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다음
When : 2008년 08월 23일 16시 50분
Where : 씨네큐브 (광화문)
(★★★☆)
황혼에 접어든 이들의 사랑을 그린 영화는 그리 드문 소재가 아니다.
인생의 많은 시기를 지내온 연륜과 그 연륜에서 묻어나는 깊이있는 시각들, 그리고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영화들은 여전히 그 시기를 지나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하고, 지금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되돌아보게 해주고, 때로는 살아갈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의 '제시카 텐디' 할머니와 '모건 프리먼'의 속 깊은 우정.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의 '캐시베이츠'에게 새로운 힘이 되어주는 '제시카 텐디'할머니의 사려 깊음이 그러하다.
얼마 전에 우리 나라에도 여러가지 이슈가 되었던 <죽어도 좋아> 같은 작품도 있다.
그러나 <라벤더의 연인들>은 '사랑'의 대상이라는 측면에서 위의 영화들과 좀 다른 방식을 취한다.
한 번의 사랑을 전쟁으로 잃어버리고 독신으로 살아가는 '자넷(매기 스미스)'에게는 '우슐라(주디 덴치)'라는 여동생이 있는데 이 여동생은 한번도 사랑을 느껴보진 못했지만, 언니와 함께 인생의 황혼기를 소소하게 꾸려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폭풍우가 지나간 다음날 그녀들은 바닷가에 쓰러져 있는 젊은 청년 '안드레아(다니엘 브륄)'를 발견하게되고 영어도 할 줄 모르는 이 청년을 간호해주면서 잔잔하기만 하던 일상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게 되는데,
바로 '우슐라'가 '안드레아'에게 연정의 마음을 품게 된 것. '자넷'은 이상한 행동을 하는 '우슐라'를 보면서 걱정스런 마음을 품게 되는데, 그때 마을에 휴가차 방문하고 있던 젊은 예술가 '올가(나타샤 멕켈혼)'가 나타나면서 '안드레아'가 다름아닌 무명의 재능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였음이 밝혀지게 되는데...
뭐 이정도가 대략의 줄거리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생의 영원한 감정인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이가 많은 여인'이 '손자뻘 되는 젊은 청년'에 대해 연모의 정을 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루기 힘든 사랑이야기라는 것이 다른 영화들과 조금 다른 설정이라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는데, 그리고 실제로 '데미무어'와 '에쉬튼 커쳐'의 커플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게 불가능한 사랑은 아니지만,
영화에서도 나오듯
'우슐라'는 자기가 사는 동네는 거의 벗어나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자신의 삶의 영역을 바꾸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한, 사랑을 하면서도 자신의 사랑을 숨겨야만 하는 그런 사람인 반면,
'안드레아'는 새로운 대륙인 '아메리카'에 가는 것을 꿈꿀만큼 앞으로의 사람에도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한마디로 꿈꾸는 청년이라는 것에서 이들의 관계가 근본부터 어긋나 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된다.
하지만, 사랑의 감정은 막을 수 없는 것.
그런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를 향한 마음을 막을 수 없는 '우슐라'는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감정을 어떻게 처리 할 줄 몰라서 방황하고, 언니 '자넷'은 그런 동생을 도와주기위해 노력하지만 일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이 영화 역시도 많은 곳에서 상영할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결말까지 다 이야기할 수는 없으므로.. 영화에 대한 짧은 감상을 적으면서 마무리를 하자면,
이 영화는 완전하다 못해 싱싱하기까지한 '젊음'과 젊지만 극복하지 못할 세월의 무게를 지지고 있는 '성숙'이 만나서 일방적이지만 절제된 사랑의 감정을 보여주는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
이렇게 스스로 절제해야만 하는 사랑의 마음을 '고리타분'하다거나 '구식'이라는 표현으로 깎아내린다는 것은 매우 온당하지 못한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으므로 그녀의 사랑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주디 덴치'여사의 가슴떨리는 첫사랑의 연기는 다른 누구에게 배역을 맡긴 대도 절대 할 수 없을 만큼의 아름다운 연기를 보여주어서, 보는 나 마저도 안타까워 주먹을 쥐게 만들었으며, 거짓말을 좀 더해 '16세 소녀'의 가슴앓이를 보고 있는 것만 같은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주어서 박수가 절로 나왔다.
옆에서 중심을 잡아 주고 동생을 아끼려하는 연기를 표현한 '매기 스미스'여사의 연기도 매우 좋았다.
이 영화의 핵심은 두 노년의 여성의 감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가 중요하므로 이 둘의 연기가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나,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음악.
'안드레아'의 직업이 바이올리니스트다 보니 많은 연주곡들이 등장하는데, 영화의 끝부분 클라이막스 때, 연주되는 'Fantasy For Violin and Orchestra' 는 '조슈아 벨'과 '로얄 필하모닉'의 연주로 눈물이 나올 만큼 아름다운 곡이었다. ( 이 노래는 '아사다 마오'와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에도 쓰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 한곡으로 영화의 모든 것이 표현되었다고 해도 무방할만큼 영화의 모든 것이 그 한 장면속에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원제 'Ladies In Lavender'를 '라벤더의 여인들'이 아닌 '연인들'로 번역해 놓은 걸까...
이미지 출처 - <라벤더의 연인들> 공식사이트
댓글을 달아 주세요
좋은 평 읽고 갑니다.
저도 이 영화에 대한 인상이 깊습니다.
라벤더 꽃말이 침묵이라네요. 절제된 할머니들의
축복, 사랑을 표현한 말이라고 저는 글에서 썼습니다.
바이올린 연주도 너무 좋았고요.
라벤더의 꽃말이 '침묵'이었군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영화의 의미가 더욱 깊어지는 것 같네요.
찾아가서 글을 읽었더니 저보다 훨씬 좋은 평을 쓰셨던데요?? ^^
저는 아직도 바이올린 연주가 귓속에 남아있는 듯 해요.
방문감사드립니다.
트랙백도 걸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