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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니들은 많이들 사랑해라.흥!



  며칠 전부터, 무기력한 증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운도 별로 없고, 의욕도 없고, 그저 잔잔하고도 우울한 느낌이 며칠 째 계속이네요.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하다는 느낌도 없고, 단지 좀 긴 시간 동안을 눈을 감았다가 떴다는 느낌이네요.

  날이 더워서 그런 것인지... 더위를 먹은 것 같진 않은데 말이죠.

  해야 할 일들은 정말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지금 조금씩 하지 않으면 방학식 가까워서는 정말 바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는데 한심하게도 모든 일을 다 늘어놓고만 있습니다.
  알면서도 정말정말정말정말 하기가 싫으네요.

  그토록 좋아하던 영화도 시큰둥하고, 책도 건성건성 그냥 눈으로 글자만 쫓고 있고, 집에 가서는 멍하니 컴퓨터만 바라보다가 시간을 놓쳐버리기 일쑤입니다.

  왜그런 것인지 곰곰히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딱히 이유가 떠오르질 않습니다.

  생각해보니 참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무기력함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만사를 모두 귀찮아하고,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생활을 하는 것은 누군가와 이별하였을 때 주로 나타났던 증상입니다.

  첫사랑과 이별하고 나선, 화장실에서 아랫배에 힘주기조차 귀찮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우스겟소리로 하곤 하는 에피소드인데,
  그땐, 매일같이 술만 먹고 지내서 아침이면 꼭 배가 아프곤 했었습니다. 그 날도 배가 아파서 화장실을 찾았는데,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든겁니다.

  '내가 지금 왜 힘을 주어야 하지? 그게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힘을 주어야할 의미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상하다 생각을 하면서 계속 생각을 해봤죠. 그렇게 10분쯤 앉아 있었더니, 더이상 배가 아프질 않아서 그냥 나왔습니다.

  그 땐, 참으로 깊은 생각에 빠져서 생활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말이죠.

  그리고, 몇 번의 사랑이 지나가자 이번엔 소화불량이 생겼습니다.
  먹는 것에 의욕을 잃게 되는 거죠..

  이미 그 시절엔, 이별에 앞서 모든 마음상태를 미리 평정한 상태로 만들었었기 때문에 이별 자체가 힘이 드는 건 아니었어요.('차이와 결여'는 나쁜 남자?)
  물론 아예 힘들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이겠고, 첫사랑, 그 다음 사랑과 비교했을 땐,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던 겁니다. 그리고 이미 시간이 지나면 모두 극복할 수 있다는 것도 다 알고 있을 때이니까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머리로는 알아도 몸은 알기싫었는지, 식욕이 떨어지고, 먹는 양은 반으로 줄고, 먹어도 제대로 소화를 시키지 못해서 체한 듯 아프곤 했습니다.
  그래서 또 생각했죠.

  '가슴이 덜 아프니, 몸으로 대신 아픈 거구나. 역시 아픔을 피해갈 수는 없는 거구나'

  그러면서 주어진 것을 충실하게 받아들이려고 했었답니다.

  몇 번의 시간이 지나가고나니 남은 건 위장병 뿐이더군요.
  물론, 집안내력으로 위가 약한 것도 있고, 불규칙하고 급하게 먹는 습관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암튼 제 위장병의 8할은 몇 번의 이별에서 온 것만은 분명합니다.(의외로 섬세한 '차이와결여')

  여튼, 그렇게 몸이 힘들다 보니, 만사가 다 귀찮아졌고, 무기력함에 빠지고 일도 하기 싫어지는 거죠.
  그리고 괜한 생각들만 죽----.

  그런데, 지금이 딱 그 상황같습니다.

  무기력하고, 의욕없고, 일하기 싫으면서 괜히 우울하고, 뭔가 알지 못할 안타까움도 가슴에 있고,
  아침에 눈을 떠서는 세상 끝난 것마냥 멍하니 앉아 있습니다.

  제 안의 열정 또는 삶의 의욕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혹시, 제가 봄과 가을도 모자라서 정말 여름까지 타게 된 걸까요?

  이 막연한 안타까움의 대상은 도대체 뭐랍니까?
  혹시, 제가 남달리 빠른 갱년기를 겪는 건 아닐까요?

  쓰면서 생각해보니,
  이건 분명 욕구불만에서 온 것이 아닌가 합니다.
  '연애' 욕구 불만.

  분명, 요 얼마 전부터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는 것이, 또다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새로 만날 그녀를 위해 담배를 끊어볼까.. 하는 멍청한 생각까지도 했었다니까요..
  담배를 끊으면 끊는거지 '그녀를 위해'는 뭐야.. 이런 미친...

  위험해 위험해...데인저러스~~~

  아.. 혼자 산다는 것은 때론 이렇게 무모한 감정에 휩싸이기도 하는 것이군요.. ㅠㅠ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차이와결여'입니다..

  오늘은 퇴근 길에 꼭 '아이스 카페라테'를 사먹고, 집에 들어가서는 미니홈피에 걸어놓은 우울한 노래나 틀어놓고 담배나 피우면서 애들 수행평가 채점이나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시험기간엔 카메라 들고 놀러나 가야지...
 
  제가 믿는 것 중 하나가,
  '절망의 가장 밑바닥에선 올라올 일밖에 남지 않는다'라는 말입니다.
  절망의 밑바닥까지 떨어져야겠어요..
  사실 절망이랄 것까지도 없지만요..

  더운 여름.. 건강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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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lovis 2010/06/28 22:0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가슴에 불을 당길 '그사람' 이 필요하신거군요!
    직장.. 그러니까 학교내에서는 그런 사람이 없으신건가요?
    짝사랑.. 할 상대말이죠..ㅎㅎㅎ ^^;;
    짝사랑하면, 꼭 그사람이 내 가슴에 불을 질러놓은 것 같잖아요ㅎㅎ

    그런 '사람' 하다 못해 '일'이나 '물건'이라도 찾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화장실이야기.. 너무 웃겨서, 우유를 마시다 사래걸렸어요 ㅠㅜㅎㅎ

    • 차이와결여 2010/06/28 23:47  address  modify / delete

      과연 누가 제 가슴에 불을 당겨줄까요.. ㅋㅋㅋ
      요새 제 마음이 하는 꼴로 봐선, 당분간도 먼 이야기인 것 같은데 말이죠.. ^^

      어쩌면, 병에 걸렸는지도 모르겠어요. 믿지 못하는 병, 오늘 퇴근길에 문득 그런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겉으론 아닌척하고 있지만 말이죠.. ㅎㅎ

      짝사랑은, 어렸을 때 너무 많이 해봐서 이제 잘 안한답니당. ㅋㅋ 그냥 '찍녀'라고 한 사람 정해놓고 만날 때마다 혼자 기분좋아한 적은 많았죠.

      '찍녀'의 가장 큰 원칙은 '절대로 사귀지 않는다'예요. 그래야 진정 즐길 수 있거든요. ㅋㅋㅋ

      아.. 그나저나,
      맛있는 우유 드시는데, 드러운 이야기에 사래까지 드려서 죄송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