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임> 공식 포스터
* 2009년 02월 24일 20시 10분
* 서울극장(종로)
* 위드블로그 시사회 리뷰 캠페인 당첨 관람
(★☆)
오래간만에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이제 방학도 끝나가고 있고, 슬슬 게으름을 떠는 생활도 접어야 하고, 바쁜 학기 초가 될테니까 문화생활도 뜸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에 마지막 외출과 같은 심정으로 룰루랄라 시사회에 참석했죠.
더욱이 오늘 볼 영화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감성적인 연기를 펼쳐주었던 두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와 '이케와키 치즈루'가 주연으로 나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 또 나름 기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얼마 전에 '이케와키 치즈루'가 출연했지만 그닥이었던 영화 <오이시맨>을 보고 난 뒤라 이번에는 만회해주기를 바랐던 것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시사회가 예정되어 있던 '서울극장'에 도착해보니, 예정시간이 30분 정도 남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출입문 밖까지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걸 어쩌나.. 하고 맨 앞으로 가서 봤더니 모 인터넷 서점에서 신청한 사람들이 더군요.. 그럼 그렇지.. 위드 블로그는 겨우 25명이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한가롭게 시사회권을 받은 저는 여유롭게 시간을 즐기다가 5분 전에 자리에 들어갔는데요. 아마도 그 모 서점의 확인 절차가 오래 걸렸는지 30분도 훨씬 지난 뒤에야 영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뭐 이래저래 원활하지 못한 면이 있었지만, 일단 기대감을 높여주려는 주최측의 배려(?)로 생각하고 영화 관람을 시작하였습니다.
(스포일러를 의도적으로 넣었습니다. 자세한 이유는 말미에..)
'츠요시'와 '에이코'는 도통 알 수 없는 동료이자 옛 연인 <블레임> 스틸 컷.
그쯔음 도쿄 근교의 사립병원의 초짜 의사인 '츠요시(츠마부키 사토시)'는 그날도 밀려드는 업무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한 환자의 진료를 마치고 존경해마지않는 '안도(사토 고이치)' 선생님의 일손을 거들고 있었지요. 그러던 도중 급하게 '안도' 선생님을 찾는 방송에 '안도'선생님의 당직 업무를 인계 받아 진료를 하게 되는데요. 한 부부의 단순한 감기 증상이었습니다. 평소처럼 간단하게 진료를 마친 뒤에 안정을 취할 것을 지시하고 진료를 마치게 되는데요. 다음 날부터 이상 발열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설사와 고열, 폐렴증세를 동반하는 그 환자들은 정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유사 조류독감의 증세를 보이고 바로 어제 '츠요시'가 진료했던 환자도 같은 증상을 보이면서 입원을 하게 됩니다. 손쓸사이 없이 악화되어가던 그 환자들은 피를 토하고 눈에서는 피눈물을 흘리면서 죽어가는데 당국에서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 섣부르게 발표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근처 닭사육 농장에서 기르던 닭들이 집단 폐사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고 환자들의 수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만 가서 사람들은 차차 그 전염병을 조류독감으로 확신하게 되고 이어서 WHO의 메디컬 담당관인 '에이코'가 '츠요시'의 병원으로 파견되게 됩니다.
그런데 '츠요시'와 '에이코'는 서로 안면이 있는 사이였습니다.
