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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공식 포스터



* 2009년 2월 6일 11시 50분
* 야우리14 (천안)
(★★★★)

  제작, 각본, 음악, 편집, 촬영, 미술, 감독까지...
  무려 1인 7역을 소화하여 돈없은 영화입네 광고라도 하듯이 원맨쇼를 보여준 '노영석' 감독의 독립영화 <낮술>입니다.
  얼마 전에 개봉하여 소리없는 입소문으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워낭소리>와 같은 시기에 개봉하여서 주목을 받을지, 비교를 당할지는 아직 알 순 없지만, <워낭소리>와는 다르게 조금은 괴팍하고 깜찍하고 발칙한 영화입니다.
  이미 그 깜찍한 스토리에 대해서는 '로카르노 국제 영화제', '전주 국제영화제' 등의 수상소식과, '토론토 국제 영화제', '테살로니키 국제영화제'등에 초청되었다는 뉴스를 통해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는데요. 아무튼, 많은 관심을 가지고 개봉을 기다려온 영화였습니다.

  역시나 상영을 하고 있는 영화관이 그리 많지는 않았는데요. 오늘은 한적하고 시설 좋은 영화관 천안 '야우리'로 다녀왔습니다. 어차피 서울로 올라가나, 천안으로 내려가나 제가 사는 곳에서는 엇비슷하거든요.

  발권을 하고 상영시간이 5분이 남아서 상영관으로 들어갔는데요. 아무도 없더군요.
  얼마 쯤은 예상을 했던 바라 예매할 때부터 중앙 자리를 선택했었는데요. 가만히 보니 정중앙에서 왼쪽으로 한 자리 벗어난 자리였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누가볼까 두리번거리며 슬그머니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관람할 준비를 했더랬죠. 얼마 안있어 혼자 보러 오신 여자분이 한 분, 그리고 커플이 한 팀. 결국 150석이 넘는 상영관에서 달랑 4명이서 관람을 하였습니다.
  이것이 또 야우리의 강점입니다. 좀 알려지지 않은 영화는 이렇게 아주 여유롭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관람할 수 있다는 것. 지은지 얼마되지 않아서 시설도 정말 좋습니다. 상영관이 14개관이나 되고, 쇼핑센터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상영관 한 관 쯤은 적자가 나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지만, 꾸준히 좋은 영화를 개봉해주시는 오너분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저만은 아니겠지요. 아무튼, 지방에서도 흥행에 관계없이 작은 영화들을 꾸준히 상영해준다는 것은 너무 즐거운 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천안시민분들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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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술 한 잔만 사주세요.' 접근하는 그녀를 어찌 거부하리요. <낮술> 스틸 컷.

  서두가 길었습니다만,
  영화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혁진(송삼동)'이는 '지혜'와 이별을 한 뒤에 친구들과 함께 위로의 술자리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 술자리에서 친구들끼리 여행을 가자는 뜻이 모아지지요. 구실은 '혁진'이를 위로해주자는 것이었지만, 평소 우리들이 그러하듯 매번 말만 꺼내놓고 제대로 실천되지 않는 여행을 다녀옮으로써 친구들 간의 우정을 확인하자는, 술자리에서라면 한 번씩은 오고 가는 술기운이 가득하고 허풍이 덤으로 얹어진 그런 약속이었습니다.
  처음엔, 내켜하지 않던 '혁진'이도 그만 술자리의 분위기에 휩쓸려서 승낙을 하게 되고 집에서 와인까지 가져오겠다는둥 친구들과의 약속을 철썩같이 믿어버리게 되지요.
  다음날 집에서 와인을 챙긴 '혁진'은 버스에 올라 '정선'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졸다가 정신이 번쩍들어 내려보니 웬걸, 친구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역시 공수표와 같은 친구들의 약속이었던 게죠.
  친구들의 배신 속에 혼자 남겨진 '혁진'은 그래도 챙겨주는 한 친구의 도움으로 친구의 사촌 형이 운영한다는 펜션의 연락처를 받아들고 하룻밤 머물기위해 찾아나섭니다.
  아주 심심하고 무료하게 하룻밤을 보내려는 데, 옆 방에 혼자 온듯 보이는 여자(김강희)가 담배를 빌리러 옵니다. 순간 '혁진'의 눈은 그녀의 모습에 꽂히게 되는거죠. 혼자 티비도 보고, 술도 사다먹고, 담배도 폈지만 핸드폰은 터지지 않고, 말할 상대 하나 없이 적적하던 '혁진'은 챙겨온 와인을 들고 그녀의 방문을 두드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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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XX, X같은 새끼' 카리스마 작렬해주시는 이상한 여자 '란희' <낮술> 스틸 컷.

