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 공식포스터
When : 2008년 10월 23일 20시 45분
Where : 스폰지하우스(중앙)
(★★★★☆)
'레오카락스', '미셸 공드리', '봉준호' 의 옴니버스 영화 <도쿄!>를 보고왔습니다.
우리 나라 포스터에 카피 문구로 박혀있는 '천재감독들의 무한상상'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미셀공드리'는 우리에게 <이터널 선샤인>, <수면의 과학> 등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영화 감독입니다.
톡톡튀는 상상력과 독특한 영상으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요새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믿을 수 있는 감독들 중 한 명이지요.
'레오 카락스'는 요새 10대 20대들이야 잘 모르겠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그랑블루>, <니키타>, <레옹>의 '뤽베송', <베티블루 37.2>의 '장자크 베네'와 함께 프랑스의 "네오 이마주"를 대표하던 감독이었습니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들>이 유명하고 마지막으로 개봉했던 <폴라-X>는 실제 정사를 촬영했다고 해서 유명세를 치뤘던 영화입니다.
'봉준호'감독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플란다즈의 개>로 혜성과 같이 등장해서, <살인의 추억>, <괴물>로 우리의 모든 것을 가져가버린 천재 감독,
사실 <괴물>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참 많은 데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이 3명의 천재감독들이 모여서 만든 옴니버스 영화가 바로 <도쿄!>입니다.
어떤 기획에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슬쩍 찾아봐도 정확한 뉴스가 검색되지 않는 군요.)
하지만,
3인 감독의 독특한 시선으로 '도쿄'를 무대로 하여 펼쳐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다른 어떤 제약이 있는 것 같지는 않고요,
무대만 '도쿄'이면 모든 것이 다 허용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영화에는 세 감독이 바라보는 일본에 대한 시선도 담기게 마련이지요.
이번 영화의 리뷰는,
그 감독들의 특징과 일본에 대한 시선 속에 담긴 메시지를 파악해보는 방향으로 나갈 듯 싶습니다.
우선 내용에 들어가기 앞서,
'미셸 공드리' 감독이 연출한 첫 번째 이야기의 원제가 <Interior Design>,
'레오 카락스' 감독의 두 번째 이야기의 원제는 <Merde:영어의 Shit과 거의 같은 불어 표현>,
'봉준호'감독의 마지막 이야기의 원제는 <Shaking Tokyo> 였습니다.
사실 저는 영어 원제목을 그냥 발음대로 써버리는 성의 없는 제목과 원제목과 전혀 상관도 없는 우리말 제목을 혐오하는 사람입니다.
(스포일러가 숨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뭐 어쨌거나,
첫 번째 이야기는
우리말 제목 <아키라와 히로코>처럼 '아키라(카세 료)'와 '히로코(후지타니 아야코)'가 주인공입니다. 이 둘은 시골에서 막 도쿄로 상경한 터라 마땅히 거처를 정해지 못했는데, 고향친구의 도움으로 잠시 좁다란 방에서 함께 얹혀 지내게 되지요.
남자인 '아키라'는 영화감독 지망생으로 되도 않는 SF영화를 만들어서 상영을 하기위해 도쿄에 올라온 것이고 여자친구였던 '히로코'는 그를 따라 같이 올라온 것이었지만, '아키라'보다 상품포장도 잘 못해서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하지 못하고, 가지고 있는 돈으로 집을 얻고자 여기저기를 돌아다녀 보지만 그것도 실패하고 말아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한탄이 심해져 갈 때쯤, 자신의 모습이 조금씩 변하는 것을 깨닫고 깜짝 놀라게 되는데...
처음에는 '평범한 젊은이들의 정체성 찾아가기' 정도의 이야기로 진행되는 줄 알았더니만 급작스러운 반전에 깜짝 놀라고 말았던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는 않아서 마음 한 편이 따스해지는 느낌이 들었던 이야기,
'카세 료'와 '후지타니 아야코'의 호흡도 아주 잘 맞아들어가서 귀여운 커플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발랄한 기분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해마지않는 '츠마부키 사토시'가 단역으로 나오는데요. 어디서 나오는지 한 번 찾아보세요.
이 이야기는 아마도 도쿄라는 커다란 도시에서 소비되어가는 개인의 삶과 그 삶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개인적인 생각도 있고, 누군가에게 헌신한다는 의미의 절실함 또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도쿄의 하수구 속에서 나타난 정체불명의 광인 '메르드(드니 라방)'의 이야기, 처음에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정도의 물의를 일으켰지만,
그의 지하 하수구 아지트에 숨겨둔 2차대전 때의 유물인 수류탄을 가방 가득 짊어지고 나와 사람들에게 해를 가하게 되자 당국에서는 '메르드'를 생포하기에 나섰고, 이윽고 열려진 재판을 통해 사형선고가 집행되는데, 사람들은 그의 행위에 대해 찬반으로 나뉘게 됩니다. 과연 '메르드'의 운명은....
