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여행의 흔적입니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었어요.
아침부터 비가 쏟아졌지만, 버스에 타고 있을 때는 내리고, 버스에서 내리면 그치고 하는 일들이 반복되었지요.
오늘 일정은 외따로 떨어져있는 '박경리 기념관'을 다녀오고, 아주아주 유명해서 가게문을 열고 오전이 지나기 전에 다 팔려버리고 마는 '오미사 꿀빵'을 사고, '향남우짜'라는 곳에 가서 '우짜(우동+짜장)'을 맛보고 시간맞춰 차에 올라 터미널에 도착하여 마산으로 향하는 것이었죠.
어제 이야기했듯, '박경리 기념관'으로 가는 버스는 몇 편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어젯밤 '통영 버스 정보시스템'에 들어가서 출발시간과 관람시간과 돌아오는 시간을 고려해서 예상 동선을 뽑고, 버스 승차 시간을 정하고 만일 놓쳤을 경우를 대비해서 다른 루트를 찾아보고 이러저러하게 고민을 한 다음에 잠들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우선 '오미사 꿀빵'집을 찾아가봤어요. 그때가 7시 30분쯤... 문은 열었으나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더군요. 근처로 버스가 지나가는 시간은 8시 10분경. 본래는 꿀빵을 사들고 아침을 해결할 생각이었는데, 계획이 좀 틀어졌던 것이지요. 더군다나 '박경리 기념관'을 갔다가 오면 11시가 다 될텐데 그때까지 남아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별 수 없이 포기하고 버스를 타러 갔습니다. 아직 한참이나 남은 시간을 어떻게 때울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글쎄, 예정보다 20분이나 빠르게 버스가 온 거에요. 룰루랄라 버스를 타고 30분을 달려 기념관에 도착했습니다.
정말 '박경리 기념관'은 외진 곳에 있어서 근처에 민가도 보이지 않더라구요. 직원인듯 한 한 분과 같이 내렸습니다. 연세가 지긋하신 그 분은 기념관으로 들어가시고, 저는 그 뒤에 있는 '박경리' 선생님의 묘소를 먼저 찾았습니다. 예상대로 기념관의 개관 시간은 9시부터였기 때문이었어요.
묘소 주변은 작은 공원으로 꾸며져있었습니다. 찾아오는 사람이 별로 없는지 정돈된 모습이 거의 흐트러지지 않고 그대로 있더군요. 허긴 이 기념관이 개관한 것도 5월이었으니까 아직 많이 안 알려져있기도 할 겁니다. 여튼, 막 소나기가 퍼붓고 지나간 뒤라 꿉꿉하고, 습습하고, 기온도 막 오르기 시작해서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땀이 났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었기 때문에 짐을 가득 담은 배낭에다, 카메라 가방까지 메고 있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몰라요. 여튼 도저히 안되겠어서 가까운 벤치에 배낭을 던져두고 카메라만 들고 설렁설렁 올라갔습니다.
묘소 주변을 살피고, 묘소에 잠깐 참배를 하고 잔디에 앉아서 앞 쪽으로 보이는 해안가를 바라다 보았지요. 땀이 어느 정도 식었을 무렵 또 설렁설렁 내려와 배낭을 들고 기념관 앞에 있는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마셨습니다. 시간이 아직 남았기에 근처에 앉아서 음악을 듣고 있는데, 아까 같이 내렸던 분이 다가오셔서 말씀을 하시는 거에요. 알고 봤더니 기념관 관장님이셨습니다.
'혼자 왔느냐', '여행은 혼자 다녀야 제맛이다', '그래도 매물도는 나중에 애인과 함께 가라', '청마 문학관이나 윤이상 기념관은 가봤느냐'
이런 저런 이야기 속에 통영에 대한 자부심과 박경리 선생님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묻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 저것 몇 가지를 물어본 다음 기념관으로 올라가 관람을 마쳤습니다. 기념관이 그리 크지 않아서 20분 남짓이면 다 볼 수 있는 정도였어요. 솔직히 기념관이라고 하기도 좀 뭣한 수준이었죠. 말씀을 들으니 '박경리' 선생의 문학적 고향인 '원주'의 '토지문학관'에 거의 모든 소장품이 정리되어 있고, 이곳은 선생님의 유언을 따라 묘소를 마련하고 부가적으로 만들어지게 되어서 그런 것 같았습니다.
여튼, 너무 이른 시간에 관람을 마쳐서 또 한 30분 쯤 차를 기다려야 되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나오자 마자 버스가 오는 게 아니겠어요? 오늘은 터미널에서도, 마산역이나 수원역에 도착해서도 버스와 기차와 택시들이 어찌나 쏙쏙 나와서 잡혀주던지 거의 완벽한 타이밍이었습니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오미사 꿀빵'집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남짓. 예상 시간 보다 1시간 정도 빠른 시간이었습니다. 기대를 하고 가봤더니 열 상자(한 개의 상자에 빵 10개가 담겨있는 것) 가량 남았더군요. 기쁜 마음에 두 상자를 구입해서 싸들고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향남 우짜'를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늘, 내일 휴업이더군요.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기하고 터미널에 와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다음 버스를 타고 마산으로 마산에서 기차를 타고 밀양으로 밀양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수원으로 수원에서 전철을 타고 오산으로... 귀가하였습니다.
