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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 2008년 7월 23일 11시 20분
Where : CGV(죽전)
(★★★☆)  

  음악 영화 3부작.
  솔직히 확인해보지 않아서 저 말을 이준익 감독이 실제로 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왕의 남자>가 음악영화였던가? 왜 내 기억 속에는 음악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지...
  <즐거운 인생>이야 그렇다 쳐도, 이 영화 <님은 먼 곳에> 또한 음악영화라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여튼,
  우리 나라는 좀 유별나서 어떤 감독들이 영화를 몇 편 흥행시키고 그 영화들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 항상 따라붙는 논란이 그 감독의 여성관에 대한 문제들이다.  
영화에서 여자가 주인공이니 아니니, 부차적이니, 남성의 시각에서 여성을 바라보고 있다느니, 뭐 이런....
  이창동도 그랬고, 강제규도 그랬고, 김성수나 강우석, 이준익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은 감독에 따라 다양한데,
  개인적인 판단으로 이준익감독은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영화 기획실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관객의 반응, 흥행에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어느 정도의 흥행반열에 오른 감독으로서 평단의 평가까지 욕심을 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것은 이 영화를 홍보카피,  

  "여성의 입장에서 본 베트남전쟁 영화"
 
  라는 식의 홍보가 그런 표현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어디가 여성의 입장에서 본 전쟁영화란 말인가.  

  우연한 기회에 <님은 먼 곳에>를 두 번 보게되어서 여러가지로 생각해볼 여유가 생긴 내 입장에서 영화를 이해하자면 이 영화는 엔딩 장면에 모든 것이 표현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혹자들은,
  "미군들 앞에서 옷을 벗고 노래 부르는 순이는 수치스럽다." 식의 논리를 펴는 것 같은데, 이는 너무나 단편적이고 협소한 시각이라 동의하기 어렵고,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원래 순이는 남들 앞에서 노래부르기를 즐거워했던 인물이었다.
  때문에, 남편이 결혼하자 마자 군대에 입대하여 홀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인물이지만, 지청구를 먹을 지언정 바쁜 농사일 틈에서도 남들앞에서 김추자 부르기를 좋아하는 인물이나, 그런 자신을 감추고 살아야 하는 것이 그 당시의 여자의 삶이었고, 3대 독자의 대를 잇기 위해서, 자신을 외면하는 남편에게 씨를 받기 위해 싫은 걸음을 마지못해 옮겨 놓고 마는 그런 수동적 인물이었다.
  그러던 순이가 "써니"가 되고, 그것이 사랑에 의해서 였건, 시어머니를 차마 보내지 못해서 였건, 남편을 만나 따지기 위해서 였건, 월남에 오게된 써니는 점차 능동적인 인물로 바뀌기 시작한다.  
  남들 앞에서 공연하며 자신의 노래가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이 된다는 것을 알게되고, 밴드의 목적인 돈을 벌게 해줄 수 있음을 알게 되고, 그렇게 노래해야 남편을 만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비로소 자신의 운명을 자신의 손아귀에 놓고 저울질 할 수 있는 주체적인 인간이 되는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써니의 변화는 베트공에게 잡히기 전, 그 누구도 거역하지 못하고 따를 수밖에 없었던 정만(정진영)에게까지 반기를 들며 '호이안'으로 가고자 하는 모습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비로소 자신이 결정하는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이다.

   모든 일들이 수포로 돌아가기 전에, 절망 속에서 미군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결국 상길에게 가게 되는 장면에서도 써니의 냉정하고도 단호한 한 마디 "이대로는 못돌아가"라는 말도 써니의 이런 변화를 확인하는 대사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엔딩에서 반가운 포옹이나 "보고싶었다"는 흔한 한 마디 없이, 남자인 상길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그런 상길 앞에 서있는 한 명의 여성으로서의 써니의 모습을 통해 이 영화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 표현되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과연 상길에 대한 순이의 마음은 사랑이었을까?
   몇몇 장면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는데,
   처음 상길과 마주하는 여관 장면에서 상길을 바로 보지 못하고 무릅을 꿇고 앉아 수줍은 듯, 술잔을 따라주는 모습은 전형적인 한국의 여인상에 다름 아니다. 이 때의 순이는 순종적인 마음에서 그냥 운명을 받아 들이는 전통적 여인상이라면,
  한국군 연대장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헬기를 타고 가며 드디어 부르게 되는 "님은 먼곳에".
  그 노래에 이어지는 상길 부대의 베트콩과의 만남, 그 장면에서 상길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그 장면이 끝나고 다시 멍하니 비스킷을 먹고 있는 순이에게로 장면이 오버랩 된다.
  이것이 바로 상길에 대한 순이의 감정이 심화 되었음을 간접적으로 알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무언가 불길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짐작하는 순이의 예감.
  그 장면 뒤에 바로 정만에게 '호이안'으로 갈 것을 약속받는 순이.
  순이의 사랑이 수동적 사랑에서 능동적 사랑으로 바뀌어 간다고 보면 너무 큰 비약일까?
 
