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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투를 빈다> 겉표지



* 건투를 빈다, (딴지 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 메뉴얼 QnA)
* 김어준, 푸른숲
* "본 도서 리뷰는 티스토리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블로거 북 리뷰' 행사에 참여하는 블로그 포스트입니다."

  태클의 대마왕, 딴지 걸기 9단, 자칭 <딴지일보>의 종신 총수, '김어준'<한겨레Esc>에서 진행하고 있는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의 상담&칼럼을 모은 <건투를 빈다> 입니다.

  저는 살아가면서 될 수 있으면 삶에 대한 부담감 따위는 버리고 널널하게 살고 싶어하는 인간인지라, 대학 전공 같은 것에 연연해하거나, 국어교사라는 것은 생각하고 살지 않으려 하지만, 취향이란 것은 어쩔 수 없어서 요즘 유행하고 있는 '처세술'이나 '자기관리', '자기계발서' 와 같은 실용적인 책들은 왠지 거의 읽고 있지 않습니다.
  좀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위에서 언급한 류의 책들은 독자들의 감성을 고양시켜 인생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기 보다는 좀더 현실적인 면에서의 상상력,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내일에 대해 마치 로또와 같은 희망을 가지게 해주고 현실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할 수 있게 해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겠지만,
  남들의 말을 잘 믿지 못하는 저는 그 글을 쓴 사람의 인생은 정말 그렇게 술술 잘풀리고 있는 건지 의심스러워하는 마음이 크기도 하고, 좀더 건방지게 말씀드리자면, 그정도 정론적인 이야기는 나도 할 수 있겠다, 별로 배울 것이 없다 생각하여 서점에 가도 손에 들어보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온전히 제가 책을 선택하는 기준에서만 말씀드리는 거지, 저와 다른 분들에게는 그런 책이 삶의 방향을 잃었을 때, 어느 정도의 위안과 지침을 제공해줄 것이라는 것을 또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서 감히 다른 분들에게 감놓아라 배놓아라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런 제가 '인생 메뉴얼' 이라고 부제가 붙어 있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김어준'이라든지, '딴지일보'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딴지 폐인'이라고 할 만큼 그것들을 신뢰하는 편도 아니어서 아마도 '블로거 서평단'에 선정되지 않았다면 역시나 결코 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만, 다행히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을 먼저 밝힙니다.

  일단, 책의 구성은
  현대를 살아가는 불특정다수의 질문자들이 던지는 대중없는 질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김어준' 자신의 실생활에서 깨달은 삶의 방법들을 단도직입적인 어법으로, 딴지 걸듯, 조언 조금하고, 엄청 질책하고 무안주는 그런 식의 QnA가 '나', '가족', '친구', '직장', '연애'의 챕터별로 묶여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짧은 칼럼식의 '김어준'표 세계관들이 펼쳐져 있지요.
 
  이 책을 보다보니 사람들 참 가지가지의 방법으로 살고 있고, 참 별의별 고민들을 다 품고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나의 이야기들과 전혀 무관하지 않고 한 이야기의 어느 측면은 나의 이야기와 같아서 고민들마다 감정이입을 팍팍하면서 읽었습니다.
  때문에 '어? 이 질문은 내 이야기인데? 고민좀 풀릴까나?' 하고 읽어가다가 '김어준'에게 된통 욕지거리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게 되는 그런 요상한 책인데, 그게 은근 중독성이 있어서 술술 끝까지 다 읽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남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지는 '관음증'과 욕을 들을 수록 더 읽게 된다 점에서 '마조히즘'이 내 안에 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읽게 되었다는 효용이 분명히 있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농담은 이쯤하고요. (농담이라구요. 농담.)

