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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김연수 역, 문학동네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한다는 '레이먼드 카버'를 처음 알게된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를 통해서 였을 것이다. 아마도 어느 에세이에선가 영향을 받은 작가를 알려달라는 질문에 아마 '레이먼드 카버'를 언급했었고, 그가 단편 소설을 주로 쓰는 사람이라는 것. 그 정도의 정보만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시절은 (지금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굉장히 편협한 독서를 하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고, 과감하게 책에 돈을 마구 퍼부을 만큼 여유가 있지도 않던 '학생' 시절이라 그냥 그렇게 기억만 하고 넘어 갔더랬다.
그렇게 잊고 있다가 '김연수'라는 작가에 관심을 갖게 된 얼마 전, 그의 번역으로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이라는 단편집이 번역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김연수'라면야..믿을 수 있겠지.. 라는 생각에 구입한 책.
구입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찾아 읽어보았더니, 아주 괜찮은 책이라는 평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사실 나 자신은, 사람들의 그러한 감상평, 서평들을 읽으면서 모두가 거의 비슷한 말들로 '레이먼드 카버'를 칭송하기에 도대체, 얼마나, 뭐가 대단하기에 호들갑일까.. 하는 건방진 생각으로 책을 잡은 것도 없잖아 있었다.
그러나 읽고 난 지금은 그들의 그런 평가에 십분 동의하며 얼른 다른 단편집도 구해서 읽어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조금만 검색해보면 알 수 있겠지만,
'레이먼드 카버'의 글은 일상의 어느 한 순간을 포착해내서 미사여구도 거의 없는 간단하고 평이한 문체로 담담하게 서술해나가는데(이런걸 '미니멀리즘' 이라고 한단다.), 글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에 결말에 이르고, 딱히 반전이나 절정같은 부분도 없으면서 읽고 난 뒤에는 긴 여운을 남겨준다는 것이 독특했다.
12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애정이 식어버린 부부' 이거나, '타인과 잘 교류하지 못하는 개인주의적 인물' 혹은 '알콜 중독으로 파탄을 맞는 인물'이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인데,
때문에 그들의 삶은 매우 무료하고 무언가 톱니가 맞지 않는 기계들처럼 겨우 겨우 지탱해 굴러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정상적이었던 과거를 떠올리고 현재까지 오게된 과정을 생각하면서도 현실의 비극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냥 버티고 있는 그런 인물들이다.
한 마디로 자신이 어디가 삐뚤어졌는지 알지 못하는 인물들.
그런 인물들이 '삶의 아주 작은 계기'로 인하여 (실제로 소설 속에서 그들은 그런 계기가 되는 사건들을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자신의 안에 무엇인가가 달라지게 되는 것을 느끼고 이제까지의 자신의 삶을 반성하게 되고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되는 과정을 매우 건조하고 단단한 어조로 '레이먼드 카버'는 표현해내고 있다.
때문에,
글을 읽는 도중에 '과연 이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려고 이럴까?' 라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어나가다가 허무하게 툭 끊어지는 결말을 만나곤 적잖이 당황한 적이 많았는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엉킨 실타래는 이미 풀려있었음을 발견하게 되는 그런 기분이었달까?
정확한 표현을 하지 못하겠지만, 40여 페이지를 읽고 난 다음, 다음 이야기를 읽기에 앞서 책을 덮고 잠시 동안이나마 생각을 했던 적이 자주 있었다.
작가도 언급했듯이,
이 소설집 중 가장 좋았던 것은 맨 마지막에 실려있는 표제작 <대성당>, 그리고 <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등이 아주 좋았다.
단편소설이 호흡이 길게 연속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잠자기 전에 머리 맡에 두고 한 편씩 읽고 자면 참 좋을 듯한 소설집. 강추입니다.
<깃털들> 한 부부가 남편의 직장 동료의 집에 초대 되어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집에서 기르고 있는 '공작새'의 깃털을 하나 받아 온다는 이야기
<체프의 집> 남편의 알콜중독으로 잠시 결별했던 부부가 '체프의 집'에서 만나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던 도중 집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는다는 이야기
<보존> 실직한 남편과 함께 살아가던 한 여자네 집에 냉장고가 고장나고 고장난 냉장고를 사기 위해 경매를 알아보게 되면서 잃어버렸던 과거를 찾아간다는 이야기
<칸막이 객실> 이혼한 한 남자가 몇 년만에 아이가 있는 스트라스부르로 여행을 가다가 아이에게 줄 선물도 잃어버리고, 열차도 무언가 잘못되면서 자신의 본 마음을 알아간다는 이야기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한 아이의 생일날 케익을 준비한 부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에 아이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여러 가지 안 좋은 일들만 일어나는데, 빵집 주인이 건네주는 빵 한조각에 위로를 받게 된다는 내용.
<비타민> 비타민을 파는 아내를 둔 남자가 외도를 저지르다 괴한들을 만나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는 이야기
<조심> 알콜 중독인 한 별거남이 귀에 무언가가 막혀 잘 들을 수 없게되고 할 이야기가 있어 찾아온 부인은 그의 귀를 치료해주지만 정작 할 말은 하지 못하고 돌아간다는 이야기
<내가 전화를 거는 곳> 알콜중독 치료센터에서 만난 '나'와 J.P라는 사람은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친해지게 되었는데, 크리스마스 면회를 온 J.P의 부인과 인사를 하고 '나'도 '나'의 부인, 애인에게 전화를 한다는 내용.
<기차> 한 남자와 거칠게 이별한 한 여자가 기차를 타고 도시를 떠나기 위해 역을 찾았다가 이상해보이는 커플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
<열> 갑작스레 부인과 별거한 한 남자가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을 어렵사리 구하게 되고 몸에 이상한 열이 난 후, 깨어나서 그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는 무언가 달라지게 된다는 이야기.
<굴레> 농사일을 지을 수 없어 쫓겨오다시피 한 한 가족이 도시에서 일자를 구하고 어렵사리 살아가다가 남자의 괜한 장난으로 머리를 다치게 된 후 말에게 씌우는 '굴레'만을 남겨둔채 떠나버리는 이야기
<대성당> 아내의 오랜 친구인 맹인의 방문을 받게 된 남자는 매우 못마땅해 하나 같이 마리화나를 피우고 맹인에게 TV에서 나오는 '대성당'의 그림을 설명하면서 벌어지는 놀라운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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