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라디오를 듣다가 우연히 접하게 되었던 병적 심리 증상인데 간단히 말해서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심리증상이라고 볼 수가 있다.
주로 남자들에게 일어나는 증상으로 자신이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하며, 언제나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길 원한다는...
대표적 증상으로는 책임감 결여, 이상에의 추구, 이성의 사랑에 대한 거부, 모성에 대한 집착.. 등이 있는데, 주로 과잉보호를 하는 부모 밑에서 발생할 확률이 높고, 여성의 경우 '신데렐라 증후군'으로 표현되기도 한다는....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의 경우 막연한 불확실함 때문에 사회로 진입하는데에 어려움을 겪고 현실안주적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이와 같은 일련의 이야기들을 가만히 듣다보니, 얼추 내 이야기와도 비슷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깜짝 놀랐다.

아.. 그런 것인가... 나는 '피터팬'이고자 하는 것인가...

이상이란 것은 꿈꾸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테고, 끝까지 바라면 무엇이고 이룰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살면서 때로는 많은 유혹들과 능력의 한계에 맞닥뜨리게 되더라도, 끝까지 정중동의 마음으로 밀고 나가면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어쩌면 그것은 새로운 것, 혹은 나이를 먹는 다는 것, 혹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어린 시절의 그 무엇들, 익숙한 그 무엇들에 안주하려는 성향인 것인가..
갑자기 두려워졌다.

조금 더 생각을 발전시켜보면,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나이지만,
'빨리 결혼해야지. 결혼하고 얼른 아이를 낳아야지.. 나중에 애 키울거 생각해봐. 도대체 나이가 몇이야?'
따위의 걱정을 던져오면,
'아기는 가질 생각이 없어요. 이런 세상에 어떻게 애를 낳아 길러요. 불쌍해서 못낳아요.'
라고 이야기 하곤 했다.
물론, 이 생각은 후에 아내가 될 사람의 의사는 배제한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우리나라에서 내 아이를 제대로 길러낼 자신이 없다. 태어나자마자 고급 분유에, 몇 백만원하는 유모차를 태워줄 능력도 안되고, 좀더 자라서 아직 말도 서툰 아이에게 '애플, 버네너' 이러면서 영어를 가르치는 꼴은 도저히 참을 수 없고, 마구 뛰어놀아야할 나이에 미술학원, 음악학원, 태권도학원에 잠자는 거 줄여가면서 공부하라고 다그칠 생각도 없다.
자기가 하고 싶은게 뭔지 알지도 못한 채, 아니 알아볼 시간도 빼앗긴 채 학원으로 과외로 토플이다 토익이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맹목적으로 해야만 하니까, 남들 다 하니까 어쩔수 없는 그런 학창시절을 하지말라고도 말 못하겠고, 하라고도 말 못할 것이다.

이렇게 무능력하기만한 아빠가 아이에게 할 수 있는게 무엇이 있을까..
여튼, 그래서 내 아이를 제대로 길러낼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한 아이도 갖지 않을 것이고, 그것 때문에 결혼을 할 수 없다면 결혼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나의 이런 생각이 혹시 '피터팬 증후군'?
할 수 없어서 안하는게 아니라, 이유를 만들어가며 하기가 두려워서 안하는 거?

에이.. 설마 그런 건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왠지 읽지 않고 지나갔던 많은 심리학 책들이 눈 앞을 스쳐지나가는 것은 왜인지...
그렇다고 이미 서른도 한참 지나버린 나이에 <서른 살이 심리학에 묻다>와 같은 책을 떠들러 보면서, 머리를 쥐어박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제와서 <대폭락시대에도 살아 남는 주식투자> 이런 책을 보고 부자 아빠가되기를 꿈꾸거나, 급히 '듀X'와 같은 업체에 내 정보를 헌납하고 돈을 뿌려가며 그야말로 짝짓기에 열중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 아닐런지......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이렇게 깊이 생각을 한다는 것이 또 '피터팬 증후군'과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한 것은,
내가 만약에 '피터팬'이라면,
생각이 너무 많은 '피터팬'이어서 남들이 뭐라하기전에 대처 방법을 생각해놓고 나름 잘살아가는 '피터팬'일 거라는 거...
그리고,
지금 근무를 하러 학교에 나와있는 나에게는 시간이 너무도 남아서 이런 주절주절을 늘어놓을 수 있다는 거다..

아.. 지루한 근무.. 5시는 언제 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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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lovis 2010/03/20 13:3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글 계속 보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
    생각을 참 깊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피터팬 증후군이라는 단어를 처음 듣고나서
    아무 생각없이 '아 그런것도 있구나' 하고 넘겼는데 말이에요

    생각을 깊이하시는거.. 참 부럽습니다.

    • 차이와결여 2010/03/22 14:47  address  modify / delete

      ㅎㅎ
      이렇게나 많이 쭉 읽으신 거에요???

      설마... 중간중간 건너 뛰시면서 읽으셨겠죠??

      찬찬히 읽다보면 너무 서투른 곳이 많아서 창피하답니다..
      그냥 편히 읽어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