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시맨> 공식 포스터
* 2009년 02월 20일 12시 15분
* CGV 오리
(★★☆)
얼마 전,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틀을 예산이라는 잣대로 재는 관행을 극복하고 작지만 알찬 영화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한국영화 전선에 뛰어들었던 '스폰지 이엔티'에서 제작한 <오이시맨>입니다.
'스폰지 이엔티'는 이미 <영화는 영화다>의 배급사로 어느 정도의 성공을 이룬 회사이기도 하고, 일본과 유럽의 다양한 예술영화들을 수입 개봉하여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었던 회사이기도 했습니다.
작년부터는 한국영화 제작에도 참여하여, <이리>, <도쿄>, <멋진 하루> 등의 영화를 개봉하기도 했었습니다. 나름 소신있는 행보와 투자에 마음 속으로 격려를 보내고 있기도 하지요.
그래서 이번에 개봉한 <오이시맨>도 기쁜 마음으로 보러 갔습니다.
한 편으로는, <바람피기 좋은 날>에서 눈여겨 봐두었던 '이민기'라는 배우의 모습과 영원한 '조제', '이케와키 치즈루'의 연기에 대한 기대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열 영화를 제쳐두고 우선 <오이시맨>을 보게 되었습니다.
(스포일러가 너무 많네요!!)
영화의 주된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현석(이민기)'은 한때 <네안데르탈인>이라는 노래로 촉망받던 뮤지션이었습니다. 정확하게 표현되고 있지는 않지만, 언더 그라운드 쪽에서는 나름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던 신예였지요. 그런데 어느날 부터 음이 깨져서 들리는 '이명증'이 시작됩니다. 때문에 음 높이를 정확히 낼 수 없게된 '현석'은 슬럼프에 빠지게 됩니다. 자신의 전부라 믿었던 음악을 더이상 할 수 없게 된 '현석'은 먹고 사는 문제를 동네 작은 음악학원에서 아주머니들의 음치를 교정해주는 강사 역할을 하면서 해결하는데, 피치 못할 선택이었긴 하지만, 그에게는 차라리 죽는 것보다 못한 생활이었습니다. 그쯤, 학원수강생 중에 전혀 아주머니 나이로는 보이지 않는 '재영(정유미)'이 팬을 자처하며 나타나고, 그녀가 싫지 않은 '현석'이었지만 그런 마음을 솔직하게 내보일 수는 없었습니다.
더이상 음악을 하지 못해도 좋으니 자신의 모든 것을 담은 노래 한 곡만 완성해보고자 여행을 떠나게 되는 '현석'. 언젠가 유빙(북극해의 얼음이 녹아서 떠내려오는 것)을 봤던 기억을 가지고 홋카이도의 '몬베츠'로 무작정 떠나게 되는데, 그 곳에서 '메구미(이케와키 치츠루)'라고 하는 좀 별난 여관 주인과 만나게 됩니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서투른 영어로 의사를 소통하며 조금씩 가까워지게 되는 둘, '몬베츠'의 눈과 얼음과 적막함을 싫어하는 '메구미'에게 왜 이곳을 떠나지 않냐고 '현석'이 묻자, 모두가 떠나버린 그곳에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중이라는 '메구미'. 그렇게 두 사람의 짧은 만남의 이야기가 유빙처럼 조용하고 적막하게 진행됩니다.
'담배 불 좀 빌릴까요.' 처음 만나는 현석과 메구미 <오이시맨> 스틸 컷.
등장인물도 '현석', '메구미', '재영'이 전부이고, 곁다리로 등장하는 몇 몇 인물들이 있을 뿐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현석'은 신체적인 장애로 인해 자신의 꿈이 좌절되어 가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심리 변화에 맞추어서 이야기가 진행될 수밖에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메구미'는 관객과 거의 같은 입장에서서 '현석'을 관찰할 뿐이지요.
오히려 '현석'의 삶에 강한 임팩트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은 '재영'이지만, '재영'의 캐릭터가 워낙에 독특한 인물인지라 심심하기만 한 '현석'의 캐릭터보다 훨씬 강해서 둘의 관계를 더이상 발전시킬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여튼,
영화는 인물의 심리를 따라가면서 눈과 얼음이 가득한 홋카이도의 풍경을 매우 단조롭고 심심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이 추운 겨울이어서 더 그렇기도 하겠지만, 꽁꽁싸맨 인물들의 모습과 화면마다 눈이 가득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두 인물의 마음의 스산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참 우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그 또한 감독의 의도였다고 본다면 나름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세 명의 배우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현석' 역의 '이민기'는 다소 침울하고, 자신 안에 침잠하여 자신의 울타리를 치고 살아가는, 또 '이명증' 때문에 한껏 소심해져 있고, 자신감이 결여된 젊은 뮤지션을 잘 소화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느낌일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삼백안(눈동자가 작아 흰자가 많은 눈)'은 전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초점이 맞지 않은 듯 불안한 느낌을 표현하는데 참 좋은 눈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메구미' 역의 '이케와키 치츠루'는 세상에 근심걱정 따윈 없다는 듯이 톡톡튀는 대사와 함께, 눈쌓인 적막한 마을을 배경으로 혼자 꿋꿋이 살아가는 모습을 당찬 느낌으로 잘 표현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원래 담배는 못피우나 봅니다. 담배 피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겉담배더군요..
'재영' 역의 '정유미'는 <가족의 탄생>때, 완전 매료되었던 배우인데요. 이번에도 완전한 엉뚱녀의 모습으로 귀엽게 나와주었습니다. 소주와 맥주를 글라스잔에 1:1로 나누어 담고는 '진실주'라며 '현석'에게 먹이는 장면은 정말이지 저라도 거부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더군요.
