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도 이야기했었던 것 같은데,
  저는 본래 선물을 주고 받는 문화가 있는 가정에서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무슨 날이라고 선물을 주고 받는 다는 것에 대해 그리 강박관념이 있는 편은 아닙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살 시절에는 참으로 많은 선물을 주고 받았죠.
  여자친구와 주고 받고, (100일, 200일~ 500일까지 챙기고, 만난 날에, 생일에, 크리스마스에, 발렌타인데이에...휴..) 선배, 후배들과 선물을 주고 받고, 그 쯤부터는 어머니께서도 발렌타인데이 초콜릿을 챙겨주시고, 아이들과 주고 받고 친구들과 주고 받고...  참으로 많은 선물들을 주고 받았던 것 같습니다. 좋은 일이죠..

  가만히 선물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보니,
  뭣 모르고 주고 받았던 초등학교 4학년 때 화이트데이가 기억납니다.
  저는 그 때, 바가지 머리를 한(아시는 분이 있으실랑가요..) 축구를 좋아하는 소년이었습니다.
  장난 꾸러기였고, 공부는 그냥 저냥, 아직은 쑥스러움도 많이 타던 아이였죠.
  그런데, 어느 날인가 여자아이들이 '발렌타인데이'라는 것을 알려주면서 초콜릿을 주는 겁니다. 그리고 말했죠.

  "오늘은 발렌타인데이이고,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이야. 그리고 한 달 뒤는 화이트데이라고 하는 거고 초콜릿을 받은 남자가 여자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사탕을 주는 날이야. 그니까, 그날 꼭 챙겨줘야 해~."


사진사진

초딩 때의 차이와 결여... 바가지 머리와 엄마 선글라스의 우월한 조화.... 런닝셔츠 무늬 선탠으로 마무리




  왠지 어투가 아이들끼리의 대화가 아닌 것 같긴 한데, 암튼 저런 취지의 말들이었습니다.
  저는 까먹을까봐 노심초사 하면서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렸지요.
  마침 화이트데이는 월요일이고 조회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당시엔, 용돈을 받지 않던 나이였기 때문에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어머니께 사탕사야한다고 돈을 달라고 했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1,000원을 받아서 무슨 사탕을 살까 고민하다가 500원짜리 자두맛캔디 두 봉지를 샀었죠.
  발렌타인데이때 내가 받았던 초콜렛은 반짝반짝하는 은박지로 쌓여있던 하트 초콜릿이었는데, 그냥 봉지에 담겨있는 자두맛캔디를 주자니 좀 민망했지만, 새학기가 되어서 다른 반이 되어버린 두 아이를 조회시간에 열심히 찾아가서 두 손에 꼭 쥐어줬던 일이 기억납니다.  그것이 내 생의 첫 발렌타인 & 화이트 데이의 선물 교환이었습니다.


  연애시절의 선물은 뭐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선물의 끝장이죠.
  나름 제가 '이벤트맨'이었거든요.. (믿기지 않아도 믿어주삼!)

  추파춥스를 빨대 끝에 꽂아서 꽃집을 찾아가 안개꽃과 함께 부케처럼 만들어달라고 해서 선물한다거나,
  방안 가득 풍선을 채워놓고 샴페인과 함께 1,000일 깜짝 파티를 한다던가..
  아.. ENC에서 없는 돈을 탈탈 털어도 500원이 모자라 결국은 500원을 즉석 할인 받았던 흰색 민소매 원피스는 여자친구가 봄에 스치듯 말했던 것을 여름에 떠올려서 선물했던 것이고...
  크리스마스 땐, 피자박스를 개조하여서 입체 카드를 만든다거나..
  시집 제작,
  임고 D-30일 응원카드 제작 등등등....푸하.....

