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계속 듣고 있는 노래 입니다. '이적'<사랑은 어디로>.

  예전에 누군가가 제 성향에 대해서 물어봤던 적이 있었는데, 저는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말 한마디가 인상 깊게 남아 있지요.

  "오빤, 오빠가 생각하기에 감정에 충실한 편인 것 같아?"
  "응, 감정에 솔직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야.."
  "그래? 위험한데..."

  뭐가 위험한 건지 더는 묻지 않았었는데, 혼자 생각하기로는 '즉흥적'이라는 것 아닐까.. 그게 위험하단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그 사람은 만날 때마다 저에게 500원짜리를 하나 씩 달라고 하기도 했었는데, 그것도 이유를 알 수 없었어요. 결국 이유를 알지 못한 채로 짧게 만나고 헤어지고 말았지요. 한참 뒤에 만나서 왜 그랬냐고 물어봤던 것은 같은데, 이유를 들었는지 혹시 안 물어본건 아닌지 기억이 나질 않네요... 후후.. 그런 것이죠..

  여튼, 어렸을 적에는 사람이 본능을 숨길 수는 없고, 감정도 대부분 본능적인 부분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해서 최대한 본능에 충실하고 감정을 속이지 않는 태도를 견지하려고 노력했더랬습니다. 그런 삶이 대학생 때까지는 가능했는데, 군대를 다녀오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쉽지만은 않더군요...그리고, 감정에 충실하다보니 감정의 과잉도 많고, 그러다보니 감정에 휩쓸려서 나를 잃어버리는 일도 많고, 실수도 많이 하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그래서 이제 그런 태도를 많이 버렸지요. 하지만 하나에 빠지면 전부를 몰입해버리는 태도는 아직 남아있어서, 음악이고, 책이고, 영화고... 여튼 제가 질릴 때까지 다른 것은 바라보지도 않고 그 대상을 음미하고는 합니다. 좀 탐욕스럽기도 하군요... 탐욕은 죄인데..헤헤..
  '과유불급'임을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오늘은 <사랑은 어디로>를 탐욕스럽게 음미하려고 합니다..

  지난 주말은, 특히 토요일은 영화와 함께 보내려고 계획했던 주였지요.
  그런데, 뜻밖에 지인으로부터 작은 부탁을 받고 보물찾기(?)에 나섰습니다. 무언가를 구해달라는 것이었는데, 좀 마니아적인 물품이고 시중에 떠도는 수량도 적어서 쉽게 구할 수가 없는 것이었어요..본래 지인이 구해달라고 한 것도 아니었고 그냥 그런 것을 갖고 싶다고 이야기만 한 거였는데, 저는 그게 어떻게 생긴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얼마나 좋은 것이길래 동이 날 정도로 인기인가 호기심이 일었어요. 그래서 찾아봐주겠다고 했죠.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오프라인 매장을 뽑아봤더니, 서울에, 그것도 종로구에 중점적으로 몰려 있어서 그 곳을 돌면 되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매우 즐거운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것처럼요. 좀 고생은 스럽지만, 여기 저기 매장을 돌면서 기대를 하고, 있을까 찾아보고, 실제로 발견했을 때의 그 쾌감은 복권 당첨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니까요.. 제가 그런 오기? 똥고집? 그런게 좀 있습니다..
  그래서 토요일 오전을 보물찾기를 하며 보내기로 맘 먹고 잠이 들었지만.. 하하하... 예정된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늦게 출발하게 되었고,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몇 몇 곳에서 샘플만 보았을 뿐, 정작 구입할 순 없었습니다.. 젠장... ^^

