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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받은 선물과 편지들



  드디어 블로그 이사를 마쳤습니다.
  어디로 옮길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은 그냥 설치형으로 넘어왔네요.
  덕분에, 도메인비 말고도 해마다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호스팅 비용이 생겼지만, 그래도 맘은 편합니다.

  한 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했네요.

  '내가 과연 블로그를 언제까지 운영할까...'
  '괜히 하다가 말거면서 돈만 날리는 것 아닐까...'

  생각해보니, 제가 무슨 블로그로 수익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블로그에만 매달려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파워블로거도 아닌데, 이럴 필요까지 있을까.. 생각은 해보았습니다만, 심심풀이 삼아 가볍게 시작했던 블로깅이 이제는 제 생활의 나름 의미있는 한 부분으로 자리를 잡았더군요.

  사실, 어디다가도 할데없는 혼잣말을 무책임하게 쏟아놓고는 찾아주시는 많은 분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는 터라, 제게는 고마움이 더 큰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지런히 이사를 했어요 ^^
  이사하는 김에, '시즌3'..의 개념으로 스킨을 변경할까도 생각해보았지만, 그간 몇 차례 바꿨던 스킨 중에서 이 스킨이 가장 맘에 들었기 때문에 최대한 살리고 싶었답니다.

  때문에 고생 좀 했지요. '텍스트 큐브 닷컴'에서 쓰는 것과 조금 다르더라구요. 그래서 예전 회사 다닐 때의 어렴풋한 기억으로 코딩도 좀 했습니다.(차이와결여는 전직 웹프로그래머 출신이라능..)

  여튼, 중간에 도메인 연결이 안되서 'clovis'님을 좀 당황케 하기도 한 것 같지만요. 이제는 열심히 포스팅하고 블로그를 가꿔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블로그가 멈춰 있던 며칠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요...
  영화도 세 편이나 봤구요. 책도 몇 권 읽었는데,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이고 또 기억에도 잊혀져가니 넘어가려구요. 그래도, <친정엄마> '김혜숙', '박진희' 두 배우의 연기가 좋았고, <시>는 보고났더니 '이창동'감독이 점점 거장의 세계로 가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답니다. 좀 오버하자면 '타르코프스키' 비슷하게, 인간들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대중성보다는 작가주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었는데요. 제대로 정리하지를 못해서 말씀드리긴 어렵겠네요..
  반면에, <하하하>'홍상수'는 점점더 친절해지고 유쾌해져가는 것 같습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중에 이렇게 킬킬대면서 본 영화가 없었던 것 같아요. 정말 재밌던데, 기회되시면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스승의 날'도 있었습니다.
  저는 '스승의 날'에는 그냥 쉬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물론, 학생들이 선생님에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고 하는 것은 좋지만, 왠지, 엎드려 절받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학부모나 학생들 입장에서도 하기도 뭣하고 안하기도 민망한, 받기도 뭣하고 안받기도 미안한.. 그런 기분이 들어서 입니다.

  하지만, 올해도 여전히 제가 다니는 학교는  '스승의 날' 조회를 하고 민망한 노래를 부르고 하더군요.

  다행히도 토요일이었으니까 망정이지, 오전 내내 축하받고 졸업생들이 찾아오고 하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물론, 그래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위에 사진이 요번  '스승의 날'에 제가 받은 편지와 선물입니다.
  대부분의 작년 담임반 아이들과 지금 우리반 아이들이 준 것인데요. 걔 중에는 졸업생들 것도 몇 통있습니다. 손편지가 사라져가는 요즘이라는데, 저렇게나 많이 받은 저는 행복할 밖에요.
  더군다나 깜짝 이벤트로 아침 5시 30분부터 와서 교실을 꾸미고 풍선 붙이고, 케이크를 준비했던 우리반 녀석들에게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담임을 배려한 서프라이즈 깜짝 선물 '죽부인'
  이런 식으로 이런 의미의 선물을 받아 본 것은 처음인데, 나름 재미있는 선물을 해주려고 준비한 녀석들의 고민이 보여서 정말 맘에 드는 선물이었어요.