  책을 쭉 읽어가는 동안 '김어준'이 이 책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어쩜 의외로 간단하고 단순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가 머릿말에서 밝히고 있는 것이 이야기의 시작과 끝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사는 이유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인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점. '자존감' 결여, '자기 객관화' 부재로 말미암아 내가 무엇을 해야 행복한 건지,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왜 행복해야 하는 건지를 모르고 살아가고 있으니, 어리광 그만 부리고, 그것부터 찾아봐라...라고 '김어준'은 말하는 듯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다른 '인생지침서'들과 달리 '이것이 정도'라고 제시하지 않고, 다만 현 상황을 정신차리고 보게만 해준다는 것입니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민을 상담할 때, 그것이 오로지 자신의 문제일 뿐이라고 세계의 중심에 자신만을 놓고 주변의 모두를 공전운동 시키면서 파악하기 때문에 해석이 잘 안되는 거라고 엄청 뭐라 한다는 것입니다.
 
Q : 스무 살인데 미래에 대한 갈피를 못 잡겠어요.
김 : 대학생인데, 어른 행세 해야 할 것 같은데 관점, 소신 부재하고 진로는 커녕 내가 누군지도 갈피가 안 잡혀요. 아 망연자실에 요령부득, 이런 소린데, 우선 이것부터. 당신 정상이야. 우리나라에서 그 나이에, 아는 척 떠든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하는 소리야. TV에서 본 거 + 남들 이야기

... '나'를 물끄러미, 위에서 아래로, 바라본다 생각해보자. '그'의 좌표에서 '나'를 바라보는 거다. 그 능력을 자기객관화라 한다. 어른과 아이를 결정적으로 구분 짓는 능력이다. 지성이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이게 안 되면 어른, 아니다. 이건 주름살처럼 절로 안 생긴다. 이두박근처럼 획득해야 하는 거라고. 어떻게. 내 평면으로부터 벗어나라. 등짝 붙일 공간만 있어도 집, 나오는 거다. 졸업 전까지 최대한 자주 이나라 떠라. 어떻게든 내 평면 밖으로 나가라. 그렇게 나와 다른 걸 조우한 분량이 충분히 되면 어느 순간, 그게 된다.
(p. 38~40)

Q : 내 돈은 내가 관리하고 싶습니다.
김 : 놀랍다. 정상적 사회생활 하는 스물여덟 살 성인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게. 당신, 어른이야. 어른이 뭔가. 제 몫 기꺼이 감당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순간, 아이는 어른이 되는 것이고. 그런데 그 수난을 아예 겪지 않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부모는 그걸 사랑이라 착각한다.
... 당신이 부모의 보호를 어느 순간부터 거부하면, 부모, 서운할게다. 그러나 그건 세상 모든 부모가 거쳐가는 부모의 통과의례다. 그건 그것대로 온전히 부모의 몫이라고. 당신이 대신할 수 없는 거다. 당신은 지금 당신이 대신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부모가 생략하고 건너 뛸수도 없는 것 때문에 고민하고 망설이느라 정작 자신의 삶이 지체되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있다. ... 그러니 사실 지금 걱정해야 할 건 부모가 아니라, 바로 당신 자신이다.
... 당신은 이제 '누군가의 아들'이 아니라 '누군가'가 되어야 할 나이다. 만에 하나, 당신이 아무리 요청해도 걱정된다며 당신들이 계속 통장을 쥐고 있겠다면, 그땐 월급이 문제가 아니다. 집, 나오시라. 당신이 지금 위탁 관리하고 있는 건 월급이 아니라 당신 삶 자체니까.
(p. 121~123)

  그가 하는 말의 모두를 긍정할 순 없겠지만, 일견 타당한 면들이 없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내가 키우고 있는 우리 철부지들을 생각해보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남들보다 성공할 수 있을지'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이렇게 '니가 지금 산다는게 뭔지 알고나 하는 소리냐, 웃기지 좀 마라'고 호통을 치는 일들이 훨씬 유용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저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한 편으로는 '이 말대로만 된다면야... 반대일 수도 있잖아... 사람 사는게 어디 그리 생각대로만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없진 않았지만, 지금 내 안에 빠져서 흐트러지고 있던 판단력을 되돌아보게 되었으니, 저에게 있어서는 매우 유용한 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단점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고민들이 비슷한 것도 없지 않고, 앞에서 말했듯, 그 고민들의 근원이 비슷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동어반복의 같은 해결책들이 이야기 되는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그건 이런 책들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 책을 읽고 내 고민의 모든 해법을 다 찾아낼 것 처럼 의존하게 된 내 기대가 큰 실망을 불러왔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김어준'도 책에서 잠깐 언급하는 것 같은데, 모든 것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하면 안되는 거겠죠. '자기 계발서'나, '인생 지침서'들을 읽어서 얻는 효용. 분명히 있을 건데, 그게 절대적이라고 믿어버리면 안된다는 겁니다. 근데, 제가 이책을 읽으면서 그럴 뻔 했군요..ㅋㅋㅋ 그래서 귀가 얇은 저는 이런 책을 보면 안되는 겁니다..

