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일주일을

<공항에서 일주일을> 책표지

 

* 공항에서 일주일을 - 히드로 다이어리

* 알랭 드 보통, 정영목 역, 청미래

 

  '알랭 드 보통'의 최신작.. 이긴 최신작인 <공항에서 일주일을>입니다.

  왜 '최신작'이라고 말하기를 망설였나 하면, 이 책은 그야말로 '드 보통'의 저작들 중 '쉬어가는 페이지' 정도로 여겨지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일단은 그 부피가 아주 적습니다. 겨우 200페이지 정도 되는 책이고, 활자도 크고, '드 보통' 의 책 답게 사진자료도 풍부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그 정도야 '드 보통'의 팬이라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의 기획이 '드 보통' 스스로에 의해서가 아니라, 세계 최대의 공항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히드로' 공항의 CEO를 비롯한 몇몇 관리자들이 막 완성된 그들의 아름다운 공항을 위해 노래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다분히 중세 성주들의 자신과 자신의 성을 위한 시인들을 곁에 두었듯, '상주작가'의 형태로 일주일간의 모든 편의를 제공하고 공항과 관련된 글을 써줄 것을 부탁하게 되는데, 이에 '드 보통'이 응하며 시작되었다는 것으로 보아도 약간은 특이한 형태의 출판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허나, 이미'드 보통'은 여러 가지의 매체의 제작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능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리고 공항측에서 제시한 '무엇이든지 써도 좋다'라는 조건을 생각해본다면, 나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그만의 생각을 담아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 듯 합니다.

 

  이미, '드 보통'<여행의 기술>을 통하여, 그리고 <동물원에 가기>의 몇 몇 글을 통하여 '여행'에 관련된 많은 생각들을 이야기하였는 바, '드 보통'에게 '여행''공항'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를 것이라는 것을 또한 어렵지않게 짐작할 수 있지요.

 

  여튼, 일주일동안 '드 보통'은 공항에서 거주하면서 마치 '여행'을 가기위해 짐을 꾸리고 공항에 도착하고 여행을 떠나기 위해 사람들과 작별하고, 또 비행기 안에서 많은 일들을 만나고, 다시 돌아와 지인들의 환영 속에 여행을 마무리하는 일련의 과정별로 공항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역시나 그의 생각은 철학과 역사의 깊은 곳까지 맞닿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흔히 스쳐가기 쉬운 생각들의 이유와 변화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는데, 지식이 짧은 저로써는 모든 것을 다 표현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도 공항에서 일하는 많은 이름없는 사람들에 대한 따스한 애정도 놓치지 않는데, 이를테면, 검색대를 지나가면서 느끼는 승객들의 심리와 그들을 검색하는 검색관들의 고충, 또는 우리(아.. 차이와 결여는 아직 기내식을 먹어본 적이 없군요.. 킁;)가 무심코 평가하는 기내식을 만들기 위해 세계의 모든 공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력, 30년 동안 공항에서 구두를 닦은 이의 마음 등등의 공항의 풍경을 세심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공항'이라는 것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우리가 공항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어떤 것들인지를 말하고 있지요. 

  저는 '히드로' 공항에는 가본적도 없지만, '드 보통'의 글을 읽고 그처럼 '히드로'공항의 구석구석을 보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질문하고, 공항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의 사연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어졌습니다. 또한, '히드로'공항이 마치 인천 어디에쯤 있을 것만 같은, 아니 '인천'에서 비행기만 타면 한 두 시간 안에 닿을 수 있는 곳인 것처럼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드 보통'의 의도야 어떻든지 간에, 이 일을 계획한 'CEO'의 의도가 사람들에게 보다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히드로'공항의 모습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라면 그 기획은 150% 성공이라는 생각 또한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한정된 기간에 한정된 공간을 소재로 쓰여진 글이라서 그런지 다른 책들보다는 이야기 자체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지만, 해외여행을 자주 다녀서 '공항'에 친숙한 분들(차이와 결여는 아직도 공항은 신기한 곳.. 가끔은 공항과 비행기를 구경하러 인천까지 다녀오기도 했다는...) 또는 영국으로의 여행을 앞두고 있는 분들, 영국으로의 여행길에 지루함을 달래줄 이야기가 필요하신 분들에게는 일반적인 가이드책이나, 안내 팜플렛보다 좀더 유익한 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당연히, '드 보통'의 애독자라면 쉬어가는 페이지 삼아 읽어볼만도 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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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 2010/05/05 10:0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마쟈마쟈..저도 기냥 기랬심.ㅋ

  2. 카르페디엠 2010/05/18 12:1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홋! 왠지 제겐 흥미로운 책이 될 것 같은 느낌인데요?
    제가 버스터미널, 기차역, 공항같은 곳을 좋아해요^^
    더우기, 황금가지판 셜록홈즈 전집을 읽은 딸래미가 영국 런던의
    베이커가 211B 홈즈집을 방문하는 꿈이 생겨서리 나중에 같이 여행가자고
    약속까지 한 터라(듣기론 있지도 않은 주소라는디 대략 난감^^;)
    히드로 공항에 관한 책이라니 더욱 구미가 당깁니다~
    그런데 진짜 기내식을 안 먹어 보셨쎄요?????
    선생님들 방학때마다 연수다 뭐다 외국으로 잘만 가던데..이상타

    • 차이와결여 2010/05/18 14:48  address  modify / delete

      '카르페 디엠'님은 자녀교육도 정말 잘하시는 것 같아요. 같이 영화를 보러다니시기도 하고, 책을 읽히고 아이들에게 저런 꿈도 주시는 걸 보면요...

      히드로 공항을 좋아하시고 관심이 있으시다면 솔찬히 재미나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재밌으실 겁니다. ^^

      근데, 저 진짜 기내식을 못먹어봤답니다. ㅎㅎ

      저는 과목이 '국어'가 딱히 연수가 있지도 않고요.. 외국을 여행할 기회도 자꾸만 놓쳐버려서요.. '고등학교'에 있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죠..

      앞으론 자꾸 나가볼겁니당. ^^

  3. hyun 2010/08/01 01:4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일주일후면 공항에 있겠습니다.
    '이번 여행에는 책한권 손에 들고 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고르고 고르던 중
    평소 알랭드 보통을 무한 신뢰 추종하는 독자로서 '이책이군!' 하고 집어들었더랍니다.

    하지만 너무 빨리 집어들었습니다;;
    출국 공항을 채 밟아보기도 전에 책의 마지막 장을 넘겨버렸으니까요 ^^;
    한면엔 사진이 , 한면엔 글이 구성도 너무 맘에들었..
    그래서 매우 적당히 지루하지않게 하지만 무척 빠르게;;읽어버렸네요ㅋㅋ


    다가올 여행이 무척이나 설레는 아직도 일주일이나 남았지만 벌써부터 들떠서 잠이오지않는
    새벽이에요 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