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운 여름

* 위화, 조성웅 역, 문학동네

 

  우리나라에는 <허삼관 매혈기>, <인생>을 통해 잘 알려져 있는 중국 작가 '위화'의 중 · 단편 모음집 <무더운 여름>을 읽었습니다.

  정확한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위화'의 기존 작품들에 담겨져 있는 동양적 가족애와 깊은 휴머니즘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번 단편집도 별생각없이 바로 읽게 되었는데요. 단편집을 읽은 건 처음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문단에 처음 데뷔할 때에는 많은 단편을 문학잡지에 발표하게 되고, 어느 정도 단련이 되었다 싶을 때, 장편소설을 쓰게 되는데요. 그 이유는 서양과 같이 단편소설 시장이 활성화 되어 있고, 전문적인 단편 전문 작가들이 없는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장편소설을 발표해야만 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앞에서 언급한 방식으로 창작이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장편소설을 쓰게 된 작가들이 더이상 단편소설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런데, 간혹, 장편소설에서 다루는 이야기와 단편소설에서 다루는 이야기가 많이 다른 작가들이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장편소설에서는 인간 기본적인, 보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할 문제들을 다루고, 단편 소설에서는 그보단 가벼운 주제, 혹은 실험적인 창작 방법들을 실험하는 거죠.

 

  '위화' 역시 마찬가지 인 것 같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실려 있는 6편의 중 · 단편 소설 들은, 기존의 <허삼관 매혈기>를 재미있게 읽었던 독자들이라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올 법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표제작 '무더운 여름'의 경우, 한 남자를 두고 착각에 빠지는 두 여자에 대한 이야기인데, 똑똑한 척 하는 두 여자들은 정작 어수룩해보이는 한 남자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에 실려 있는 '전율'은 한 때는 잘 나갔던 소설가가 20년 만에 책갈피에서 편지를 찾아내고, 그 편지를 보낸 여자와 만나 이야기 하는 과거의 이야기, 그러나 남자와 여자가 기억하는 과거는 참으로 많이도 다릅니다.

  가장 길면서도 가장 재미있었던 '우연한 사건'은 마치 추리소설을 읽고 있는 것과 같이 두 사람이 하나의 사건에 대해 편지를 교환해가면서 유추해내가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어느 정도 예상은 되지만 다소 황당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지요.

 

  뭐 이런 식으로 <허삼관 매혈기>, <인생>, <형제>등에서 처럼 중국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들이 6개나 실려 있었습니다.

 

  아마도, 번역투 문장으로 인한 결과이겠지만,

  <무더운 여름>을 읽는 동안 왠지 어떤 일본작가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공중 곡예>를 쓴 '오쿠다 히데오'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딱히 비슷할 이유는 없는데, 그렇게 생각한 것을 보니 순전히 개인적인 감상인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저는 '오쿠다 히데오' 소설이 그닥 재미 없었거든요.

 

  여튼, '위화'<무더운 여름>은 작가가 여러 가지의 형태로 글쓰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 소설집이었고, 내용도 어렵지 않고 짧아서 금방 읽었습니다. 그렇다고 '위화'의 퀄리티가 어디 가는 것은 아니어서 맨 마지막 '그들의 아들'과 같은 경우에는 중국의 '소황제 병'에 대한 비판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그 작품을 읽는 동안 그 아들이 참으로 얄밉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소설의 한 주제로 다루어질 정도면 중국 사회에서도 나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문제인가 봅니다.

  이렇게 사회의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사람들에게 상기시키는 것, 얼마 전 강좌에서 '조정래'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았습니다.

  작품 하나 읽고 '꿈 보다 해몽'인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만, 제가 '위화'에게서 기대했던 것이 바로 이런 부분들이 었고, 마지막에서 나마 그런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것 같아서 저는 나름 만족했습니다.

 

  제 후배 J양은 '위화'의 소설도 소설이지만, 작가 후기에 실려 있는 '위화'의 솔직담백함, 그리고 사려깊음이 더 좋다고 한적이 있었는데요.

  <무더운 여름>의 뒷 부분에는 30여 페이지에 걸쳐서 '나의 문학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위화'가 어떻게 작가가 되었고 누구의 영향을 받았으며, 지금은 어떠한 생각으로 글을 쓰고 있는 지에 대해서 나오니까요. '위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작은 선물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저도 재밌게 읽긴 했는데요. 책의 두께가 워낙에 얇아서 구색을 맞추기위해 넣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쫌 그렇긴 했습니다.

 

  여튼, '위화'의 소설은 재밌긴 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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