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 미 인> 공식 포스터
언제? 2008년 11월 16일 19시 15분
어디? CGV (용산)
* 재관람
언제? 2008년 11월 19일 20시 50분
어디? CGV(오리)
(★★★★★)
머나먼 스웨덴에서 건너온 '뱀파이어' 영화 <렛 미 인>입니다.
영어명이 <Let The Right One in> 이죠,
각종 영화제에서 이미 상을 잔뜩이나 받았고, 특히, 부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다고 해서 무척 기대를 하고 보게된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본지 벌써 4일이 지났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영화가 내 안 한 구석에 마련된 자기의 자리를 찾아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뭔가 정리가 되지 않은 것 같아 여러 블로그들을 돌아다녀보니 제가 놓친 부분들이 많기에 오늘 다시 관람을 하였습니다.
그래서,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두 번 보았더니 더 좋은 영화였습니다.
다시 보니 그 전엔 보이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고, 여러 가지의 상징적인 의미들과 애틋한 사랑에 가슴이 아려오기까지했습니다.
특히나, 영화 전반에 깔려있는 스칸디나반도의 눈쌓인 풍경과 엷은 블루톤의 차가운 색감, 풍경사진을 찍듯 서정적으로 그려진 숏들이 무척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서 자꾸 생각이 나는데요. '뱀파이어'가 등장하니까 어쩔수 없이 약간은 판타지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는 내용이지만, 주인공들을 소년, 소녀로 설정하고, 그들의 순수함을 더하여, 전체적으로 '환상동화'와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된 것이 바로 이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이미 제가 이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이 공개되었으니까 말씀입니다만, 일단 줄거리부터 많은 스포일러가 첨가 될 것을 예상 되니 영화를 보실 분들은 감상의 포인트를 소개하는 1. 뱀파이어 부분까지 아래로 이동하여주시기 바랍니다.
(스포일러가 무지 많아요!!)
중성적 이미지의 왕따 소년 '오스칼' <렛 미 인> 스틸 컷
영화는 '오스칼(카레 헤데브란트 Kare Hedebrant)'이라는 이름의 12살 소년이 자신의 방에서 눈쌓인 창밖을 바라보며 자신을 괴롭히던 반 친구들에게 행할 린치를 연습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 때, 어두운 거리로 한대의 택시가 도착하고, 그 택시에서는 부녀로 보이는 두 명의 사람이 내려와 '오스칼'의 옆 아파트로 들어가게 됩니다.
다음날 학교에 간 '오스칼'은 변함없이 동급생인 '코니'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게 되고 학교에서 돌아온 '오스칼'은 언젠가 사용하려고 지니고 있었던 단도를 들고 밖으로 나가서 나무를 찌르며 분을 풀게되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한 '소녀 (이엘리-리나 레안데르손 Lina Leandersson)'가 있습니다. 갑자기 누군가 지켜본다는 느낌에 뒤를 돌아본 '오스칼'. 눈쌓인 정글짐에서 뛰어내려오는 소녀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지만 소녀는 잔뜩 경계를 한 채, '확실히 말해두는데, 너와 친구가 되지는 않을거야' 라며 사라지죠.
그녀의 아버지로 보였던 남자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도구들을 챙겨서 다음날 길을 나서는데, 그 도구들은 다름 아닌 어린 소년들을 납치하여 꺼꾸로 매달고 목을 갈라 피를 받아오기 위한 도구들이었습니다.
처음엔 계획대로 잘 진행되는 것 같았던 일이 갑자기 나타난 개로 인해 허사로 돌아가게 되고 급히 나오느라 피를 담던 통을 놓고 와버린 남자, 낭패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늦어버린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작은 마을은 의문의 살인 사건으로 소란스러워지게 되는데, 어머니의 걱정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온 '오스칼'은 정글짐에서 소녀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이윽고 나타난 소녀, '오스칼'이 들고 있던 류빅스큐브에 관심을 보이자 '오스칼'은 그 소녀에게 루빅스큐브를 빌려주면서 다음 날까지 돌려달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둘의 관계가 시작되는 거죠...
영화의 시작입니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소녀가 바로 뱀파이어였습니다. 뱀파이어와의 사랑.
언뜻 불가능할 것만 같은 이야기를 소년과 소녀라는 순수함에 기대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이 영화의 톡특한 요소인데요.