  왠지 말해놓고도 뭔가 민망한데요..^^;;
  대학교 다닐 땐, 정말 시간이 한가로웠으니까요.. 몇 날 몇 일을 고민하면서 뭔가 기발한 것이 없을까.. 생각을 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젠, 직장을 다니고 돈을 버니까, 좀더 실용적이고, 실속있고, 편리한 것을 찾아서 선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여튼,
  제 입장에서 봤을 땐,
  막상 선물을 전달하는 순간보다 선물을 준비하면서 그 선물을 받을 사람을 생각하는 순간, 그리고 그 사람의 반응을 생각하는 찰나, 이런 것들이 훨씬 더 즐거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위에서 말한 몇몇 가지의 선물들은 준비하는데만 해도 하루 밤을 꼬박 새워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더러는 하루 온종일을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동분서주 해야할 때도 있었지만, 실제로 그런 시간들이 괴롭지 않고 아주 즐겁고 신이 났었으니까요...
  제게 선물을 주는 행위는 그런 의미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한 사람을 위해서 제 생을 태우고 온 신경을 집중하는....
  그런데, 이젠 그런 마음을 담을 만큼, 상대를 생각하면서 정성을 쏟을 만큼의 여유가 없다보니 선물을 주고 받는 것도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더 드는 것 같네요.

  그런데 올해는 왠지 전 크리스천도 아니지만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는데, 그냥 넘어가기가 허전한 겁니다. 모든 걸 떠나서 '감사'의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니까. 뭐라도 주고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런데 마침 오늘 문자메시지로 '아이폰'이 24일날 개통예정이니까 전화하고 방문하라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잡스'아저씨가 이젠 산타까지 되는 건가요? ㅋㅋ
   또, 어젠가 그제쯤 후원하고 있는 에티오피아의 '힌세네'에게 엽서라도 보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 학교로 엽서가 도착했습니다.. 이번엔 엄마로 보이는 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그새 '힌세네'도 많이 자란 것 같네요..

사진사진

'힌세네'가 그새 좀 자란 것 같아요.. 엄마를 좀 닮았군요.. 무럭무럭 자라라~~



  이거 원, 먼저 받기만 하는 것 같아서 고민하고 있을 찰나, 아끼는 후배 '애독자j'양이 마침 읽고 싶어하는 책이 있다기에(더군다나 사줄까 말까 고민하던 그 책을!) 크리스마스 & 신년 선물로 한 권 보내주었습니다.(책 선물은 참 하기 어려운 선물이니까, 읽고 싶은 거 있다고 할 때 낼름 사주는 센스!) '애독자j'양과는 서로 읽었던 좋은 책을 추천하기도 하고 같이 읽은 책이나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도 나누는 보기드물게 발전적인 사이인지라 가끔 책을 주고 받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선물'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니까 나름 몇 자를 적어서 보냈습니다. 왠지 그래야만 선물같아서 말이죠.. 이런 버릇도 예전에 생긴 버릇인데요..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무렵 만났던 여자친구에게 '시계'인가 '지갑'인가를 선물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친구가 막 뭐라고 하는 거에요. '이게 무슨 선물이냐'며.. '네가 한 것은 백화점에 가서 돈을 낸 것 밖에 더 있느냐'며.. '아무런 카드나 편지도 없이 선물이라고 줄 수 있는 거냐'며 엄청 구박을 해댔는데, 어이가 없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타당한 논리라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그때 모질게 당했던 기억이 여지껏 남아서, 특히나 요새처럼 뭔가를 사주고 끝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뭐라도 한 마디를 꼭 남기려고 노력하고는 한답니다.

  사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고마움을 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제일 먼저 생각났던 분들은 제 블로그를 찾아와 주시는 여러분이었는데요. 이거 참.. 어떻게 해드릴 수도 없고요..
  예전 같으면 캐롤을 모은 CD를 구워서 나눠드리고 그랬었는데, 몇 몇 분들은 배송비가 더 나온다고 사양하실 것이 분명하고... 감사하는 마음만 가득할 뿐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습니다요... ㅠㅠ 그래서 인사로 대신하겠습니다.

  "여러분 한 해 동안 정말 감사했어요. 여러분들의 정성스럽고도 고마운 방문과 답변과 인사와 격려들이 없었더라면 저는 무척 어려운 한 해를 보냈을 것이 분명합니다. 남은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요. 어느 곳에 계시든 항상 행복하고 즐거운 일들만 가득하시기를 소원하고 소망하겠습니다. 감사해요 여러분~"

  여튼, 또 이래저래 한 해가 마무리 되어가고 있습니다.
  학교에선 정말 바빠서 눈코뜰새 없이 시간이 지나가버리지만, 그래도 올해는 뭔가 차분히 정리가 되는 느낌은 듭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해서 올해를 곰곰히 돌아보고 반성의 시간을 좀 가져야 할 듯요...