'꽁치는 요. 머리부터 먹는거에요.' 다소 예상밖의 여자 '재영' <오이시맨> 스틸 컷.
스토리자체에는 너무나 헛점이 많은 영화라 아쉬움이 많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화 포스터에도 나와 있듯이 이 영화의 중요한 소재들은 '청춘', '음악' 그리고 '사랑' 일텐데요.
영화를 보고선 그 어디에서도 이 3가지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져 불꽃을 발하는 장면이 없습니다. '현석'은 그저 자신의 음악을 찾아서 계속 방황하고, 또 고민하고,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데, 문제는 이것이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신체적 장애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이명증'이 정신적인 문제에서 나오는 거라고 언급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는 극복될 수 없는 문제인데, 그 극복될 수 없는 문제를 정면돌파하고자 노력한다는 점에서 '현석'은 불가능한 가능을 추구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청춘이라고는 해도 대책없는 그의 방황에 공감을 할 순 없었습니다.
'음악'은 '현석'이 뮤지션이라는 것, 그의 음악을 기억한 '재영'과 사랑 비슷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는 것, 그리고 '메구미'의 기타 연주를 통하여 마음을 조금 허물게 된다는 것. 정도로 표현되고 있는데요. 이 역시 꼭 '음악'이라는 요소 때문에 이들의 관계가 연결되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오히려 그들의 관계에 '음악'이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랑'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재영'과의 관계도 사랑이라는 말로 표현되기는 어떨떨하고, 그래서 마지막 신은 좀 당황스럽고, '메구미'와는 더더욱 아무것도 아닌 관계 입니다. 그저 젊은 두 사람이 여행객과 여관집 주인으로 어느 정도의 호감을 가지게 된다는 것 정도가 끝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게 따지고 본다면, 영화는 순전히 '현석'이라는 인물의 방황끝에 자리찾기 정도가 아닌가 하는데, 그토록 바라던 음악을 완성하지도 못하고, 기껏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재영'을 마주하는 자리가 음치를 교정하던 '음악학원' 앞이라는 것, 그곳에서 '재영'이가 자살 직전 번지점프 하는 장면을 떠올린다는 것은 그냥 밝게 살아가자는 의미인지, 그럼에도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는 건지, '몬베츠'에서 음악을 완성한 대신에 '유빙'이 떠내려오는 소리를 담아왔다는 것은 또 무엇인지... 영화는 좀처럼 알 수 없는 의미들만 나열하면서 끝나 버리고 말았습니다.
'맛잇다~' 사케를 너무나 좋아하는 주당 '메구미' <오이시맨> 스틸 컷.
도대체, 그렇게 좋아하는 간장비빔밥에 넣을 간장도 없이 곤궁하게 살던 '현석'은 무슨 돈이 생겨서 '몬베츠'까지 여행을 가게 된건지, '음악학원'에서 강사를 하면 그 정도의 돈은 벌 수가 있는 건지, '메구미'가 떠나 보낸 사람들은 누구이고, 그녀가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지, 어쩌면 유빙이 떠내려올 때 볼 수 있다는 '유빙천사' 인건지. 심장이 몸의 절반이나 된다는 그 미세한 생물 '유빙천사'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제가 영화를 잘못본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무엇하나 확연한 것 없이 이미지들만 가득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더군다나 영화관의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전체적으로 조명 없이 촬영한 것처럼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희망의 분위기와는 또 어긋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기저기 정보를 찾다 보니, 이 영화도 저예산 프로젝트로 6억원의 예산 규모를 가지고 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예산이 문제가 아니라, 요즘 같이 영화관의 상영시설도 괜찮아지고, DVD다, 블루레이 다 해서 화면의 해상도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있는 때에 영화 제작에서도 이런 부분이 간과되어서는 안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어째, 오래간만에 쓴 리뷰가 흠잡는데만 치우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합니다만,
이 영화에 준 평점 별 두개는 온전히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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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오이시맨 (Oishi Man / 김정중 감독, 2008)
Tracked from DAYDREAM NATION 2009/02/21 18:08 deleteCanon | Canon EOS 5D | 1/60sec | F/3.2 스토리 현석(이민기)은 한때 잘나가던 뮤지션이었지만 슬럼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지금은 변두리 노래교실의 강사로 일하고 있다. 노래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재영(정유미)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만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현석은 결국 홋카이도의 작은 마을 몬베츠로 여행을 떠난다. 낯선 공항에서 현석이 만난 것은 태연하게 일본어로 담뱃불을 빌려달라는 메구미(이케와키 치즈루). 우여곡절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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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전 포스터 색감처럼 밝은 영화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영화가 너무 어두웠어요. 전 영화의 조명 따윈 알지 못하지만, 왜 이렇게 어둡게 처리한 걸까, 생각했죠. 사실 좀 답답했어요. 영화가. 그래서 아쉽고. ㅠ
정말요.
저도 떠돌아다니는 스틸 컷들을 보고선 밝은 영화인줄 알았드랬죠. 막상 봤더니 갑갑했다라는 거.. 동감입니다..
참 여러 면에서 모호함으로 가득했던 영화였어요. 이런 류의 청춘영화 좋아하는 편인데 <오이시맨>은 그닥 끌리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홋카이도 몬베츠가 주인공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어요ㅋㅋ
'인생의 별'님도 보셨군요.
저도 이런 청춘영화 좋아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아쉬웠습니다. 정말 주인공은 눈과 유빙으로 가득찬 '몬베츠' 인걸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