하지만, 이 설정은 말그대로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한 기초설정에 불과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인 즉슨,
잘 알고 계시다시피 '뱀파이어'는 뱀파이어가 된 순간부터 나이를 먹지 않습니다. 영원이 그 나이로 살아가게 되는 거지요. 그렇다면 '이엘리'라는 이름의 이 소녀의 나이가 12살이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게 됩니다. 극 중에서도 나오지만,'몇 살이냐'는 '오스칼'의 물음에 '이엘리'는 '12살... 쯤..' 이라고 대답합니다. 따라서, 그녀는 외모는 12살일지 모르나, 정신적인 면에서는 몇 살인지 알 수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뒤에 '이엘리'가 자신의 나이에 대해서 좀더 정확하게 언급하는 대사가 나오기는 합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또다른 이유는, 블로거 '아쉬타카님'이 잘 정리를 해주셨는데요. 극 중에 '이엘리'의 아버지로 나오는 남자가 '이엘리'를 대하는 태도를 유심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이나, 그녀의 명령에 절대복종하는 모습, '오스칼'을 질투하는 듯한 모습들을 보시면 쉽게 짐작하실 수 있을텐데, 이 남자는 아주 오래전에 '이엘리'를 사랑한 또다른 소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아쉬타카님 글 보러가기>
따라서, '이엘리'는 최소 그 남자 만큼의 나이를 갖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때문에, '오스칼'과 '이엘리'의 관계는 주고 받는다기 보다, '이엘리'가 '오스칼'에게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고, 성장시켜주고, 그를 지켜주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그 관계입니다.
아버지로 오인되었던 그 사내 그리고 '이엘리'의 관계와 '오스칼'과 '이엘리'의 관계.
전과는 달리 '이엘리'는 더이상 '오스칼'에게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이 되어주기'를 바라죠. 그리고 오스칼이 노력해도 안된다면 '도와주겠다'고 말합니다.
전에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피를 얻어가며 살아가던 '뱀파이어'가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오스칼'을 만나기 위해
'해가 사라지면 너에게 갈게.' 라는 말을 남기는 겁니다.
더군다나,
'오스칼'을 만날 때에도 '뱀파이어'로서의 본성을 감출수 없어 달려들어 피를 얻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지만 그 모든 것을 참아내고 한숨을 쉬는 '이엘리'.
'오스칼'의 무리한 요구들에 어쩌면 자신이 위험에 빠질 것을 알면서도 묵묵히 행동하는 '이엘리'의 모습은 '사랑'이라는 말 말고는 다른 무엇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인간과 '뱀파이어'의 사랑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요. 그 불가능한 사랑을 향해서 모든 것을 버리고 기차에 오르게 되는 둘의 앞날에 과연 어떤 일이 있게되는 걸까요.
어쩔수 없이 그 남자와 '이엘리'의 관계처럼 결국엔 한 쪽이 희생할 수밖에 없는 걸까요?
영화에서는 더 이상 답을 주지는 않습니다.
'우리 사귈래?' '사귀면 뭐가 달라지니?' <렛 미 인> 스틸 컷
저는 영화를 보면서 몇 가지의 중요한 감상 포인트를 통해 그 결론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는데요.
제가 소개만 해드릴테니까, 영화를 보시면서 여러분들이 답을 찾으시는 건 어떨까 합니다.
1. 뱀파이어
일반적으로 '흡혈귀', '드라큘라'라고도 알려져 있는 '뱀파이어'는 사람이나 동물의 피를 마시며 살아간다는 상상의 존재입니다. 일반적으로
- 햇빛에 닿으면 재가 되어 버린다.
- 십자가와 마늘에 약하다.
- 송곳니가 크고 날카롭다.
- 강 등 흐르는 물 위를 넘어갈 수 없다.
- 영혼이 없기 때문에 거울에 모습이 비치지 않는다.
- 박쥐, 늑대, 안개 등으로 변신할 수 있다.
- 흡혈귀에게 피를 빨려 죽은 사람이나 흡혈귀의 혈액이 체내에 들어간 사람은 흡혈귀가 된다.
와 같은 특징을 보여주는데, '이엘리'는 처음 등장에서부터 정글짐에서 훌쩍 뛰어내리는 모습을 통해서 이런 면모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아울러, 일반적으로 어린아이의 피는 마시지 않는 것이 '뱀파이어'들 사이에서 불문률로 통하는데, '이엘리'가 뱀파이어가 되었다는 것은 '이엘리'도 어느 정도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고 생각이 됩니다. 때문에 이혼한 어머니와 살아가고 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하며 소외되어 살아가는 '오스칼'과 어떤 면에서 같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2. 유리창, 거울, 모르스부호
이 영화에서는 유난히 유리창을 통해서 보여지는 장면과 인물이 거울에 비춰지는 장면이 많습니다. 거울은 일반적으로 인물의 또다른 자아를 상징하는 것이므로, 인물의 심리를 가까이서 포착하기 위해서 많이 쓰여지는데 클로즈업된 장면이나 거울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투시하는 것과 같은 장면을 유심히 보신다면 영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유리창은 처음 장면에서부터 거울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고있지만, 그 외에도 많은 장면에서 유리창을 덧대어 바라보는 것과 같은 장면이 많습니다. 얇은 유리막은 인물과 상황사이에 쳐진 벽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는데요. 영화의 후반부에 '이엘리'가 자신이 '뱀파이어'임을 확인해주는 장면에서도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서로 손을 맞대면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아 뱀파이어 '이엘리'와 인간 '오스칼'의 넘지못할 경계를 나타내는 것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한편으로는 푸르스름한 빛깔을 더해주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모르스 부호'는 유리창과 반대 의미에서 인간인 '오스칼'과 뱀파이어 '이엘리'의 의사소통의 수단이 되는 거겠지요. 깜찍하게도 아파트 벽으로 나뉘어진 때에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오스칼'이 생각해낸 방법이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도 의미심장하게 사용됩니다.
