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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장 밖 벽면에 걸려 있던 전시회 포스터.




  'herenow'님의 블로그에 갔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김지연'이라는 이름, 그리고 다큐멘터리 사진전.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인데요. 자주 왕래하는 블로그, 그리고 호감을 느끼는 블로거들은 대개 취향이나 생각하는 방식이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맞는건지 제가 링크를 걸고 찾아다니는 블로거님들은 사진을 업으로 삼으신 분도 계시고, 취미로 찍고 올리더라도 웬만한 작가 못지 않은 사진들을 올려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정작, 제 자신은 열심히 찍고 열심히 노력해도 결코 나아지지 않는 "절대 구도"를 가지고 있지만요.. ㅎㅎㅎ

 여튼, 그리하다 보니, 많은 분들의 사진을 보면서 감탄하기도 하고, 많이 배우기도 하고, 또 많이 추천 받기도 하는데요. 그 중, 처음으로 꼭 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 전시회였습니다.
  물론 그런 마음을 먹게 된 데에는 기간이 방학 중이었다는 것도 있었을 테고, 마침 연극을 보기 위해서 대학로에 나가기로 했던 날과 시간이 맞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herenow'님의 '한국에 있었으면 꼭 가봤을 전시회'라는 멘트도 한 몫하긴 했죠.
  하지만 뭣보다, "나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어"라는 부제에서 와 닿는 느낌이 무척 강렬했다는 이유가 가장 큰 이유였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아직 나라 밖을 나가보지도 못해서 "대한민국"이라는 말, 또는 "태극기" 이런 우리 나라를 상징하는 말이 어떤 느낌을 갖는지 객관적입장에서 바라보지 못했는데요. 개인적으로 저는 아직도 "대한민국"이라는 말을 들으면 '더 배울 것이 많은 나라', '앞으로도 좋아져야 할 나라' 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겠죠. "태극기"도 마찬가지 입니다. 본래 고유한 우리의 문양이 아니네, 주역에서 나오는 음양 오행이네.. 하고 따지는 것은 너무 구태의연한 이야기이니까 차치하고서라도, 저는 "태극기"만 보면 아직도 군사독재 문화, 나라에 충성, 제식훈련.. 이런 것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나마 "2002 월드컵"을 지나면서 "대한민국""태극기"도 많이 친숙해진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튼, '나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어'라는 말을 들으면서, 작가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내가 만약 저런 전시회명을 붙인다면 어떤 의미에서 붙인 것일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김지연'님은 당연히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분이시고, '대한민국'을 국적으로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에 살고 있'음을 이야기하는 전시회를 열고 계신 건데요. 그렇다면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대한민국'이라는 대상을 '객관화'한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사진이라는 것이 본래 작가의 주관적인 선택과 의미부여의 과정에서 탄생한다는 것은 필연적이겠지만, 작가가 의도를 가지고 하나의 현상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피사체를 포착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당연한 듯 여겼던 것들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이유에서 일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대상들을 작품으로 담아내고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되는데, 여기서는 바로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숨기고 싶은 환부가 그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바로 대상에 대한 '객관화'가 발생합니다.
  인간이면 누구나가 자신이 속한 사회와 집단에 대해서 무의식적으로 좋은 면만을 바라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개인과 사회는 결코 불가분의 관계일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자신과 자신이 속하고 있는 사회의 문제점들을 외면하게 된다면 그 사회는 공정한 사회라고 볼 수 없습니다. 더이상의 발전도 없겠지요. 따라서 자신의 문제점들을 밖으로 드러내고, 스스로 그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이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지연'님의 '나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어'라는 제목과 일련의 작업들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객관화'라고 볼 수가 있는 것이고, 관객에게도 이러한 '객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김지연'님은 그간 전시회 보다는 사진집을 많이 출간하셨는데, 그 사진책들에서 다루고 있는 것들이 바로 '탈북 어린이', '종군 위안부 할머니', '러시아에 떨어져 살아가는 한인들' 그리고 '국내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었습니다. 이들은 우리와 같은 시공간에 살아가는 사람들이면서 또한 다른 시공간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 때의 '차이'는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것입니다. 함께 살아가면서 또한 함께 살고 있지 못하다고 느낀다는 것은 쉬운 말로 '소외'입니다. 이런 '소외'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10년간 작업해온 사진들 중 고르고 골라서 70여 점을 전시회에 내어놓으신 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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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조심, 찍은 인증샷! ㅋㅋ '대恨민국'이라는 사진 속 글자가 포인트!




  실제로 만나 본 '김지연'님은 생각과 달리 아담하고 고우신 분이었습니다. 제가 찾아갔던 날이 토요일이라 마침 전시회장을 홀로 지키고 계셨는데요. 안내책자를 나눠주시면서 '3층에도 사진이 있어도 그 쪽도 보고 가세요.' 라고 나직히 하시는 말씀을 들으며 저렇게 여리게 보이시는 분이 어디에서 나오는 힘으로 이런 큰 작업을 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탈북 어린이'의 밝지만 그늘진 모습이나 '외국인 노동자'의 잘린 손을 찍을 때, 눈물 먼저 떨구실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런 모습을 접해서인지는 몰라도, 사진들에서 따스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제만으로만 본다면 그 심각함은 비할 데도 없겠지만, 불편한 진실에 대해 관객들에게 충격을 주고, 통렬하게 발언하며 고발하는 작품들이 아니라, 따스하고 평등한 시선, 미안한 마음이 묻어나는 사진들이었습니다.