'츠요시'가 대학생이었을 시절 '에이코'는 그 과의 조교였던 것이지요. 그리고 사랑했던 사이이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둘은 힘을 합하여서 정확한 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유명한 학자인 '미노루(후지 타츠야)'도 닭 농장으로 파견되고, 병원에서는 밀려드는 환자들을 한 명이라도 살려내기 위해 애를쓰지만 손을 쓸길이 없는 이 전염병으로 인하여 결국은 병원 격리와 도시 전체의 봉쇄령이 내려지고, 당국에서는 전염병의 발병에 대해 세계에 밝힐 수밖에 없게 되자, 세계 각국은 일본과 모든 교류의 단절 조치를 취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진행되지만, 도무지 이 병원균의 원인은 알아낼 길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신체적인 접촉 없이 공기를 통하여 전염이 되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다 전염되는 것도 아닌 이 알 수 없는 병원균의 정체는 '츠요시'가 처음에 단순히 감기로 진료했다가 사망한 남자의 아내인 '마미(이케와키 치즈루)'에 의해서 실마리를 찾게 되는데, 유엔에 정식국가로 등록되어 있지 않은 동남아시아의 작은 섬나라의 의사였던 '마미'의 아버지가 첫 발병자였던 것으로 밝혀지게 되고 서둘러 그 나라로 떠난 '츠요시'와 '미노루'박사는 드디어 그 병원균의 실체를 밝혀줄 실마리를 찾게 되는데....
너무나도 쉽게 얻어지는 병원균에 대한 힌트 '미노루' 박사와 '츠요시' <블레임> 스틸 컷.
이야기를 하다보니 아마도 제가 쓴 리뷰의 줄거리 중 가장 긴 줄거리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길어졌습니다.
이렇게 줄거리를 길게 늘여쓴 이유는,
그래야만 줄거리가 뒤죽바죽 얽혀있는 이 영화의 특성상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릴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이 정도의 줄거리만 보신다면, 기존 우리가 많이 보아왔던, 재난영화 혹은 재앙영화의 구조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는 이야기의 스토리이지요.
인류가 극한 상황에 처해가다가 영웅적인 희생정신을 발휘하는 많은 사람들의 협력과 도움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고 혼란과 재앙을 극복해간다는 감동적 스토리가 바로 그것이죠.
그렇다면 영화는 우리가 희망하는 바대로, 선과 악의 명확한 대립 속에 권선징악으로 영화를 이끌어가서 어렵사리 위기를 극복하고 그들은 드디어 행복하게 되었다라고 끝나야 하는 것이 정석일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착한 인물들이 죽거나 위기를 겪을 땐 손을 쥐고 안타까워 할 것이고, 이기적인 인간들이 벌을 받는 것 같이 느껴질 땐 카타르시스를 느끼겠지요. 다분히 교훈적이지만, 그 단순한 교훈성에 이 영화의 미학이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 영화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그리고 바로 얼마 전까지 우리를 공포로 몰아넣던 '조류독감'이라는 변형바이러스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첫 인상은 더욱 강렬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 또한 처음 얼마 간은, 소재의 선택이 괜찮았다고 생각했었으니까요. 그래서 처음에는 영화에 몰입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좋은 소재를 가지고 그저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버리는 놀라운 재주를 발휘합니다.
일단, 위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 영화는 선과 악의 구도가 확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구분이 불확실해서, 어느 것이 선이고 악인지 사람들은 왜 죽을 수밖에 없는 건지 도통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죽음도 어떤한 의미도 갖질 못합니다. 그냥 죽을 뿐입니다.
절대악으로 '전염병'을 설정할 수도 있겠는데요. 이 절대악은 끝까지 이길 수가 없습니다. 결국, 영화를 본 관객들은 어떤 교훈도, 어떤 메시지도, 어떤 작은 희망도 얻지 못하고 영화관을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마미'역의 '치즈루', 배역의 비중처럼 이미지도 별다른게 없네요. | 제일 이쁜 인물 '미타' |
지루하지만 몇 인물들을 언급하자면,
일단 중요한 키워드를 쥐고 있는 '마미'가 있습니다. '마미'는 '이케와키 치즈루'가 연기하고 있는데요. 솔직히 조연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만큼 분량이 적고, 처음 남편을 잃고 좌절하다가 급작스럽게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사과하고 또 남편을 잃은 슬픔에 망연자실 하다가 불현듯 아버지의 이상한 행동을 신고하게 되는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더군다나 생긴것 만큼 깜찍한 역할이 잘어울릴 그녀에게 삶의 지표를 잃고 방황하는 여인의 역할을 얹어놓으니 맞지않는 옷을 껴입은 듯 어색하기만 해서 이야기를 겉돌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조류독감의 발원지로 의심을 받는 농장의 농장주와 그의 착한 딸, 그리고 딸의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심성이 아주 고운 사람들로 나오는데요. 너무나 고운나머지, 아버지는 병원균을 발생시켰다는 주변의 질책에 자살을 하게 되고, 그녀의 딸은 그런 아버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소녀는 이미 놀이동산에 놀러가기로 했던 남자친구의 가족들이 도시를 탈출하기 위해 떠나는 길이었기 때문에 바람을 맞고 돌아온 뒤였지요. 그렇게 좌절하자마자 당국에서는 병원균이 조류독감과는 다른 종류라고 발표하여서 여자아이에게 마지막 한 방을 날립니다. 아이는 소리 칩니다. '살인자들!' 그리고는 전염병에 감염됩니다. 혼자서 놀이동산을 다시 찾은 소녀가 막 쓰러지자 갑자기 남자친구가 나타나지요. 그리고 병원으로 옮기게 됩니다.