  이과반이어서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어휘력이 딸린다고 문학시간마다 구박했던 것이 미안해지더군요. 이렇게 상큼한 녀석들인데...
  이럴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교사라는 직업이 아이들의 상상력과 재기발랄함을 죽이는 직업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아무것도 안가르치는 것이 제일 잘가르치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튼, 덕분에 교무실을 발칵 뒤집어놓은 올해 최고의 선물은 만장일치로 제가 받은 '죽부인'이 되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또 다음주로 다가온 체육대회와 축제 때문에 들떠있는 녀석들입니다. 귀여운 녀석들.. 공부는 언제 하나....

  암튼, 받은 만큼 돌려줄 수 있는 교사가 되어야 할텐데요.. 걱정입니다. 한없이 모자라기만 해서요...

  오늘은 블로그에 첫 글을 올리기 위해, 학교를 파하자마자 집으로 직행했어요.
  그동안 바빠서 청소도 제대로 못했고, 집에서 밥도 해먹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부리나케 밥을 먹고, 청소를 하고 자리에 앉아서 이 글을 쓰고 있답니다.

  어느덧 혼자 산지도 석 달이 다되어가는데요.
  어렴풋하게, 혼자서 산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가는 요즘입니다.. :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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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lovis 2010/05/20 13:1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우와 !! 이사 축하드립니다!

    근데, 제가 컴퓨터를 잘몰라서 그런데요,
    여기가 이사하신건가요??
    음.. 다 똑같은것 같아서.. ;;
    잘몰라서 죄송합니다..

    아 갑자기 날이 더워져버렸어요.. ㅠㅜ 저의 봄은 얼마 느끼지도 못했는데.. 흑흑

    스승의날!
    저도 은사님을 찾아뵙고오느라 토요일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지요.
    선생님이 되고싶었던 적에,
    내가 선생님이 되면 스승의 날 때 준비한 애들을 위해서 꼭 눈물을 흘리리라!
    라고 생각했었는데....ㅎㅎㅎ
    부럽습니다! 누군가에게 축하받으실수도 있고 , 사랑받고 계신다는 증거아닌가요?ㅎㅎ


    덧 ; 죽부인선물 정말 깜찍합니다.. ㅎㅎㅎ

    • 차이와결여 2010/05/20 13:55  address  modify / delete

      넹! 이사한 거 맞습니다.
      겉모습은 거의 변화가 없지만, 블로그를 운영하는 서비스 자체가 달라졌어요.

      음.. 간단히 말해서 저번에는 큰 집에 세들어 살았던 것이고, 지금은 제가 돈 주고 제 집을 산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후후...

      여튼, 여름이 찾아오긴 했네요. 저도 어제부터 반팔을 입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다행이에요. 여름철 옷들은 많은데, 봄, 가을 옷은 별로 없거든요. 뭘 입을까 망설여졌는데, 여름이 되어서 아무거나 골라 입을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ㅎㅎ

      죽부인 선물은 정말 깜찍하죠?? 역시 여름에 유용할 듯 해요 ^^

  2. herenow 2010/05/22 13:3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사를 하셨나 와봤다가 처음엔 이사한 줄 몰랐어요. 스킨이 비슷해서인지 이사 전과 거의 비슷한 느낌이었거든요. ^^ 아무튼, 무사히 이사하신 거 축하드려요!!

    히히. 죽부인. 시원하니 좋겠어요. ^^
    아이들이 보낸 카드/편지, 정말 이쁘네요.

    보신 영화들, 얘기만 들어도 저도 보고 싶어지네요.

    • 차이와결여 2010/05/24 13:29  address  modify / delete

      다른 분들께 보일려고 이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 그래도 기왕 옮기는 거 스킨도 바꿀걸 그랬네요..ㅎㅎㅎㅎ
      근데, 딱히 맘에 드는 스킨이 없어서.. 차라리 제작을 할까낭..^^

      아. 영화 재미나더라구요.
      요새 영화를 보는 횟수가 줄어서 안타까운데요.

      'herenow'님은 한국영화가 특히 보고 싶으시겠어요 히히.

  3. 실버제로 2010/05/27 03:2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들어오는 방법은 같은데 이사를 하셨군요 ㅋ
    오랜만에 들러 구경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