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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업어왔어요. 주소참조... 보시는 방향에서 왼쪽 코스를 추천해요. 전나무숲과 백두산 호랑이는 꼭 보세요.



  지난 금요일엔 '국립 수목원'에 다녀왔습니다.
  오래 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이라 아침 일찍 일어나 수목원을 가고 점심 나절에 나와서 전시회를 보거나, 영화를 볼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그날도 늦게 일어났지 모에요..
  그래서, 11시 쯤 출발을 하였고, 가는 길에 점심을 먹고 1시가 넘어서야 도착하고 말았습니다.

  철 지난 수목원은 을씨년스럽긴 했어요.  그래도, 많은 분들이 관람을 하고 계시더군요.  연인들도 많았고, 가족들도 많았어요.
  그런 사람들 틈에 끼어서 최대한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답니다.

  다행히 햇살은 맑고 깨끗하고 반짝거리고 있었어요.
  수목원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택해서 잘 조성되어 있는 관람로를 따라서 걸어가며 발 밑에 떨어져있는 낙엽들도 바라보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는 나무들을 찍기도 했지요. 낙엽은 정말 많았어요. 평소엔 보기 힘든 낙엽들도 많았지요. 왠지, 낙엽하면 단풍나무와 은행나무 잎밖에 생각되질 않았는데, 톱니처럼 생긴 낙엽도 있었고, 아기 손처럼 오르라든 나뭇잎들도 많았어요.
  어떤 지역에서는 낙엽이 길을 온통 덮고 있어서 내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요.

  그런 길을 밝은 햇살을 따라, 바스락거리면서 마구마구 걸어다녔어요. 기분은 아주 좋았지요. 관람로를 따라 반 바퀴를 돌아 올라갔더니, 산림박물관도 있었고, 유리온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왠지 바람과 햇살이 더 좋았어요. 실내는 대충보고 서둘러 밖으로 나왔지요.

  아직 채 못보았던 왼쪽 편을 돌다 보니, 일반인들은 들어갈 수 없는 구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쉬워하면서 조금더 걸어가다 보니, '백두산 호랑이''지리산 반달곰' 등이 있는 동물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동물들이 있는 곳을 따라 크게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그 산책로는 11시부터 3시까지만 개방한다고 되어 있더군요. 시계를 보니 3시가 거의 다 되가고 있었어요. 서둘러 산책로로 들어갔습니다.

  산책로의 첫 시작은 침엽수림 이었어요.
  하늘을 찌를듯이 솟아 있는 나무들, 상쾌한 공기, 폭신한 흙바닥...제가 찾던 곳이 바로 여기였구나 싶었죠.
  즐거운 기분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산책로를 따라 올라 갔습니다. 10여분을 걷고 나니 가파른 오르막이 나왔고, 힘겹게 오르막을 올라갔더니, 반달곰 우리가 보였어요. 반달곰 우리를 끼고 오른편으로 돌아서 또 얼마쯤을 가니, '백두산 호랑이'....
  어렸을 때부터 많은 동물원을 가봤지만, 그렇게 가까이서 호랑이를 볼 수 있는 곳은 처음이었어요.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 정도로 철조망이 가까이 있었고, 그 철조망 가까이로 호랑이녀석이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니고 있었어요.. 정말 손을 뻗으면 물릴 것처럼 가깝더라구요.
  그 우리를 보고 있으려니,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한 장면이 떠올랐어요..

조제 : 언젠가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걸 직접 보고 싶었어. 좋아하는 남자가 안 생기
         면 영원히 안봐도 된다고 생각했지. 그러니까 넌 고마워해야해.
츠네오 :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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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스틸 컷 정말 저렇게 가까워요..




  왠지, 다음 번에는 여자친구와 함께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주 대충 본 것이었지만, 전나무숲을 걸었고, 침엽수 지대를 통과했고, 호랑이를 그것도 아주 가까이서 보았으니까 그것으로 된 것이라고 생각해서, 입구로 걸어나왔습니다. 근처에 '광릉'도 있으니 그곳도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광릉도 좋은 곳이었습니다. 아마도 늦봄이나 이른 가을 쯤 방문하면 훨씬 멋있는 곳일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좋은 곳은 많은데, 좋은 곳을 한 번씩 가보는 것만으로도 삶은 짧은데, 여기 저기를 다니면 다닐 수록, 다시 가봐야할 곳이 자꾸만 늘어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다음에 꼭 다시 와바야겠다고 다짐을 했지요.

  그리곤 서둘러서 차에 올랐습니다.
  보고 싶었던 영화 <퍼머넌트 노바라>를 보고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했거든요.
  영화가 상영되는 곳은 서울의 두 군데 영화관.
  하나는 성북구에 있는 '아리랑 시네센터'. 또 한 곳은 홍대 앞에 있는 '상상마당'.
  아무리 길이 안막힌다고 해도 홍대까지 가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리랑 시네센터'에 가는 방법 밖에는 없었습니다.
  출발시간이 4시, 영화 시간이 6시 45분. 조금만 서두른다면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볼 수 있겠다 싶었죠.

  가는 길은 정말정말정말 많이 막혔어요.
  본래, 광릉에서 태릉까지 가는 길이 자주 막히는 길이긴 하지만, 그래도 더 많이 막히더군요.
  태릉을 지나서 동부간선을 지나서도 계속막히고 있었어요. 과연 시간에 맞춰 도착할수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6시 05분정도에 도착하게 되었죠. 서둘러 예매를 하기위해 매표소를 찾았는데, 이런....