또 병원에서 근무하는 등장인물 중 가장 일본인 같고, 가장 예쁜 것 같은 간호사 '미타(쿠니나카 료코)'가 있습니다. '미타'는 남편도 있고, 어린 딸도 있지만 환자들을 위하여 격리되는 병원에 남게 되는데, 열심히 일하는 장면도 나오지만 딸아이와 문자를 주고 받는 장면이 가장 많이 나옵니다. 착한 남편과 '딸'은 '미타'가 보고 싶지만 사람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미타'를 응원하고자 힘내라는 격려문자를 보내지요. 문자를 받은 '미타'도 기운을 내며 사랑스런 문자를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에선 눈이 내리고, 딸아이는 '미타'에게 마법의 문자를 보내지만 답이 없습니다. '미타'가 전염된 것이지요. 언제가 바로 오던 문자가 오지 않자 초조해진 남편과 '딸'은 병원으로 찾아갑니다만, 당연히 면회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한참을 애원을 하니, 경비가 전화를 걸어주더군요. 하지만 남편에게 그녀가 막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츠요시'가 그녀를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되지 않았죠. 그녀의 손에는 핸드폰이 쥐어져있었습니다. '츠요시'는 '미타'가 보내지 못한 답장을 보냅니다.
아내의 죽음을 알지만 아이에겐 말하지 못하는 남편, 나름 가장 찡한 장면 <블레임> 스틸 컷.
이들은 영화 내내 묘한 관계에 위치하는데요.
그들이 왜 이별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이 없고, 다만 그냥 우리가 흔히 말하듯 성격차이.. 쯤으로 표현됩니다. 그러면서 같이 부딪히는 동안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하면서 그 둘은 서로 격려합니다.
'그래, 그게 에이코였지.'
이런식으로요. 그리고 때로는 '에이코'를 '츠요시'가 도와주기도 하고, 그 반대로 힘을 얻기도 하면서 열심히 사람들을 진료합니다. 그러다가 주변으로 퍼진 전염병을 막고자 '에이코'가 옮겨가게 되는데, 밖에서 이별을 하던 그들이 갑자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합니다.
'이 혼란이 모두 끝나면 '에이코' 너에게 갈게'.
뭐 이런식으로 말하면서요..
그러다가 '에이코'는 전염이 되고 말죠. 그럼에도 열심히 사람들은 돌보던 '에이코'가 쓰러지고, 정신없이 진료를 하고 있는 '츠요시'에게 노트북 화상 채팅으로 '에이코'에게 연락이 옵니다.
그리고 마지막 시도라면서 한 가지 방법을 알려주지요. 자신이 실험대상이 되어서 마지막 시도를 한다고, 그러니 그 쪽에서도 잘되면 한 번 해보라는 식으로... '츠요시'는 바로 그 방법을 시도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성공을 한 '츠요시'는 '에이코'에게 갑니다. 그러나 '에이코'는 결국 실패하여 죽게 됩니다.
