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꺼꾸로 간다> 앞 표지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꺼꾸로 간다
* F 스콧 피츠제럴드 , 케빈 코넬 그림, 공보경 역, 노블마인
2월에 개봉일정이 잡혀 있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꺼꾸로 간다>의 원작 소설입니다. <위대한 캐츠비>로 유명한 '피츠제럴드'의 단편 소설 중 한 편입니다.
알려진 바로는 '피츠제럴드'는 장편보다 단편에서 그의 재능을 더 잘 발휘했다고 하는데요.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장편 소설을 더 쳐주는 편이라 몇 편의 장편 소설을 제외하고선 그다지 읽히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튼, 이번 그의 동명 단편 소설이 영화화 되는 것을 계기로 해서 여러 권의 책들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은 미국도 같아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꺼꾸로 간다>의 경우 여러 가지의 형태로 출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점심을 먹기위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시간을 떼우기 위해서 간단한 읽을 거리를 사려고 서점에 들렀습니다만, 기다리던 시사 주간지가 아직 들어오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서점가에는 영화화된 소설, 드라마화 된 소설이 한 코너를 형성하고 있을 만큼 유행이 되고 있던데요. 역시나 이 책도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형태로 출간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중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꺼꾸로 간다>만 실려 있는 책을 찾다보니, 바로 이 책, 앞에는 '그래픽 노블'이라고 해서 세피아 톤으로 그려진 만화가 들어있고 뒷 부분에는 원작 소설이 수록되어 있는 것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단편 모음집을 사놓는다면 언젠가는 다 읽긴 하겠지만, 당장 필요한 것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꺼꾸로 간다> 한 편이었고, 또 곧 영화로 만나게 될 것이니까. 영화와 만화와 소설을 한꺼번에 비교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던 것이지요.
이야기는 미국 상류계에 막 진출하기 시작한 '버튼' 부부가 아이를 출산하는 것부터 입니다. 나름의 철물상을 운영하며 재산을 쌓아 오고 있었던 '버튼'씨는 아이의 출산과 더불어 진정한 '버튼' 가문을 형성하여 진정한 사교계의 명망있는 가문으로 발돋움할 꿈에 부풀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바로 전날 밤 아이가 출산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아침 일찍 일어나 손수 옷을 차려입고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병원 앞에서 만난 주치의가 반응이 영 이상했습니다. 주치의 뿐만 아니라 병원 안의 간호사들 역시 마찬가지의 반응이었습니다. 자신의 명성에 누가 될거라는 둥, 병원에 안 좋은 일이라는 둥...
조금은 기분이 상하기도 하고, 자존심이 상하기도 한 '버튼'씨는 신생아 실에 들어가고 서야 실체를 확인하게 됩니다. 그것은 새로 태어난 자신의 아이가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지요. 처음에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지만, '버튼'씨는 이내 진정하고 아이를 데리고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난 아이.
이야기는 삶을 꺼꾸로 살아가는 '벤자민 버튼'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피츠제럴드'는 이 소설과 또다른 판타지 형식의 단편을 써놓고 자신의 문학경력에 새로운 장이 펼쳐질 것으로 생각했었다고 합니다. 이 단편 소설을 발표하기 전까지 나름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었던 그였지만, 매번 비슷한 내용의 비슷한 것들을 기대하는 독자들의 관심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펼쳐나가고자 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독자들과 출판사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예전의 궤도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데요.
당시의 독자들은 싫어했을지 모르지만 이와 같은 이야기는 지금의 우리들에겐 매우 참신하고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아마 그래서 이 작품이 영화화 되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꺼꾸로 산다는 것은 어떤 점이 좋을까.. 하고요.
책에서 '벤자민 버튼'은 태어날 때부터 말을 하고, 이미 정신적으로 완숙한 모습을 보입니다. 몇 살 지나지 않아서 할아버지의 훌륭한 말동무가 되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좀더 성장해서는 아버지와 함께 훌륭하게 철물점을 경영합니다. 나름의 수완을 재빠르게 익히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그의 삶에 성장통과 같은 부분은 없게 되는 것입니다. 처음 부터 인생의 이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태어나니까, 어느 정도의 요령과 어느 정도의 경험만 축적된다면 삶을 올바르게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노쇠한 모습으로 시작했으므로 젊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지도 알겠지요. 다른 사람들 보다 젊음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다가 점점 젊어지니까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도록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소설에서는 점점 젊어지는 자신과는 반대로 점점 나이 들어가는 아내의 모습에 흥미를 잃어가지만, 만약에 모두가 다 같이 젊어진다면, 부부 간의 정도 더 좋아지고, 지금과 같이 외모에 얽메이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 나이를 먹어서 아기가 되어서 죽음을 맞이한다면, 아무 것도 모르는 순수한 모습으로 자신의 지나온 삶까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로 죽음을 맞이하겠지요. 죽음에 대한 특별한 의미나 가치가 없어질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세상도 점점 순수해질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데요.
물론, 사람은 살아봐야 아는 거니까. 태어나자 마자 나쁜짓이란 나쁜짓은 다 할 수도 있겠군요..
나름 참신한 이야기였습니다.
독특한 상상력도 뛰어났고, 이야기가 꺼꾸로 진행되다보니, 결말이 짐작이 되지 않고 조금씩 더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곧 개봉할 영화도 기대가 되는군요.
심심풀이로 읽기에 괜찮은 책인 것 같습니다.
앞 부분의 만화도 단순 만화라고 보기에는 공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어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저는 '만화'를 먼저 읽고 읽으면 상상하는데 방해가 될까봐 소설을 먼저 읽고 만화를 봤는데요. 머리 속으로 상상했던 것을 그림으로 만나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근데 값은 좀 비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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