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타 길들이기> 윤주상&최화정 포스터
* 2008년 12월 19일 20시 00분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대학로)
(★★★★)
연극열전2의 상반기 공연작 <리타 길들이기>가 앵콜공연 된다고 하여 두말 하지 않고 예매했습니다.
올해 '조재현'의 노력 덕분에 대학로에서 연극을 3편이나 보았는데요. 이미 검증된 작품들이어서 그랬기도 했겠지만, 작품 자체도 좋고, 배우들의 연기들도 좋아서 모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리타 길들이기>는 초연 당시부터 '최화정'과 '윤주상'이 연기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번에 그 멤버 그대로 다시 공연에 올려져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암튼,
과거 시인이었던 영문과 교수 '프랭크'는 이제는 오로지 술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재능에 대한 한계도 알게되었고, 더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학생들을 만나면서 삶의 의미를 잃고 살아가고 있었죠. 그러다가 대학에서 열리게 된 '개방대학'(아마도 우리 나라 대학들이 하고 있는 평생교육 개념의 열린 대학이 아닐런지..)에서 한 강좌를 억지로 떠맡게 됩니다. 당연히 열심히 하고자 하는 생각은 없었고, 어떻게든 수강생을 쫓아버리고 혼자 술이나 마시러 갈 생각을 하고 있었드랬죠. 그때, 통통 튀는 말투와 화려한 옷차림의 미용실 아가씨 '리타'가 나타납니다.
사람이면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겉치레 따위는 모두 벗어버린듯,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뭐든지 배우려는 이 아가씨에게서 '프랭크'는 조금씩 가르친다는 것의 의미를 찾아가게 됩니다. 아울러 삶의 의미도 찾아가게 되는 것이지요.
'리타'는 '프랭크'에게 온갖이야기를 하면서 조금씩 예의와 교양을 갖추고 지식까지 갖춘 매력적인 여성으로 바뀌어가게 되는데, '프랭크'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게 변해가는 그녀를 보면서 어떤 것이 옳은 건지 혼란을 일으키게 됩니다..
우..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해버렸습니다만,
이 이야기는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합니다.
바로, '오드리 헵번'이 출연하였던 <마이페어 레이디>의 그것과 거의 유사한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이지요. 요즘에는 흔하디 흔해서 오히려 유치한 것으로 취급받고 있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바로 그것입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런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공연되고 유행된다는 것은 그만큼 보편적인 이야기 구조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연극이 다른 '신데렐라'스토리와 차이점이 있다면, 그 시혜자에 속하는 '프랭크'가 끊임없이 '리타'의 변신을 부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녀의 변화를 결코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마치 '순수한 어떤 세계에 작은 구멍을 뚫고 흙탕물을 흘려보냈더니 혼돈의 세상이 되어버렸다는 식'의 자괴감이 극의 종반부를 차지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 통속적이지 않았다고나 할까요.
여튼, 1시간 30분 동안 끊임없이 장이 바뀌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리타'의 모습을 처음에는 '최화정'의 독특한 억양을 통해 느끼고, 좀 지나자 옷차림의 변화에서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이 연극에는 '장'이 많습니다. '장'과 '장'사이에는 (아마도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 필요해서 그런 것이지만) 컴컴한 어둠 속으로 많은 클래식 음악들이 흘러나오는데, 그 또한 조금씩 달라지는 '리타'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 같았고, 조그만 소극장에서 서라운드로 울려퍼지는 클래식을 듣고 있으려니 그 음향이 가깝게 느껴져서 또 좋았습니다.
아무튼,
처음 예매를 해놓고, 조금은 우려스럽던 하이톤의 '최화정'의 목소리는 라디오에서 듣던 그것과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목소리여서, 엄청 귀엽게 다가왔고, 조금씩 변화하여 차분한 목소리의 차분한 말투를 연기할 때는 또 교양있는 여성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변해서 '역시 연기자는 연기자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윤주상'님의 연기는 간간히 영화에서 보여주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굵직한 목소리에서 나오는 흡인력이 상당했습니다. 더군다나, 다음 장면을 기다리면서 잠시 혼자 있어야 하는 경우에도 끊임없이 표정을 바꾸어가면서 그야말로 연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서 감탄을 했습니다.
이제,
2008 연극열전2 도 거의 마무리 되어 가는 상황입니다.
많은 연극들이 무대위에 올려졌고, 그 중 대부분은 못봤지만,
첫 공연작 이었던, '장진'의 <서툰 사람들>을 못본 것은 정말 안타깝습니다. 앵콜 공연을 한다면 낼름 예매할텐데요..
그나마 <리타 길들이기>라도 볼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인지요..
암튼, <리타 길들이기>는 앵콜공연이 올라간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영화와는 또다른 맛이 있는 연극 한 편 보시고, 즐거운 시간 가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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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저도 보고싶네요~
시간내서 보시면 좋으실텐데요. ^^
오래간만에 반갑습니다. 나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