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도시2> 메인포스터
* 2010년 4월 25일 13시 30분
* 영화공간 주안(인천)
(★★★★)
이미 3월달에 개봉을 했었고, 그 때부터 필견 리스트에 올라있던 <경계도시2>를 드디어 보고 왔습니다.
정말 보고싶었고, 보아야했음에도 불구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까먹었다는 핑계로 이때까지 미뤄왔는데, 이런 저를 위해서 아직도 상영하고 있는 영화관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정말이지, 저는 '주안'으로 이사를 가고 싶은 지경입니다.
암튼,
다큐멘터리 <경계도시2>는 전작 <경계도시>와 같이 재독철학자 '송두율' 교수의 이야기입니다. 전작이'송두율' 의 입국시도와 초청단체의 취소로 인한 좌절, 그 안에서 민주화 운동권에게 던져진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국가보안법', '레드컴플렉스'에 대해 다룬이야기였던 것에 반해서, 이번 다큐는 이미 잊혀진, 2003년의 시점으로 우리를 데리고 갑니다.
그 해 가을 우리사회를 떠들썩하게 장식하고, 연일 뉴스를 오르락내리락하던 그 이름 '송두율' .
2003년엔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간첩'이라 여겨졌던 '송두율' .
지금은 그 이름 조차도 가물거릴 정도로 잊혀진 그 이름 '송두율' .
그 해, 우리를 휩쓸고 간 광풍은 도대체 무엇이었으며, 그를 아직도 '간첩'이라고 믿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어째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전작에 이어 메가폰을 잡은 감독 '홍형숙'은 말합니다.
'처음엔 '송두율' 교수의 귀국과 그에 따른 심경, 그리고 그가 37년 만에 바라본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담을 생각이었다..... 허나 이내 나의 관심은 '대한민국' 그 자체로 옮겨가고 있었다.'
감독의 이러한 시선은 고스란히 유지되어서 처음엔 다소 희망적인 시선으로 처리되던 카메라는 점점 우리 사회의 광기어린 시선을 닮아 갑니다.
<경계도시2> 스틸컷 - 광기가 아닌 무엇...
한 사람의 귀국과 그를 둘러싼 '레드컴플렉스'의 광기와 이를 지키고 보호해야할, 어쩌면 그러한 광풍 앞에서 진정한 인간존엄의, 민주주의의, 자유주의의 가치를 지켜내었어야 할 이른바 운동권의 비굴한 모습을 보면서 저는 한 편으로 대학교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대학교에 입학한 1995년은 문민정부의 탄생과 더불어 학생운동의 힘은 빛을 바래가고 있었고, 학생들이 인정받을 수 있는 운동이란 '등록금 투쟁'정도일 뿐이었습니다. 물론 그 마저도 다음 해에 있었던 '연세대사태'를 계기로 급속도로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만, 그래도 아직은 남아 있는 학생운동의 잔향으로 "4.19 걷기대회", "5.18 광주 순례" 등의 행사가 치뤄지고 있었고, "한총련 출범식"과 같은 전국적 행사도 역시 해마다 많은 학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남달리 의식이 있는 학생도 아니었지만, 과 특성상 대부분의 경우 과행사의 일부로 시작되어 학교내의 행사로 이어졌던 관계로 거의 대부분의 행사에 참석하는 학생이었습니다. 한 편으로는 대학생이라는 엘리트 집단에 속한 이상 사회에 대한, 부정한 것에 대한 적극적 발언은 사명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였기 때문에 그런 모임에도 대부분 자발적으로 참여한 편이기도 했습니다.
