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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에 대해 말하는 많은 속설들이 있습니다.
  속설이라는 것이 모두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시간'에 대한 속설이나 이론들은 믿을만 한 것들이 많은 것 같네요.

  어렸을 때 봤던 외화시리즈 중에, '환상특급'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얼마 전에 인기리에 방영됐던 'X-파일'과 같이 불가사의한 일들을 그리고 있는 시리즈였습니다. '베스트 극장'식으로 매 주마다 한 편씩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는데, 지금 같으면 흥미진진하게 보았을 것을 막연한 공포감 때문에 무서워서 이불을 꼭 덮고 떨면서 봤던 것 같습니다.

  그 '환상특급'의 내용 중에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을 벌이게 되는 상황을 가정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한 여인은 우연히 화단을 정리하던 도중 목걸이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목걸이가 시간을 멈추게 하는 목걸이였습니다. 목걸이를 목에 걸고 "그만" 이라고 외치면 그 여인만 빼고 다른 사람들의 시간이 멈추게 되는 거죠.
  소련에서 미국으로 수 십발의 핵폭탄을 쏘게 되자 여인은 시간을 멈추고 하늘 위로 멈춰있는 핵폭탄을 보면서 거리에 멈춰버린 사람들 사이로 미친듯 헤매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끝나는데요.

   어렸을 때, 그것을 보면서 내가 만일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생각해보니, 다른 사람들은 시간이 모두 멈춘상태이지만, 나는 멈추지 않은 상태이므로 나만 늙어갈 것 같은 거에요.. 그게 맞는 거겠죠?
  그러니까 시간을 멈출 수 있다는 것도 별로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듣기로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하면 자신은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에, 오랜 여행을 하다보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는 없는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정말 그럴 것 같아요.

  여튼, 시간이라는 것은 분명히 상대적인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시간의 왜곡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하는데, 너무 어려워서 기억이 나지 않네요. 기차 안에 타고 있는 사람과 기차 밖에서 그걸 바라보는 사람의 시간이 다르다나 뭐라나....

  하지만, 굳이 상대성 이론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실생활에서도 그런 사례는 얼마 든지 있습니다. 군대에 가 있는 사람과, 군대 밖에 있는 사람....
  군대에 가 있는 사람은 정말 죽도록 지겨운 6개월을 보내고 휴가를 나오지만, 만나는 사람들마다 그러잖아요.
 
  "또 나왔니?", "벌써 그렇게나 되었어?"

  저는 대학교 때, 친구들이 휴가나오는 걸 보고 그걸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시간은 상대적인 거구나...'

  그런 말도 있죠?

  '20대엔 시간이 시속 20km로 흐른다면, 30대 땐 30km, 40대 땐 40km로 흐른다."

  이것은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는 속설이죠.
  아마도 시간에 대한 개념과 한 해를 바라보는 통찰적인 시각이 확대되어서, 한 해가 어떻게 지나갈지 미리 예견할 수 있는 능력이 늘어나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어떻든 간에 이 이야기는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시간'만이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것이 상대적인 것 같습니다. 상대적이라는 말은 다시 생각해보면 주관을 인정한다는 말일 수도 있는 것 같고요.
  물론, 상대성만을 강조하다보면 '절대적 진리는 없다'는 회의론에 빠질 수도 있겠고, 말 장난에 빠질 수도 있겠습니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의 막되먹은 삶을 살아갈 수도 있겠죠.
  아마도, 제 기억엔 이것이 '포스트모더니즘'의 중심개념이었던 같은데 90년대를 휩쓸었던 이미 지나버린 개념이고 실체가 없는 사조라고 불리기도 해서  왠지 이런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제가 90년대 사고를 하고 있는 구닥다리 인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살아가는데 '상대주의'는 때로 아주 유용한 것 같습니다.

  '너는 그렇고, 나는 이렇고'라고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은요. 아주 유용한 것 같아요.

  굳이 내 뜻대로 따르라고 남을 강제할 필요도 없고, 내 것이 관철되지 않는다고 속상해 할 필요도 없을 테니까요..

  요새들어서 다시 든 생각입니다.
  나이를 먹어 갈수록 편협해지고, 경직되가는 내 사고에 부단히 경고를 주어서 유연하고 개방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럴 땐, 환경을 확 바꿔버리는 방법도 좋을 텐데, 이제 이직을 할 수도 없고 참...갑갑하네요.
 
  여튼,
  오늘의 주된 내용은 '시간'은 상대적이라는 거지요.
  이 고된 시간도 느끼기 나름이라는 겁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1학기이긴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3주 밖에 안남았네요?

  곧 방학이에요 :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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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lovis 2010/06/24 23:2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시간의 상대성!
    저는 시계가 많을수록 시간이 빨리간다고 생각해서.. 제 방에는
    시계가 없습니다.. ㅎㅎ 아.. 핸드폰이 있군요.ㅎㅎㅎ
    그런데 정말로, 사람마다 시간이 다르게 가는것 같아요..
    저는 잠자는 시간이 정말 느리게 가서 4시간 정도 자도 충분히 잔거 같은데,
    제 동생은 잠자는 시간만큼 빠르게 가는 시간이 없다고 하더군요 ^^;;
    방학... 얼마 놀지도 못한것 같은데 , 정신차려보면 개학이라
    부랴부랴 방학숙제 하던 기억이...ㅎㅎ

    • 차이와결여 2010/06/25 09:29  address  modify / delete

      어쩌죠. 제 방에는 핸드폰 시계를 포함해서 시계가 4개나 있는데 @.@
      내 시간은 4배나 빨리 지나가는 건가요?? ^^

      와. 4배나 빨리 늙으면 살 날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네요.ㅠㅠ

  2. 카르페디엠 2010/06/25 23:5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환상특급'을 아시는 것 보니 7080세대 맞습니다!^^
    저는 중국식당같은 곳에서 행운의 과자(?)와 함께 나오던 점괘에 관한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네요.
    그나저나 고등학교때 지지리도 안가던 시간이 요즘은 시속 100km로 달립니다.
    제가 100살 언저리도 아닌데 말이죠.
    그런데요..이건 아무래도 상대적일 것 같지 않고 절대적으로! 시계 너므너므 이쁩니다!
    진짜 제 스탈이에요.
    티솟인가요? 여자용도 있는지, 검색하러 이만~ 물러갑니다.

    • 차이와결여 2010/06/26 16:28  address  modify / delete

      ^^ 그럼요. 7080 맞죠~~

      저도 그 편 기억나요. '포춘쿠키'나오는 편이었죠.

      '카르페 디엠'님은 정말 의욕적으로 생활하시나 봐요. 시간이 그렇게 빨리 간다는 것은 그만큼 열심히 사신다는 이야기로 들려요. 부럽습니다.

      시계 진짜 이쁘죠?
      제가 저에게 선물한 가장 비싼 선물이었는데, 정말 예뻤습니다.
      지금은 고장나서 그냥 모셔놓고 있는데요..
      고치긴 고쳐야하는데, 저번에 줄을 갈았더니 무려 8만원..이라서
      수리비는 또 얼마가 나올까.. 하면서 두려워하고만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