  암튼,
  '김어준'의 독설 어린 말투가 그리 달갑지않으신 분들에게는 별로 내키지 않는 책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꽤나 재미있게 감정이입해가며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입니다. 저또한 중간 중간 낄낄대면서 읽기까지 했으니까요.
  신년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삶을 다짐할 때, 한 번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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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부족한 2% 그것을 찾아내는 것은 바로 너.YOU!!

    Tracked from Green Monkey Blog** 2008/12/25 21:40  delete

    부족한 2% 그것을 찾아내는 것은 바로 너.YOU!! 인생은 선택의 순간순간, 자기결정권과 자기객관화가 관건!! 건투를빈다-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지은이), 현태준(그림) / 푸른숲 백수블로거로 지난 8월부터 지금까지 5개월 가량 지내면서, 블로깅을 통한 밥벌이(기사작성)와 숙제뿐만 아니라 도서실에서 책을 빌려보는 것은 주요 일과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작은 도서실에서 읽고 싶은 책을 빌려보는 것과 달리, 이번 달에는 위드블로..

  2. Subject: 어른이 되지 못한 애들에게 동네 형이 말해주는 지침서 - 티스토리/알라딘 블로거 북 리뷰

    Tracked from Fly, Hendrix, Fly 2009/01/06 12:24  delete

    건투를 빈다 -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푸른숲 "본 도서 리뷰는 티스토리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블로거 북 리뷰' 행사에 참여하는 블로그 포스트입니다." 01 소년세계.mp3 03 Highway Star.mp3 내 17살. 강준만, 김어준, 딴지일보 skit #1 지금 이런 정체성으로, 이런 감성으로 살아가게 된 데에는 '글'이 있었다. 물론 그 글을 읽게 한 사람들이 있었다. 내 작은 아빠는 나에게 <동아일보>를 집에서 보지 말라했고,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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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카르페 디엠 2008/12/19 14:3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번주 esc에서는 특집으로 김어준씨가 거꾸로 상담을 받는 기사가 나왔는데요
    본문에서 언급하신 그 '자기객관화' '자존감' 에 관한 말이 꽤 나왔어요
    뻔한 말들이지만..특유의 독설이 매력이라 재미있게 읽히는 거겠죠?
    글 중에 공감가는 표현이 있어 저도 몇 줄 남깁니다~

    불안이 없으려면 자기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자기를 느껴볼 수 있어야 자기 확신도 생긴다.
    연애 등의 인간관계나 여행, 예술적 체험 같은 게 다 온몸의 세포가 살아나는 경험인데 우리는 이런 것들을
    맨 뒤로 밀어놓는다. 인간관계만 해도 살아가는 데 그보다 중요한 재산이 없는데 학원 가고 칠판 보느라고
    관계맺기의 훈련도 당연히 밀린다. 흔히 성공한 사람이라고 해도 내면적으로는 불행한 경우가 많은데,
    대다수는 관계가 안 되기 때문이다. 이건 제대로 관계 맺을 수 있는 각성된 개인, 즉 '어른'이 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 차이와결여 2008/12/20 12:28  address  modify / delete

      아..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된 사람인가요.
      무식하고 거칠어 보이지만, 삶에서 얻은 체험이 너무나 진실해서 그의 경험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나름 자극 많이 받았다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