  음향장비의 이상으로 다다음주 수요일까지 영화 상영을 중지했다는 거에요..
  우길 수도 없었고 다만 허탈할 밖에요. 당연히 표가 남을 줄 알고 예매조차도 하지 않고 찾아왔던 저를 탓하는 밖에요..
  어쩔수 없이 돌아나와서 근처에 있는 '미소야'에서 '히레정식'을 먹었어요.
  그리고 바로 옆 '파리바케트'에서 '아메리카노'를 샀죠.
  집에 돌아오니 10시가 넘어 있었어요..

  비록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숲 길을 걸을 수 있는 즐거운 날이었다고 생각하고 싶었어요....
  원래 그렇게 자꾸만 비켜가서 보지 못하는 영화도 있는 법이거든요..

  삶이 생각대로만 된다면 어떤 재미가 있겠어요..
  그래도 한 때는 하루가 멀다하고 다니던 태릉도 오래간만에 가보았고, 당연히 옛 추억도 떠올려 보았고, 밥을 먹으면서는 '윤성희'<구경꾼들>을 완전 공감하면서 읽고... 나쁘지 않았어요..

  그리고, 토요일은 천안에 있는 대학원 동기의 집들이에 갔었지요.
  참 아기자기하게, 그리고 예쁘게 사는 신혼부부였어요.
  제수씨도 너무 예쁘고 요리도 잘하고, 동생녀석도 자랑스럽고, 다른 동기녀석들은 유쾌하고, 결혼은 못하더라도, 집들이는 하고 싶다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요.
  술을 마시고, 수다를 떨고, 후배네 집에서 새벽에 공포영화를 보고, 3시가 넘어서 잠들고 9시에 일어났어요.
  원래는 머리를 했어야 하는 주말인데, 머리도 좀 자르고 펌도 해야하는 주말이었는데, 아무렴 어떤가 싶어졌어요.

  그냥 그렇게 계획대로 하나도 되지 않는 주말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말에게도 주말을 주어야겠다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분들은 주말을 어떻게 보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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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클라리사 2010/11/16 02:3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와 알찬 주말!영화 못 봐도 가을 숲을 걸었다는 것, 호랑이를 봤다는 것만으로도 보람찬^^ 주말이었을 듯하네요. 떠들썩한 집들이 풍경도 그려집니다. 저요?여긴 내내 비 와서요, 창문만 보고 있었어요ㅜㅜ

    • 차이와결여 2010/11/16 10:02  address  modify / delete

      저는 비오는 날도 좋아하는데,
      아마 계속 우울한 날씨가 계속되다가 비가오는 것이었겠죠?

      실제 겪어보지 않아서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네요 ^^

      아마 저같으면 우울증에 걸릴지도 몰라요..

  2. clovis 2010/11/16 08:5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늘따라 말투가 되게 조곤조곤해지신 것 같아요..
    좋은 주말 보내셨군요.. 저는 ... 뭘 했을까요?
    기절했었나봅니다...

    • 차이와결여 2010/11/16 10:04  address  modify / delete

      문체를 살짝 바꿔보았어요. 히히
      조금 가볍게 쓰고 싶고도 했고요..ㅋㅋ

      아.. 집에서 기절하셨군요.. 그런 휴식도 필요한 거니까요...
      그래도, 아쉽기는 하시겠죠??

      우리 빨리 연애를 하는 것이.. ^^

  3. 괜찮아 2010/11/16 12:4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음음음... 전 연애 빼고 그 이외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왜 연애를 못 할까요. 저도 손 잡고 낙엽길 걷고 싶습니다!
    이런 얘기했더니 애들이 그냥 팔짱끼고 걸으라네요. ㅠㅠㅠㅠ

    결혼 안 해도 집들이 하실 수 있잖아요, 결여님.
    집들이 빙자해서 집에서 모임을 갖되, 포트럭으로 하세요. 먹을 거 하나씩 싸오기. ㅎㅎ

    • 차이와결여 2010/11/16 13:01  address  modify / delete

      저두저두요..

      딱 연애 빼곤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요. ㅎㅎ
      그래서 그다지 부족함을 못느끼는데, 그래도 가끔 허전함은 어쩔 수 없는 거겠죠?
      그 허전함이 누가 생긴다고 해서 없어질 것인가 싶기는 해도...

      제 경우엔, 아직은 "연애"보단 중요하다고 혹은, 그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는 더 많은 것들이 있나봐요.
      아이들이 참... 깜찍하네요..

      음.. 포트럭 집들이라.. 완전.. 완전.. 땡기는데요?? ㅎ ㅣ ㅎ ㅣ

  4. 가자미 2010/11/16 19:0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국립수목원 정말 가보고싶네요!!
    꽃이 만발할 내년 봄쯤에는 남자친구 손잡고 가볼수 있을까요 ㅜㅜㅋㅋㅋㅋㅋㅋㅋ
    으흐흐 저의 주말은 송두리째 어디로 간걸까요ㅜㅜ

    • 차이와결여 2010/11/16 20:02  address  modify / delete

      크흐흐...

      당신은 맘만 먹으면 언제라도 갈 수 있잖아.. 애인 말고 남자친구랑..ㅎㅎㅎㅎ

      당신의 주말은 과제하느라 헌납한 것 아녔어??

      나도 다 그런 시절을 지나오고 이렇게 다니는 거야..
      그날을 위해 버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