  하여,
  이 영화는 음악이 주가 되는 음악영화도 아니고,
  여성의 입장에서 본 전쟁영화도 아니고,
  전쟁의 참혹함에서 발견한 사랑이야기도 아니고,  

  순이라는 여성의 성장 드라마라고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할 듯하다.
 
  비록, 너무 많은 것들을 언급하려다 보니
  전쟁의 참혹함 속에 피어나는 전우애, 우정
  물질적인 삶에 찌들어 인간성을 잃어 가는 사람들의 자기 반성과 같은 자질 구레한 것들 뒤섞여 있어 영화의 내용이 혼란스러워지고,
  거기에 6,70년대 수동적 여성의 삶까지 버무려져 있어 내용을 알 수 없는 이상한 영화가 되고 말았지만,
   수애의 눈빛 연기력은 요 근래에 찾기 힘든 호연이었다.

  반면,
  정진영은 뭔가 어설픈, 언젠가 봤던 것 같은,
  자칫 자신의 캐릭터 속에 갇혀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
  정경호와, 엄태웅은 비중이 적어서 뭐라 하기 어려웠다.   끝으로
  감독 이준익이 주위 평단의 압력과 흥행 압박에 흔들림 없이 꿋꿋한 자신만의 정도를 걸어 좋은 영화와 함께 우리 곁을 지켜주기를 노심초사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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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리 2008/08/01 14:3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글 잘봤습니다.
    이준익에게 우리가 바라는것은..작가정신과 웰메이드가 혼합된 영화면 최고 좋지요.
    전 이영화
    근래 본 영화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손가락 꼽고 싶습니다.
    제가 예전에 중국의 수치스런 역사 '문화대혁명'을 직접적으로 조명한 '패왕별희'를 보고 느꼈던 진한 감동을
    한국의 근현대사의 슬픈 이면을 한 사람의 스토리로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에서 느꼈습니다.

    • 차이와결여 2008/08/02 00:47  address  modify / delete

      예, 마리님 말씀대로 진정으로 이준익감독께서 두 가지 모두를 잡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좋은 말씀 새겨두었습니다.

  2. 작가 2008/08/01 15:3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글쓴분의 생각이 이렇구나.. 라고 읽어내려가다 의문이 드는부분은 맨 나중문단...

    이준익 감독이 "흥행을 위해 어떤 입장을 취하기" 위해 이 영화를 찍었을 것 같지는 않고요.. 다른 어떤 감독도 제대로 된 감독이라면 영화 찍는 목적이 그런 데에 있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하네요..


    이글쓴 분의 작가주의 영화 혹은 재미있는 웰 메이드 영화의 정의가 궁금합니다... 어떤 오해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 차이와결여 2008/08/02 00:46  address  modify / delete

      좋으신 말씀 고맙습니다.

      글에서는 명확한 입장을 취해주시길 바란다고 써놓고 애매 모호한 표현으로 제가 명확하지 못한 입장을 취해버렸군요. ^^;;

      제가 원했던 것은 이준익감독께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영화"를 주위의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히 만드시길 원한다는 표현이었는데, 다소 격한 표현이 되었네요.. 수정 보완, 삭제하겠습니다. ^^

  3. 초코렛사랑 2008/10/01 19:2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영화는 영화다" 에 대해 검색하다가
    님의 블로그를 찾게되었습니다.
    저도 영화를 보고
    짧게나마 감상평을 쓰는것을 좋아하여
    눈여겨 읽게되었습니다.
    글을 참 잘쓰시네요^^
    좋은글 많이 읽고갑니다.


    어느 기자님의 글에서
    수애"가 남편을 찾아가는 이유를
    그변화모습을 확실하게 영화에서 설명해주지 않아서
    아쉽다고 한 것을 보았는데

    저는 확실하게 설명해주지 않았기때문에
    더욱더 좋은 영화가 되지않았나 생각합니다.

    관객들 나름으로 해석하고
    직접 수애"가 되어서 느낄수있으니까요^^

    아!그리고 이준익 감독의 음악3부작은
    왕의남자"가 아니고 라디오스타"가 아닌가요?

    • 차이와결여 2008/10/01 22:26  address  modify / delete

      앗! 감사합니다.
      빈약한 글발이나마 즐겁게 봐주셨다면 더 바랄 것은 없습니다..


      저도 '초코렛사랑'님과 같은 생각이에요.
      관객에겐 다소 불친절한 영화이긴 하지만, 해석의 여지를 주었다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더욱 의미있게 보신 분들도 많은 것 같구요.
      댓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초코렛사랑'님 말씀대로, '라디오스타'가 3부작이네요.. 이런 엄청난 실수를..ㅡㅡ;;

      제가 이렇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