  그리고 신년에는 꼭 계획을 세울 겁니다.
  운동을 하자는 것은 꼭 넣어야지..
  아.. 12월 하고도 22일이에요 여러분 ^^.
  아참, 오늘은 동지!
  팥죽  먹고 싶어라....
 

사진사진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서울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집'의 팥죽.. 아 먹고 싶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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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 2010/12/23 13:0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감개무량하옵니다..오래비 선물은 잘 도착했고요..오빠 팥죽은 드셨어요? 전 어제 본죽에서 사먹었는뒈..으흐흐...늘 감사하고 또 감사하죠! 패밀리 패밀리 패밀리~

  2. clovis 2010/12/23 18:1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차이와 결여'님도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저는 선물을 항상 받기만 해서... ㅠㅠ 정말 말만 들어도 엄청난 이벤트들이로군요!!! 대단하십니다..ㅎㅎ 저는 홈메이드팥죽 먹었는데.. 드셨어요??

    • 차이와결여 2010/12/23 19:47  address  modify / delete

      넹넹, 'clovis'님도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세요.
      우리 'clovis'님은 무엇을 하면서 긴긴 연휴를 보내실까나요...

      저는 어디 온천이라도 다녀왔음 싶은데,
      애들 생활기록부며, 잡무들이 쌓여 있어서 하루는 쉬고 하루는 일해야 할 듯 해요.. ㅠㅠ

      홈메이드 팥죽 배송 원츄!

  3. 카르페디엠 2010/12/24 00:4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글을 읽으며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야~세상엔 이런 남자도 있구나..캬..
    그동안 너무 잘해주신거 아닙니껴? 그러니까 선물을 받고도 백화점에 돈만 지불한 선물이라는 둥 참,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
    요즘 나쁜남자가 대세라는데, 다음 연애는 컨셉을 좀 달리 잡아보심이 어떨런지요?^^
    꾸준히 글을 쓴다는게 쉬운 일이 아닌데 올해도 많은 읽을거리 올려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내년엔 블로그 소홀해져도 좋으니 멋진 인연을 만나시길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차이와결여 2010/12/24 10:29  address  modify / delete

      헤헤.. 잘해주다뇨..
      말만 그렇게 했을 뿐, 구박받았을 당시에는 대판 싸웠죠..ㅋㅋㅋ

      저도.. 요새 트렌드가 나쁜남자라고 해서, 해볼려고 그랬거든요..
      영화나 드라마에 보면 많이 나오잖아요.. 겉으론 차가운 듯 하지만, 속정 깊은 남자..
      까칠한 도시 남자..

      근데, 저는 천성이 그런 걸 못하더라구요..ㅋㅋㅋ
      까칠하게 굴고나면 밤에 잠을 설치는 소심남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포기했음다.. ^^

      항상 좋은 말씀으로 자극을 주셔서 감사하고 지난 일년도 가슴 깊이 감사드립니다..

      '카르페디엠'님두 메리 크리스마스!! ^^

  4. 우연 2010/12/24 09:2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오~ 이벤트쟁이 차이와결여님!
    드디어 아이폰을 클스마스 선물로 받으시는게로군뇨!
    딱 선물과 어울리는 날에...^^

    • 차이와결여 2010/12/24 10:53  address  modify / delete

      이젠 모두 지나간 일일 뿐이에요.. 이젠 그렇게 못해요..ㅠㅠ

      넹!
      저 오늘 선물 받아효~ 아이폰 4G ㅋㅋㅋ

      아.. 뭐를 하고 놀아야 할까요? 아이폰 하고...ㅋㅋ

    • 우연 2010/12/24 14:56  address  modify / delete

      일하기 싫어효효효~~~
      애들은 축제한다고 신났는데
      우연씨는 온종일 공적조서 2개쓰고 사정안 까지만 겨우겨우 만들고 ㅅㄱㅂ는 오늘도 시작않도 않고 딴짓만 작렬이어요 막막막 아오~
      결국 클스마스이브에 노트북 싸가야하는...-.-v

      슴아트폰 오타방지연습만으로도 며칠 걸리실껄요~ ㅎㅎ
      아 좋겠다~!

