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11일, 영화 <쌍화점>, CGV 죽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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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는 아직 성리학이 들어오기 전이라 역사상 가장 개방적이었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입장이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그들이 남겨놓은 노래들만 봐도 꾸밈보다는 솔직함을 앞세우는 모습을 통해 그 사회가 얼마나 자유로운 사회였던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본래 '쌍화점'은 만두가게에 만두 사러 갔더니, 만두파는 남자가 만두는 팔지 않고 내 손목을 잡고 유혹하는 바람에 관계를 가지고 말았다는, 남들이 들으면 욕할지도 모르지만 또 만두를 사러가고 싶다는 내용. 그런 내용이 절을 달리 하며 변주되어 나중에는 우물에 물을 길러 갔더니 우물에 살던 용(임금을 상징)이 나와 손목을 잡는 내용까지 나온다.
그런 자유분방한 성문화와 신라시대부터 내려오던 화랑과 낭도들 간의 동성애적인 관계를 끌어들여서 나름의 이야기를 전개한 것 같으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당시에 이런 일이 있었음직한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에 일어나는 일들을 무대만 고려시대로 바꿔 놓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미 여러 곳을 통해서 비판 받았던 것이지만, 사실이라고 보기에는 근거가 너무 빈약하고, 단순히 치정에 뒤섞인 두 남자와 한 여자의 관계에만 촛점을 맞춘터라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설득력을 잃어가게 된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요새 쓰는 말로 꽃처럼 아름다운 남자 둘이 나체로 몸을 섞는 장면은 나름 충격적이기는 하나, 너무 아름답게 보여주려한 나머지 남성의 육체라기 보다는 덜 성숙한 소년들의 몸으로 보이고, 오히려 혼신의 열연을 펼친 것 같은 '송지효'의 베드신 들이 '주진모'와 '조인성'의 정사 때문에 단순한 베드신으로 묻혀버리는 것 같은 안타까움도 조금.
뭣보다 아쉬웠던 것은 책들이 모여져 있는 병서고에서의 정사씬인데, 그것은 지금도 도서관 서가 너머로 운명의 누군가를 만나게 될지 모른다는 도서관 환타지의 변용이 아닐런지. 의복과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체위와 과도하게 난무하는 정사신들에 나중에는 기가 질려버리게 되었다. 그래도 세 배우들의 연기력에 별 하나씩, 특히나 '주진모'의 감정연기는 근래에 보기 드문 열연이었음.
2009년 2월 9일, <2009 구스타프 클림트 한국전시>,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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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그 작품들을 보고, 평생 결혼을 하지 않았던 그와 그의 영원한 동반자와 같은 사람이었던 그의 친구 '에밀리 플뢰게'의 관계를 생각하며, 일찌기 가족들을 여의고 어느 곳 하나에 의지할 곳 없으면서도 끊임없이 인간을 동경했을 것만 같은 '클림트'의 모습이 떠올라 측은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역시나 전시회를 갈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전시회에 가서 만나게 되는 유명한 작품들은 기대했던 것 만큼 큰 감동을 주지는 못하고, 그저 이렇게 생긴 것이구나.. 정도의 느낌만 받게 되는데, 팜므파탈을 주제로 했다는 <유디트1>역시 마찬가지였고, 외려 조금은 생소했었던 <베토벤 프리즈>라는 거대한 벽화작품을 인상깊게 감상하였다. 그의 작품의 특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워낙에 거대하여서 한참이나 들여다 보아야 했지만, 사실 '베토벤'의 교향곡 <합창>을 나타낸다는 마지막 벽화의 여인들의 나직히 감긴 눈과, 어떤 여인의 머리에 꽂혀있던 아리따운 꽃핀이 맘에 들었기 때문에 쏙 빠져들었다.
잘봤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으나, 드디어 미술전시회도 16,000원이라는 관람요금을 기록했으니, 앞으로 열린 전시회들은 또 얼마나 많은 돈을 받으려고들지 심히 걱정스럽다는 후일담.
참고 : 전시회 일정은 5월까지 잡혀 있어서 기회가 많겠지만, 주말에 가면 오디오 가이드가 대여되지 않는 다는 사실, 푸르덴셜 생명 가입자라면 이벤트 페이지를 통해서 30% 할인을 받으실 수 있다는 짧막한 정보도 함께.