  영화의 도입부 입니다.
  좀 자세하게 적었지만, 앞으로 펼쳐질 '혁진'이의 이야기가 많이 남았으니, 스포일러가 될 것 같지는 않네요. 아무튼 그 여자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해서, 정선 터미널에서 만나게 되는 이상한 여자, 경포대에서 다시 만나게되는 커플, 태백 산골짜기에서 만나게 되는 트럭 운전수, 4박 5일만에 만나게 되는 친구까지, '혁진'은 그야말로 스페셜 어드벤처의 5박 6일을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꼭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술'이지요.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술을 권하고 술을 마시고, 술로 인해서 문제가 발생하고, 술로 인해서 친해지기도 하는데, 어느 자리에서건 술이라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힘든 일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혁진'이도 처음부터 친구들과 술을 먹다가 여행 약속을 하게 되었고, 술을 한 잔 사달라며 접근하는 옆방 여자 때문에 일이 꼬이고, 술을 먹다가 친구의 고백도 듣게 되는 등 술로 인해서 자꾸만 예기치않은 방향으로 일이 진행 되어간다는 것을 잘 알지만, 역시나 술을 거부한다는 것은 버겁기만 합니다. 하지만 막상 술을 마시게 되면 모든 것을 다 잊고 술과 함께 즐겁게 노래하고 웃게 되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술에 대한 무슨 대단한 도덕적 훈계 같은 것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냥 사건을 이어주는 훌륭한 매개체로, 그리고 현실적 의미로 '술'이라는 소재를 사용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또하나 중요한 요소는 '혁진'이가 가지고 있는 '남성'이라는 성정체성입니다.
  저와 함께 영화를 본 커플은 영화를 보고 나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지 궁금한데요. 아마 여자분이 이런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요.

  '남잔 술마시면 다 저래?', '저런게 남자들의 로망이야?'

  꼭 술에 취해야지만 '혁진'의 그런 남성성(그걸 속물근성이라고 불러야 할지, 남자들이라면 타고났다고 해야할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습니다마는...)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이 술이라는 것을 통해서 그런 음흉한 늑대의 본성이 좀더 쉽게 겉으로 나오고, 남자들이 좀더 용감해지는 것은 분명하니까요.

  하지만 또, '혁진'이라는 인물이 당최 누구에게 싫은 소리는 한 마디도 못할 정도의 소심한 사람이기 때문에 뭐 거창한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아주, 소극적인 작은 움직임으로 상대방에게 호감을 표시하고 어떻게 인연을 한 번 만들어 볼까..하는 정도죠. 모르긴 몰라도 아마 '혁진'이가 이별을 당한 것도 그런 소심함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중간에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것 역시 상황상 술을 잔뜩먹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니, 나는 널 믿었었는데...'

  정도의 이야기를 토로합니다.
  아마 저 같으면 전화를 하지도 않았겠지만, 전화를 하더라도 저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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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컵라면에 소주 한 잔은 로망이 아니라 모래만 가득찰 뿐. <낮술> 스틸 컷.