이 이야기에는 '레오 카락스'가 생각하는 일본에 대한 많은 이미지들이 뒤섞여서 혼재 되어 있는 듯 합니다. '레오 카락스'는 일본영화와 일본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영화 속에서는 '메르드'의 모습을 방송하는 모습들을 뉴스화면과 함께 보여주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언젠가는 지진으로 가라앉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반영된 막연하고도 불안한 심리적 태도를 기초로 하여 자행되는 '메르드'에 대한 태도,
극우세력들의 지나친 전체주의,
일본인 특유의 집단의식 과 같은 것들을 조롱하고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 '메르드'가 사용하는 언어가 세계 인구의 1%도 안되는 사람들만이 상용하는 언어여서 프랑스에서 건너온 변호사가 통역을 맞게 되는데요. 이 '메르드'의 언어를 '프랑스'어로 통역하면 그걸 다시 '일본어'로 통역하는 과정을 거쳐서 대화가 전개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메르드'가 사용하는 언어라는게 제스쳐도 매우 크고 또 우스꽝스러운 소리를 내는 것이어서 한동안 관객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자지러지듯 웃었는데요.
이러한 설정 또한,
같은 다른 언어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어는 지성의 언어로, '메르드'의 언어는 미개의 언어로 대우하는 모습, 그리고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릴 충분한 변론의 기회도 얻지 못했는데, 판결이 내려지고 집행되는 모습을 통해 일본의 또다른 모습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메르드'라는 존재 자체가 요새 일본에서 자주 벌어지고 있는 묻지마식의 연쇄 살인사건에 대한 은유로 볼 수도 있겠네요. 암튼 가장 상징적이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세번째 이야기는
'히키코모리'라고 하는 '집 안에서만 생활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히키코모리'로 살아가고 있는 '한 남자(카가와 테루유키)'는 벌써 11년이나 밖으로 나가 본 적이 없었습니다. 모든 것은 전화와 돈으로 해결하고, 최소한의 물품들로 살아가며 그때 발생하는 쓰레기들은 온 집안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살아가지요. 그런 그도 주말이면 피자를 한 판씩 배달하여 사먹는데, 그 때마저도 배달원과 눈을 마주치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매번 오던 '피자 배달원(아오이 유우)'이 카터벨트를 하고 나타난 나머지 깜짝 놀라서 눈을 마주치게 되고 마는데요. 때맞춰 갑짝스럽게 일어난 지진으로 그녀는 그만 기절하게 됩니다.
'남자'는 그녀를 깨우기 위해 이래저래 노력해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그녀의 몸에 있는 작은 버튼과 같은 문신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녀의 허벅지 아랫 쪽에 있는 전원버튼과 그 옆에 쓰여진 'Coma'라는 문자를 발견하고 그 곳에 손을 대자 깨어나는 '피자 배달원'
'눌렀어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남자'를 남겨두고 떠나가는 '피자배달원'.
남자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버렸습니다.
다음 날,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피자를 배달시킨 남자. 그러나 '그녀'는 나타나지 않고 피자 가게 '주인(다케나카 나오토)'이 나타나서는 놀랄만한 소식을 전해주는데, 그녀 역시 '히키코모리'가 되기 위해 집에 들어갔다는 것. 주인으로부터 그녀의 주소를 알아낸 '남자'는 11년 만에 밖으로 외출을 감행하게 되는데.....
'봉준호'감독 또한 일본 영화, 일본 만화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그랬는지, 일본 문화의 한 단면이라고도 볼 수 있는 '히키코모리'라는 현상을 영화의 소재로 활용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아울러, '카가와 테루유키'라는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를 정확하게 활용할 줄도 알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카가와 테루유키' 라는 배우를 <유레루>라는 영화에서야 처음으로 알게 되었는데요. 미묘한 심리의 변화와 떨림을 온전하게 연기로 표현할 줄 아는 좋은 배우라고 생각이 됩니다.
또 제가 좋아하는 배우 중 한 사람이기도 한 <쉘위 댄스>의 '다케나카 나오토'가 출연하는 것도 너무 좋았습니다.
제목도 <흔들리는 도쿄>이긴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흔들린다'라는 표현이 두 번 나오는데요.
마치 그 말을 통해서 사랑이 시작되는 것과 같은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장면에서 등장합니다.
저는
당연히 사랑이 떨림, 흔들림으로부터 시작되는 것, 아니, 그런 것을 동반한다고 생각하는 터라, 그 독백들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세 편의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휴머니즘을 겉으로 드러낸 영화가 바로 이 <흔들리는 도쿄>편이 아닐까 하는데요. 처음엔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살과 살이 닿는 것 조차 싫어하던 '남자'가 '배달원'을 구하기 위해 몸에 터치를 하는 순간은 어떤 사랑의 고백보다 짜릿했습니다.
저도 몸에 문신을 할까봐요.
'사랑에 빠짐' 뭐 이렇게 쓰여져 있는 버튼 하나 만들어 두면 누군가 와서 눌러주지 않을까요??
여튼,
3인 3색의 매력을 듬뿍 만날 수도 있고, 영화 3편을 한 꺼번에 보는 것과 같은, 어렸을 적 받았던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의 영화입니다.