그 장면을 본 '츠요시'는 또 바로 뒤돌아 뛰어나옵니다. 그리고는 엉엉 소리를 내어 울지요.
그리고는 자막이 나옵니다.
일본에서는 그 뒤 얼마 동안 얼마만큼의 사람이 전염됐고, 그 중 얼마의 사람들이 사망했다.
그리고 영화는 끝입니다.
이렇게 영화는 뜬금없는 내용들을 뒤섞어놓기만 했지 관객들에게 정확한 이야기를 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인디펜던스 데이>나 <딥 임팩트>와 같은 헐리우드 영화를 통해서 이런 부류의 영화를 봐왔기 때문에, 한 인물들의 이야기의 발단, 전개, 위기, 절정이 다른 인물들의 그것과 같이 모아지면서 영화 전체의 클라이막스로 치달아가야 하는 것임을 잘알고 기대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보란듯이 옴니버스 영화처럼 제각기 시작하고 제각기 클라이막스에 갔다가 제멋대로 끝나버리는 어이없는 이야기들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아마, 그것에 보조를 맞추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전체 결말도 아무런 결론 없이 끝나내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결말이 있긴 있습니다. 아마도 일본은 멸망할 것이다... 정도요..
이제 이런 장면은 너무 많이 봐서 식상한.. 하지만 결말을 제대로 표현한 장면 <블레임> 스틸 컷.
첫째, 일본이 아무래도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능력은 많이 모자라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우리 나라도 아직 블록버스터라고 부를 만한 영화는 없지만, 단순히 헐리우드 만큼의 돈을 퍼붓는다고 해서 블록버스터가 나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 영화는 나름 헐리우드 방식의 이야기 구조와 스토리를 모방하여 흉내를 내고자 했지만, 그 핵심에 흐르는 중요한 무언가를 놓쳐버린 결과 겉모양만 스펙터클한 영화가 되고 만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이 왜 이런가 하고 생각을 해봤는데요. 일반적으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는 해피앤딩으로 끝나야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만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나가는데, 이 영화가 엉뚱하게 일본은 멸망할 것이다.. 이렇게 끝내고 마는 것은 일본의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일본침몰>에서 봤듯이 일본인들의 내부에는 '언젠가는 가라앉고 말것이다' 라는 근원적 불안감이 내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결말을 취하면 무언중에 그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여 커다란 충격을 던져주고 반향을 일으키게 되어서 흥행에 성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생각입니다. 아무리 그렇더라고 하더라도, 외국에 판권이 수출된 영화라면 그런영화 답게, 결말을 여러가지로 취하는 방식으로 했었음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일본이 망한다고 하면 나름 어필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내재의식에는 그 또한 당연한 것이고 바라는 것이기 때문에 돈내고 보고 싶은 생각은 없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셋째, 나름 헐리우드의 스타시스템을 흉내내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물론,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발달한 일본의 경우, 가수가 영화찍고, 드라마 출연하고, 또 같은 성향의 흥행배우들을 끌어다가 비슷한 영화를 찍고 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번 경우에는 나름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과 인지도 있는 배우들을 다양하게 섭외하여 그들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던 것은 아닐까,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고 싶은 감독의 욕심이 있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는데요. 그러기엔 연출력과 스토리가 너무 부실했습니다. 위급하다고 소리만 지르는 것이 연기는 아니니까요. 짧은 사랑장면이 한 장면 나온다고 해서 등장인물들이 갑자기 사랑할 순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여간, 여러모로 이 영화는 아쉬운 영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재앙영화인 줄 알고 보다, 갑자기 오염된 새우양식장과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동남아시아의 섬이 나올땐, 인간의 환경파괴를 문제 삼는 줄 알았기도 했고요. 착하기만 하던 많은 사람들이 병에 걸려 죽어가는 것을 보고선, 인간은 겸손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넣은 건 줄 알았더니, 해결도 않고 망했다고 끝나버려서 어디서 포인트를 얻어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영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부분도 있어요.
바이러스 권위자 '미노루' 박사는 '암' 환자 입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말하지요.
