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제 그그제까지... 날씨가 너무 좋았었죠?
진짜 어디든 훌쩍 떠나고만 싶었던 날이었는데.....
아시다시피 저는 그그제엔 자율학습 감독으로 학교에 나가고 그제, 어제는 집까지 떠메고 온 업무를 처리하느라 꼼짝없이 집에 처박혀 있었습니다.
너무 하기 싫다보니, 계속 딴짓만하게 되고, 그간 밀렸던 포스트나 올리고 말이죠.. 아시죠?? 그 마음..
그러다가 어차피 언젠가는 내가 할 일, 후딱 끝내버리고 놀아야지.. 라는 마음을 먹고 본격적으로 작업에 매달린게 어제였고, 결국 어제 저녁 때쯤 남은 일들을 모두 처리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그 길었던 가을방학이 하루 남았는데, 과연 무엇을 하고 보내야 알차게 보냈다는 소문이 날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나 한 3편을 내리 볼까...
그제 맘 먹었었던, 북한강-남이섬-동치미말이 국수-녹두전을 먹는 코스를 다녀올까..
그냥 잠이나 실컷 잘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문득 피곤함이 몰려오면서, 숲과 나무가 떠오르더라구요...
'어디 커다란 나무가 있는 숲에 가서 책이나 읽다가 오면 딱 좋겠구만...'
저는 왜인지는 몰라도, 피곤에 찌들거나 일상에 지칠 때쯤이면 항상 큰 나무들이 있는 숲과 통나무집, 전화도, 인터넷도, TV도 없는 그런 곳에서 한 일주일쯤 푹쉬다가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었습니다.
그래서 어디 그런 곳이 없나 하고 둘러보다가 불현듯 생각난 곳이 오대산 '월정사'. 굉장히 유명한 곳 아니겠어요?
그런데 전 강원도를 오고 갈 때면 항상 그 언저리를 지나치면서도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었습니다. 마침 그 월정사에는 전나무 숲길이 있고, 그 숲길이 너무 좋다고 하니까. 이번 기회에 다녀와야겠다 마음 먹었죠. 들뜬 마음에 잠이 들었고, 드디어 오늘 아침.
어제와 같이 맑은 날씨가 나의 짧은 여행길을 밝혀줄거라 기대하면서 창문을 열었는데요.. 왠걸요..
이따구로 하늘이 흐릴 수가 있는 겁니까?? 증말??
하늘엔 낮은 구름인지 안개인지가 깔려서, 당췌 푸르른 하늘은 눈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어째, 올해 떠나는 여행들은 날씨가 안 받쳐주는 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바삐 차에 올랐지요.
아침에 인터넷 길찾기로 알아봤더니 2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더라구요.
예전 영동고속도로 였으면 못해도 1시간에서 1시간 반은 더 걸렸을 거고, 아마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거라면 포기했을지도 모르는데요. 이젠 대관령 위로 지나가는 길이 뚫려서 꽤 빨리 갈 수 있잖아요?
출발시간이 8시쯤이었으니까, 2시간쯤 차를 달리고, 월정사와 전나무 숲에서 2~3시간쯤 노닌 다음에 점심을 먹고 돌아오면 늦어도 5~6시, 연휴를 마무리하고 정리하기에 좋은 시간이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고고씽~~
지도상으로 보니, 가까운 거리는 아니군요... 내일까지 놀았으면 강릉에서 1박을 했겠는데요...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서 자동차에 밥도 좀 먹이고, 저도 커피를 사마신 것 빼고는 열심히 달려서 10시 조금 넘어서 월정사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주차료와 입장료 합쳐 6,500원... 주차료가 4,000원이나 하더라구요.. 이럴 땐, 혼자 여행다니는 것이 손해입니다..ㅠㅠ
여튼 차를 주차하고 간단히 짐을 챙겨서 바로 전나무 숲길로 접어 들었어요..
아.. 정말 좋더라구요.
오래간만에 큰 나무들이 가득가득한 흙길을 걸으니 마음도 몸도 깨끗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실 두 시간 동안 차를 달려 오면서, 좀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거든요. 다시 돌아갈 일을 생각하니 좀 팍팍한 마음이 생겼었는데, 그런 생각도 다 날려버릴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샘 솟았답니다.
주차장에서 월정사 입구로 건너가는 '금강교' 이 다리를 건너면 속세를 모두 잊게 되는 거죠..
저 앞에 가시는 분도 혼자 오신 분, 절이 있는 곳에는 혼자 다니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왕복 40분이 걸리는 전나무 숲길을 따라서 어슬렁 어슬렁 내려가다가, 어디 앉아서 책 읽을 만한 곳이 없나 두리번 거렸습니다.
잘려진 그루터기가 많아서 딱 좋았는데 왠지 그곳에 앉아서 읽자니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볼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막상 와보니 책 따위는 안 읽어도 좋을 만큼 상쾌했어요.. 그래서 될 때로 되라..하고 걸어가다가 드디어 앉을 장소를 발견..
물론 처음 생각해 낸 것은 책을 읽는 것이었지만, 제가 이곳까지 와서, 그것도 몇 시간 있다가 갈거면서 무슨 장편 소설을 읽고 올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냥 한가로움을 즐기고 싶었던 것이니까요.. 그래서 가져갔던 책은 짧막한 단편들이 모여있는 책이었어요. 한, 30분 정도를 걸었더니 잠시 앉아 쉬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벤치에 앉아서 두 편을 읽었습니다. 딱 좋았어요..
왠지.. 이렇게 쓰다보니까..
'얘 좀 유별나다.. 무슨 책을 읽겠다고 강원도까지 가냐...' 라고 생각하면서 똘아이 아니냐고 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음...그냥 가서 해보세요..정말정말 좋아요..그 기분은 말로 표현이 안됨.