즐거운 여행이었어요.
'우짜'를 맛보지 못한 것과 '자연산 우럭'을 못 먹은 것, '전혁림 미술관'을 가보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긴 하지만, 아마도 나중에 다시 한 번 가게하기 위해 그리 된 것이라 믿고 싶네요.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리우는 '통영'.
말로만 듣다가 실제 가보니 참으로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곳곳에 숨겨진 유적들과 또 문화 예술인들의 이야기, 맛갈나는 음식들과 선한 사람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통영'은 참으로 매력적인 곳이라는 걸 절절하게 느낄 수 있더군요.
저는 바다하면 생각나는 바다가 동해의 '속초'였어요. 자주가기도 했고, 추억도 많고, 시원스런 파도가 좋기도 했죠. 그런데 그것과는 또다른 남해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항상 여행이 끝난 뒤에는 그런것이지만, 벌써 그리워지네요.
올해의 보너스! 작품명 <차이와결여 Tor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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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만 읽어도 그리워져요 통영, 남해 바다. 동해와는 참 다른 맛이 오밀조밀한 남해. 서울쪽 사람들 학창시절 엠티나 여행지 가보고 헷, 하곤 했어요. 우린 가볍게 통영이나 남해의 섬에서 모닥불을 피웠었는데 말이죠^^ 하긴 추억이 버무려진 곳 어딘들 멋지지않겠냐마는요. 박경리님은 통영출신이긴 하지만 말씀대로 거기서 자취를 많이 찾을 순 없고요 저는 윤이상님이 그리도 통영 앞바다를 그리워하셨다 해서,지금보다 통영이 조촐했을 때 느꼈던 그 분위기가 깊게 맘에 남아있어요.
진짜 그러셨겠어요. 서울 쪽 놀이 문화는 좀 싱겁죠. 맨 술마시고 망가지는 것 밖에 없어요. 저도 나름 시골에서 대학생활을 해서 강가에 모닥불 피워놓고 놀고, 심심할 땐 절에가고 그랬었는데... 맘 복잡할 때 훌쩍 다녀올 수 있는 거리에 이런 좋은 곳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걸어다녔으면 '클라리사'님이 기억하시는 조촐한 분위기의 모습들을 많이 담을 수 있었을 텐데 버스를 타고 휙휙 지나쳐버려서 온통 배와 건물들만 가득한 사진들 뿐이네요. ^^
한국가면 꼭 가봐야겠네요^^
제가 의도하지 않아도 가게 되지 않을까 싶긴 하네요.ㅋ 집이 지금은 창원인지라...
여행경로가 정말 국어선생님 답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하하>의 리뷰 기대할께요!
오.. 창원..
저는 창원은 한 번도 안가봤어요..
요번에 근처를 지나온 것 같긴 한데.. 헤헤..
<하하하> 리뷰는.. 너무 오래되어서 올릴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
이번 기회에 한 번 더??
한적ㅎ게 통영을 즐기고 오신 것 같아서 다행이고 또 부럽네요... 중학교때 이사 간 이후로 통영은 근처도 가보지 못했거든요..
'차이와 결여'님 글을 읽으니 올해내로 다시 가보고 싶어지네요 ㅎㅎ
한적하고, 땀에 쩔어서 다녀왔어요..ㅋㅋㅋ
아..날이 흐렸는데도 살이 많이 탄 것을 보면 분명 땀 때문일거라는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clovis'님도 올해에 꼭 다녀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아는 어느 분도 춘천에 다녀오셨던데, 저도 '춘천'의 청평사에 한 번 더 다녀오고 싶습니다.. 잘 기억이 안나요..ㅠ
이거 원..통영시로부터 블로그 제작비라도 받은겁니까?
내년 한국 귀환 첫 여행지로 '통영'을 찜하게 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애구..결이님
살 좀 찌셔야겠네요..넘 말랐다..
아차차차.. 그럴까요?
통영시청에 글 올리고 블로그 제작비라도 달라고 뗑깡부릴까요? ㅋㅋ
내년에 오시는 구나..
그럼 오시기 전에 몇 군데 더 다녀와서 어디를 먼저 갈지 혼란스럽게 해드릴까요. ㅋㅋ
음.. 오늘 학교 갔다가 한 선생님으로부터 살 빠졌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전 바로 그전에 의자에 앉았다가 타이트한 허벅지를 보고 살이 찐게 아닌가 하고 고민했답니다..
교묘하게 가리고 찍어서 마르게 나온 듯..ㅎㅎ
근데 카르페디엠 님은 블로그 하실 생각없으세요?
제가 퍼덕퍼덕거리긴 해도,
본질적으로 게으른 사람이랍니다^^
그러니 꾸준한 기록이란 건 꿈도 못 꿀 일이죠.