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장진영'이 가장 좋아했다는 사진

 

  어제,

  배우 '장진영'이 유명을 달리 하였습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아끼는 배우가 세상을 등졌군요.

 

  이것저것 검색을 해보니,

  얼마 전 사랑하기 시작했다던 그 분과 7월에 미국에서 결혼까지 했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그 남편분이 8월 28일, 그러니까 '장진영'이 죽기 3일 전에 혼자 동사무소를 찾아가 혼인신고까지 했다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읽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아직까지 대학생이었던 시절,

  영화에 목말랐지만, 어찌해볼 수 없어 비디오방만 전전하던 시절,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소문을 듣고나서도 어렵게 영화 <소름>을 보고서야, 폐허와 같은 재개발지구 아파트에서 사지를 떨며 온몸으로 발작을 표현하던 예쁘장한 여배우의 이름이 '장진영'이라는 것을 처음알았고, 그러고 잊혀졌다가,

  또 한 편의 잘만들어진 영화 <반칙왕>의 '송강호'를 보다가 그를 레스링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들었던, 긴 말총머리의 관장 딸이 '장진영'이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되었습니다.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의 앳된 모습의 '장진영'

 

  물론, 그 전에도 몇 몇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였던 그녀였지만, 제가 그녀를 처음 인식한 것은 위의 두 영화였고,

  잠시 서울에서 직장을 다닐 때,

  아끼던 동생과 함께 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하였던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 비로소 그녀를 '필견'목록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저는 <싱글즈>, <국화꽃향기>, <청연>,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등 그녀가 출연한다고 하는 영화는 모두 보았고, 영화마다 크게 변하지는 않지만, 섬세하게 다른 그녀 특유의 당찬 연기들을 보면서 즐거워했던 것 같습니다.

 

  '장진영'과 관련하여서는 옛 여자친구와 다투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제가 막 스물 아홉에 접어들었을 무렵, 그녀가 출연한 영화 <싱글즈>에서, 지친 스물 아홉이라는 나이를 기념하기위해 파티를 하던 '나난(장진영)', '동미(엄정화)', '정준(이범수)'이 클럽에가서 춤을 추며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사진이 보기 좋기에 홈피에다 걸어놨더랬습니다.

  그리고 밑에다 '내 나이가 29이다. 장진영 멋있다.'라고 써놓았었지요. 그 때, 어깨동무를 하느라고 티가 살짝 올라간 '장진영'의 배는 마치 탑을 입은 것 처럼 배꼽과 배가 다 드러나 보였습니다. 그걸 본 여자친구 왈,

 

  "장진영이 그렇게 이뻐? 이쁘면 사귀던가!"

 

  아니라고 발뺌은 했지만, 티격태격 옥신각신 할 수밖에 없었죠...

 

문제의 그 사진 <싱글즈>

 

  언젠가는, 인터넷 소문을 통하여

  '명품녀다!', '해외여행에서 돌아올 때마다 엄청난 고가의 핸드백과 보석들을 사가지고 온다더라.'와 같은 확인되지않은 이야기들을 들었지만, 저는 크게 게의치않았고, 그냥 그녀의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허기사,

  그런 이미지 덕분인지, 그녀는 고급스러운 취향을 불러일으켜야만 된다는 모 기업의 전자제품 CF 모델로도 활약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같고,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그녀가 현재까지의 모델 중, 가장 잘 어울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여튼,

  서른 여덟해란 길지않은,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생애를 보내고 다른 생을 찾아서 돌아간 그녀,

  훌륭하다고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못하지도 않았던 그녀의 연기(<소름>으로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연애참>으로 대한민국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

  왠지, 딱 그녀의 모습일 것만 같았던 영화 속 그녀의 모습.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그녀의 시작, 그리고 끝.

  어쩜 딱 그녀의 모습대로 살다가 간 것이 아닐까.. 하는 서투른 생각까지 해보게 됩니다.

 

  이렇게, 또 한 명의 아끼는 배우를 보내야만 하는 군요..

 

  올해는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떠나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오래 전에 버렸던 해묵은 생각이지만,

 

  "아끼는 것, 사랑하는 것"들은 항상 잡으려고 할 수록 멀리 사라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오늘입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녀의 유작 <연애, 그 참을수 없는 가벼움>에서 공감했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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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09/09/26 00:1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차이와결여 2009/09/27 13:01  address  modify / delete

      꼭 어려서이겠습니까..

      아직은 사랑은 예쁘고 아름다워야 사랑 같은 생각이 드는 때이기 때문이겠죠...

      영화는 영화일 뿐이니까, 심각히 받아 들이지말고, 그냥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러는 건지 보면 되는 거죠..

      저 또한 영화의 상황을 모두 인정하지는 못합니다. 다만 인물의 마음만을 공감할 뿐이지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