제가 책을 읽은 곳은 저 안쪽 그늘진 자리요.. 앞 쪽 것은 앉으려고 보니 자리 한 칸이 사라졌더라구요....
전나무 숲길을 다 돌아 드디어 '월정사' 입구로 들어섰습니다.
저는 '월정사'가 그렇게 오래 된 사찰인지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처음 만들어진 것은 신라 선덕여왕 때더군요..
물론 그때 지어진 건물들은 몇 번의 전쟁을 거치면서 전부 소실 되고, 지금 있는 건물들은 한국전쟁 이후에 지어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오래된 사찰에 비해서 고풍스런 맛은 덜했는데요. 무엇보다도 가람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월정사 9층 석탑'만큼은 참 좋았습니다.
월정사 경내입니다. 조금 있다보니 사람들이 되게 많아졌습니다.
푸른 하늘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생각보다 그리 크지는 않더군요.
왠지 유명한 절은 '불국사' 만큼 클 것 같은 생각이 있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요...
무엇보다 특이했던 것은 '대웅전'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본래, '월정사'는 지장선사가 중국에 가서 '문수보살'을 만나고 진신사리를 얻어가지고 돌아와 만든 곳으로 일곱 분의 부처님을 모신 '칠불보전'이 있었는데, 전쟁 중에 소실 되었고 새로 '대웅전'을 만들었지만, 월정사가 '화엄경'의 본산이라 '화엄경'의 주불인 '비로자나불'을 모신다는 의미에서 '적광전'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뭔가 복잡해서 정확히 이해가 되지는 않는데요. 암튼, '비로자나불'을 모신다는 의미에서 '적광전'이라 이름은 붙였지만, 실제로는 '석가모니'가 모셔져 있습니다. 헤깔리시지요??
가람배치도 뭔가 좀 이상했어요..
본래 절은 일주문을 지나 금강문을 지나 사천왕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게 되는데, 뭔가 맞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입구가 아닌가하고 나올 때에는 다른 길로 나왔는데 역시나..
아마, 산악지형이다 보니 좀 다른 배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튼, '월정사'에서 처음 보는 것을 발견했는데요.
'금강루'라고 하는 곳에 오르면 '윤장대'라고 하는 것이 있답니다.
본래는 그 안에 경전을 넣어놓고 일반 중생들에게 '윤장대'를 돌리게 하였다더군요. 그러면 경전을 다 읽지않아도 읽을 것과 똑같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른 곳에도 있는 지는 모르겠어요. 하여간 저는 이곳에서 처음 봤습니다.
'돌려볼까?', '그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왠지 요새 제가 자꾸만 무엇엔가 기댈려고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관뒀습니다.
이게 바로 그 윤장대... 화려하네요.. 네..
모든 관람을 마치고 '월정사'를 나와서 가까운 곳에 있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아무래도 산에 왔느니, '산채비빔밥'을 안 먹을 수가 없죠???
이번에는 사진을 찍어왔어요..
값은 좀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깔끔하게 나오더라구요..맛나게 잘 먹었습니다.. 된장찌개가 끝내줬어요.
음, 이건 마치 산채비빔밥 인증샷이 아니라, 혼자 놀러다닌다는 인증샷 같군요..ㅡㅡ;;
돌아오는 길에도 잠시 휴게소에 들러서 커피를 사 마신 것 빼고는 쉬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아무래도 연휴 끝물이라서 그런지 차가 그리 많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경기도로 넘어오고 나니까 조금 밀리긴 하더라구요. 하지만 평소 주말에 비하면 아주아주 양호한 것이니깐 그 정도는 참아야하는 거겠죠..
하고 싶은 일도 했고, 밥도 먹었고, 모든 일을 마치고 나니 뭔가 아쉬웠던 마음도 사라진 것 같았습니다.
더불어 하늘까지도 맑아지더라구요.
어느덧 맑게 개어가는 하늘. 여기는 횡성 휴게소. 우동이 맛있던 곳으로 기억함.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겠죠.
그래도 이번 주만 잘 넘기면, 그 다음 주에는 중간고사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예전보다 바쁘긴 해도 숨통은 트일 겁니다.
아~ 보람찬 연휴~~ 보람찬 여행이었어요....유후~~
그 밖의 여남은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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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결국 '차'가 있어야 한단 말인가요.
트렁크에라도 태워만 주신다면 따라가고 싶어집니다.
집에서 빨래하고 청소하고 있던 시간에 월정사 그 숲길이라니!
차가 있으면 이렇게 훌쩍 떠날 땐 좋기는 하죠.
그런데, 경제적이지는 못해요.
그리고 많은 것들을 슝슝 지나가버려서 못보는 것도 많아요.. ^^
그래도, 편하긴 하다능..
트렁크라뇨.. 제차는 조수석, 뒷자석 모두 텅텅 비어있답니다. ㅠㅠ
아.. 나도 빨래하고 청소해야지...
서울에선 오대산이 그리 멀지않은 곳이군요! 하루 나들이가 가능하다니. 오래전에 오대산 에 올랐던 적이 있는데요 저도 저 길이 기억에 남아요. 꼭 나무가 커서라기보다는 왠지 신령스런 ㅎ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연휴 마지막 근사하게 보내셨네요. 이제 다시 일상으로~ (내년까지 이젠 연휴도 없다면서요^^)
아.. 그렇네요.. 신령스런 분위기가 있네요...
요새, 점, 사주팔자, 신령스런 그런 것들에 무지하게 끌리고 있는 저인데...
그래서 더 좋았던 것일까요?? 후후후...
아. 연휴... 슬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