    • 차이와결여 2010/12/24 16:01  address  modify / delete

      저두 일하기싫어요..ㅠ

      밀려드는 일이 쓰나미 같아효..
      하루 하루 근근히 생명연장의 꿈을 꾸며 살아가요..

      올해가 끝나면 이 모든 것도 끝나는 것이겠지.. 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위로하고 있어요...

      저도 컴을 싸들고 가야한다는.. 서류뭉치도 한웅큼...

      아. 업무와 함께 하는 Hurry up! X-mas...

  5. 차이와결여 2010/12/24 23:0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선물이 도착했답니다 이젠 저도 스마트폰 유저~~ I phone 으로 남기는 첫 댓글... 언제나 처음이라 이름 붙은 것은 설렐 수 밖에 없군요 ^^

    • 우연 2010/12/25 16:55  address  modify / delete

      ㅎㅎㅎ 아이폰으로 댓글에 댓글달기중이어요 이거로하면 오픈아이디로 못하더라구요! 오늘은 온종일 자는날-자도자도 졸려효 아이폰 만지작거리다 자다 만지작 자다 ...에공 눈뜬지 십분만에 또 잠오는건 뭥미;;일은 낼하던가 안하던가노트북 싸들고 온거 -뭥미?

    • 차이와결여 2010/12/25 17:53  address  modify / delete

      후후후 아이폰으로 댓글에 댓글에 댓글달기 ㅡㅡ;열심히 자판 적응 중이랍니다 ㅋ 이럴땐 크기만한 손가락이 원망스럽기만하고 ㅠㅠ저도 일을 하긴하는데 영 능률이 안 올라요 하긴 해야하는데ㅜㅜ영화 <황해>가 잼나다고 해서 보러가고 싶은데.. 과연가능 할런지요.

    • 우연 2010/12/25 18:30  address  modify / delete

      ㅋㅋㅋㅋ완젼 빠른 적응모드신걸요!!오타한개 없이 오올~! 전 요즘 클래식 공연에 강한 갈증이 느껴져서 맘이 싱숭생숭!다른거 질러둔게 많아서 ㅠㅠ저 이미 31일에 CDF 공연도 예매해둔 상태 -밤 꼴딱 새고서 담날 여행모드.........아쉬운대로 mp3들어야지 ㅋㅋ.암턴 일만 안하고있네요 ㅠ 그래도 쉬니까 느므 좋아효 전 짜짜로니 먹으러 이불을 박차야겠어요 -.-v 어서 일하고 계세요 ㅋㅋ

    • clovis 2010/12/25 18:59  address  modify / delete

      .. 저만 갤스유저인가욬ㅋㅋㅋ
      근데 확실히 갤스가 더 안좋은 것 같아요... 티비볼 수있는거 말고는요..

    • 차이와결여 2010/12/28 09:25  address  modify / delete

      아이폰도 DMB를 볼 수 있는 앱이 얼마 전에 나온 걸로 아는데, 유료는 좀 그렇고...

      하지만, 평소에도 TV를 거의 보지 않는 저로써는 그냥 만족합니다..

      아이폰 빠돌이가 되기는 싫지만, 확실히 좋긴 좋네요..

  6. 가자미 2010/12/24 23:1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카카오톡이나 왓츠앱을 받으십시오 ㅋㅋㅋㅋㅋㅋ 문자비는 제로가 될수있습니다 ㅋㅋㅋㅋㅋ

    아 근데 선물목록에 빠진게 있는데....??ㅋㅋ

  7. herenow 2010/12/25 03: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런 이벤트라니, 저는 TV에서나 나오는 얘기인 줄 알았는데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일이군요. 차이와결여님, 연말 잘 보내시구요, 내년에는 더 건강하게 더 마음 편하게 즐거운 일들로 하루하루 채워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