대학에 들어와서 접한 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우리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희생했던 많은 열사들과 그들의 후배로서 "한총련"이라는 이름에 속하게 된 것도 자랑스러웠고, 매년 열리는 출범식에 다녀온 선배들의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전해들으며 한 번쯤은 가보고 싶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 아마도 뜨겁던 연애때문이었다고 생각되는데, 그 해에도 선배들을 따라서 출범식에 가지 못하고 다만 선배들이 모여서하는 이야기나 들을까하고 여기저기를 기웃대던 중, 이상한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그 해, 한총련 의장이 NL 계열인데, 출범식 도중 PD 계열들의 반대로 행사 자체가 취소될 뻔 했다. 작년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는데,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라는 식의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그때, NL이 뭔지, PD가 뭔지도 몰랐었기 때문에, 선배들에게 자세히 물어본 즉, 학생 운동권에도 의식에 따라 여러 가지의 계파가 존재하는데, 쉽게 말해
NL은 민족주의, 반제국주의 노선이 강하여, 통일운동을 지향하고
PD는 민중민주주의, 즉 노동운동의 성향이 더 강한 그룹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학생운동은 그 두 계파가 큰 세력을 이루고 있는데, 때로는 학생운동권 내에서도 계파 서로간의 입장 차이때문에 때로는 운동의 성격이 갈리기도 하고, 비협조적으로 움직이기도 한다는 것이었죠.
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볼 때에는 모두 옳은 일을 하자고 협력한 사람들이고 더군다나 대학생들인데, 그들이 서로의 계파 간의 이해와 실리 때문에 비협조하고, 행사를 방해하고 하는 것은 이미 기성사회에서, 또는 정치에서 신물나게 봐왔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경계도시2> 스틸컷 - 지쳐버린 철학자 '송두율'
모르겠습니다.
제가 너무 얄팍한 지식으로 섣불리 규정하고 정의내리는지는 몰라도, 저는 그 시점을 계기로 학생운동에 대한 회의가 조금씩 생겼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들의 업적이나 노력을 폄훼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그들은 학생다워야 한다는게 제 생각이었고, 대의를 논하기에 앞서 작은 것부터 올바르게잡고 나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러나,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제 생각이 그리 잘못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오해이건 진실이건 간에, 여전히 진보계는, NL이냐 PD이냐를 따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지금은 다른 이해관계로 편을 가르고 있는 것 같긴 하니까요...
여튼, 그들 운동권들의 공격적 성향과 조직본위, 혹은 그들이 믿고 있는 신념에 대한 맹목적 충성 등은 한 편으로 저를 질리게했고, 지금도 그러한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딴소리가 길었습니다만,
<경계도시2>에서도 마찬가지의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우리 안에 있는 '레드컴플렉스'에 대한 공포.
소위, 운동권이라는, 진보를 주장한다는 사람들이 '경계인'으로 살고자 하는 한 사람의 신념 조차 지켜주지, 아니 무시하면서 '개인'의 문제가 아닌 한국 내부 '전체 운동권'의 문제를 먼저 생각하는 모습.
맹목적 신념.
자기 방어적 자세들.
결국, 그 무기력한 한 '경계인'에게서 '전향'을 이끌어내고야 마는 무지막지한 폭력 앞에서,
저는 우리 사회의 냉전주의적 흑백논리가 무섭기 보다는, '송두율' 이라는 미끼 하나에 언론, 보수, 진보 라는 물고기들이 몰려들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뜯고 뜯기는 모습을 보면서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좀 과장하여 말한다면,
'과연, 우리 나라에 진정한 '보수'란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 나라에 진정한 '진보'는 있는가?'
'모두가 허울뿐인 자기 중심적 집단들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만,
그래도 아직까지 음지에서 활동하시는 많은 시민사회, 운동가들이 모두 훌륭하게 일해주시고 또한 그들은 지원하는 많은 일반 시민들이 계시기에 그나마 이정도로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앞으로 나아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경계도시2> 스틸컷 - 개인의 신념을 지키는 것과 조직의 안위 위하는 것, 어느 것이 진보일까요?
이야기가 저 답지 않게 좀 진지해졌습니다만,
다큐를 보면서, 저 또한 그 때, '송두율' 을 간첩으로 인정하고 시작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많은 것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깨달음은 더디고, 깨달은 뒤에는 이미 지나간 일이 되버린 뒤라는 평범한 진리도 함께요...