  그렇게 보물찾기에 실패하고 서둘러 영화관으로 갔지요.
  아침에 늦게 출발한 탓에 이미 첫 영화 <울지마, 톤즈>의 시간은 지나버린 뒤였어요. 그래서 다음 영화의 시간을 확인했더니, 2시간이나 남아서 근처 음식점에가서 식사를 해결하고 유유히 영화관에 들어가 <빗자루, 금붕어되다>, <그 남자가 아내에게>를 차례로 관람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영화를 봐야하는 8시가 되어서는 좀 고민을 했죠. 원래 예정대로라면 <유키와 니나>를 봐야하는데, 그 보단 <울지마, 톤즈>가 더 보고 싶었고, 마침 시간대가 묘하게 겹쳐 있었어요. 둘 중에 무엇을 포기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유키와 니나>를 포기하고 <울지마, 톤즈>를 관람하였답니다.
  예상했던 대로 <빗자루, 금붕어가 되다>는 특이한 영화였고, <그 남자가 아내에게>는 생각보다 코믹한 요소가 너무 많았어요. 감정이입은 전혀 되지 않아서 울기는 커녕 비웃다가 나왔고, <울지마, 톤즈>는 정말 '꽃'과 같은 한 사람을 만났다는 벅찬 감동을 받았지요.. 할 이야기가 많은데(특히나 <울지마, 톤즈>는 더더욱...)자세한 이야기는 리뷰포스트에서 해야 하겠네요..

  그렇게 영화를 모두 보고 10시가 넘은 시간에 차를 달려 집으로 왔답니다.
  완전 빽빽하게 채워진 시간들...뭔가 계획대로 잘 살았다는 보람찬 느낌..
  약간은 자뻑에, 소소한 행복에 기뻐하는 것 같습니다만... 저는 그 정도로도 만족하는 사람이니까요.. 후후

  그래도 피곤하기는 했나봅니다. 어제는 잘 자지않던 낮잠까지 3시간이나 자버렸으니까요...
  다행히, 저번주엔 업무가 적어서 그렇게 부대끼는 삶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주는 시작하자마자 일거리들의 압박이 느껴지네요.. 쿠쿠..

  시월의 마지막 주입니다.. 모두 즐겁게 보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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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클라리사 2010/10/25 14:2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500원짜리 동전요.
    학 천 마리 선물하려고 했던 거 아닐까요?
    아님 500*1000=50만원.
    (이거 좋은 생각인 듯^^ 죄송~)

    • 차이와결여 2010/10/25 14:33  address  modify / delete

      악.. 정말 그랬을까요??
      50만원이면 상당히 큰 돈이고, 그때가 대학생 때인데..
      그럼 솔찮이 좋은 방법인데요??

      정말 그랬을까?? ㅎㅎㅎ

  2. clovis 2010/10/25 15: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500원이 궁금해지는군요.. 뭔가를 사시려고 했던게 아닐까요?
    아니면, ' 우리가 만난 일수 ' 를 기념하려고 했다던지..
    쓸데없이 궁금해집니다.. ㅎㅎ

    저도 한때 건담에 필이 꽂혀서요, 보물찾기 '짓'좀 많이 하고 돌아다녔지요...
    그리고 찾았을때의 그 기쁨은.. ㅎㅎ

    좋은 주말 보내셨군요! 좋은 주말 만큼 좋은 주중 보내시길 바랍니다.

    • 차이와결여 2010/10/25 16:44  address  modify / delete

      음.. 제가 여러 분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포스트를 작성했군요..


      아.. 물어보고 싶어집니다 저도..쿠후후..

      그래도 'clovis'님도 보물찾기'짓'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저만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묘한 위안과 공감을 느낍니다.

      어려움 끝에 원하던 것을 손에 넣었을 때의 그 기쁨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죠..ㅎㅎ

      'clovis'님도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길~~

  3. 가자미 2010/11/06 01:3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500원의 이야기를 저도 들은적이 있었던거 같은데........

    새록새록 ㅋㅋ

    하아 ㅜ 할일이 많네요...하지만 너무나 귀찮은..

    매드포갈릭 무료시식권이 생겼네요 ㅋ 다음주에 가실까나요 ^^?

    우리 곧 보아요 :)

    • 차이와결여 2010/11/07 21:49  address  modify / delete

      그런가?

      내가 500원 이야기도 했었을까??

      당신은 나한테 수업도 안들었으면서 그걸 어찌 들었을까?? ㅎㅎㅎ

      내 사랑 매드포갈릭.. 뭘 무료시식하게 해주는 걸까??

      그.. 이름도 어려운 매운 홍합찜 요리(Sauteed Fresh Mussel).. 먹고 싶네..
      깔조네 피자도 먹고 싶고.. ㅠㅠ
      아.. 먹고 싶은 건 너무 많다지...

      화욜날 고고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