굳이 깊이 생각하려 하지 않아도 그냥 세 명의 감독의 영화적 기법을 감상한다는 느낌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곧 내려갈 거에요.. 빨리 가서 보세요 ^^
Trackback Address >> http://cha2.co.kr/trackback/110
-
Subject: 도쿄! - 도쿄에서 만난 뜻밖의 수작x3
Tracked from 키노의 독서 블로그 2008/10/26 10:12 delete밤늦게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두 편을 연달아서. 뒤에 본 <도쿄!>는 옴니버스 3부작이니까 네 편을 연달아 봤다고 말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머리가 복잡하겠다고요? 아뇨, 전혀요. 감기가 심하고 잠도 부족해서 하루 종일 힘들었지만, 객석에 앉은 3시간동안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영화를 이만큼 진심으로 즐기기기도 오랜만입니다. 처음엔 이안 감독의 <색, 계>를 볼 생각이었습니다. 동네 극장에서 철 지난 영화들을 시간대 별로 나...
-
Subject: 도쿄! _ 이방인들의 시선으로 본 현대의 도쿄
Tracked from the Real Folk Blues 2008/10/27 11:26 delete도쿄! (Tokyo!, 2008) 이방인들의 시선으로 본 현대의 도쿄 <이터널 선샤인>의 미셸 공드리, <퐁네프의 연인들>의 레오 까락스, 그리고 <괴물>의 봉준호, 이렇게 세 명의 각기 다른 국적을 갖은(국적 뿐 아니라 스타일도 완전히 다른) 감독들의 작품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옴니버스 영화 <도쿄!> (영화를 보기 전부터 생각했던 것이지만, 보고 나니 제목의 느낌표는 확실히 의미있는 의도적 기호라고 생각이 더 들더군요. 뭐랄까 그냥 '도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상영관이 생각보다 많지가 않아서 조금 아쉬워요-
많이 기대하고 있었던 작품인데...
곧 내려갈거라는 게..ㅠㅠ
월요일에는 꼭 보고 와야겠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블로그를 둘러보고 왔어요..
참... 방명록을 안남겼네, 좀이따가 다시 가야죠..^^
그래도 세명의 작가가 서로의 재능을 뽐내는 상업적 측면이 좀 부족한 영화 치고는 상영관이 많은 편이니,
그나마 위안을 삼아야겠죠..
블로그에 가보니 계신 곳이 서울, 인천, 분당 근처의 어느 곳인 것 같은데,
서울만 나가도 그나마 많이 있어요.
근데 다만 돌아오는 수요일까지라는 거..
그 뒤엔 아마 반도 안되게 줄어들거에요. ^^
보고 와서 간단한 평도 남겨주세요.. 궁금합니다~~
꼭 보러가야 겠어요..
방문을 감사드립니다.. ^^
괜찮은 영화입니다. 재밌게 보세요~~
거의 혼자 봐서 메르드語가 나올 때 저는 굉장히 심각했는데, 관객이 많은 극장에서는 웃으셨군요. ^^;
저는 엄청 재미있게 봤는데, '곧 내려간다'라는 말씀에는 동의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서운..
다른 분들의 평을 둘러보아도,
대부분이 <메르드>편에서 졸았다,
이해하기 어려웠다.
라는 평들이 많았거든요.. ^^
근데 제가 본 극장에서는 의외로 그 부분에서 많이 웃으시더라구요.. 저도 그랬구요..
역시 상영관의 분위기도 감상에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방문감사드려요.
트랙백두 감사하구요 ^^
잘읽고갑니다.
그런데 봉준호감독편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될수 있을것 같네요.
뉴스기사에서도 문신이 나온다...정도로만 소개되고
누구에게 어떤 문신이 어떻게 뭐 그런 세세한 내용은 안나왔었거든요.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런데 문신이 더 중요하게 자기 역할을 하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위에서 언급한 부분은 이야기의 도입부 정도 되는 부분이라 쉽게 생각하고 적었습니다..
스포일러 주의를 써놔야겠네요.
감사합니다. ^^
공드리는 <이터널 선샤인>이후로 부족함을 많이 드러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감독인 것 같아요. 그 상상력 만으로도 말이죠 ^^
네! '아쉬타카'님의 말씀에 적극 동의하는 바입니다.
상상력이 무지 깜찍해요 ^^
상상력을 영상으로 뽑아내는 능력도 부럽습니다.
오랫만에 방문 감사드려요~~
음! 오늘 영화보고 왔어요-!
기대했던 것 이상이더라고요!
셋 중에서도 봉감독님 작품이 제일 좋았던 건 사실이고요-
공드리 작품이 별로라고 하던데, 저는 그 것도 좋더라구요.
윽..잊기 전에 포스팅하려고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네요...
그래도 잊어버릴까봐 여기로 먼저 냉큼 달려왔어요.ㅋ
와우~~
바로 달려와 주셨다니 영광이에요 ^^
'환유'님의 물기 뚝뚝 떨어지는 글발로도 리뷰를 보고 싶은데요. ^^
('환유'님 글 중에 비오는 사진들이 많아서 그렇게 느낀 것 같음.)
그래도 재밌게 보셨다니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