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2008년 11월 12일 20시 00분
어디?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대학로)
(★★★★)
'조재현'이 대학로 연극문화의 부활을 위해 프로듀서로 나서 유명해진 연극열전2 아홉번 째 작품인 <웃음의 대학>을 봤습니다.
연극을 보러가기 전부터 이미 무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던 '연극열전2'이기에 다른 것은 알아보지도 않았고, 다만 '황정민'이 주연이라는 것만 알고 갔지요.
'황정민'의 연기는 영화에서만 만났었는데요.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로드무비>에서 보여주었던 인상적인 연기를 기억하고 있었고, 그 이후로 출연한 많은 작품들도 눈여겨서 보아두었습니다.
그 가운데, <달콤한 인생>에서의 악역은 정말 멋졌고, <너는 내운명>에서의 헌신적 남자 연기도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왠지 그 이후로 연기한 <행복>,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서의 연기는 그저 그랬던 탓에, 아쉬워하고 있던 순간, 그의 연기를 연극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했었지요.
'황정민' 스스로도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택한 연극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배우인 '송영창'은 그다지 제 관심을 끌지 못하던 배우였는데요,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약간 부정확해보이는 발음과 고만고만한 악역을 주로 맡으셔서인지 연기의 폭이 좁은 것 같은 느낌이어서 그런 생각을 가졌었습니다.
여튼,
그 두 명의 배우가 출연하는 연극이라는 것만 알고 동숭홀에 들어가서 연극이 시작하기를 기다렸습니다.
'동숭 아트센터 동숭홀'은 처음 가보는 곳이었는데요. 대학로의 소극장을 생각하고 들어갔더니 왠걸요, 생각만큼 규모가 작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연극이나 뮤지컬은 영화와 달라서 배우들의 숨과 땀까지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란 것은 다 아실텐데요,
저는 가까이서 배우들을 바라보는 것 보다 무대 전체를 관람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극의 경우에는 조금 뒤 쪽 자리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다른 소극장들을 생각하고 2층을 선택했는데, 2층 첫줄은 안전을 위해 만들어놓은 난간이 너무 높이 올라와 있어서 무대가 아주 조금 가려지기까지 하더군요.
차라리 2층 두 번째 열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 (2층에는 두 줄 밖에 없더라구요.)
<웃음의 대학>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희극을 공연하는 극단 <웃음의 대학>의 연출자이자 극작가인 '츠바키'는 만주에서 돌아온 검열관 '사키사카'의 부름을 받고 새로 공연할 연극의 대본을 검열받게 되는데, 시대상황이 한창 대동아공영권을 주창하며 제국주의의 깃발을 날리우던 때였던 터라 의미없는 '웃음'이라는 코드는 도대체 먹히질 않습니다. 더군다나 태어나서 한 번도 웃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키사카'의 앞에서는 더더욱 그러 할 수밖에 없었죠.
그런 검열관 앞에서 '츠바키'는 무모할 정도로 '희극'과 '웃음'의 의미에 대해서 이해시키려고 노력하지만 번번히 검열관의 요구에 따라 대본을 수정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연극이라 너무 많이 이야기 하면 보실 분들이 재미가 없으니까 이 만큼만 적을게요.)
물론, 큰 이야기의 흐름은 위에서 말씀드린 것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그 안에 여러가지 많은 상황들과 이야기들을 담고 있고, 그 상황이라는게 꽤나 코믹하여서 무릎을 치고 박수를 치면서 연극을 관람했습니다.
또한, 끊임없이 '희극'의 웃음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고, 요구를 해대는 검열관과 연극의 요소들과 희극적 상황들을 이해시키려는 극작가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이 연극은 연극자체가 '희극'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있는 연극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관객들에게 '웃음'의 의미와 '희극'의 가치에 대해 알려주고 있는 연극이라는 느낌도 함께 가지게 되었습니다.
원작자인 '미타니 코키'라는 분은 영화감독으로도 유명한 분이고 많은 TV드라마와 영화들을 만드신 분인데 천재감독이라고 칭송받고 있는 분입니다. 우리가 알만한 영화로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라는 영화가 있군요.
사실 저는 잘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머리 속에 새겨두었습니다.
'미타니 코키'가 한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가 인상적인데요.
"사람들이 뭘 보고 웃는지 많이 연구해본 결과, 인간은 인간을 보고 웃는 다는 걸 알았습니다."
웃음에 대한 철학이 묻어나는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튼,
90분동안 다소 기발하고 엉뚱한 방법으로 끊임없이 재미를 주다가 나중에 가서 약간의 감동도 더해주는,
그리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교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는 유익한 연극이었습니다.
처음에 기대를 잔뜩 품고 갔던 '황정민'은 물론 훌륭하게 연기하여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허나 설정된 캐릭터 탓일 수도 있긴 하지만, 약간 어리숙하고 하나 밖에 모르는 인물의 연기가 마치 <너는 내운명>의 역할과 자꾸만 겹쳐지고, 또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와도 자꾸 겹쳐져서 조금 아쉬웠던 반면
'송영창'의 연기는 놀랍도록 신선했고 새로웠습니다.
긴 호흡을 가지고 일관되게, 또 조금씩 변화하는 인물의 심리와 행동까지를 섬세하게 연기해주었고, 처음에는 꽉막혀서 답답하게만 보이던 인물이 나중에는 사랑스러워지기까지 할 정도로 멋있게 연기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약점이라고 생각되었던 부정확한 발음은, 가까이서 생자로 들으니 너무나 연극적인 발성과 발음이어서 하나도 거리낄 것이 없었습니다. 때문에 '송영창'의 연기는 '컷'이 나눠지는 영화보다는 조금 더 긴 호흡을 가진 연극에 딱 들어맞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튼,
저번에 보았던 <늘근도둑 이야기>와 더불어 절대로 실망을 주지않는 "연극열전2 ".
'나문희'선생님이 출연하는 <잘자요, 엄마>도 보고 싶고, 앵콜 공연으로 다시 한다는 '최화정'의 <리타 길들이기>도 시간내서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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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및빛인생이 아니고 달콤한인생이었던거 같은데요?;;
혹시 장및빛인생이라는 영화가 있었다면 패스요!
어??
맞아요. 달콤한 인생.. 내가 왜 장밋빛 인생이라고 했을까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