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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학 오디세이 1
* 진중권, 휴머니스트


  '진중권'이라는 사람은 도대체 무엇이 실체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었다.
  사실 그냥 여기 저기에 찌라시처럼 흩뿌려져 있는 그에 대한 가십기사 거리들만 보아왔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그건 그의 도전적인 말투와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으나 말할 때, 살짝 올라가는 오른쪽 입꼬리 때문일지도 몰랐다.
  뭐 이렇게 파악한다는 것은 '형상'에만 매달려 '정신(본질,영혼)'을 보지 못하는 것이겠지만, 나는 미학자도 아니고, 더군다나 '미'를 그냥 '주관적 아름다움' 정도로 믿고 살아온 범인이니까 어쩔수 없는 일이다.

  하여간 이래 저래 관심이 많이 가는 사람이 오래전에 쓴 책이 현재까지도 스테디셀러고 잘 팔리고 있고, 사람들로부터 좋은 책이라고 칭찬도 자자하니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구입을 했다. 편견없이.

  사실 '미학'이라는 개념 자체가 잘 잡히지도 않을 뿐더러, 따로 접해보지도 못한 분야라 책을 읽기 전에 어떠한 자세로 읽어야 할런지 고민부터 되었다.
  밑줄을 좍좍그어가며 공부하는 자세로 읽어야 할지, 가볍게 '이런 생각도 있구나 ' 교양 입문서 형식으로 읽어야 할지....

  하지만 그런 나의 생각은 모두 기우였다.
  3권을 같이 구입한 탓에 붙어 있는 작가 노트의 몇 장을 넘겨보면서
  '옳다구나, 내가 원하던 책이네!' 라는 생각이 들었고,
  1권을 읽는 내내 매우 흡족해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따라서, 위 방법 중 내가 택한 방법은 가볍게 읽으면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 한번 더 읽기 정도의 방법이었다. 공부는 안했다.

  1권의 대략적 내용을 간추리자면,
  '미학'이라는 개념의 근원이 어디서부터인지 추적하기 시작하여 최근의 철학자 '헤겔'의 이론까지를 설명하고 있는데, 각 시기별로 큰 흐름과 그 흐름에서 중요시했던 개념들을 간략하게 정리하여 알기쉽게 설명하고 있다.

  시작은 당연히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고대 철학부터 시작하는데, 이 둘의 사제지간이 정의한 세계의 구성 자체가 대립적이다 보니, 후에 나오는 많은 철학과 종교의 개념들도 누구의 이론을 따를 것인지에 따라 그 내용이나 형식이 달라지게 되는 모습을 고리타분하지 않게 잘 설명해주고 있다.

  물론, 헤브라이즘부터 헬레니즘, 중세시대,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계몽주의, 합리주의, 분석철학 까지 이어져 오는 사상이나 철학의 큰 흐름을 한 권으로 끝낸다는 것은 무리이기도 하고, 또 그 가운데에서 '미학'을 정의하고 '미학'을 이야기 하는 부분만을 도려내서 설명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대학교 때 '문예사조사'를 공부하면서 생각했던 내용들을 다시 떠올려 볼 수 있었다.

  책은 크게 3가지의 방법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한 가지는 일반적인 개론서와 같이 이야기하는 서술해주는 것 하나.
  두 번째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대화
  세 번째는 판화가 '에셔'의 그림에 대한 설명.

  이 모두가 서로 날줄과 씨줄처럼 연결되어 뒤에 나오는 파트에 대한 생각을 미리 워밍업시켜주기도 하고, 앞에 이야기한 파트를 정리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면서 잘 맞는 바퀴가 소리없이 굴러가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앞부분, 그리스 시대의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는 그리스 신화에 대한 내용이 꽤 나와서 전에 읽었던 <그리스 로마신화(이윤기)>가 많은 도움이 되었고, 중간부분 중세시대를 이야기 할 때에는 <장미의 이름(이윤기)>이 꽤 많은 부분 이용되어 그 또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물론 읽지 않아도 똑똑한 사람들은 다 잘 이해했겠지만 말이다.

  특히, 10가지로 나눠져 각 파트마다 하나 씩 제시되는 '에셔'의 판화들은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해서, 읽는 재미를 더해주기도 했고, 진중권 특유의 친근한 글쓰기의 형태는 강좌를 듣는 듯 재미있게 이어져서 책을 처음 잡은 뒤 한 번 정도 쉬고 끝까지 독파하게 되었을 만큼 재미있게 쓰여진 좋은 책이다.

  물론 이 책에 제시된 이론이나 개념들은 전공자나 관련자가 아닌 바에야 추상적이고 관념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겠지만, 밑줄을 그으면서 공부하듯 읽으려고 하지 말고 잡지 칼럼 읽듯이 몇번 읽다보면 좀더 편하게 읽히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은,
  2권은 또 어떤 내용일지 무척 궁금하다는 것과,
  '진중권'이라는 사람이 똑똑하기만 한 줄 알았더니, 굉장히 치밀하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 아님 천재?

  그리고,
  누가 나에게 '어떤 사람이 이상형이냐?'라고 물어봤을 때, 딱히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머뭇거리기가 태반이었는데, 그 이유는 내가 생각하는 미의 기준과 사람들이 생각하는 미의 기준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막연하게 생각을 했었더랬다. 하지만 책을 읽고보니 그 상황에는 청자와 나 사이에 커다란 오해가 존재하는데,
  청자는 나에게 겉으로 드러나는 감각으로서의 '미'를 물어본 반면,
  나는 머리 속에 들어있는 감성적 표상으로서의 '미'를 대답하려고 하니 전달이 안됐던 것이라는 거..
  그래서 내가 바보였다는 생각..ㅡㅡ;;

  여튼,
  요즘 우리들의 모든 생활 분야에 관여하고 있는 '아름다움', '즐거움', '미'의 세계에 탐구하고 싶으시거나,
  책을 통해 지적모험과 여행을 하고 싶으신 분,
  예술과 눈꼽만큼이라도 관계되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도전해봐도 좋을 책.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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