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축! 우리 사랑> - 공식포스터
When : 2008년 10월 23일 17시00분
Where : CGV(용산)
(★★★☆)
우리 나라에는 크고 작은 영화제가 정말 많습니다.
여러분도 다 알고 계시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하여, '부천 판타스틱영화제', '전주 국제영화제' 등과 함께, 정말 많은 영화제들이 있지요.
아마 영화축제가 안 열리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 일 것 같습니다.
요새 CGV용산에서는 제2회 SIFFF08(Seoul International Famliy Film Festival 08: 서울 국제 가족영화 축제 08)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름도 못들어보신 분이 많으실 거라고 생각되는데요. 2회 밖에 안되었고, 저 역시도 올해 첨 듣는 영화 축제였습니다.
뭐 여튼, 그 축제에서 <경축! 우리사랑>을 상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얼른 예매를 했습니다.
소리소문 없이 개봉했다가 내려간 영화였지만,
<가족의 탄생>과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이면서, 새로운 가족관념의 제시가 좋다는 호평을 받았던 영화이고요, 무엇보다 '김해숙' 아주머니가 주인공이라기에 꼭 보고 싶었습니다.
영화를 보기위해 전철을 갈아타고 도착해서 발권하고 저녁을 떼우기 위해 '파파이스'에 들어가 '통 샌드위치 세트'를 먹은 것까지는 좋았는데요.
무언가 영화제의 운영이 이상했습니다.
생수를 한 병들고 영화관에 막 들어가려고 하는데, 생수가 반입 금지라는 거였습니다. 어차피 일하는 스텝들도 대부분 대학생들이므로 그 스텝들과 옥신각신 할 이유가 없어서 이유를 물어봤죠.
역시나, 스텝들도 이유를 모른다고 말하면서, 가방에 넣어서 숨겨가라고 하더군요.
커피나 음료를 반입금지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생수를 금지하는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렇게 티켓을 확인하고 상영관 앞까지 갔는데, 거기서 티켓확인을 또 하는 거였습니다.
이미 티켓을 챙겨서 지갑에 넣고, 안주머니에다 챙겨 놨는데, 사실 귀찮았습니다.
뭐 어쨌거나 그렇게 어렵게 극장 안에 들어와서 영화를 봤는데, 영화 중간에 영어자막과 화면이 겹쳐지는 상황이 발생하여, 1~2분간 상영이 중단되는 소동까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상영관 매니저가 와서 사과의 공지를 날리긴 했지만,
여러모로 기분이 상했던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여튼, <경축! 우리 사랑>은 이미 상영이 끝난 영화이고 많은 분들이 보기 힘드실 것 같아서, 스포일러를 듬뿍 뿌려가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스포일러 다량 첨가!)
서울의 외곽지역 달동네에서 하숙집을 운영하고 있는 '봉순(김해숙)'에게는 운영중인 노래방은 신경도 안쓰고 동네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술마시고 놀기 좋아하는 남편(기주봉)과 고등학교 졸업 후, 무직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딸 '정윤(김해나)'가 있습니다.
몇 십년 간 가족을 위해서 여자가 살아야할 삶, 아내로서 살아야할 삶, 엄마로서 살아야할 삶을 열심히 살아온 봉순이지만, 그녀에게 남은 것은 부대끼는 생활밖에 없었지요. 집에서 노래방으로, 노래방에서 시장으로, 시장에서 집으로 다람쥐 쳇바퀴 돌듯 움직이며 살아가고, 밤에는 노래방 운영, 집에서는 하숙집 운영, 할 일 없는 낮에는 동네 아줌마들과 모여서, 인형 눈을 붙이거나, 봉투를 붙여 가며 한 푼, 두 푼 돈을 모으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딸 '정윤'이 하숙생인 '세탁소집 청년 구상(김영민)'과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눈치채버린 '봉순'.
'정윤'은 충동적으로 결혼을 이야기하고, 아버지의 허락과 함께 '정윤'의 결혼을 준비하는 '봉순', 하지만, 검소하기만한 결혼 준비와 비전이 보이지 않는 '구상'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은 '정윤'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고, 때마침 이력서를 제출했던 회사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 '정윤'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가출을 하게 됩니다.