다큐를 통해 말해지던 감독 '홍형숙'의 나레이션 속에 잊히지 않는 한 마디가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송두율' 에게 무언가라도 '충고'를 하려고 했다.'
그 당시 우리가 그를 바라봤던
그를 동정했던 그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있는 몹쓸 버릇이라는 것도요...
생각은 많습니다만, 두서가 없어서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주안으로 이사오세요. +_+
터를 잘 닦아놓고 계시는 거죠?? ^^
영화를 보기 위해서라도, 정말 조만간 갈지도 모르겠어요.. ㅎㅎㅎ
혹시라도 가게 되면, 잘부탁드려요~~ ㅋㅋㅋ
우와 이런 영화도 있군요!!
'차이와 결여'님은 정말.. 저와 정 반대의 삶을 사시는 것 같아요 !! ㅎㅎ
저는 아이언맨2 같은 어찌보면 흥미와 눈요기를 위한 영화만을 찾곤하니까요..ㅎ
'송두율'이란 이름도 저는 처음들어본 이름입니다..;;;
어찌보면 참 한심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요... 저는 신문이나 뉴스를 보질 않거든요.
좋은 기사도 많겠찌만, 대부분이 우울하거나 그런 기사들이 많아서
괜히 기분이 않좋아지고 그래서요 ㅎㅎㅎ
부모님께서는 참 한심하다고 하시는데 ㅎㅎㅎ
적어도 '차이와 결여'님은 한심하단 소리는 안들으시겠어요!!! ㅎㅎㅎ 부럽습니다
'clovis'님두.. 참.. ^^
그냥 관심분야가 조금 다른 것이겠지요.
저는 영화를 매우 좋아해서(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좋은 영화라는 소리를 그냥 흘려보내지 못하는 귀가 얇은 사람일 뿐입니다.
저도, 흥미와 눈요기를 위한 영화로 무척 좋아해요. ^^
그래서 '친정엄마'도 보고 싶고,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도 무척 보고 싶답니다..ㅎㅎㅎ
딴 일을 하느라 시간을 못내서 그렇치, 얼마 전엔 iptv로 '추노'를 몰아서 시청하기도 했고요. '1박2일'이나 '무한도전'을 보면서 바보처럼 웃기도 한답니다..ㅎㅎ
게다가 저 또한 부모님께 한심하다는 소리를 듣고 살아요..ㅋㅋㅋ
아무래도 우울한 뉴스를 보면 기분이 안좋아지는 건 사실이죠..
다만 궁금한 걸 못참는 성격이기 때문에 뉴스를 보는 것일겁니다..
저 평범해요~~ㅋㅋㅋㅋ
통일이든 뭐든, 북한과 남한이라는 명칭 자체가 없어져야
이 나라에 제대로 된 보수와 진보의 개념이 자리잡겠죠.
지긋지긋하지만 어쩌겠나요..
보수,진보,학생운동을 포함한 모든 이념적 활동을 활발히 하는 사람은 그 이념의 가치와는 별개로
상당히 '정치적'이라고 볼 수 있죠.
결이님은 진보 성향이 있지만 '정치적'인 사람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칭찬입니다!
와우~~
어디갔다가 오신 거에요.. 뵙고 싶었다구요 ^^
'저는 실천력이 부족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살아왔는데, '카르페 디엠'님의 말씀을 들으니, 또 그런건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
독고다이를 좋아하는 저로써는 아무래도 '정치적'이긴 어려운게 사실이긴 하니까요..
그걸 칭찬으로 표현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당!
차이와 결여님!
안녕하세요! <경계도시2>입니다.
남겨주신 리뷰-
잘읽고 갑니다.
개인적, 시대적 성찰을 위해서는 정말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고,
그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겠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겠구요.
영화 잘 봐주셔서 고맙구요,
가는 길에 써주신 리뷰 살짝 담아가 많은 분들과 나누도록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안녕하세요. ^^
저야 말로 좋은 영화 잘 봤습니다.
제 리뷰도 그리 잘 쓰지 못했는데, 창피하네요. 얼마든지 퍼가셔도 됩니다. 영광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