가 매우 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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