  2~3층에 걸쳐 전시되고 있는 70여 점의 작품들을 찬찬히 보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주말인데도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무척 편안한 분위기에서 감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감상을 마치고 혼자 뚜벅뚜벅 계단을 내려와서 '관훈 갤러리' 현관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허전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 허전함은 사진 속의 인물들과 못다 나눈 이야기가 있다는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더 나눌 이야기가 있을 것 같고 더 보아야할 사진들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 있었습니다.
  그렇게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 동안 두 어명의 사람들이 지나갔습니다. 전시회장처럼 매우 한가로운 거리였죠. 하지만 불과 10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인사동 '쌈지길'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인사동 길에도 사람들이 넘쳐흐르고 있었죠.
  사람들이 흘러 넘치는 인사동 길과 불과 10여미터 떨어져 있는 한산한 전시회장... 다시 한번 전시회 제목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는 (지금) 대한민국에 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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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보고 난 뒤, 현실 감각을 잃어버리게 할 만큼 한산했던 '관훈 갤러리' 앞 길.




덧붙임 : 벌써 며칠 전에 써두었던 글인데, 저장할 때 몽땅 날아가버리고 말았답니다. 기억을 떠올리며 썼지만, 느낌은 많이 다른 글이 되어버렸네요.. ㅠㅠ 아까비아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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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erenow 2010/09/02 15:5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맥북으로는 인터넷을 거의 하지 않는데 차이와결여님 블로그에 댓글 남기려고 들어왔어요. ^^
    이상하게 제 아이폰으로는 여기 블로그에 댓글 남기기가 안되더라구요.

    대한민국의 '한'에 그 한자가 쓰였군요.
    전시를 직접 보지 못했지만 전시장 분위기, 인사동 분위기, 담배피고 있을 차이와결여님 등이 눈에 그려져요.
    못다한 이야기들을 채워나가는 건 전시를 보고 난 관객들의 몫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러게요. 자주 찾게되는 블로그들은 뭔가 제가 좋아하는 느낌을 주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아주 좋으셨다는 연극 얘기도 기다리고 있을께요. ^^

    • 차이와결여 2010/09/03 00:11  address  modify / delete

      그런 의미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생각은 많고 능력은 미약하네요..
      심지어, 포스트마저 한참 뒤에 올리고 말았으니..^^;;

      번거로움을 무릅쓰시고 접속해 글을 남겨주신 정성 감사드려요~~

  2. 클라리사 2010/09/02 18:4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낙관주의자세요.인간은 자신이 속한 사회와 집단에 대해서 무의식적으로 좋은 면만을 바라보려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시니. 그 반대라고 생각했는데...한국사람들이 자신을 객관화하는 태도는 안 좋은 면을 먼저, 또 아로새기면서 보는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 차이와결여 2010/09/03 00:14  address  modify / delete

      '인간은' 이라고 했잖아요. ^^
      아무래도 자신에 대한 흠은 알더라도 숨기기 마련이고, 좋은 점을 부각시키기 마련이라는 의미로 쓴 건데, 단어 선택이 오해를 살만 했던 것 같아요.
      '클라리사'님의 댓글을 보고 몇 시간을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확실히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안좋은 면들을 정확히 보고 객관화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주관을 객관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너무 많으니까요.. 심지어는 남녀관계에서 마저도...

    • 클라리사 2010/09/04 05:07  address  modify / delete

      짧은 댓글로 나누기엔 너무 심오한 문제라 오해가 좀^^
      어떤 의미로 쓰셨는지는 접수했어요^^

      자신에 대한 흠은 좀 덮어두고 좋은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인간이고, 남과 자기를 대어보면서 제 흠을 더 크게 보는 것도 우리 모습이고 그런 것 같아요.
      요즘 저는, 사람들이 후자쪽으로 많이 기운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개인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자신감,자존감 보다는 남과 비교해서 괜찮은 나를 보아야만 만족을 하는 모습, 그 얘기였어요~

    • 차이와결여 2010/09/06 15:03  address  modify / delete

      네, 맞아요. 그 말씀에 적극 공감합니다.

      글에 사심을 담으면 안될텐데, 사심을 담아서 어떤 메시지를 보내려다 보니까 모자란 재주는 생각도 못하고 마음만 앞서가서 애매한 이야기를 만들어 버리고 만 것 같아서 부끄럽습니다.. ^^

  3. 카르페디엠 2010/09/06 11:5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류때문에 몽땅 날아가버린 글을 이렇게 꼼꼼히 다시 쓰시다니..
    그리고 댓글 하나를 보고도 몇 시간을 생각했다니..
    어떻게 그렇게 밀도있게 살 수 있는거예요?^^
    저라면 그 시간에 뒹굴뒹굴하고 말았을 터.
    관심과 무관심,
    전시장앞 길과 쌈지길 사이 10M 남짓 길이,
    글자 수 차이와 길 사이의 물리적 차이는 거의 없다지만
    그 '차이'는 실로 태양계 주위를 수 천번 돌아도 도달할 수 없는
    엄청난 간극이 있죠.
    그리하여 대한민국을 포함한 인간 사회라면 '결여'를 갖게되는 것이구요.
    당연 님은 '차이'와 '결여'를 둘 다 사랑하시겠죠?^^

    • 차이와결여 2010/09/06 15:09  address  modify / delete

      '밀도'라기 보다는.. '소심'함이라고 불러야 하지않을까요..
      어디서 오해가 생긴건지, 같은 이야기인 것 같은데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놓친 건 없을까 생각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금은 시간이 좀 지나서 옅어졌지만, 그날은 그 간극이 참 커보였답니다. 이질감이 너무 컸지요.

      저번주에 뭘하고 산 건지, 주말에는 잠만 자고 말았네요...
      아.. 다들 뭘하고 사실까..

      저는 당연히 '차이'와 '결여'를 인정하고 사랑하려고 노력합니당.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