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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득이
* 김려령, 창비
한마디로 말해 이 소설은 재밌다.
주인공은 말그대로 완소남이다.
어려운 상황에 좌절하거나, 반항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두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자신안에서 감싸안아나가는 모습의 주인공.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 개성있는 말투, 가정환경에서 비롯한 시니컬함까지...
게다가 키도 크고 싸움도 잘한다.
너무 완벽한 모습이어서 거부감이 들 것 같지만,
소설의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주인공 '완득이'의 독백체들을 따라가다 보면,
나같아도 그렇게 '씨부리고'말았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10대 청소년의 심리를 꿰뚫어 그려내는 작가의 능력 덕분에, 거부감 대신 사랑스러운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게다가, '완득이'를 둘러싼 주변인물들은 모두 소설 안에서 완벽한 자기 역할을 맡고 있어서 어느 캐릭터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는 것이 이 소설을 재밌게 해주는 또다른 중요한 요소였다.
'완득이'와 함께 소설을 이끌어가는 인물인 담임'똥주'
중간 부분부터 가족의 의미와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는 '완득의 어머니'
사람과 사람사이의 정과 의리, 배려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아버지', 삼촌 '남민구'
진정한 승리는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잘 지는 것'이라는 삶의 철학을 설명해주는 '관장선생님'
심지어 엑스트라처럼 지나가는 '씨불놈' 앞집아저씨와
철딱서니없는 행동과 함께 귀여운 동네 동생들 같은 느낌의 '세혁', '수종'
그리고 '똘아이' 혁주.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매니저 1등 '정윤하'까지...
이들이 뭉쳐서 알콩달콩하게 풀어가는 이야기가 군더더기 없이 알차고, 상쾌하다.
아무래도 청소년들을 위한 소설이다 보니, 어려운 내용들을 설명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세상의 대부분을 '완득이'의 시각을 통해서 해석하는 것으로 처리하여 머리 아픈 것들은 대충 돌아가고 넘어가고하는 부분이 많지만, 굳이 이와 같은 소설에서까지 그렇게 심오한 것들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별다르게 딴지를 걸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읽으면서 어딘가 모르게 내용의 구조가 본 듯 하다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의 스토리 구조와 매우 흡사하다는 느낌이 들긴 했다.
- 매우 가난하게 살아가는 아버지와 아들,
- 아버지는 예술가(춤, 미술),
- 주인공은 많이 배우진 못했지만 자신의 특기를 살리게 됨(싸움-킥복싱, 소매치기-스턴트맨)
- 주인공을 도와주는 사람들 (킥복싱 관장님- 똥주, 스턴트 감독님-열혈친구)
- 신분의 차이가 나는 애인 (정윤하,부잣집 딸)
- 이혼하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지만 항상 미안해하는 어머니
- 뭘해도 착하고 긍정적인 주인공
'네멋'의 청소년 버전 쯤?
뭐.. 그래도 완전 겹치진 않으니까 표절은 아니겠지..
허긴 그렇게 치자면 헌신적인 관장님이 나오는 모든 격투기 영화는 '록키'의 표절이겠지..ㅋㅋㅋ
내용을 쭉 따라 읽어가다 보니, 길지 않은 분량 안에 참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 내용들을 깊이 다루지 못하고 주인공 '완득이'의 시각에만 의존하여 풍경처럼 흘러가 벌린다는 점이 아쉽긴 해도, 요즘처럼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 때에 이 책과 같이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스쳐가더라도 생각할 여지를 주는 책이 매우 유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마도,
청소년 성장소설이라 구입을 꺼려할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
청소년 문학의 부흥을 위해서라도, 작가에게 힘을 주시기 위해서라도,
한 권씩 구입하셔서
짧게 짬날 때 훌훌 읽고 넘어갈 수 있는 가볍고 재밌는 소설.
정말 재밌습니다. 혼자 킬킬대고 소리죽여 웃느라 혼났습니다.
서점에 가면, 어른들을 위한 양장본 말고 좀더 저렴한 책이 있으니 굳이 양장본을 구입하실 필요는 없을 듯.
내가 가진 것은 비록 양장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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