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에건 의미를 붙이기 시작하면,
의미를 붙이는 순간부터 어떤 금이 그어져서 더이상 그 금으로 이루어진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만 같은데,
그래도 굳이, 내가 이다지도 블로그에 매달리는 의미를 찾아본다면,
순간순간 스쳐가는 많은 생각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흘러가고 사라져간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
어디 기댈 곳 하나 없이 위태롭게 걸어가고만 있는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려는 안일한 기대감 조금,
과연,
나란 사람이 어디로부터 흘러와서 어디로 흘러가는 것인지 투명인간이 되어서 남의 일처럼 바라보고 픈 생각이 조금 있을 따름인데,
블로그가 그대로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자꾸만 보여지기 위한 도구로 전락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치 수많은 말들이 범람하고, 수많은 생각들이 특정한 목적지 없이 부유하고 있는 공간에 어디라도 닿을 수 있는 정착지를 찾아 표류하고 있는 것만 같은 위태로움,
어차피 내가 선택한 부유였다면, 표류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일텐데, 자꾸만 그 다음은? 그 다음은? 이라는 곁가지가 붙어서 가지에 가지를 치고 또 가지에 가지를 쳐가서 결국은 내 목을 옭아매는 형국.
삶이 좀 가벼워지고, 부드러워지고, 관대해져야 할텐데.
생각이 깊어가는 시간을 지나기 위해, 생각을 버리려고 했더니, 버리려는 생각이 또 생각이 되어간다.
아...
오늘 점심 때 나온 '홍합탕'은 정말이지 맛있었는데,
이런 날은 작은 길 옆 포장마차에라도 찾아가 '홍합탕'에 국수 한 그릇 말아놓고, 혼자가 되었건, 둘이 되었건, 옆에 있는 사람과 소주나 한 잔, 한 잔 홀짝이며 의미없는 말들을 주절거리다,
마치,
더이상 어찌할 수 없는 운명에 모든 걸 잃어버리고, 애인도 잃고, 아내도 잃고, 딸도 잃고, 직장도 잃고, 제자도 잃고 그렇게 모든 것을 잃어버린채 여관 골방에서 몇날 몇일 잠을 자던 <번지점프를 하다>의 '이병헌'처럼
깊고 깊은 잠 속에 들어가 몇날이고 몇일이고 잠들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1973년의 핀볼>의 주인공과 쌍둥이들에게 맡겨진, 운명을 달리한 '배전판'이 되어서 비가 내리는 호수까지 실려가서 짧은 조문(弔文)과 함께 호수 멀리로 던져져 조금씩 침잠되어가는 그런 모습으로 내일까지도 모레까지도 푸욱 잠들었으면 좋겠다.
11/18. AM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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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말하는 블로그 중독증이란 것에 걸린것인가요?ㅋㅋ
블로그 본연의 목적은 블로거마다 다르겠지만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다'라는 점에서 '보여지기 위한 도구'로의 블로그는
어찌보면 숙명과도 같지 않나 싶은데요
중요한 것은 블로그를 하시면서 행복하셨나요? 그럼 되었구요
지금부터는 어떨 것 같으세요?
보여지는 도구가 되었든 말만 범람하든 블로그에 너무 큰 의미 부여하지 마시고, 그래요, 영화 속 이병헌처럼
잠만 자면서 한동안 아무런 포스팅을 안할 수도 있는거고요^^
제 삶이 가볍다보니 댓글이라고 쓴 것도 참... 글쓴 이의 심적 무게에 비해 단순하네요?ㅋ
렛 미 인 리뷰는 언제쯤? (방문자의 이런 뻔뻔한 요구도 캐무시하세요~ 왜 남의 블로그에 와서 리뷰를 써라 마라?)
후후후,
처음엔 넋두리로 만족했던 블로깅에 차츰 욕심이 생기는 것 같아서요.
많이 알려졌음 좋겠고, 포스트도 잘썼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불특정 다수의 방문자들에게 노출되는 것이야 어쩔 수없지만, 특정 누구를 의식하고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어요 ㅎㅎㅎ
괜히 생각이 많은 거겠죠.
가볍게 생각해야겠습니다. ^^
아.. <렛 미 인> 너무 좋아서요. 쓰다가 다 못썼어요.. 곧 올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