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 길, - 2006.11.11> Nikon D-50, Nikon 55-200mm, ISO 200, F 4.0

 

  가을입니다.

  아침 저녁으로는 정말 서늘한 공기에, 가을이 성큼 앞으로 다가온 것만 같은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하늘 마저도 높고 푸르른 것이 정말 그런 것만 같네요.

 

  반 아이들에게, 가을이 왔다고, 곧 가을이 될 것만 같다고,

  샘은 가을을 많이 타니까, 가끔 거친 말이 나오더라도 이해하라고, 너스레를 떨었더니만,

 

  "샘은 '추남'이네요?" 라고 하면서 좋아서 히히덕 거리더군요.

 

  그 나이엔 무엇을 해도 재밌고, 작은 일에도 즐거운가 봅니다.

  제게도 그런 때가 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예뻐라했지요.

 

  며칠 전에도, 학교 짝꿍샘과 비슷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답니다.

 

  짝꿍샘  "아침 저녁으론 서늘 한 것이 가을 같아요~"

  차이와결여   "아.. 그쵸, 그쵸? 정말 그렇쵸? 가을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짝꿍샘  "남자들은 가을을 탄다던데? 가을 안 타세요?"

  차이와결여  "안타긴요. 무진장 많이 타요. 그래서 걱정이에요..하하하."

  짝꿍샘  "제가 보기엔, 샘은 사계절을 다 타시는 것 같은데요?? 호호호."

  차이와결여  "아.. 너무 많이 알아.. 제거 대상이야..ㅠㅠ."

 

  언젠가 제 블로그를 자주 들러주시는 응원군 '카르페 디엠'님께서도 그런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정말 저는 그런가 봅니다.

 

  그러고 보니까,

  제 삶에 있어서

  나쁘지 않은 말이면서도 왠지 들으면 안될 것 같은 말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요.

 

  1. 여성적이다 혹은 섬세하다.

  2. 너무 센치하다.

  3. 싱글일 땐, 왠지 불안해 보인다.

 

  일단,

  3번은 얼마 전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더이상은 불안해보이지 않는다는 인증을 받았드랬습니다.

  더군다나, 바른말하기 좋아하는,

  제가 무서라하는, 저보다 저를 더 잘알 것 같은 결혼 7년차 후배 녀석에게 그런 말을 들어서 내심 기뻐하고 있었드랬죠..

  그리고, 제가 보기에도 이제 나이를 먹어서인지 불안해보이는 시기는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1번은.. 오래전부터 포기하다시피 한 말인데,

  원래 저는 남자들의 '마초적' 성향들을 별로 안 좋아라하고, 그런 성향들은 '잘 감추어 두었다가 약자를 보호할 때만 쓰면 된다.' 라는 작위적 해석을 달아놓았던 터라, 그닥 신경을 안 썼었으나, 얼마 전부터, 저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요즘 남자들을 '초식남'이라는 용어로 싸잡아 부르는 것 같아서.. 아.. 정말이지 고민 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번 같은 경우가 오늘의 이 대화.

  '사계절'을 타는 남자.. 라는 것과 부합하는 것일텐데...

  역시, 이것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면, 감성적이라는 것이고, 풍부한 감정이 살아 있다는 뜻이므로 그냥 저냥 넘어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뭣보다, 가을을 탄다는 것이 그리 싫지만도 않고, 저는 가을을 좋아라 하는 편이어서 내심 만족스럽다고나 할까요...

 

  여튼,

  곧 가을이 올 것만 같습니다.

 

  9월, 10월 11월에 우리 학교는 별다른 행사들이 없고, 그저 내리 수업만 하고, 중간고사 한 번 보고 수업만 하는 일정이어서, 어디 움직이기도 여의치 않고,

  또, 대학원 학비 부담에, 추석 명절, 지인의 결혼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경제적으로 여유롭지도 못하지만,

 

  꼭, 가을엔 한 번쯤 떠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계획이 없는 삶은 지루하기만 할테니까요...

 

  아. 아름다운 계절 '가을' 빨리 왔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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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erenow 2009/09/01 13:1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벌써 가을인가요? 블로그 분위기가 상큼해졌어요. ^^
    '초식남'이 그런 뜻이에요? 저는 인터넷에 떠다니는 제목만 보고 저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했거든요.
    사계절을 타시는 감성이 풍부하신 차이와 결여님,
    좋은 가을 맞이하시길 바래요. ^^

    • 차이와결여 2009/09/01 15:57  address  modify / delete

      '초식남'이란 기존의 '남성다움'(육식적)을 강하게 어필하지 않으면서, 주로 자신의 관심분야나 취미활동에는 적극적이나 이성과의 연애에는 소극적인 남성을 일컫는 말이라도 정의되네요. ^^

      그런데, 생각해보면 저는 이런 말이 없었던 적부터 초지 일관 이런 성향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연애에는 적극적이었지만, 결국 잘 안되었던 것을 보면, 제 영역을 중시했던 것 같긴하지만요. ㅎㅎ

      뭐, 정의하기 나름이겠지만, 언제나 저와 같은 부류의 남자들도 있었던 것 아니겠어요??

      그래도, 블로그 분위기가 상큼해졌다는 말씀을 들으니 기분은 매우 좋습니다. ^^

      아직은 가을에 들어갈락말락하는 중인데, 어서 빨리 가을이 왔으면 좋겠어요 ^^

  2. 실버제로 2009/09/01 13:4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냥 차이와결여님은 차이와결여님이시죠^^
    가을 적당히 타시면서 잘보내세요^^

    • 차이와결여 2009/09/01 15:58  address  modify / delete

      그쵸?? 저는 그냥 저인거죠?? ㅎㅎㅎ

      여튼, 살짝 우울하면서 많이 즐거운 생각이 드는 요즘이 너무 좋아요..

      가을 쫌 많이 타면 어떻습니까? 즐거우면 그만이지..

      '실버제로'님도 뜻깊은 시간 보내시길 바랄게요 ^^

    • 카르페 디엠 2009/09/02 17:28  address  modify / delete

      실버제로님 한국 가신다더니, 지금 한국이예요?
      어디서 쓰시는 글일까..

    • 차이와결여 2009/09/04 09:35  address  modify / delete

      크흐..

      며칠 전에는 '청주'라고 하셨는데요...

      지금쯤은 어디 계실런지...
      여행다니시지 않을까요?? ㅎㅎ

  3. 청향 2009/09/19 09:2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글쎄.. 여성적 성향을 보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들이었나?
    난 잘 모르겠던데..
    그리고 사계절을 타는데는 동의!
    그리고.. 싱글일때 불안해 보이기 보다는 즐기는거 같던데.. ;ㅡㅡa
    쿡쿡..

    • 차이와결여 2009/09/20 23:47  address  modify / delete

      ^^
      하나하나 코멘트를 달아주다니..ㅋㅋ

      뭐 보기 나름 아니겠어.

      싱글을 즐긴다니.. 그것도 듣기 싫지는 않은데??

      근데. '청향'이라는 말.. 너무 좋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