3. 흰 눈, 붉은 피
아.. 이건 마치 무슨 소설 작품 효과분석하는 것과 같은데요.
흰백의 순수한 설경 위에서 벌어지는 살인과 뚝뚝 떨어지는 피가 주는 강렬함이 무척이나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습니다. 거기에다가 눈에서 연상되는 차가움, 피에서 연상할 수 잇는 뜨거움이 결합하여서 역시나 강한 인상들을 줍니다. 저는 그 색감, 촉감의 대비에서 무척이나 애절함을 느꼈는데요.
이건 분명히 감독이 의도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영화의 처음 30초 가량은 검은 화면에 하얀색으로 배우와 감독, 영화제목이 나오다가 오른쪽 화면에서 눈이 오면서 시작하는 반면, 영화가 종료되고 엔딩크래딧이 올라올 때에는 검은 화면에 하얀글씨로 시작했다가 서서히 화면이 붉은 핏빛으로 바뀌어가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그 것을 보고 감독의 치밀함에 작은 탄성을 질렀습니다.)
4. <렛 미 인>
우리나라 제목인 <렛 미 인>은 '이엘리'의 대사 '나를 초대해줘'에서 나온 것인데요. 뱀파이어들은 누가 초대하지 않는 한, 집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답니다. 그게 또 영화에서 중요한 소재로 활용이되는데요. 여튼, 그래서 제목을 잘 의역하면 '나를 안으로 초대해줘'정도가 되겠네요..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만요.....)
아무튼,
북구의 설원을 배경으로, 애틋한 마음을 담아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감각적이고 멋들어진 영화.
두 명의 아역 배우들이 꾸미지 않은 듯한 순수한 연기를 완벽하게 해주어서 너무나 멋진 영화.
'오스칼'의 중성적 이미지와 금발머리, '이엘리'의 회색빛 큰 눈망울이 잊혀지지 않는 영화.
개인적으로 올해 베스트 영화로 치는데 손색이 없을 작품!
<렛 미 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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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천영화제에서 보고 최고의 수확에 기뻐했던 영화였죠. 그리고 대대적인 개봉을 하지 않음을 아쉬워했었는데...
저에게 올해의 영화를 꼽으라면 단연 렛미인입니다.
방문을 감사드립니다. 'Arti'님 ^^
블로그 둘러보고 왔어요.
예술을 사랑하시고 예술적 삶을 살아가시는 모습에 여러 가지로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는 미리 이야기를 듣고 보았지만, 아무런 정보도 없이 부천 영화제에서 만났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정말 최고의 영화입니다. ^^
오늘 CGV 홈페이지에 가봤더니, 관객 호응에 힘입어 전국 확대 개봉 한다는 군요 ^^
프리머스 시네마 몇 곳에서도 상영되는 것 같습니다.
역시 관객이 먼저 알아요.
정말 여러 말보다 직접 보고 느끼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인 영화같습니다. 저도 얼른 재차관람을 해야되는데 말이죠 ^^;
네네, '아쉬타카'님의 말씀에 완전 동의합니다. 얼른 다시 다녀오시길.. ^^
저한테 스웨덴이란 나라는 볼보, 아바, 환상적인 공교육 시스템..뭐 이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지난 여름 '하트브레이크 호텔'이라는 여성영화를 보고 스웨덴 영화란 것에 관심가지고 있던 차,
이 렛 미 인을 보고선 완전 기절하겠네요~
아..오스칼..영화 보고 며칠동안 가슴 한편이 시리게 만드는 아이는 판의미로 오필리어 이후 처음이예요
오스칼이 입고 나오는 니트도 왜그리 색감이 예쁘고 앙징맞은가요?ㅋㅋ
특히 명도 높은 그 파아란 색 니트.... 영화를 무슨 관점으로 보길래 니트 얘기나 하고 있고..내 참^^
그런데 엔딩크레딧의 화면색이 진짜 바뀌었나요? 외계어같은 스웨덴어가 나오니 음악에 신경쓰고 있었거든요
음악도 영화와 상당히 어울렸어요..엔딩크레딧 장면도 확인할겸 저도 한번 더 볼 생각
역시,, '카르페 디엠'님이 뭔가 있었기 때문에 리뷰를 올리라고 하셨던 거야.. 그런 거였어요 ㅎㅎ
저도요 너무 좋았어요.
명도 높은 파아란 색 니트.. 저도 기억 합니다. 너무 예뻤죠? 찰랑거리는 오스카의 금발도 너무 예뻤고요.
하늘색 팬츠도 다 예쁘더라구요.. ^^
엔딩 크래딧은 진짜에요..
점차 붉은 색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검은 색으로 돌아간답니다..
깜짝 놀랐어요 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