  여튼,
  이 영화는 끊임없이 '혁진'이의 상황과 욕망을 중첩시켜가면서 우울하기만한 상황을 획기적으로 전환시켜줄 '혁진'이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듯 하다가 완전히 엉뚱한 방법으로 좌절시키면서 끊임없는 실소를 자아내는 굉장히 유쾌한 영화입니다. 그런데 그 '혁진'이의 욕망이라는 것이 제가 속에 가지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어이없어 하면서 웃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차이라면은 '혁진'이가 좀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다는 것이요, 상대방이 눈치 챌 만큼 어수룩하게 꺼내놓는 다는 것뿐이지 않을까요...어쩌면, '혁진'이가 더 착하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음흉한 '차이와 결여'...입니다..ㅎ)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초 저예산(1000만원)으로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의 최대의 단점은 전체적으로 화면이 어둡고, 화질이 좋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저렴한 예산 편성상 조명을 설치하지 않기 위해 낮장면을 위주로 찍었다는데, 그럼에도 어쩔수 없이 들어가야 하는 저녁 장면에서는 화면에 거친 입자가 보일 정도였습니다. 이미 독립영화라고 해도 <워낭소리>처럼 HD 고화질로 제작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는 알 수 없지만, 영화를 보러가기 전에 예산이 얼마들었는지 확인하고 갈 정도로 열정적인 관객들만 영화를 본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깜찍, 발칙한 스토리와 함께 능청맞은 배우들의 연기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보러갈만한 가치는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특히, 좀 과장해서 <미저리>'캐시 베이츠'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인상깊었던 '란희'역의 '이란희'님은 엔딩 크래딧에 조감독으로 나오시더군요.. 이럴줄 알았다면 무대인사 하는 곳에 찾아가서 볼 걸 그랬습니다.

  여튼, 인상깊게 남았던 대사 하나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술에 잔뜩 취한 친구의 사촌 형이 하는 말입니다. 읽으실 때에는 혀가 꼬인 것을 상상하면서 읽어주세요.

  "여자는 바람이야,
  남자의 가슴 속에 깊은 구덩이를 만들어놓고 휙 지나가는 바람,
  나도 예전에는 바람이 많이 지나갔지,
  그래서 지금 내 가슴은 사막이야,
  그러니까 술을 마셔서 적셔줘야지. 자, 마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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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멘트를 날려주시는 친구의 '사촌 형'님과 송어에 민속주 한잔. <낮술> 스틸 컷.



덧붙임:
  극중에 펜션 주인장이 "너 XX 친구 아냐?" 라고 이야기할 때, 제 이름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게 꽤 크게 소리를 버럭 지르는 장면이었거든요.
  아마 영화에서 이름이 나온 것은 처음인 듯.. 흔한 이름인데도,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고....주장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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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낮술]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웃겨드립니다!

    Tracked from DAYDREAM NATION 2009/02/07 18:31  delete

    낮술 (Daytime Drinking) 노영석 감독, 2008년 상업영화도 울고 갈 초저예산영화의 매력 1천만 원의 제작비, 13일의 촬영기간, 총 10회 동안의 촬영. 단편영화 한 편 찍어본 적 없는 신인감독과 무명에 가까운 배우들, 그리고 열악한 조건에도 영화만을 위해 모인 스탭들이 한데 뭉쳐 만든 <낮술>은 초저예산이라는 한계를 오로지 영화만을 위한 순수한 열정으로 극복해낸,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감독과 배우들, 그리고 스탭들의 뜨거운 소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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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버제로 2009/02/07 00:2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여기엔 맥주가 많은데.
    낮술이라 그러면 막걸리나 소주가 떠오르지 맥주는 절대 안떠오르는데요 ㅋ
    궁금해지지만 볼수없으니까...;;;
    스포일러 해주셔도 괜찮습니다!!^^;;

    예전엔 술을 마시면 더 솔직해질수있다는 사실을 믿지않았었지요. 용감해진다는 사실도요.
    근데 어느순간 알게 되더군요. (나이가 들어서인것 같습니다.ㅋ)
    남자분들에게도 그런 솔직해질수있고 용감해질수있는 시점이 필요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어이없는 객기는 안부렸으면 하는 소망또한 있지요.ㅋㅋ

    p.s요새 글이 좀 두서없고 이상합니다. 이해해주세요 ㅋ

    • 차이와결여 2009/02/07 21:43  address  modify / delete

      아.. 맥주..왠지 그곳 맥주는 정말 맛있을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듭니다. ^^
      그래도 저는 하이네켄을 젤 좋아하긴 하지만요..