'정윤'의 마음이 사랑이 아니라,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자신을 택했다는 것을 깨닫고 괴로워하는 '구상' 하루 종일 정신을 놓고 있다가 술에 만취해 돌아오던 어떤 저녁, 길바닥에 쓰러져있는 '구상'을 업고 돌아온 '봉순'은 '구상'의 몸을 닦아주다가 '남자'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참아보려했지만 어쩌지 못하고 '구상'과 하룻밤을 보내게 되버리는 '봉순'. 그녀에겐 새롭게 시작된 사랑이었지만, '구상'의 앞날이 걱정되기도 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마음만을 전달하는데, '구상'역시 아무런 이유없이 그녀를 좋아하게 되고 맙니다..
하지만, 하룻밤의 그 일로 덜컥 임신을 해버린 '봉순'. 남편에겐 '구상'과의 일은 비밀로 하고, 자신의 임신사실을 알려주지만, 그 때 이미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고 있던 '남편'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이도 저도 못하는 '남편'과 자기 안의 생명을 생각하며 더욱 용감해져가는 '봉순'의 사랑.
처음에는 단순하게 시작된 그녀의 사랑이 점점 꼬여져만 가는데...
30살 청년, 게다가 딸의 연인이었던 연하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50대 아줌마의 이야기.
굉장히 파격적인 소재인 듯 하지만,
사실, 사랑에는 국경도 나이도 언어의 차이도 아무것도 없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50대의 여인이 그 전에는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사랑이라는 감정에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 사회적 통념이라는 이유만으로 인생에 한 번 올까 말까한 기회를 버려야 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와,
<후회하지 않아>와 같은 노인들의 연애를 다룬 이야기처럼,
인간이면 누구나가 겪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마치 젊은이들의 전유물인 것 마냥 생각하는 우리의 태도에 도전장을 던지는 도발적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남녀들은 실제적으로는 부부라는 관계, 혹은 연인이라는 관계로 묶여있지만,
그게 굉장히 이해타산적인 관계입니다.
남편과 '봉순'의 관계 역시 돌아가며 '노래방'을 보는 동업자의 관계 혹은, 남편의 외도와 친구들과의 술자리를 위해서 기꺼이 자리를 양보해주는 대신, 남편이 있음으로 해서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성립하게되는 관계이며,
'구상'과 '정연'의 관계도 서로의 사랑보다는, 서로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성립된 측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다른 동네 사람들도 마찬가지이죠.
남편들이 이집 저집으로 몰려다니며 술을 마시는 관계로, 어느 집에서든 남편들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입니다마는 다들 헤어질 생각은 못하고 살아가고,
동네 아줌마들은 '인형 눈붙이기'라는 소득활동 속에서 또 다른 실리적 관계에 묶여있지요.
어쩌면, 직장을 갖게 되어서 더이상 물질적으로 기댈 필요가 없어진 '정윤'의 가출은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속에서 유일하게 가족의 관계를 구성하는 것이 '봉순'과 '봉순'몸의 아기와, '구상'입니다.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하고, 서로를 위해 자신의 것을 기꺼이 희생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평판에는 신경쓰지 않고 서로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지요.
다른 어떠한 관계보다 견고하게 자신들의 울타리를 구축합니다.
그런 그들을 떼어놓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더군다나 그들의 관계는 물리적인 가족이라는 울타리보다 훨씬 견고한 사랑이라는 정신적 울타리와 함께, 섹스라는 육체적 울타리로 맺어진 관계라 어떤 의미로 보면 현대적 관점의 가족이라기 보다는 근대적 관점의 가족이라는 편이 더욱 어울릴 것 같은데요.
영화의 마지막에서,
결국, 사랑의 쟁취에 성공한 '봉순'과 '구상'의 정사소리가 온 동네에 울려퍼지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카니발과 같은 축제의 장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감독은 자신이 평소에 가지고 있던 사랑과, 섹스라는 관점을 정확히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앞으로 이 영화가 다시 극장에 걸리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고,
이렇게 간혹 작은 영화제에서나 만날 수 있거나,
케이블방송을 통해서 소개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다소 심심해보이는 화면의 저예산 영화이긴 하지만,
'김해숙' 아줌마의 연기, 특히 20살 아래의 연인을 바라보면서 갈등하는 심리를 표현한 눈빛연기와 표정연기는 정말이지 최고이며, '기주봉', '방은희'와 같은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니까,
한 번 쯤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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