'인간이랑 바이러스가 함께 공존할 순 없는 건가?'
어쩌란 말인지요...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들의 원성이 말도 아녔습니다.
중간 중간 배우들의 오버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어이없는 헛웃음과 잔기침들... 그건 일본 배우들의 연기 특성상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해도, 도무지 감정이입 되지않는, 어디서 가슴아파하고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는 감정처리들이 나올 때에는 저도 고개를 숙이고 답답해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관객 원성 장면의 하나, '에이코'에게 달려가던 중 차의 연료가 떨어지자 뛰어서 가는 슈퍼 '츠요시'.군.
위와 같은 영화 탓도 있었겠지만, 이번 시사회의 경우에는 관객들의 태도 또한 영화를 제대로 관람하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바로 옆 자리의 커플들은 영화시작 전에는 조용히 있더니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어디서 꺼냈는지, 종이 봉지에 들어있는 오다리를 씹으면서 연신 바스락대고, 그도 모자라 서로 묻고 대답하고, 앞자리의 아주머니는 핸드폰이 계속 울려대고, 건너 편의 관객들은 전화받으러 나다니고, 뒷자리에서도 웅성웅성.
제가 앉은 자리만 유난히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공짜표라고는 해도,
아무리 재미가 없는 영화라고 해도, 끝까지 보려고 마음 먹은 많은 사람들이 있을텐데, 마치 자신의 안방에 온 것 마냥 무례하고 배려없는 태도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은 안 좋아진 마음에 엔딩 크래딧도 보지 못하고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서게 되었는데요.
영화가 아니다 싶을 때에는 어차피 공짜 영화이니 조용히 일어나 나가주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원제는 '감염열도' 이더군요. 차라리 그냥 저 제목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고, 영어 원제도 전염병을 뜻하는 'Pandemic'이던데요. 도대체 '블레임'이라는 말은 누가 뽑았는지...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제대로 붙여버린 제목이 되고 말았습니다.
'Blame'은 '죄', '저주'를 뜻하기도 하지만, '비난', '나무라다' 이라는 뜻도 있으니까요.. 제대로 '비난' 받게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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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블레임: 인류멸망 2011 (感染列島 / 제제 타카히사 감독, 2009)
Tracked from DAYDREAM NATION 2009/02/26 03:35 deleteCanon | Canon EOS 40D | 1/200sec | F/14.0 | ISO-800 스토리 2011년, 도쿄 근교의 시립병원 응급센터. 의사 마츠오카 츠요시(츠마부키 사토시)는 고열증세로 입원한 환자를 단순한 감기로 진단한다. 그러나 다음 날 다시 입원한 환자는 상태가 급변하면서 사망하게 되고,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증상의 환자들이 속출하면서 일본은 일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에 WHO 메디컬 담당자인 코바야시 에이코(단 레이)가 병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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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느라 고생하셨어요;
감독도 너무 많은 이야기를 영화에 담아내려다 보니 주체가 안 됐나봐요. 아니면 제대로 큰 웃음(?) 주려고 한 걸지도 모르죠. 그것도 아니면 영화사에 제대로 한 방 먹이려고 그랬을지도?ㅋㅋ
아.. 정말 이 영화는 고생했다는 말이 어울리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ㅋㅋ
영화사에 제대로 한 방 먹이려고 했다에 한 표 던집니다.. ㅋㅋ
음... 나름 기대했는데... 안보는게 나을까요?
중반까지는 좀 어설프긴 해도 이야기가 괜찮았던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위기감도 느껴지고요. 그 다음 어설프게 끼어드는 로멘스 부분정도 부터 좀 아니더군요. ^^
그래도, '츠마부키 사토시' 군을 본다는 의미도 있고, 제가 좋아하는 여러 명의 배우를 본다는 건 좋았어요.
그리고 이런 괴영화를 보는데 나름 의미를 찾으시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크게 기대안하시고 본다면 의외의 면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ㅎㅎ
하지만 보시라는 말은 못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