      여튼, 남자고 여자고 술먹고 객기는 조심해야죠..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아팠던 속 때문에 거의 금주를 하다시피 살고 있는 저로써는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ㅋㅋ

      글 하나도 안 이상해요. ^^ 감사합니다.

  2. 인생의별 2009/02/07 18:3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는 주인공 혁진이 제 친구랑 이름이 똑같아서 영화 볼 때마다 그 녀석 생각이 나더라고요ㅋㅋ

    • 차이와결여 2009/02/07 21:44  address  modify / delete

      아. 그럴수도 있겠네요.^^

      근데 제 친구들 중에는 '혁진'이는 없네요.
      가르치는 녀석들 중에 '지혜'는 정말 많은데요.ㅎㅎㅎ

  3. 카르페 디엠 2009/02/07 20:0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여기도 맥주가 많은데..태국인들은 얼음컵에 부어마시네요^^
    라오스의 '라오비어'라는 여행객들에게 유명한 맥주를 기대하고 있답니다
    저같은 경우 술을 먹고 본심이랍시고 뭔가 얘기하는 남자들...재수없어요
    남자나 여자나 술에 의지하지 않고 결정적인 타이밍에 솔직해질 수 있는 사람이 최고죠
    물론 어려운 일이긴 해요
    아~더운데 맥주 한잔 하러 가야겠습니다~

    • 차이와결여 2009/02/07 21:46  address  modify / delete

      오.. 태국을 거쳐 라오스까지..그 전에는 홍콩이나 마카오쯤 계셨을라나.. 사정은 모르지만 부럽습니다. '카르페 디엠'님^^

      여기도 겨울 날씨 같지 않게 요 며칠 따숩습니다. 왠지 금방이라도 꽃이 필 것 같아요.

  4. 실버제로 2009/02/08 19:0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라오비어 괜찮다고 하던데 ㅋㅋ
    동생이 라오스 갔었거든요!

    그리고 독일맥주는 독일에 오셔야 맛있습니다
    맥주 순수령이라고;; 맥주를 만드는데 여러가지 법이 많아서.
    유통기한도 짧고...
    하지만 확실히 맛있다죠 ㅋㅋㅋ

    • 차이와결여 2009/02/08 23:30  address  modify / delete

      아.. 정말 라오비어가 맛있나 보군요.. 몰랐습니다.
      중국 여행 다녀오신분들이 중국맥주는 싸기는 한데 정말 맛도 없고 머리도 아프다고 해서 왠지 다 그럴 것만 같은 선입견이 있었나봐요.. ^^

      아. 언젠가 모 맥주 광고에서 나오던 '맥주 순수령'이 그 뜻이었군요.. 그러니까, 정말 먹고 싶어집니다..쓰읍.

  5. 카르페 디엠 2009/02/09 23:5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20일쯤에 라오스로 입국할건데 매일매일 맥주를 마셔볼랍니다
    히히 아이한텐 망고주스를 주고~
    언젠가 실버제로님과 결이님과 맥주 한잔 하고싶어지는군요?
    라오비어든 독일맥주든 하이트맥주든 다 맛있을 것 같아요^^

    • 차이와결여 2009/02/10 08:13  address  modify / delete

      네네..^^

      라오비어든, 망고주스든 전부 맛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타국이니까요. 건강히, 즐겁게 지내시다가 컴백하셔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