베토벤 프리즈 부분도 | 베토벤 프리즈 부분도 |
2009년 2월 7일, <화가들의 천국 퐁피두센터 특별전>, 서울시립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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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 센터의 특성상, 1920년대 이후의 현대작가를 중심으로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풍경화, 정물화, 인물화, 종교화가 중시되던 바로크, 로코코 시대의 작품들이 내가 생각하는 그림에 더 잘 맞고, 인상파와 추상미술 쪽으로 넘어오게 되면 작품의 해석에 더 많은 정보들이 필요하게 됨으로 감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서 그런지 아는 작가들이 많이 나오지 않는 이번 관람은 다소 어려웠음. 그래도 몇몇 작가들의 작품에는 눈길이 머물렀는데, '피에르 보나르'의 <꽃이 핀 아몬드 나무>는 아득한 꽃 내음이 가득한 봄날로 인도하는 듯 하여 작품의 깊이가 느껴졌으며, 전시실 한 쪽 방을 가득채우고 있는 설치 미술 '지우제페 피노네'의 <그늘을 들이마시다>는 철망안 가득 월계수잎을 가득 담아 전시실을 온통 감싸고 있는 작품으로 작품에게도 생명이 있다면 그 작품의 연속성 안에서 나의 존재를 느끼는 것만 같은 작품과 내가 하나가 되어 온몸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같은 독특한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부재인 '화가들의 천국' 이라는 말은 중의성을 담은 말인 것 같은데, 표면적으로는 '화가들이 표현한 천국' 이라는 뜻인 것 같으나, 은연중에 프랑스가 '화가들의 천국' 이라는 문화적 자부심이 배어있는 말로 들려서 약간의 부러움과 아니꼬움을 자아내게 했다는 감상후기.
꽃이 핀 아몬드 나무 | 그늘을 들이마시다 |
2009년 2월 2일, 영화 <도쿄 마블 초콜릿>, CGV 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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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보아하니, OVA로 제작되었던 시리즈 에니메이션 두 편을 짜집기 하여 붙여 놓은 것이었다.
너무나 소심한 성격탓에 제대로된 고백 한 번 해보지 못한 남자와 매번 머피의 법칙처럼 일이 꼬여서 남자와 헤어지게된 여자가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제대로 이별하기 위해 만나는 1박 2일 동안의 이야기를 전편에서는 남자의 시각으로 후편에서는 여자의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는 이 에니메이션은, 무엇하나 참신한 것 없이 그저 주위에 널려 있는 흔한 소재를 흔한 방법으로 그려낸 것에 불과하여 사랑에 대한 환상을 그저 담담히 그려내고 있을 뿐, 어떠한 감동도 달게 주지 못했다.
2009년 1월 27일, 뮤지컬 <렌트>, 한전아트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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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할 당시에는 파격적인 록음악을 이용한 뮤지컬 넘버들과 동성애자, 마약복용자, 홈리스, 알콜중독자들이 모여서 가난하지만 자신들의 자유로운 삶과 사랑을 이루어 나간다는 메시지가 강렬했겠지만, 더이상 우리 문화에서도 낯설지 않은 이와 같은 소재를 통해 무언가 폭발하는 에너지를 주고자 했다면, 배우들 개개인의 포스가 좀더 강력하게 뿜어져나와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특히, 극을 주로 이끌어가는 '로저(유승현)', '마크(배지훈)', '미미(조민아)'를 맡은 세 배우의 능력이 역할에 비해 많이 부족한 듯.
차라리 자유분방한 행위예술가 역의 '모린(최혜진)'과 HIV 양성반응자이자 천재 프로그래머 '콜린(최재림)', 그의 동성 애인 '엔젤(이지송)'이 훨씬 뛰어난 연기력과 가창력을 보여주었음.
대사가 거의 없고 노래를 통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특성상 가사의 전달력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그 마저도 제대로 소통되지 않아서 내용전개에도 한계가 있었음.
그래서인지, 요새 파격 세일을 하는 것 같음.
2009년 1월 24일, 영화 <체인질링>, CGV 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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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90년대 '쥴리아 로버츠'가 부당한 권력과 맞서 싸우는 <에린브로코비치>와 비교되곤 하나 1920년대라는 시대상황 속에서 여성이 사회에 저항할 수 있는 일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었음을 담아내고 있다.
'쥴리아 로버츠'만큼 당차게 행동할 수 없는 '안젤리나 졸리' 이지만, 그녀의 행동의 제약으로 인하여 역설적으로 시대를 고발하고 있는 작품.
그녀의 연기 보다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진중한 연출력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2009년 1월 22일, 영화 <로큰롤 인생>, 허리우드 클래식 시네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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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잊을 수 없는 교도소 공연장면과 마지막 콘서트 장면에서 불리워졌던 'Coldplay'의 <Fix you>는 감동의 도가니 그 자체. 말이 필요없는 강추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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